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

2019.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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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글로벌 소셜미디어서비스 기업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화폐 발행 주체=국가’라는 기존 화폐경제공식을 완전히 허무는 시도였다. 리브라는 이전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들과 달리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이 적어 실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 최근, 세계 각국은 암호화폐 발행을 규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리브라 발행이 현실이 된다면, 금융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서나 금융 서비스를 빠르고 편하게

페이스북이 리브라 발행을 발표하며 밝힌 비전은 “은행 계좌 없이 살아가는 17억명 이상의 인구가 손쉽게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날 17억명 금융소외 계층 중 휴대폰 사용자는 10억명, 인터넷 사용 가능 인구는 5억명 이상이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활용해 자사 메신저로 송금 서비스를 시작하면, 이들은 SNS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쉽게 돈을 송금할 수 있게 된다.

페이스북처럼 금융 서비스를 받기 힘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업에 성공한 예로 과거 케냐의 모바일 송금 서비스 ‘엠페사’를 꼽을 수 있다. 엠페사는 모바일 송금 서비스로 ‘혁신의 대명사’로 꼽힐 만큼 성공했다. 이용자들은 엠페사 에이전트를 통해 엠페사 계좌를 바로 만들고 돈을 등록했다. 현금을 인출할 경우 엠페사 에이전트는 기존 은행의 ATM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엠페사 계좌는 가입자의 휴대전화 번호와 연결되어 실시간 송금을 가능하게 한다. 휴대전화에 상대방의 전화번호와 송금액을 누르고 전송 버튼을 누르면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스마트폰 결제, 송금 서비스를 시행한 뒤, 대출처럼 복잡한 금융 서비스로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페이스북이 발표한 계획 중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 암호화폐 개발 착수

디지털 문명은 이미 사람들의 생활 전반을 바꾸어놓았다. 그러나 개개인의 자산과 직결된 금융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변화가 적었기에, 그 잠재력과 시장성을 높이 평가한 기업이 많다. 이미 페이스북뿐 아니라 수많은 국내외 대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가상화폐 발행을 시도해온 것이 그 증거다.

 

올해 초 미국 최대 투자회사인 JP모건은 자체 암호화폐 ‘JPM코인’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JMP 코인 역시, 달러와 연동해 가치 변동이 적은 암호화폐다. JP모건은 JMP 코인을 기업 간 송금, 채권 거래 등에 시범적으로 코인을 활용한 뒤, 일반 소비자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도 암호화폐 개발에 성공했다. 월마트는 최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시스템과 방법’을 개발해 특허로 출원했다. 월마트는 “은행을 이용하기 힘든 저소득층에게 암호화폐가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텔레그램은 지난해 암호화폐 ‘그램’을 일부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한국 대기업들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서비스기업 카카오와 라인은 이미 블록체인 플랫폼과 자체 암호화폐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추가했다. 이처럼 많은 대기업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며 산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정부기관은 왜 리브라 발행을 반대하는가?

대기업이 신규 산업에 진출하면 본격적인 규제 단계를 거친다. 특히 이번 페이스북 리브라에 대해서 미국 규제 당국은 블록체인 산업 규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발행을 발표한 뒤 미국 상원, 하원에서는 각각 청문회가 열렸다. 상원 은행위원회도 블록체인 산업 규제를 마련하기 위해 청문회를 개최했다. 규제 당국은 리브라 발행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리브라는 개인정보 유출, 자금 세탁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으며, 기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것이라는 논리다. 미국 의회는 7월에 열린 청문회에서 적절한 법적 틀이 마련될 때까지 리브라 출시를 유예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프랑스 브루노 르 메이어 재무장관은 “우리는 민주적 통제 없이 자신들의 통화를 발행하는 민간 기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주요 7개국에서 규제 강화를 외쳤다. 한국 금융위원회도 최근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리브라가 기존 금융 안정성을 저해한다”라고 지적했다.

왜 유독 페이스북 리브라 발행에 대해서만 이런 반응이 나올까? 리브라 전에도 플랫폼 내에서 화폐의 역할을 하는 사이버머니 그리고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있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경우 고정된 가격이 없어 24시간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졌으며 가격 변동이 심했다. 당연하게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불과 1시간 전과 현재의 가치가 다르다면, 누가 그 화폐를 이용하겠는가.
페이스북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페이스북은 가격 변동성을 줄일 수 있음을 어필했고, 이는 실제 생활 중 화폐로 쓰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화폐를 플랫폼 안에서만 사용하느냐,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게다가 세계 정세가 불안해지며 법정화폐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달러의 위상도 흔들리는 상태다. 달러를 계속 찍어내야만 유지되는 것이 미국 경제다. 그런 와중에 페이스북이 정부나 중앙은행 통제 없이 유통되는 통화를 만들고, 금융기관의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미국이 리브라 발행을 ‘국가 안보’ 문제로 해석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2008년 이후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 각종 리스크는 커지는데, 리브라 발행에 대응할 통화정책이 없으니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다.

 

디지털 화폐가 아닌 실생활 통화수단으로

실제 금융권 관계자들은 리브라가 원화, 달러, 금처럼 안정적인 자산이 되는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아직은 “페이스북이 은행의 경쟁자가 될 수 있지만, 리브라 출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리브라가 실제 거래 가능한 화폐로 쓰이려면 지불 수단을 넘어 통화로 인정 받아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정부 중앙기관이 리브라를 견제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발행하려면 기존 법정화폐의 지위를 보장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리브라가 금융산업에서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법정화폐의 가치가 불안한 개발도상국에서 화폐통화를 대신한다는 예측이다. 예컨대, 베네수엘라는 인플레이션이 심각하고 정세가 불안해 법정화폐 볼리바르 가치가 폭락했다. 이제 볼리바르는 화폐로서의 기능을 전혀 못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국가들의 통화에 페이스북 리브라가 활용될 수 있다.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화폐를 믿을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문제도 같은 사례로 풀어볼 수 있다. 베네수엘라처럼 국가가 발행한 화폐도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화폐도 마찬가지다. 화폐의 신뢰도는 발행 주체와 크게 관련이 없다.

막을 수 없는 흐름에 대응을 준비할 때

만약 대기업이 블록체인 산업 왕좌를 차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들은 보다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각종 혜택도 챙길 수 있다. 대기업들은 암호화폐 이용자 유치를 위해 할인, 기능 추가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감시하며 획득한 데이터로 수익을 창출하는 ‘감시 자본주의’가 심화된다. 더불어 대기업들이 우세해 국가를 압도하게 될 수도 있다. 이 현상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순기능도, 역기능도 될 수 있다. 국가적 관점이라면 위협적인 일이지만, 개인의 시각으로 본다면 국가 세력이 약해져 개인 간 연대를 성장시킬 계기가 된다. 어떤 관점에서 보든 분명한 것은 리브라를 통해 우리는 ‘화폐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역사 속에서 화폐는 신뢰를 토대로 사회 변화나 시대 흐름에 따라 계속 바뀌어왔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리브라 청문회에서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 책임자 데이비드 마커스는 이렇게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피할 수 없으며, 이를 주도하지 못하면 국가안보기술이 미치지 않는 곳(다른 나라)에 뺏기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세계는 이미 암호화폐 규제와 제도 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암호화폐를 ‘암호자산’으로 명명하며 제도 마련에 뛰어들었고, 중국은 인민은행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한다. 미국은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공개(ICO)를 승인했다.

페이스북 리브라 발행 발표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기업 암호화폐 발행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금, 리브라 논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그들이 발행할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압도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실물화폐가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화폐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화폐가 왕좌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 중심에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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