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의 완성형, 아마존고(Amazon GO)

2017.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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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유통 매장 아마존이 시애틀에 무인점포를 냈다. 계산 과정 없이 쇼핑을 마치도록 한 이 무인점포의 이름은 아마존고(Amazon GO). 이미 10년 전 IBM이 예측한 ‘미래 마켓’을 구현한 아마존고는 일자리 파괴자라는 우려와 유통 혁신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쇼핑이란 필요한 물품을 골라 돈을 내고 사는 행위다. 하지만 앞으로 쇼핑은 필요한 물품을 골라 가지고 나오는 행위로 바뀔 것이다. 무인점포 아마존고(Amazon GO)가 이를 현실화하고 있다.

 


 

글 이나영 기자

한 남자가 대형 마트에 들어온다. 카트도 없이 진열대 곳곳에 놓인 물건을 주머니와 품 안에 쓸어 담는다. 판매원과 보안요원이 의심의 눈초리로 남자를 쳐다본다. 두둑해진 외투를 입은 채 남자는 그대로 출입구를 나서고 주차권처럼 생긴 종이 한 장을 뽑아든다. 보안요원이 달려와 “잊은 것이 있다”고 말하자 남자는 방금 뽑은 종이 한 장을 보여주며 여유 있게 웃는다. 이미 계산은 끝나 있다. 보안요원이 인사를 건넨다. “Have a nice day~.”
2006년 IBM이 발표한 ‘미래 시장(The Future Market)’이라는 제목의 1분짜리 동영상이다. 남자가 출입문을 나서는 그 순간 전자태그(RFID)가 물건 값을 읽어내 계산을 끝낸다는 ‘미래 시장’. 이 동영상이 발표된 지 10년 만인 2016년 12월, 세계 최대 유통매장 아마존이 무인점포 ‘아마존고(Amazon GO)’를 열었다. 계산 과정이 없는 쇼핑, 이것은 현실화된 것이다. 보다 완벽한 모습으로.

 

https://youtu.be/eob532iEpqk

 

계산대 없는 쇼핑몰, 편리와 경제성의 극대화 이뤄

미국 시애틀에 시범적으로 문을 연 아마존고는 168㎡ 규모의 식료품 매장이다. 기존 유통매장과 다른 점은 계산원이 없는 무인점포라는 것이다. 계산대도 바코드를 찍는 단말기도 없다. 따라서 계산을 기다리는 기다란 줄도 없다. 그런데도 아마존고는 고객들이 산 물건 값을 어떻게 알아낼까?
아마존고에 입장하려는 고객은 휴대전화에 아마존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야 한다. 휴대전화에 QR코드를 생성시킨 뒤 매장에 들어간 고객은 물건을 골라 카트에 담은 뒤 그대로 매장을 나오면 된다. 고객이 고른 상품은 이미 QR코드에 입력돼 있기 때문에 출구를 빠져 나오는 순간, 선 등록된 카드 또는 계좌를 통해 결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아마존은 이러한 무인 결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컴퓨터 비전, 사물인터넷(IoT) 센서,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Deep Learning Algorithms)을 융합한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컴퓨터 비전과 IoT 기술이 고객의 ‘쇼핑 행위’ 인식

아마존고 매장의 가판대에는 고객이 물건을 집는 행위를 인식할 수 있는 다양한 IoT 장치가 설치돼 있다. 진열대에 설치된 카메라에는 고객의 손을 인식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이 접목돼 손이 물건에 닿자마자 연속 촬영을 해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 확인한다. 고객이 한 번 집어 들었던 상품을 다시 진열대에 가져다 놓을 경우 IoT 장치는 이를 정확히 인식해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의 앱 시스템은 계정의 장바구니에서 구매 물량을 가감하게 된다고.

 

 

무인점포의 완성형 구현한 아마존고

아마존고가 무인점포의 효시는 아니다. 이전에도 고객이 직접 계산대에서 구매한 상품의 바코드를 찍어 계산을 마치도록 하는 방법이 존재했다. 하지만 사실상 이 방법은 고객이 계산원이 할 일을 대신해 준 것뿐이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10월 롯데백화점이 분당점 식품 매장에 ‘스마트 쇼퍼(Smart Shopper)’를 선보인 바 있다. 스마트 쇼퍼 매장에서는 고객이 바코드 인식기가 달린 단말기를 받아 매장에 들어간 뒤 필요한 물품의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된다. 계산대에 단말기를 제출하고 결제하면 물품을 집으로 배송해 주는 시스템. 고객은 장바구니 한 번 들지 않고 쇼핑을 마칠 수 있지만 결국 고객이 골라 놓은 물건을 픽업할 직원은 필요하다.
반면, 월마트가 아마존고 출시 직후 선보인 ‘스캔앤고(Scan& Go)’는 무인점포에 거의 근접했다. 월마트는 고객이 ‘스캔앤고’ 앱을 다운로드 받은 뒤 매장에 들어가 필요한 상품의 바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하도록 했다. 앱에 구매 상품 목록이 저장되기 때문에 매장을 나갈 때 직원에게 전자 영수증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아마존고는 전자 영수증을 확인하는 직원조차 사라지게 했다. 물건을 스캔하고 영수증을 보여주는 수고조차 생략시킨 것이다. 고객들에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마존고는 매장 운영 측면에서도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고객의 이동 경로, 구매 내역, 진열대에 머무는 시간 등을 딥러닝 기술로 분석하면 이를 마케팅과 재고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미래는 현실화됐다…아마존고의 확대는 ‘예견된 미래’

현재 시애틀에 소재한 아마존고는 시범 매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마존 측은 올해 영국 런던에 공식 1호 매장을 개점하고 2020년까지 약 2000개 매장을 미국 전역에서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식료품 매장 근무 직원 340만 명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참고로 월마트가 자회사인 샘스클럽(Sam’s Club) 645개 매장에 스캔앤고를 도입한 여파로 올해 700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고의 확산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왜? 주차장이나 고속도로 요금 징수원이 이미 로봇에 일자리를 내줬지만 인간의 삶이 위축됐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기술의 진보가 반작용을 두려워한 적이 있던가. 아마존고가 ‘미래 시장’이라면 아마존고의 확대 역시 예견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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