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 자산 운용, 그리고 펀드매니저

2017.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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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모습은 자산운용업계의 청사진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계와 국내 시장을 분석하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산운용업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성균관대 자산운용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영규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박지영 사진 김기남

 

 

박영규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
자산운용연구센터 센터장
미네소타 대학 학사
콜롬비아 대학 MBA
조지워싱턴 대학 경영학박사
쌍용투자증권 및 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
삼성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
세계은행 한국자본시장 컨설턴트
한국거래소 지수위원회 위원
기획재정부 기금평가단 평가위원
국민연금 성과평가전문위원회 위원
한국증권학회 부회장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예언과 달리 2017년 3월은 여전히 예전과 변함없이 흐르고 있다. 물론 일부 산업에서는 기술 성장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속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을 점진적으로 준비하고 대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박영규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임하는 미국의 모습과 시장의 변화에 대해 보고 왔다.

 

Q1. 국내 금융시장은 대외적으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나요?

“우선 미국 경제 상황을 보면 활황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이죠. 미국 경제의 회복세는 고용률과 실업률을 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시장조사 차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는데, 캘리포니아를 가 보니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 100% 취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 미국 노동부 발표를 보더라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신규 실업수당 청구자가 22만3000명으로 1973년 3월 이래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업률 역시 4.8%로 학계에서 생각하는 완전 고용률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미국 경제의 이러한 회복 움직임은 국내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트럼프 정권이 출범한 이후 우려가 돼 온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책은, ‘트럼프 케어’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더라도 트럼프가 후보시절 호언한대로 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특히 조만간 탄핵사태를 해결하고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게 되면 우리나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실히 제거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탄핵 문제 때문에 그동안 가동하지 못했던 외교 채널이 다시 힘을 받고, 미국과 중국 간 대화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사태로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도 차츰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 역시 극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이 대거 집권할 것이라는 연초 예상과 달리 얼마 전 끝난 네덜란드 총선에서 보듯이 상황은 우려하는 만큼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가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러한 세계 경제의 흐름을 봤을 때 올 한 해 우리 증시는 올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주식이 주가수익비율(PER) 9.5로 미국(18), 인도(17), 일본(14), 영국(14) 등에 비해 매우 낮아 주요시장 중에 가장 저평가된 시장이기 때문에 외국인 매수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산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IT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을 누리는 중입니다. 우리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빅 사이클 도래는 IT 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를 견인할 것입니다. 또한,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소위 경기민감주라고 할 수 있는 화학, 철강 등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도 예상되면서 국내 증시 여건은 최근 어느해 보다 좋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Q2. 최근 실리콘밸리에 방문하셨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떠했습니까?

“지난 연말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뉴스는 미국 트럼프 정권의 출범이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미국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고, 경제 상황은 어떠한지 직접 현장에서 체감하고자 방문했습니다. 특히 국내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진 가운데, 관련 산업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 가서 현장 분위기도 보고, 우리 증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일부러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에서 지냈는데 세계 각지에서 벤처 아이디어를 들고 실리콘 밸리에 찾아온 많은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실리콘밸리로 모여드는 것은 풍부한 투자금을 가진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이들이  인재들의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우호적인 투자환경이 벤처들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즉, 금융자본가들에게는 수익률을 가져다주고, 젊은이들에게는 꿈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거죠.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은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차입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2018년까지 반자율주행차가 등장하고 2025년까지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적 문제보다는 법률적인 부분에서 아직 논의돼야 할 것들이 많아 언제부터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탄생하게 될지는 사실 미지수입니다.”

 

Q3.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펀드매니저의 역할과 위치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얼마 전“‘펀드매니저의 특성과 투자 행태’라는 주제로 연구 논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주제는 어떤 펀드매니저가 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는가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펀드매니저의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학력이나 전공이 아닌 운용 경력입니다. 오랜시간 시장의 검증을 받고 살아남은 펀드매니저가 보다우수한 운용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제4차 산업혁명과 연결시킨다면 현재 수준에서는 인공지능이 모든 펀드매니저의 역할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산 운용은 투자 대상과 관련한 수많은 변수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수백만에 이르는 다른 투자자의 의사 결정을 미리 알아야 하며, 그 결정이 다시 모든 투자자에게 영향을 주면서 나타날 변화를 파악해야 하는 것인데, 컴퓨터나 로봇의 판단력이 시장에서 검증된 우수한 경력의 펀드매니저보다 나을 지 의문입니다.
미국에서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 투자 분야의 대표적인 회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회사는 천문학적인 연구비와 100여명이 넘는 관련분야 박사들이 매매시스템을 연구하기 때문에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시스템매매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소규모이고 영세합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국내의 경우 로봇보다는 실력과 경험이 있는 펀드매니저가 주가를 움직이는 수많은 변수와 팩터를 감지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우월할 것입니다.
결국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이 펀드매니저의 역할까지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는 당분간은 국내에서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Q4. 금융권의 운용 성과에 있어 가장 중요시 되는 내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위 내용과 계속 연결해서 이야기하자면 운용 성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과 경험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펀드매니저가 저평가된 주식을 골라 성과를 낼 때까지 어느 정도 기다림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돈을 맡긴 투자자는 물론 펀드매니저를 고용한 회사 역시 인내가 필요한데요. 예를 들어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 펀드가 꾸준히 안정적인 성과를 내어 가장 성공적인 주식형펀드가 된 것은 이러한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허남권이란 뛰어난 펀드매니저의 공도 크지만 그에 대해서 단기간의 실적에 대해서 일희일비 하지 않고 매니저를 믿고 기다려준 회사와 오너가 이러한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5.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금융법제의 방향은 어떻게 돼야 할 것으로 보시나요?

“4가지 방향으로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원칙 있는 규제 도입’입니다. 자율과 창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규정 중심의 규제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투자사가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렵고, 새로운 이슈에 대한 신속한 입법적 대응도 어려워지겠죠. 그다음으로는 ‘국내 금융업권 내 차별 해소’입니다. 증권사에게만 법인 지급결제 업무를 불허한다거나 외국환 업무를 제한하고 기업신용공여를 제한한다는 등의 규제는 해소돼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파생상품시장 정상화’가 있는데요. 현재 우리 파생상품시장은 과도한 규제로 82%나 감소하는 등 이른바 고사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개인에 대한 과도한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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