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로봇의 부상은 일자리 종말을 가져올 것인가?

2017.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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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 전 부활절 오전의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를 촬영한 사진이 있다. 1901년 거리는 수많은 마차들 속에 자동차 한 대가 홀로 달리고 있지만 1913년 같은 거리에는 마차는 사라지고 자동차가 거리를 가득 매우고 있다. 1886년부터 마차를 만들던 윌리엄 듀란트(William Durant)는 자동차의 위협이 시작되는 이 시기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마차를 제품이 아닌 운송수단으로 생각해 1904년 초창기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고 1908년 제너럴모터스(GM)를 설립하게 된다. 새로운 사업모델도 등장했지만, 새로운 직업들도 무수히 생기는 계기가 됐다.

 


 

글 정성일 딜로이트 안진 전무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위협을 논하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1901년(왼쪽)과 1913년 뉴욕 맨해튼 거리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산업혁명 이후 200여 년간 기술 발전으로 승자와 패자가 엇갈렸지만,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궁극적으로는 국부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는 확신이 있었다. 실례로 1900년 미국인의 41%를 차지했던 농민이 2000년에는 2%로 떨어졌지만 농업 생산물은 훨씬 더 많이 늘었다. 농촌을 떠난 농민의 후손들은 도시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수입도 선대(先代)보다 많았다. 그러나 2010년 구글(Google)의 무인자동차 발표는 물론 불과 1년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알파고의 능력을 확인한 뒤, 인간만이 할 수 있던 다양한 영역이 로봇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기업들은 더 많은 부를 창출하게 되겠지만, 실업자는 더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최근 딜로이트(Deloitte)의 ‘2017 세계 인적자본 트렌드(Global Human Capital Trend)’ 조사에서 31%의 기업이 인공지능(AI) 및 로봇을 구현하고 적용하는 중이고, 34%가 ​​선택한 분야를 시범 수행 중이다. 그리고 10%는 이 분야에 의해서 완전히 자동화됐거나 고도로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미래 근무 시나리오의 영향에 대해 기업에 질문했을 때 20%만이 일자리 수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기업(77%)은 사람들에게 기술을 사용하도록 재교육하거나 인적 기술을 보다 잘 활용하기 위해 일자리를 재설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17%의 글로벌 임원들만이 사람과 로봇, AI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한다고 답했다. 또 기업 내에서 계약직 및 사람의 재능 활용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모색할 계획에 대해 질문했을 때 이야기는 상당히 달랐다. 66%의 회사들이 회사 밖에서 필요한 재능을 찾아 사용하는 것이 향후 3~5년 내에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즉, 회사 내에 모든 인적자원(HR)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해당 자원을 일시적으로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이와 같은 현상들은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아마존(Amazo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은 최신 기술을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쇼핑의 편리함을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많은 업무가 자동화되고 고객 중심의 편리한 쇼핑 방식이 적용된 덕분에 매출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아마존은 2016년에만 26개의 새로운 창고를 짓는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키바(Kiva)’라는 로봇으로 인간보다 4배 빠른 속도로 물건을 찾고 배송하도록 해 그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미국 지역자립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인 ‘아마존 목 조르기(Amazon’s stranglehold)’에 따르면 2014년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약 20억 달러어치 물건을 팔았으나 직원은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또한 연휴 기간 동안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약 12만 명을 임시 채용해 인력을 약 40%까지 확대하고, 로봇 및 인지기술을 이용해 신속하게 교육시켜 업무에 배치했다.

 

로봇 대체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 시장, 우리나라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제로봇협회(IFR)에서 발표한 ‘로봇 밀도 높은 나라’에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 1만 명당 478대로 세계 평균에 무려 7배 이상이다. 주로 제조업에 자동화와 로봇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5년 산업용 로봇 도입으로 인건비가 가장 많이 줄어들 것(33%)으로 예상했다. 이미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고, 그중 로봇 등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제조업과 영세 서비스업의 일자리 비중이 높아 다른 어떤 나라보다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통계와 사례에서 보듯이 로봇, AI의 적용은 어떤 관점에서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에 딜로이트는 몇 가지 관점의 준비를 주문한다. ‘향후의 미래’는 향후 5년 내에 가장 빠르게 가속화될 것이다. 무어의 법칙을 수립한 지 50년이 지난 지금, 컴퓨팅 능력은 계속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로봇공학 및 기계학습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빅데이터 관련 업무는 계속 확대되며 경우에 따라 이를 대체하기 위한 인지기술이 계속해서 가속화되고, 널리 배포되고, 채택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업무, 노동력 및 작업장 문제가 인적자원 및 비즈니스 리더의 관심사와 의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도전 과제는 주요 업무 및 기능(조직) 간의 노력 및 협업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미래를 너무 암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직업도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2014년에 “10년 후 일자리 60%는 아직 탄생하지도 않았다”며 “증강현실 건축가나 도시농업경영자, 소셜교육 전문가, 기후변화 전문가 등 새로운 직업이 생길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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