금융 산업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2017.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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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세상에 던져졌다. WEF는 제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디지털적 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 융합의 시대’로 정의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의 산업구조와 시장경제 모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글 최범호 EY한영 상무

금융 산업은 제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 중 하나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사들은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과 내부 운영 모델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앞으로 다가올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의 선도 은행과 보험사들은 상품과 서비스 위주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서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테크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비즈니스 패러다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의해 촉발됐다. 호텔과 자동차 없이 세계 최대 숙박 서비스 업체와 운송 업체로 발돋움한 에어비앤비(Airbnb)와 우버(Uber) 같은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가 금융업에도 언제든 불어 닥칠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사는 어떻게 디지털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어느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가?

핵심 디지털 기술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금융사들은 다양한 방법을 기반으로 테크 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테크 기업으로 변하기 위한 글로벌 금융사들의 전략은 ▲ 파트너십 체결(Partnership/ Collaboration), ▲ 지분 투자(Investment), ▲ 자체 기술 개발(In-house Product), ▲ 인수·합병(M&A), ▲ 액셀러레이터 운영(Accelerator)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언스트앤영(EY)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의 선도 금융사들은 파트너십 체결 전략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선도 금융사들은 테크 기업들의 역량을 빠르게 내재화할 수 있는 M&A 전략에 비해, 자체적으로 핀테크(FinTech) 팀을 운영하는 자체 기술 개발 전략을 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몸집이 큰 대형 조직은 어떤 방향으로 디지털 혁신을 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 매우 어렵다. 글로벌 금융사 또한 이해관계가 복잡한 대규모 조직이기 때문에 중위험·중수익(Middle Risk Middle Return)이 가능한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술과 기존 비즈니스 모델 간의 융합이 어느 방향으로 금융사와 고객들의 경험을 변화시킬지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사의 중위험·중수익 전략은 일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사는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중이다. 금융의 핵심 기능인 지급결제와 대출 업무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 외에도 블록체인(Blockchain),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빅데이터(Bigdata) 등의 신기술을 금융 업무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의 경우, 거래 방식과 본인 인증, 계좌 관리 체계 전반을 혁신시킬 수 있는 기반 기술로 많은 금융사들의 관심이 높다. 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블록체인의 신속한 도입을 위해 글로벌 금융사들은 M&A에서부터 인큐베이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략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측면은 여전히 빅데이터 및 지불결제(Payment) 기술 중심의 투자를 하고 기타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에 대해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국내 금융사와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기술을 보유한 테크 업체들과 제휴 및 투자 확대를 통해 디지털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내재화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로벌 금융사의 디지털 혁신 전략 수립 시 고려사항은 무엇인가?

2016년 EY에서 수행한 글로벌 금융사 경영진 인터뷰에서 주요 글로벌 은행의 경영진들은 은행이 기존 금융서비스 제공자(Financial Service Provider) 포지션에서 디지털 기술 기반의 경험 제공자(Digital Experience Provider) 포지션으로 전환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 역량을 확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보유하고 이를 통해 기존 금융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디지털 혁신의 목적이 아닌 것이다. 글로벌 금융사의 주요 목적은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토털 서비스 제공자(Total Service Provider)가 되는 것이며, 이것은 산업 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제4차 산업혁명의 특징 및 그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다음 4개의 테마를 기반으로 디지털 혁신 전략(Digital Transformation Strategy)을 수립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금융사의 디지털 혁신 전략은 아직까지 디지털 혁신이 성숙기에 이르지 않은 국내 금융사의 디지털 전략 수립에 참고가 될 것이다.

 

  1. 디지털 기술은 누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Who is it for and what is needed?)

고객들의 니즈와 행태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고객을 이해하고 목표 고객의 니즈에 맞는 가치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져 가고 있다. 고객들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개인화되고 쌍방향적이고 즉각적인 관계 형성을 원하고 있으며, 금융사들은 고객의 거래 기록을 비롯한 각종 외부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기 위해 서비스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디지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1. 디지털 혁신을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How can digital be monetized?)

기존 비즈니스 모델, 영업 채널 등이 물리적인 환경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 디지털 비즈니스를 수익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즉,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그것을 수익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상품 개발, 판매 및 임직원의 역량과 회사 문화의 도입이 필요하다.

  1. 어떻게 디지털 경험을 효과적이고 생산적으로 전달할 것인가?(How can we deliver a digital experience in the most efficient and productive way?)

미래에는 개인화되고 빠른 서비스를 쌍방향적인 소통을 통해 전달하는 경험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금융사들은 전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고객 중심으로 설계해 가능한 신속하게 전달해야만 한다. 따라서 단순한 디지털을 통한 채널의 경험만이 아닌 회사 내부의 프로세스와 업무 정책 모두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운영 모델(Operating Model)과 IT 아키텍처(IT Architecture)가 혁신돼야 한다.

  1. 어떻게 새로운 리스크와 규제정책에 대응할 것인가?(How does the company manage risk and compliance in the process?)

예상 외로 전 세계적으로 정책당국들은 기업들이 디지털화되는 것에 호의적이고 이를 위한 정책 규제를 풀어 주는 것에 호의적이다. 즉, 이와 관련된 디지털 혁신의 최대 걸림돌은 정책당국이 아니라 이에 대한 회사의 내부적인 역량 혁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화와 함께 떠오르는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범죄와 디지털 서비스 벤더 관리 등 새로운 디지털 리스크 요소에 대한 역량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함에 따라 디지털화에 대한 금융사들의 니즈는 더욱 강하다. 각 금융사들은 어느 시기보다 더 혁신적으로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해외의 선진 금융사들은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확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모델에 적용할지 고민하고 있으며, 그 고민의 결과를 실천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 또한 디지털 전략을 단순한 기술의 확보에 그치지 말고,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성임을 인지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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