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과 금융 산업의 혁신

2017.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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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이란 디지털(모바일), 물리적(로봇), 생물학적(생명공학) 기술 간의 융합으로 촉발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뜻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 온·오프라인의 구분 없는 연결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의 근본적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며, 금융 산업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글 김예구 KB금융지주 연구위원

 

제4차 산업혁명과 금융 산업 영향 이미 최신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서비스를 혁신하기 시작하면서, ‘기술(Technology)’이 금융 산업의 가장 큰 변화 동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은행업 경영자의 72%가 비금융사의 금융시장 진입을 매우 위협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중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다른 금융사보다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및 핀테크 스타트업을 꼽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금융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기술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한다(Machine Learning)’는 의미의 ‘인공지능(AI)’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서비스 자동화는 인간이 자신의 노하우를 기계에게 알려 주는 ‘규칙 기반(Rule-based)’ 방식이었기 때문에 인간보다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계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는 기술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면서 인간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서비스로의 진화가 가능하게 됐으며, ‘알파고’의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목격할 수 있었다. 금융 산업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될 경우 고객과의 상담 히스토리를 분석해 맞춤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챗봇(Chatbot), 축적된 여신 데이터를 활용해 스스로 개선되는 신용평가 모델 등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금융투자업에서는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자동화된 방식으로 자산 운용 및 리밸런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장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 자산을 배분하고 투자 성과에 기반을 둬 더 나은 투자 전략을 학습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고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중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공지능 기술의 가치는 양질의 데이터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축적·처리·분석하는 ‘빅데이터’ 관련 기술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금융 데이터는 IT 기업이 확보하지 못한 금융사만의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크다. 하둡(Hadoop)과 같은 분산 처리 시스템(Distributed File System), 클라우드 컴퓨팅 등 빅데이터 수집 및 처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금융권에서도 이를 신속히 도입하려는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금융사의 경우 정형화된 데이터뿐만 아니라 콜센터를 통한 음성(Voice) 데이터, 비대면 실명 인증을 통한 이미지(Image) 데이터, 온라인 채널을 통한 웹·앱 로그(Log) 데이터 등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수집·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은 다양한 사물들이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환경으로 사물의 상태, 사용자의 행동 패턴 등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고(Data Richness), 원거리에서도 사물을 실시간 통제할 수 있다는 점(Controllability)에서 기술적 가치가 크다. 보험 산업에서는 이미 텔레매틱스(Telematics)를 통해 운전자의 행동 패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보험료에 차등을 두는 자동차보험 등 사물인터넷 개념의 보험 상품들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10대 전략 기술 중 하나로 꼽은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은 공인된 제3자 없이도 거래 기록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분산화된 거래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존 금융 시스템을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모든 참여자가 함께 거래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때문에 구성원 간 직접 거래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정보가 분산돼 관리됨에 따라 특정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보안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블록체인 연구는 초기 기술 검증 및 유스케이스(Use Case) 평가 단계에서 금융기관 및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의 서비스 론칭, 금융 감독기관의 적극적 도입 유도 등 조기 도입(Early Adoption)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금융당국(MAS)은 블록체인 기반 은행 간 지급결제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등 국가 차원의 금융 인프라 고도화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금융 산업의 혁신과 생존 요건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금융계에서 마지막으로 일어났던 혁신 사례는 현금자동입출기(ATM, 1967년 발명)였다”라고 밝힐 정도로 금융 산업은 기술 혁신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은 기술이 주도하는 산업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금융 산업의 경우에도 기술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가 “우리는 금융사가 아닌 테크(Tech) 기업이다”라고 밝히며 다수의 테크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금융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직 내부의 변화 속도가 외부의 변화 속도보다 느리면, 종말이 곧 다가올 것이다”라는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의 말처럼 혁신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직 및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개별 금융기관의 독자적 노력으로 모든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망 기술을 갖춘 핀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혁신 역량을 높이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금융사들이 자신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공개해 기술 혁신에 다양한 외부 플레이어들을 참여시키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거 금융 지식이 풍부한 인력 선발에만 초점을 맞추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에 친숙한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관리하는 프로세스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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