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지고 있는 금융투자 규제의 벽

2019.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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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이성복

 

2018년 11월 1일 금융위원회는 4대 추진전략과 12개 세부과제로 구성된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발표하였다(관계기관 합동, 2018). 이 중 하나가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영업행위규제를 재정비하여 금융투자업자의 자금중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후 7개월이 지난 2019년 5월 27일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업에 대한 영업행위규제를 금융투자업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발표하였다(금융위원회, 2019).

금융투자업 영업행위 개선방안 주요 내용

1) 차이니즈월규제 개선방안
금융투자업자의 사내ㆍ외 정보교류를 차단하는 차이니즈월규제의 가장 주된 목적은 이해상충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행 차이니즈월규제는 금융투자업의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위원회는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를 제시하였다(금융위원회, 2019).

첫째, 현행 차이니즈월규제는 칸막이 설치대상을 업무단위로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면, 투자매매업 등 자기재산 운용업무와 집합투자업ㆍ신탁업 등 타인재산 운용업무는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현행 규제에서는 차이니즈월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다. 기업금융업무는 증권발행 계획, M&A 등 기업의 미공개 중요정보를 취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른 금융투자업 전반 및 고유재산 운용업무와 구분하여 운용토록 규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업무단위별로 정보교류를 차단하는 현행 규제가 새로운 방식의 업무 결합이나 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둘째, 자율규제로 정할 수 있는 세부사항까지 법령에서 직접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본시장법령에서는 정보교류 금지대상 정보로 금융투자업자 또는 투자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 및 소유현황 정보, 기업금융업무 과정에서 지득한 미공개 중요정보 등을 세세하게 나열하고 있다. 차이니즈월 설치대상 업무의 독립된 부서구분과 업무처리, 임ㆍ직원의 겸직금지, 회의 또는 통신 시 기록유지 의무 등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사무공간을 물리적인 벽ㆍ칸막이로 분리하고 전산자료의 공동열람까지도 금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준칙 중심의 현행 규제가 금융투자업자의 특성에 따른 사업모델 차별화를 제약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와 달리 해외에서는 차이니즈월규제가 자율규제이거나, 법령에서 큰 원칙만 제시하고 세부내용은 회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법률에서 증권회사의 미공개 중요정보의 부정이용을 차단하기 위한 내부통제장치 구축만을 의무화하고 있다. 회사가 차이니즈월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이해상충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금융당국이 엄격하게 제재한다. 영국의 경우 금융회사가 이해상충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만을 선언하고 금융회사가 세부 운영에 관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법령에서 고객과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보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관련 업무를 적절하게 감시하기 위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원칙만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사외 차이니즈월규제도 법령에서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금융투자업자와 계열회사 간, 집합투자업자와 집합투자증권 판매회사 간, 외국 금융투자업자의 국내지점과 외국 금융투자업자 간에도 차이니즈월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외 차이니즈월 간에도 정보교류 금지, 임ㆍ직원 겸직 금지, 물리적 공간 분리 등을 구체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행 규제로 인해 계열회사 간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고 금융투자업자의 효율적 조직운영에도 애로가 있다는 평가한다.

넷째, 사전규제는 강하지만 사후제재는 약하다. 금융위원회는 신분제재로 이해상충을 악용한 부당한 금전이득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또한 현행 차이니즈월규제는 이해상충행위를 금지하는 행위규제와도 중복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금융투자업자 임ㆍ직원이 미공개 기업정보를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이용하는 행위(insider trading), 선행매매(front running), 펀드재산으로 인수한 증권을 매수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행 차이니즈월규제의 개선에 맞게 이해상충행위규제도 조정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2019년 5월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투자업 차이니즈월규제 개선방안⸥의 주요골자는 아래 표와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 차이니즈월규제 개선방안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차이니즈월규제를 업무단위 규제에서 정보단위 규제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정보는 전통적 증권업과 관련하여 생산되는 미공개 중요정보와 고객재산 관리·운영과 관련하여 생산되는 고객자산 운용정보로 구분하였다. 이는 정보교류 자체를 차단했던 현행 규제를 이해상충을 실질적으로 야기할 수 있는 정보의 오ㆍ남용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개선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둘째, 법령에서 정보교류 차단을 위한 필수원칙과 공통원칙만을 제시하고 임직원 겸직제한 등 인적교류 금지, 사무공간 분리 등 물리적 차단과 같은 형식적 규제는 폐지하기로 하였다. 필수원칙으로는 미공개 중요정보의 경우 상시로 정보가 발생하지 않는 특성을 고려해 불필요한 정보교류를 차단하는 절차를, 고객자산 운용정보의 경우 상시로 정보가 발생하는 특성을 고려해 관련 정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규제를 마련하기로 하였다. 공통원칙으로는 예외적 정보교류 허용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할 의무와 정보제공 관련 기록을 유지ㆍ관리할 의무를 마련하기로 하였다.

셋째, 계열회사 등과의 사외 차이니즈월규제도 사내 차이니즈월규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개선하기로 하였다. 예를 들면, 계열회사 등 외부와의 정보교류 차단을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을 의무화하고 구체적 운영방식은 자율규제 형식으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또한 계열회사 등과의 임직원 겸직제한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규제수준으로 완화하기로 하였다. 물리적 차단 의무 등 형식적 규제도 법령에서 폐지하기로 하였다.
넷째, 차이니즈월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만큼 금융투자업자의 차이니즈월 운영과 관련된 회사의 내부통제와 정보 오ㆍ남용 이용행위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였다. 기업에 대한 중요정보를 이용하기에 앞서 미공개 중요정보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였다. 정보교류 차단절차의 적절성과 임직원의 이해상충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였다. 이에 대한 임직원 교육도 신설하도록 하였다. 고객재산 운용정보를 활용하여 본인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추구하게 하는 행위도 금지하기로 하였다. 현행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로 규정된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와 조사분석자료 사전제공 금지조항을 법령상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정하기로 하였다. 사후제재도 신분적 제재를 강화하고 금전적 제재도 부과하기로 하였다.

2) 업무위탁규제 및 겸영ㆍ부수업무규제 개선방안
우리나라 금융업은 전업주의와 허가주의를 근간으로 발전하였다. 즉 이종 금융업 진입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왔고 각 금융업 인ㆍ허가ㆍ등록 요건도 까다롭다. 이 때문에 업무위탁규제도 제한적이거나 경직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업무위탁규제는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고 있어 ⸢금융기관의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의 규제를 받는 은행이나 보험업권에 비교해 더 경직적이고, 업무위탁 가능업무도 제한적이다. 인가ㆍ등록업무와 직접 관련된 본질적 업무 중 핵심업무는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없다. 비핵심업무는 수탁자가 위탁업무의 인가ㆍ등록을 받은 경우에 한하여 위탁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자의 경우 재위탁이 전면 허용되어 있는 타 금융업권과 달리 재위탁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다만 투자자보호를 해하지 않는 전산관리ㆍ운영 업무, 고지서 등 발송 업무, 조사분석 업무, 법률검토 업무 등 특정 업무에 대해서만 위탁자의 동의를 받아 재위탁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자는 타 금융업권과 동일하게 수탁자가 위탁업무를 수행하기 7일 전에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현행 규제가 IT기업과의 업무제휴를 통한 금융투자업자의 핵심업무 효율화를 제한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와 달리 미국ㆍ영국ㆍEU 등 해외 주요국은 업무위탁 범위 자체를 제한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금융회사의 업무위탁을 법령에서 규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금융회사에게 업무위탁에 따른 리스크관리와 소비자보호 책임을 명확하게 요구하고 있다. 영국도 미국의 경우와 유사하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질이나 금융당국의 모니터링 능력을 현저하게 저하하지 않으면 어떤 업무라도 업무위탁이 가능하다. EU의 경우 핵심업무라도 수탁자가 인ㆍ허가 받은 경우에 업무위탁이 가능하다.

2019년 5월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투자업 업무위탁규제 및 겸영ㆍ부수업무규제 개선방안⸥의 주요골자는 아래 표와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 업무위탁규제 개선방안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투자업자의 본질적 업무에 대한 핵심업무와 非핵심업무의 구분을 폐지하고 핵심업무에 대한 위탁을 허용하기로 하였다. 둘째, IT 업체와의 협업 증가 등 경영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본질적 업무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하였다. 매매주문의 접수ㆍ전달ㆍ집행 및 확인업무를 본질적 업무에서 제외하고 해당업무를 투자매매ㆍ중개업 인가를 받지 않은 IT기업 등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법령에서 본질적 업무를 나열하지 않는 것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하였다. 셋째, 자본시장법에는 지정대리인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금융투자업권만 IT기업에 본질적 업무를 위탁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19년 4월 시행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의 지정대리인제도를 통해 금융투자업자도 IT기업 등에 본질적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하였다. 넷째, 위탁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재위탁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하였다. 다만 재위탁 책임을 금융투자업자에게 귀속시켜 투자자보호에 문제가 없도록 보완하기로 하였다. 다섯째, 단순 정보처리 업무도 자유롭게 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여섯째, 업무위탁 및 겸영ㆍ부수업무에 대한 사전보고원칙을 사후보고원칙으로 전환하여 신속한 업무추진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다만 본질적 업무를 위탁할 경우 투자자보호를 위해 사전보고원칙을 유지하기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일곱번째, 현행법상 위법∙부당한 업무위탁 및 겸영∙부수 업무에 대한 감독권이 현재는 금융당국에게 있지만 규제 개선 후부터는 재위탁의 원칙적 허용 등 투자 보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감독 체계도 보완할 예정이다.

기대효과와 시사점

금번 금융투자업자 영업행위규제 개선은 두 가지 측면에서 금융투자업의 역동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차이니즈월규제 개선으로 금융투자업자의 각 사업부문 간 결합과 융합이 자유로워지면서 내부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차이니즈월규제의 개선효과는 디지털혁신으로 극대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디지털혁신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Gupta and Simon, 2017). 골드만삭스는 각 사업부문별 중선업무와 후선업무를 통합하여 관리할 수 있는 내부 플랫폼을 만들어 내부 업무절차의 효율성을 제고한 바 있다. 또한 포트폴리오 구성(portfolio construction), 시장데이터 및 연구조사(market data and research), 판매 및 거래(sales and trading), 거래후 관리(post-trade tracking), 리스크 분석(risk analytics) 등 각 사업부문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이용할 수 있는 Marquee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각 사업부문 간 협업을 촉진하고 있다.

둘째,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업무위탁규제 개선으로 금융투자업자의 핵심업무 역량이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3년 동안 금융투자업자는 디지털혁신을 위해 내부조직을 강화하였다. 그러나 금융투자업자는 대면중심의 사고방식, 비IT적인 기업문화 등 레거시 문제로 내부의 노력만으로 디지털혁신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한계를 갖는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자는 핀테크기업 등과 협업을 통해 디지털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즉 금융투자업자가 핀테크기업 등과 효과적으로 협업할 경우 자신의 역량을 핵심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융서비자에게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금번 금융투자업자 영업행위규제 개선방안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업자가 핀테크기업 등과의 자유로운 업무제휴를 통해 더 다양한 금융투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예를 들면, 국내 금융투자업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중 하나인 Wealthfront처럼 다수의 은행 예금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현금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골드만삭스의 Marcus처럼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모든 소매금융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금번 개선방안은 금융투자업자 간 정보교류 확대와 금융투자업의 업무위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골드만삭스는 매년 초에 개최되는 ‘Bernstein Strategic Decisions Conference’에서 2016년 P2P 대출중개 플랫폼으로 출시한 Marcus를 다양한 소매금융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전략을 발표하였다(Goldman Sachs, 2018). 이를 위해 골드만삭스는 2017년까지 Marcus에 6억 달러를 출자하였으며, 2018년 4월에 개인금융관리도구(personal financial management tool)를 개발한 핀테크기업인 claritymoney를 Marcus의 100% 자회사로 인수하기도 하였다(Renton, 2018). 2019년 3월말 현재 Marcus가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는 개인대출, 저축계좌, 자산관리, 은퇴금융이고, 지급결제, 당좌계좌, 신용카드, 주택금융, 자동자금융, 생명보험, 건강보험, 할부금융 등도 다른 금융회사 또는 핀테크기업과의 업무제휴 등을 통해 추가될 예정이다.

사실상 골드만삭스는 거의 모든 소매금융서비스를 고객이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Marcus를 종합 금융서비스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는 현행 규제의 불합리한 규정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투자업의 역동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더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금융투자업자 영업행위규제 개선방안은 더 나은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평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이 점에서 금융투자업자가 역동성 제고를 위해 디지털혁신으로 응답할 차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