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

2017. 3. 26

CLIPBOARD
image_pdf

글 서동욱 아주경제 기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 강주헌 역, 김영사

 

‘나와 세계’를 선택한 이유

세계적 문화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지은 훌륭한 책들 가운데 ‘나와 세계’를 추천하는 이유는 2가지다.
먼저 약 8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독자에게 두려움을 안겨 주는 다른 저서에 비해 이 책은 비교적 짧은 분량에 그의 철학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생리학자로 시작해 진화생물학과 생물지리학으로 영역을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역사와 문화인류학에까지 손을 뻗힌 특이한 경우다. 주로 개체가 진화를 통해 살아남은 과정과 인간 문화, 국가를 만들어 온 이유를 추적했다. 따라서 그의 문제 제기는 인간 생존과 직접 관련돼 있고, 그래서 때때로 섬뜩하다.

 

 

둘째로 ‘나와 세계’는 2017년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정치·경제적 문제를 조금 더 거시적이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와 줄 수 있다. 이 책은 지리적·제도적 요인이 국부에 미치는 영향, 급성장했지만 동시에 수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과거와 현재, 또 여러 국가의 위기와 이를 통해 배울 점 등을 담았다.

 

왜 제도가 중요할까

다이아몬드는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에 대해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을 나눠 설명한다. 지리적 요인을 보면 열대 국가가 온대 국가에 비해, 내륙지방에 위치한 국가가 해안을 접하고 있는 국가에 비해 가난하다. 지나치게 많은 지하자원도 부유한 나라가 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다.
물론 지리적으로 같은 환경을 지녀도 모두 부유하거나 가난한 건 아니다. 북한과 남한만 해도 경제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니 말이다. 부유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 ‘좋은 제도’는 필수적이다. 경제학자들이 내린 좋은 제도의 정의는 ‘국민 개개인에게 뭔가를 생산하고자 하는 의욕을 자극함으로써 국부의 증강을 유도하는 것’이다. 불평등으로 인해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입버릇처럼 쓰이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들으면 뜨끔할 만한 이야기다. 물론 혹자는 대한민국은 비교적 선진국에 가깝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부와 좋은 제도는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500년 전 부유했던 국가들은 나쁜 제도를 받아들여 가난해졌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중국 정화함대의 실패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중국의 과거와 현재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다이아몬드는 중국이 수천 년 전부터 정치적으로 통일된 까닭에 한번에 쉽게 흔들리는 ‘요동(Lurching)의 역사’를 겪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일찍이 항해에 나섰던 중국 정화 대함대는 오직 황제 한 명의 결심으로 원정 시도를 멈춰야만 했고, 다신 세계를 향해 나아가지 못했다. 반면 콜럼버스는 유럽의 다양한 왕조에 항해의 필요성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고, 결국 유럽은 세계를 정복했다. 열린 의사결정 과정과 다양한 사고가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이 새로운 도전과 이를 넘어 생존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 말해 주는 것이다. 역시 오늘날 우리 정치 문화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풍요를 계속 누리고자 한다면 해외 원조는 필수

이 책은 끝으로 과거에는 이타적인 관용으로 여겨졌던 해외 원조가 더 이상 너그러운 관용의 행위가 아니라 편안히 살고 싶은 욕심에 기반을 둔 이기적인 행위가 됐다고 말한다. 세계화로 인해 에이즈, 에볼라 등 가난한 국가의 질병은 부유한 국가로 이전된다. 빈곤한 국가의 국민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부유한 국가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다양한 국가에서 이민자 문제를 야기한다. 일부는 국내에서 폭동을 일으키거나 국제적으로 테러를 일으키는 등 폭력을 사용해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국가 간, 국가 내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말이다.

 

함께 읽으면 좋을 도서 –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 김진준 역, 문학사상사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재레드 다이아몬드 최고의 역작으로 꼽힐 책. 제목 그대로 총기와 병균과 금속이 역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800쪽 가까운 분량으로 풀어냈다. 이를 통해 왜 어떤 민족들은 다른 민족들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이 됐는지, 왜 어떤 국가는 다른 국가에 비해 도태되고 말았는지 알아본다.
다이아몬드는 이 책으로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2005년 12월 새롭게 출간된 개정신판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그는 진화생물학자로서의 지식과 연구 경험을 살려 대륙 간 토지 환경, 기후, 구성 동식물의 차이가 어떻게 문명의 차이로 발전해 왔는지를 연구했다. 수렵 채집 단계를 넘어서 농경을 하게 된 일부 사회들은 문자와 기술, 정부, 제도뿐만 아니라 병원균도 손에 얻었고 강력한 무기들도 개발할 수 있었다. 이 사회와 국가는 질병과 무기의 도움으로 다른 민족들을 희생시키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했다.
그 대표적인 예는 지난 500여 년간 유럽인의 비유럽인 정복이다. 콜럼버스를 비롯한 유럽인들은 발달한 항해술과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대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스페인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총, 갑옷과 같은 무기로 무장해 잉카제국의 황제 아타우알파에게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스페인 이주민이 파나마와 콜롬비아에 도착한 후부터 남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서 번지기 시작한 천연두는 제국을 정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다이아몬드는 역사 속에서 단편적으로 보이는 사건에도 무수히 많은 변수가 있음을 짚어 낸다. 가축화, 작물화의 재료인 야생 동식물 종의 차이, 확산과 이동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지리적 요인, 각 대륙의 면적 및 전체 인구 규모의 차이가 바로 그것들이다.
이 책이 고려한 다양한 변수들은 지역과 국가의 문화·제도적 특성을 논리적이고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 저작권법에 의하여 해당 콘텐츠는 코스콤 홈페이지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 따라서, 해당 콘텐츠는 사전 동의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