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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전략 새로 짜는 증권사들

2017.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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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증권사들의 전성시대다. 시중은행 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평생 은행만 활용했던 사람들이 증권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원금 손실의 가능성을 무릅쓰고 기대수익률을 높이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들은 공모주를 청약하거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등을 청약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의 지명도도 높아졌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주요 대형 증권사들의 이름은 대부분 알고 있다. TV를 틀어도 증권사들이 눈에 띈다. 합병 작업을 마무리한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등이 연일 TV 광고를 집행하며 이름 알리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글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차장

증권사들의 덩치 역시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표한 ‘국내 증권업 경쟁도와 구조 변화’에 따르면 국내 증권업의 규모를 나타내는 증권사 자기자본 총계는 2002년 기준 11조2000억 원에서 2015년 6월 43조1000억 원 규모로 10여 년 사이 거의 4배 정도 증가했다. 덩치가 큰 증권사에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내놓은 지난해엔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치열해진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

회사의 외형을 불리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자본금이 큰 증권사에 혜택을 몰아주는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자본금 공격적으로 늘리는 회사들이 많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자본금이 많은 증권사는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미래에셋대우이며 6조70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대형화 경쟁을 이해하려면 지난해 정부가 발표해 올해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3조 원 이상, 4조 원 이상, 8조 원 이상 등 3단계로 세분화한 뒤 각각 차별화된 업무를 허용하는 게 이 방안의 뼈대다.
증권사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으로 몸집을 키우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1년 이내 어음 발행 업무를 할 수 있다. 어음은 회사채보다 발행 절차가 간편해 손쉬운 자금 조달 수단이지만 그동안 증권사에 허용되지 않았다. 어음발행액은 주가연계증권(ELS)과 달리 레버리지 비율(총자산/자기자본) 산정에서 제외된다. 다만 어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의 50% 이상은 기업 대출에 써야 한다. 어음 발행 업무가 시작되면 증권사들의 이익도 늘게 된다. 이론적으로 자본금 4조 원짜리 증권사가 어음 발행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이익은 연간 1600억 원에 이른다. 대출 금리와 조달 금리의 차이가 2%이며 자본금의 100%를 어음 발행을 위해 쓴다는 전제로 한 계산이다.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인 초대형 IB로 진입하면 추가로 종합금융투자계좌(IMA)를 운용할 수 있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자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원금과 일정 수익을 지급하는 투자 상품이다. 초대형 IB는 발행액에 제한 없이 IMA 자금을 유치해 회사채, 기업대출 등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집중 운용할 수 있다. 업계에선 IMA를 아이디어에 따라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등 자기자본이 많은 증권사들이 수년 내에 8조 원 업체로 발돋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에만 겸업이 허용된 부동산 담보 신탁 업무가 가능해진다는 점도 ‘8조 원 증권사’의 특권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형 증권사 육성책에 따라 초대형 IB로 분류되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빅 5 증권사’들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구도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론 자본금 확충을 위해 이익이 줄어들 수 있지만 시장지배력은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대형 IB(자본금 3조 원 이상) 육성책을 내놓은 후 대형사들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됐던 2011년의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좀처럼 늘지 않는 이익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익이 늘어나는 속도는 더디기 이를 때 없다. 과거 주된 수익 파이프라인이었던 주식 중계 수수료 시장은 몇 년째 정체 상태이며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줄고 있다. 증권사 순영업수익에서 주식 위탁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72%에서 2015년 39%로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태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코스피 지수 1800~2200)에 갇히면서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 상장주관과 인수·합병(M&A) 중개 등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 지표를 바꿔놓을 수준은 아니다.
수익성에 대한 고민은 대형 증권사일수록 크다. 초대형 IB가 되기 위해 자기자본을 늘렸지만 자본 대비 이익 증가율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기자본이 4조 원이 넘는 5개 증권사의 지난해 평균 ROE(잠정 실적 기준)는 3.28%에 불과했다. 전년 평균인 7.03%의 절반 수준이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ROE는 당기순이익을 연평균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ROE가 높을수록 투입된 자본 대비 순이익을 많이 냈다는 의미다. 지난해 거래대금 감소로 위탁매매 수익이 줄고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평가 손실 때문에 순이익이 줄어든 데다 ‘초대형 IB’로 발돋움하기 위한 합병, 유상증자 등으로 자기자본 규모를 늘리면서 ROE가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으로 새롭게 출발한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이 6조7000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합병 비용 부담 때문에 순이익은 전년 대비 94.7% 줄어든 160억 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2015년 합병 전 각각 7%와 6%였던 ROE도 통합 후 0.3%로 내려앉았다. 현대증권과 합친 KB증권도 자기자본이 4조1000억 원 규모로 늘었지만 지난해 4300만 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 원대 증권사로 올라선 삼성증권 역시 ROE가 2015년 7.9%에서 지난해 4.7%로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8.6%에서 6.3%로 ROE 수치가 하락했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를 찾아라”

증권사들은 저조한 수익성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초대형 IB에 편입되면서 새로 허용된 업무들이 이익을 내주기를 기다릴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증권사들이 첫손에 꼽는 대안은 자산관리 시장이다. 한 번 고객의 자산을 유치하면 매년 안정적으로 상품 판매 수수료와 계좌 관리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다. 국내 경기가 신통치 않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의 저축성 자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5년까지 국민들의 저축성 자산은 연평균 9.3%씩 증가했다. 전체 저축성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6.5%에서 2014년 8.3%, 2015년 9.6%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증권사들이 자산관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활용하는 대표적인 전략은 ‘크고 화려한 점포’다. 증권사를 찾는 손님들이 수시로 들러 놀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주식뿐 아니라 세무, 부동산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곳에 배치,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한 것도 최근 문을 연 대형 점포들의 특징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2가에 있는 삼성증권 강북금융센터가 대형 점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지점엔 일반 점포보다 10배 많은 100여 명이 상주하며 100명 이상을 상대로 강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갖추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 역시 고급화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08년 문을 연 이곳은 전문 음향 시설과 스크린, 와인바 등을 갖춰 고액자산가의 ‘사랑방’으로 유명하다. 프라이빗뱅커(PB)들이 자신의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와인 시음회를 열기도 하고, 신인 작가의 미술작품도 전시한다. 2만 권의 장서와 함께 도서관을 갖춘 대신증권 명동 본점이나 책방, 카페, 공연장 등을 한 공간에 들인 신영증권 여의도점 등도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대신증권 명동 본점 5층 도서관

하나금융투자 청담센터.

온라인과 모바일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오프라인 점포를 찾기 힘든 직장인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서비스가 원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증권사 홈페이지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한 매매를 주선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산 배분에 대해 조언하고 알아서 포트폴리오를 짜 주기도 한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2월 개편 작업을 마무리한 ‘신한 알파’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그램의 로그인은 지문을 통해 이뤄지며 비대면 계좌 개설, 증권 거래, 종합자산관리 업무 등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투자 관심도와 적정 매수 시점을 제시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대신증권의 ‘챗봇(Chatbot)’도 과거에는 없었던 서비스다. 인공지능(AI)을 갖춘 로봇이 채팅을 통해 24시간, 365일 고객들의 상담을 받는다.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방식이 도입된 프로그램으로 방대한 데이터 분석 작업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자산운용사의 영역으로 진출, 증권사가 직접 펀드를 운용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정부가 증권사의 헤지펀드(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사업을 허용하면서 생긴 변화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지난해 8월 3000억 원 규모의 헤지펀드 상품 ‘NH앱솔루트 리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를 선보인 NH투자증권이다. 뒤를 이어 토러스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신영증권 등도 헤지펀드를 선보였다. 사모로 발행되는 헤지펀드는 목표수익률을 넘어설 경우 이익금의 10% 안팎을 성공 보수로 뗄 수 있다. 시장에 안착만 하면 일반적인 공모펀드 이상으로 수익에 보탬이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소 증권사들도 생존 위해 안간힘

증권업계의 대형화 경쟁은 중소형 증권사들에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다. 자본 확충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조 단위의 자금을 짧은 시간에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중소형 증권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특화 증권사로 남는 것이다. 증권업계 업무 영역이 늘어나면서 덩치가 작고 기민한 조직이 유리한 분야들이 생기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키움증권은 개인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점유율을 토대로 온라인 자산관리 시장을 키우는 쪽으로 성장 전략을 잡았다. 지점을 방문하는 대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 있는 서비스다.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해외 주식 중개에 집중하겠다는 곳도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일본 아이자와증권과 업무 제휴를 맺어 리서치 자료 등을 공유하고 있다. 동부증권은 미국 중소형 증권사인 ‘부티크’를 벤치마킹해 고객사에 맞춤형 I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소기업 자금 조달 업무도 덩치가 작은 증권사에 알맞은 먹을거리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중소형 증권사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중소·벤처기업 자금 조달 업무에 특화한 ‘중기(中企) 전문 IB’를 지정했다.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이 정부가 지정한 중기 전문 IB들이다. 이들은 중소기업 관련 회사채 발행이나 M&A 전용 펀드 주관사 선정 등에서 우대를 받게 된다. 똑같은 중기 지원 업무라하더라도 회사마다 세부 전략이 다르다. 유안타증권은 중화권 전문 증권사의 장점을 살려 국내 유망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돕고 중국주식 중개에 힘쓰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중소·벤처기업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SME금융팀을 신설하고 연구 인력도 강화했다.
한국 중소형 증권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1990년대 일본 증권업계의 모습과 닮아 있다. 1990년 227개에 이르던 일본 증권사 중 147개사가 1990년대 말 도산했다. 증권업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뀌고 수수료가 자율화되는 등 변화를 거치면서 중소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었다. 생존 업체들의 공통점은 특화였다. 온라인 전문 증권사, 기업금융 전문 증권사와 같은 틈새시장을 겨냥한 전문 증권사들이 늘면서 증권업 생태계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았다. 중국 주식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도요증권과 비상장주식 매매에 특화된 디브레인증권 등이 특화 증권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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