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제도, 창업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다

201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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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령 IBK 기업은행 지점장

 


금융위원회는 9월 26일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기업성장투자기구(이하 BDC) 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이는 비상장기업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제도다. 이번 발표 전 이미 금융위원회는 투자대상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집, 이를 거래소에 상장한 후 비상장기업에 투자한다는 BDC 운영안을 내놓았다. 이처럼 거래소 상장 투자기구 형태로 운영하면, 전문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도 쉽게 비상장기업 주식 투자에 접근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BDC는 민간 자금이 비상장기업으로 원활히 흘러가도록 지원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다.

중소기업과 초기 창업 기업을 응원하는 BDC 제도

9월 26일 발표된 내용은 종전 계획에 비해 많은 부분 변화가 있었다. 먼저 투자대상이 추가됐다. 이번에 발표한 BDC 투자대상은 비상장기업, 코넥스 상장기업, 코스닥 상장기업(시총 2,000억원 이하), 중소·벤처 투자조합 지분이다. 특히 코스닥상장 기업 투자와 중소·벤처 투자조합 지분(구주) 매입을 30%까지 허용해 눈길을 끈다. 이는 직전 비상장기업으로 한정했던 투자대상을 대폭 확대한 조치다. 이로써 자금 모집은 물론 투자금 회수도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더불어 BDC가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할 총자산 비중도 달라졌다. 당초 고려한 총 자산 중 의무 투자 비율은 70%.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는 비상장기업 등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할 자산 비율을 60%로 낮췄다. 의무 투자 비율은 낮추고, BDC 투자금 운용에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당초 계획보다 비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결코 적은 의무 투자 비중이 아니다. 의무 투자의 경우 어음, 주식, 채권, 대출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을 허용한다. 여유자금 중 10%는 국공채 등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운용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이들 BDC가 비상장기업에 투자할 경우 일정 수준의 투자 한도를 설정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해 규제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개인, 간접투자 참여를 확대하면서 10억원 미만이던 현행 소액공모 한도를 30억원 이하와 100억원 이하로 나누어 개편했다. 소액공모 안전성 확보를 위해 투자자 보호 장치도 단계별로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에서 금융위원회는 BDC 자산의 100%까지 차입 투자도 허용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던 벤처캐피털이 자기자본 한도 내에서만 투자가 가능했던 데 비해 더 많은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투자자가 직접 BDC에 환매를 청구할 수 없지만, 거래소를 통해 BDC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따라서 비상장기업 투자 시 자금 회수 장기화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당초 의도처럼 BDC 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 운용되면 어떨까? 기존 혁신창업기업들이 자금조달을위해 대출에 의존했던 일종의 쏠림 현상에서, 제한적으로나마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은 대부분의 자금 조달을 금융기관 대출 혹은 정책자금 등에 의존하고 있으며, 직접금융 이용 비율은 2% 정도에 그친다는 보고가 있다. 직접금융시장 활용도도 여타 대기업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창업 초기 기업 투자 유치가 어려운 이유

창업 초기 중소기업은 그나마 대출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제품 개발과 시험 생산 시 창업 초기 기업은 전통적인 은행채널에서 적재적소에 자금을 공급받기 어려웠다. 은행은 재무제표에 의한 신용도에 따라 여신 공급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벤처캐피털(이하 VC), 즉 창업투자회사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VC들의 투자 유치는 확률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투자를 받아도 VC에게 지분의 상당 부분 가격을 디스카운트해 이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향후 지배 구조가 변할 때 리스크를 떠안고 싶지 않은 창업 초기 기업은 자본시장 투자 유치 자체를 망설인다. 중소기업금융시장의 현장 경험을 통해 이런 우려는 우량 초기 창업 기업일수록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반해 BDC를 통해 투자 자금을 공급받으면 기업 입장에서 안정적인 지분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아울러 BDC제도는
그동안 접하기 쉽지 않던 비상장기업, 특히 성장 잠재력을 가진 초기 창업 기업에 대한 정보 생산, 유통량이 크게 늘어 이후 비상장기업 지분유통시장 확대를 앞당기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도입안에 따르면 기존 VC들과는 달리 상장기업 BDC는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정보, 특히 이들 BDC가 투자하는 대상기업 정보를 더 많이 생산, 공개, 유통하게 될 것이다. 강제 규정에 의해서든, 투자자 요구 수용을 위해서든, 이유는 다르지만 성장 가능성 높은 혁신 창업 기업을 발굴하는 선순환을 유도할 것임은 분명하다. BDC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안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보완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BDC제도 안착을 위한 네 가지 보완책

첫째, 세제혜택, 정책자금지원 등 BDC와 BDC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들을 위한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미 시장 실패 영역에 있는 중소기업 자금조달 구조를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시장에 유인하기란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 시장은 애초에 시장 실패 영역으로 간주해 정책적인 뒷받침을 통해 실패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BDC 제도는 비상장 중소기업 지분을 BDC를 통해 간접 상장해 지분 거래 유동화를 도모한다. 이로써 일반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를, 중소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자본 조달 재원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반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BDC 지분을 매입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장된 BDC 수익률이 여타 주식들에 비해 높거나 잠재된 리스크가 그만큼 낮아야 한다. 리스크와 리턴은 서로 상쇄될 수 있다 하더라도 비상장기업에 따라오는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바로 탐색 비용이나 모니터링 코스트 등 각종 관련 비용을 충분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이다. BDC가 개별 비상장회사 주식을 분석해 편입하고, 그것도 집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개의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면 개별 주식에 대한 분석 비용은 증가한다. 이후 모니터링 코스트 등 관리비용은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일반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을 떨어뜨리고 시장에서 BDC투자의 매력을 저해한다. 이런 디스카운트 요인을 상쇄하고 시장에서 지속적인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결국 조세감면 등 상당한 수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BDC 자금 차입이 허용됨에 따라,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낮은 이율의 정책 자금을 공급받아 투자 혹은 대출 가능한 여력을 확보하는 등 수익률 보전 방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둘째, BDC 공정가치 평가에 대한 컨센서스 확보가 필요하다. 상장된 BDC의 공정가치 평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보 비대칭 정도가 심한 복수의 비상장기업 지분가치 총합인 BDC의 가치는 여타 상장주식에 비해 합리적인 산정자체가 어렵다. 또한 산정된 가치에 대한 공감을 얻기도 쉽지 않다. BDC 지분에 대한 시장 가격 산정이 합리적이지 못하면 원활한 거래가 불가능하며, 이는 오히려 BDC지분을 과도하게 디스카운트하는 요인이 된다.

셋째, 창업 초기 기업은 BDC를 통해 투자 유치를 위해 단기업적 위주 경영에 치중할 수 있다. VC의 지분투자가 비교적 장기적이고 향후 IPO는 M&A 등 대형 이벤트를 기점으로 수익의 실현을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주식시장을 통해 손 바뀜이 잦은 환경적 요인은 단기에 재무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함으로써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상대적으로 저하시키게 될 수도 있다.

넷째, 새로운 시장 참여자로서 VC의 역할을 강화할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안에 따르면 BDC 설립 시 증권회사 또는 자산운용사가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BDC가 발행한 주식총액의 5% 이상을 투자하도록 의무화할 것이다. 그러나 기존 대형 증권회사의 경우 중소기업 관련 업무는 수익성이 낮게 평가되고 있어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형편이다. 운용사는 장외기업 발굴 경험이 부족해 BDC 운용주체로서의 그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 다만 소형 증권사나 운용사의 경우 BDC를 일종의 니치마켓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벤처캐피털은 그동안 초기 창업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자본시장에서 중소기업 혹은 비상장기업의 자본조달 창구로서 한 축을 담당해왔다. 이들이 자본금을 늘려 정식 운용사로 레벨업한 뒤 BDC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다면 그간 쌓아온 기업발굴 노하우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기업 발굴과 지원, 모두의 미래를 위한 투자

마지막으로 BDC의 역할 중 포트폴리오 편입 기업들의 경영을 보다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기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아직 원안에서 밝힌 경영 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앞서 밝힌 미국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투자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할 경영 자문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 주도로 전국 주요 거점도시에 설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 다수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 혹은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주도로 설립한 각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수행기관들이 있다. 이들 기관들은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지원대상 기업에 자금을 지원함은 물론 혁신 창업 기업의 경영, 회계, 세무, 법률, 특허 등 자문을 실시한다. 덧붙여 판로개척, 우수인재 소개 등 전방위적인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들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경영지원 활동을 돕고, 기관이 발굴 혹은 육성중인 기업들 중 포트폴리오 편입기업들을 발굴함으로써 창업 생태계에서도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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