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을 맞는 한국 금융의 디지털 혁신 전략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이후, 제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기계의 지능화’가 진전되면서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서 사회 전반에 혁신을 유발하고 광범위한 사회·경제 전반의 ‘혁명적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이 글에서는 지능화된 혁신적 기술로 인해 변화하는 금융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로 인해 초래되는 위기와 위기 극복을 위해 준비해야 할 한국 금융의 당면 과제를 알아본다.
글 최석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략기획팀 수석연구원
기술 진보로 인류는 4번째 혁명적 변화에 직면
인류는 이미 18세기 제1차(증기기관과 기계화), 19세기 제2차(전기와 대량 생산), 20세기 제3차(컴퓨터와 자동화) 기술의 진보를 통해 세 차례의 혁명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모든 사람과 사물로부터 데이터가 생성·축적되고 기계가 다량의 데이터를 자가 학습해 성능이 향상되는 ‘기계의 지능화’가 진전되면서 기계가 인간의 지적 노동까지 대체하고,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는 네 번째 혁명적 변화, 즉 ‘제4차 산업혁명’에 직면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WEF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박사가 언급한 용어로 그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농업혁명 이후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겪었으며 현재 네 번째의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에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세기의 바둑 대결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가 먼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음을 각인시키게 된 계기가 됐다.
지능 정보화로 인해 변화하는 금융 산업
한국 금융은 저금리와 저성장으로 인해서 예대차익의 전통적 수익 모델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유례없는 위기에 처해 있으며, 무엇보다 금융과 기술의 융합을 뜻하는 핀테크(FinTech)와 로보어드바이저*, 블록체인** 등 제4차 산업혁명의 동인이 되는 기술 변화는 새로운 경쟁자와 서비스를 출연시켜 위기상황을 증폭시키고 있다.
*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로봇을 뜻하는 로보(Robo)와 자문가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미리 프로그램 된 규칙을 통해 투자 결정 및 자산 배분을 하는 자동 프로그램을 지칭한다.
** 블록체인(Blockchain): 거래 정보를 특정 중앙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네트워크 참여자 간 분산해서 저장해 공동으로 기록·관리하며, 10분 단위의 거래 내역을 하나의 블록으로 묶고 블록과 블록이 다시 결합돼 체인을 형성하는 원리로 높은 보안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2014년 미국 배우 조니 뎁이 주연한 SF 영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에는 주인공의 뇌가 컴퓨터에 업로드 돼 인공지능으로 진화한 후 24시간 동안 3800만 달러의 높은 투자 수익을 거두는 장면이 나온다. 금융권에 도입되고 있는 인공지능 자산관리 시스템인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영화의 내용은 어느 정도 현실이 됐고, 다른 펀드들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 상품인 ‘쿼터백 R-1’의 경우, 2016년 출시 2개월 만에 약 2%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해외의 경우, 미국 등을 중심으로 자산운용업계의 로보어드바이저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경영자문 회사인 AT키너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에 의한 운용 자산 규모는 2016년 0.3조 달러에서 2020년 2.2조 달러로 증가해 전체 운용 자산의 5.6%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켄쇼***와 같은 금융 인공지능 로봇은 수십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전문 애널리스트가 수십 시간 동안 해야 할 복잡한 분석 작업을 단 수 분 내에 처리한 후,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어 기반의 문서로 자동 생성하는 업무까지 처리해 내고 있다.
*** 켄쇼(Kensho): 기업 실적, 경제 수치, 주가 움직임 등 방대한 양의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2013년 대니얼 네이들러(Daniel Nadler)가 설립한 미국의 벤처기업에서 개발됐다.
인공지능의 활용 영역은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와 같은 전문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고객의 행동과 표정 분석을 통해 상호작용해야 하는 영업 현장 분야로도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도쿄 지요다구 본점에서는 은행 고객이 용건을 질문하면, 답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2015년부터 실전에 배치돼 은행원의 고객 대응 업무를 보조하고 있다.
더불어 금융 규제가 복잡해지고 강화됨에 따라 준법 감시 업무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의 ‘레그테크****’ 도입도 확산되는 추세이며, WEF는 2025년 세계 금융기관의 30%가 인공지능 기반의 준법 감시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레그테크(Regtec): ‘Regulation’과 ‘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시스템을 사용해 증권 거래 참여자 간의 행동 패턴과 이상 행위를 파악하고 감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대출자의 신용도를 판단하고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예측하는 신용평가·심사 업무에도 활용되고 있으며, 미국 제스트파이낸스와 같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특화된 신용평가 업체들이 등장하는 한편, 이들과 제휴해 기존 신용평가 방식을 개선한 금융기관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블록체인도 제4차 산업혁명을 특징짓는 핵심 요소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내 모든 참여자가 함께 거래 정보를 검증·기록·보관하는 공개 분산 장부(Distributed Ledger)로,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하고 언제든지 공개할 수 있는 투명성을 갖추고 있다. WEF에서는 2017년 세계 은행의 70%가 블록체인 도입을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며, 2025년에는 세계 경제의 10%인 1만 조 달러(한화 1경) 규모의 거래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또한 제4차 산업혁명으로, 과거에 상상할 수 없던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으며,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증강현실(AR)을 접목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딥러닝과 같이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개발·활용 중이다. 해외의 경우,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와 포인트72 애셋과 같은 헤지펀드들도 딥러닝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 자료: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2016년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조사기관 트랙티카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인공지능 응용 산업별 시장 비중에서 금융업은 2015년 17%, 2020년 24%로 광고·미디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인공지능 시장에서 금융업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시사한다.

※ 자료: 트랙티카, 2015년 4월
금융 산업의 디지털화에 따른 고용 불안과 양극화 문제
산업혁명이 가져 온 생산력의 발전이 곧 인류의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제일 큰 걱정거리는 삶의 터전인 일자리다. 200년 전 제1차 산업혁명 때는 증기기관 때문에 수백만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러다이트 운동’까지 벌였으나, 제4차 산업혁명은 속도와 규모 면에서 당시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거대하다.
WEF가 지난 2016년 1월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는 2020년까지 인공지능 등 기술 진화의 영향으로 약 20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나지만, 7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 분야의 경우, 2016년 시티그룹의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핀테크로 인해 미국과 유럽 은행권에서 현 인력의 30% 이상인 170만 명이 해고될 전망이다. 실제로 영국의 대표적인 은행 중 하나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220명의 자산관리사를 해고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한국고용정보원이 대표 직업 23개 직종의 재직자 10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제4차 산업혁명과 직업 세계 변화 인식조사’에 따르면 제4차 산업혁명에 의해 자신이 종사하는 직업에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금융·보험 관련직이 81.8%로 가장 높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금융권에서 현재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와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영향으로 추정했다.

직장인 대상 제4차 산업혁명과 직업 세계 변화 인식조사.
그동안 금융기관들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팔 등 금융기관 이외의 기업들을 심각한 경쟁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나, 이제는 ICT 기업들이 고객에 대한 고급 정보를 바탕으로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금융기관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금융기관과 경쟁해 금융기관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자동화와 인공지능 로봇이 노동시장을 대체하면서 기술을 소유한 자와 아닌 자 간의 양극화 역시 중요한 이슈다. 특히, 교육, 소득수준 등에 따라 커지는 정보 접근성과 서비스 활용 수준의 격차는 데이터가 고부가가치로서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미래 사회에서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 금융 산업의 디지털 혁신 전략
제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2016년 스위스계 은행인 UBS가 WEF에서 발표한 제4차 산업혁명 적응 수준*****에서 한국은 25위에 그쳤다.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규제 정책,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그리고 사회 안전망의 재검토에 이르기까지 준비해야 할 사안이 산적하다. 특히, 기존 산업과 비즈니스가 통합되거나 사라지면서 초래되는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한 대응 전략 수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 제4차 산업혁명 적응 수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기술 수준, 교육 수준, 인프라 수준,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를 가지고 평가한 결과로 스위스가 1위, 미국이 4위, 일본이 12위에 랭크됐다.
금융 산업에서 가장 당면한 과제는 핀테크 분야에서 글로벌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스스로 핀테크의 융합과 혁신 방안을 모색하되 성장을 저해하는 잔존 규제를 철폐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과 협조해 개선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할 필요가 있다. 실제, 우리은행은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에 위비뱅크를 진출시켰으며, 신한은행 역시 베트남에 써니뱅크를 선보인 바 있다. 새로운 금융 허브로 떠오르는 중국과 인도 금융시장, 개발도상국의 중산층 증가로 인한 금융시장의 변화, 아프리카 등 금융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신규 시장 등 다양한 기회가 있고 이를 포착·활용해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기반의 핀테크 인큐베이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공개 등으로 생태계를 조성하고, 디지털화한 조직으로의 변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데이터 분석력 제고를 위해 데이터의 축적 및 연계 활용 계획 수립, 전문 인력 및 기술에 대한 투자와 경험 확보 등이 요구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금융기관의 미래는 데이터의 획득과 보호, 그리고 이를 활용한 이익 창출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 수준에 달려 있으며, 미래 금융기관은 빅데이터 회사가 되지 않으면 강력한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줄어드는 일자리와 변화하는 근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금융인들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직업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주입식 학습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상호협력적인 방식으로 개방되고, 참여자가 결정하며, 다른 영역과 공유되는 직업교육 방식을 통해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그동안의 직무교육이 회계, 재무 등 상경 계통의 지식에 무게중심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사이언스, 인공지능, 통계학 등의 지식영역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향후, 금융 교육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글로벌 인재 양성과 더불어 창의력(Creativity)을 갖춘 금융 전문 기술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활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며, 향후 금융과 금융인의 미래는 금융인들의 학습 역량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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