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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비워낼 때,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다

2017.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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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지영희

 

비워내고 싶어지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주변을 ‘비워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말에 내 자신도 덩달아 설레고 있다. 그동안 버릴 줄 몰랐던, 정리가 안 됐던 내 주변을 말끔히 청소할 수 있을까. 20대 후반부터 지금껏 10년 이상 한 해도 쉬지 않고, 사회생활을 해 오던 나는 생애전환기를 맞아 과감히 쉼표를 갖게 됐다.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직장이라는 ‘콘텐츠’를 툭 버린 것이다.

옛날에는 ‘과연 내가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워커홀릭이라기보다는 생계라는 큰 인생의 목표에서 흔들림 없는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결국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가 돼서야 내 인생에 드디어 나를 중심으로 두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주변을 비워내는 일에 집중하게 됐다.

 

미니멀 인생 도전

요즘을 미니멀리즘 시대라고 한다. 2015년부터 유럽, 미국에서 불던 미니멀 바람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상륙한 이 미니멀리즘은 ‘미니멀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우리 주변을 변화시키고 있는 듯하다. 혹자는 전 세계가 저성장이라는 극도의 불황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삶의 기조라고 이야기하지만, 이제 전 세계인은 맥시멈의 삶에서 자신을 잃어버렸던 세월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쓸데없는 혹은 과도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무언가를 거두고, 오롯이 나를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4월이면 20여 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세종시로 이사를 간다. 예전 같으면 시골뜨기가 서울로 상경해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다시 시골로 내려가는 이미지가 그려져 주변에 알리기도 싫었을뿐더러 ‘다음에 인(in) 서울 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서울에서 꾸역꾸역 살았을 테지만, 기회가 왔을 때 어서 빨리 내려가고 싶어졌다. 오랫동안 계획했다기보다는, 거의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나를 오롯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았다. 계속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이어갔다면 가지지 못할, 어쩌면 한 번도 살면서 가지지 못한 나만의 시간. 이제 갖게 되는 것이다.

 

버리자, 버리자, 안 된다, 안 된다

다시 미니멀 라이프로 돌아와서 이사를 가게 돼도, 다시 지금의 나를 둘러싼 짐들을 가지고 있다면, 여전히 나를 돌아보지 못한 삶을 살게 된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계획을 짜 보려 한다.
‘호더(Hoarder)’라는 말이 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일종의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인데, 가령 함께 사는 칠순의 노모는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꼭 사용할 때가 있으니, 친척 집이나 친구 집에 다녀오면 그 집에서 안 쓰는 물건들을 가져와 집에 부리신다. 물론 엄마의 마음(돈을 쓰지 마라)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집에 있는 물건 중 절반 이상은 지금 당장 쓰지 않는, 곤도 마리에 식으로 말하면 전혀 설레지 않는 물건들이다. 각기 다른 모양의 냄비들, 온갖 코트, 가방, 신발, 어린이 전집 등 식구들 어느 누구도 엄마가 가져오는 물건들을 애용하지 않는다.

햇살 좋던 어느 날, 눈을 질끈 감고 이 물건들을 몽땅 버렸다. 일부는 엄마 몰래, 일부는 엄마와 싸우며, 버리고 또 버렸다. 한창 저항할 나이인 아홉 살 딸하고도 싸워야 했다. 갓난아이 때부터 갖고 놀았던 장난감을 이제와 정신 차리고 버리려 하니 발목을 붙들고 안 된다고 안 된다고 울부짖는 딸을 달래고, 어르고, 화를 내며 버리고 또 버렸다. 이젠 나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안방 벽면을 한가득 차지하고 있는 책들, 언제 사용했는지도 모를 서류들, 그리고 먼지만 그득하게 쌓여 가는 책들도 정리해야 했다. ‘못 버립니다!’라고 나 역시도 울부짖었지만, 그래도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잘 버렸다.

물론 쓰레기봉투에 차곡차곡 쌓아서 버리지만은 않았다. 책은 중고서점으로 보내고, 장난감과 옷은 기부센터 등으로 보내면서 마음 속 보람도 느꼈다. 버리면서 공부도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정리하기, 미니멀 라이프라는 검색어를 치면 수없이 등장하는 ‘미니멀하게 사는 법’. 그중 내 맘에 드는 방법 하나를 골라 속는 셈치고 따라해 본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이것이다.

‘불편하면 바로 멈춰라.’

간단하게 말해 미니멀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 강박이니 이 역시도 나를 얽매는 포승이 된다면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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