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심이다’ 감성 담은 IT 제품
시(詩)를 읽을 때면 마음에 그려지는 빛깔과 소리, 촉감, 냄새 등을 심상(心象)이라고 한다. 일례로 김광균의 시 ‘외인촌’에 나오는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라는 구절은 청량한 소리와 화사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IT 제품들은 어떤 심상을 그리게 할까? 십중팔구는 딱딱하고 차가운 감각, 회색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융통성이라곤 없어 정이 가지 않는 사람을 ‘기계 같다’고 하는 말도 이런 연유에서 나왔을 듯하다.
글 정승희 IT칼럼니스트
IT 제품에 대한 인식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 감성과 이해, 배려를 담은 IT 제품들이 잇달아 나오는 요즘 추세를 보면 그렇다. IT 제품에 따스한 숨을 불어넣고 있는 주역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그리고 인간의 오감(五感) 역할을 하는 각종 센서들이다.
자동차 가치 기준 달라질까…사람과 교감하는 ‘친절한 자동차’
기술만 강조하던 기업들이 감성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정보기술(IT)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의 한쪽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자율주행 콘셉트카들이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됐다. 콘셉트카란 ‘앞으로 이런 차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면서 만들어 본 일종의 견본이다.
도요타와 혼다는 기술의 진보보다 어떤 기술이 인간에게 더욱 의미 있는지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도요타가 공개한 콘셉트카 ‘유이(愛i)’는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현재 운전자의 표정과 동작, 목소리 등을 살펴 피로한 정도를 측정한다. 만약 운전자가 피곤한 상태라면 자율주행으로 전환할 것을 추천하고, 기분이 나아질 만한 음악을 슬며시 틀어 준다.

도요타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愛i’. 도요타 제공
반대로 기분과 컨디션이 썩 괜찮아 보인다면 운전자가 좋아할 만한 드라이브 코스를 제안한다. 인공지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행동 등을 종합해 운전자의 취향을 어림잡고 거기에 맞춰 드라이브 코스를 고른다.
혼다의 콘셉트카 ‘뉴브이(NeuV)’도 탑승자와의 교감에 초점을 맞추고, 컨디션과 감정에 맞춰 주행 모드를 유연하게 바꿔 나가는 개념을 제시했다. 두 차량 모두 혼자 운전해도 외롭지 않다. 기분을 잘 맞춰 주는 친구와 즐거운 대화를 언제까지고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자동차는 없다. 만약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자동차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2014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영화 ‘그녀(Her)’를 보면 그런 상상의 힌트가 될 법하다. 아내와 별거 중인 주인공은 대화형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 데이트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심지어 친구들에게 “내 여자 친구야”라며 자랑스럽게 소개도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에게 사랑받은 것 이상으로, 사람에게 사랑을 되돌려주는 ‘따뜻한 자동차’들이 흔하게 거리를 내달리지 않을까.
소외된 이웃 보듬는 따스한 기술
은퇴 후 두메산골에 터를 잡은 70대 김 씨는 안과 진찰 시간이 돼 가자 스마트폰을 켠다. 원격화상을 통해 의사의 지시를 들으면서 스마트폰을 눈앞에 대면 눈의 건강상태가 의사에게 전송된다. 의사는 백내장 초기 증세가 관찰되니 조만간 병원에 오라고 당부했다. 오지에서도 도시 못지않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김 씨처럼 전원생활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이 고가의 진찰 도구를 대체할 가까운 미래에 오지 또는 낙도에서 일상화될 풍경이다. 이미 영국의 위생·열대(Hygiene & Tropical)의과대는 안질환 진단 애플리케이션 ‘피크비전’을 개발했고, 독일 의료기 회사 포토파인더는 스마트폰에 장착하면 피부를 20배 확대해 볼 수 있는 ‘핸디스코프’를 만들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각각 스마트폰을 활용한 맥박 측정기, 귀 검사기를 출시했다.
파킨슨병을 앓는 노인들은 손 떨림 증상 때문에 식사에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의 벤처기업 리프트랩스는 이들을 돕기 위해 ‘리프트웨어’ 숟가락을 개발했다. 이 숟가락은 손 떨림과 상반되는 방향으로 진동을 발생시킴으로써 흔들림을 줄여 환자의 안정적인 식사를 돕는다.
시각장애인 모두가 시야에 빛 하나 없는 암흑천지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각장애인 100명 중 86명은 약하게나마 빛을 볼 수 있다. 다만 사물과 풍경의 윤곽이 뭉개지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든 것이다.
3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시야를 되찾아 줄 콘셉트의 제품이 공개됐다. 각막 혼탁 또는 굴절 장애를 겪는 시각장애인이 삼성전자가 개발한 가상현실(VR) 기기 ‘릴루미노(Relumino: 빛을 되돌려 준다는 뜻의 라틴어)’를 착용하면 초점이 선명해지고 뒤틀림 현상이 줄어들어 사물을 또렷이 볼 수 있다. 이름처럼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돌려주는’ 따스한 기술의 등장인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시력을 보정해 주는 ‘릴루미노’.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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