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의 현황과 과제

2017.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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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핀테크(FinTech)가 금융시장의 화두가 된 지 2년여가 지나고 있다. 초기에 핀테크에 대한 개념도 없던 것에 비하면 금융권과 정보기술(IT)업계는 물론 일반 개인들도 핀테크 서비스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커졌다. 우선 핀테크 분야가 하나의 신산업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데는 금융당국의 핀테크 육성과 지원 정책이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글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핀테크의 기폭제 역할, 핀테크의 4단계 추진 전략

기폭제가 된 것은 2015년 5월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핀테크의 4단계 추진 전략’이라 할 만하다.

1단계는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진입장벽의 완화다. 전자금융업자가 보다 쉽게 금융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 요건의 완화, 예컨대 선불업자와 지불결제대행(PG)사의 최소 자본금을 현 10억, 20억 원에서 5억 원 이내로까지 낮추는 방안과 2~3개월 걸리던 등록 기간을 20일로 대폭 줄인 절차의 간소화가 포함됐다.

2단계는 핀테크 생태계의 조성이다. 여기에는 핀테크지원센터 설립과 핀테크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 지원이 핵심 내용이다. 핀테크지원센터는 핀테크 기업과 예비 창업자의 수익 모델에 대한 자문, 그리고 금융사와의 연결 역할을 하며, 투자 지원은 KDB산업은행 등을 통한 펀드 투자, 특별보증제도가 마련됐다.

3단계는 ‘사전규제에서 사후관리’라는 금융 규제 방식의 변경으로 사실상의 패러다임 시프트다. 사전 보안성 심의제도를 폐지하고 금융사로 하여금 공인인증서 외에 다른 보안 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정책당국의 사전규제와 지침 부여에서 금융사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획기적 조치라는 시장 의견들이 많았다.

그리고 마지막 4단계는 일종의 완결판으로 은행권에선 인터넷전문은행, 자본시장에선 크라우드 펀딩을 출현시켜 핀테크를 금융 전반으로 확산시킨다는 전략이었다.

4단계 추진 전략 이후로도 2017년 3월 현재까지 크고 작은 정책들이 많이 나왔지만, 대표적인 것들을 꼽는다면 은행, 증권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플랫폼과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구축, 핀테크 업체들의 해외 진출 지원이 아닐까 싶다. API 플랫폼은 핀테크 서비스의 성격이 은행 관련인지, 증권 관련인지에 따라 일종의 빅데이터 역할을 하는 API 공동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로 업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고, 코스콤 주관하에 이뤄지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는 조만간 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2년여의 핀테크 정책에 대한 시장평가

초기엔 체감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었고, 지금 와서도 속도와 규제 완화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긍정적이고, 앞으로도 핀테크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서 지속적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2015년 11월 이뤄진 핀테크 설문조사 결과는 핀테크 정책에 대한 시장 인식을 뒷받침하는 한 예다. 설문조사에서 일반 국민의 66.3%가 이제 핀테크 서비스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관계자들 74.2%가 정책 노력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성과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핀테크 업체 수가 1000여 개가량으로 늘어났고,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핀테크산업협회 등 핀테크 관련 협회 회원 수도 300여 개로 늘어나고 있다. 나름 신규 고용효과가 창출되고 있고,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둘째, 보수적인 금융사들이 핀테크 업체와 제휴해서 적극적으로 핀테크 서비스를 활용하기 시작한 점은 중요한 변화이면서 성과다.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의 예에서 보듯이 이제 은행 송금업의 70%가 간편 송금을 이용한다는 것, 은행의 전유물이었던 외국환 거래에 PG사가 참여하고 있는 것, KB국민은행·NH농협은행·한국씨티은행 등에서 지문인식 같은 생체인증 방법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셋째, 금융사와 경쟁하는 핀테크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개인 간(P2P) 대출 업체가 대표적 예다. 중금리 시장을 타깃으로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이 경쟁하게 되는 만큼, 중금리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저소득층, 소상공인 등에게 금리 절감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게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의 평가다. 현재 시장규모도 60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넷째, 일반 국민들의 핀테크 서비스에 대한 체감도를 높여 준 대표적 사례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크라우드 펀딩을 꼽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비대면 계좌 개설과 거래, 스마트폰을 활용한 지문, 홍채인식 등의 생체인증이 활발해질 거란 기대가 확산되면서 일반 개인들의 관심을 크게 끈 데다, 시중은행들도 경쟁적으로 비대면 방식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산(銀産)분리 이슈가 국회를 아직 통과하지 못해 제한적이긴 하지만, ‘고인 물에 메기 두 마리를 푸는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크라우드 펀딩도 창업 초기 기업,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조달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투자금액 제한 때문에 시장 활성화가 미진하단 의견도 있지만, 영화, 드라마 등 문화 방면의 경우 열성팬들의 적극적 참여로 성공적 정착이 가능하단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크라우드 펀딩은 불특정다수의 대중 참여라는 특성 때문에 자금 조달은 물론 홍보마케팅, 매출 실적을 올리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다섯째, 조만간 수익률 성과와 시스템 안정성 평가를 통해 탄생할 로보어드바이저도 향후 증권시장에서 핀테크 바람의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저성장·저금리로 1~2%포인트라도 투자 수익을 더 올리려는 운용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3년 전부터 IT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운용 자산을 늘려 가고 있고, 지난해 9월부터 35개 업체가 금융위원회의 테스트베드(코스콤 주관)에 참여하고 있다. 시장에선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으로 맞춤형 자산 운용과 낮은 수수료뿐 아니라 소액 자금 유치, 시장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력, 객관적인 운용 성과 비교·평가 등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이점이 많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여섯째, 보험 시장에서도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 출시를 계기로 핀테크 보험 서비스의 경쟁과 확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은 보험 상품의 온라인 판매, 상품별 가격 및 조건을 효율적으로 비교해 줄 수 있어 보다 나은 보험 상품 경쟁을 촉진할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는 운전습관 연계 보험 등 구체적인 핀테크 보험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는 데다, 빅데이터, 블록체인과 관련해서 자동차, 의료·헬스 등 여타 산업과의 전후방 효과가 큰 보험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핀테크 업체의 생태계 조성이 중요한 시점

해외 진출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2016년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핀테크 데모데이다. 자영테크는 현장카드발급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SC그룹과 25만 달러의 개발 지원 투자를 받았고, 세계 최초로 다이내믹 보안 솔루션을 개발한 에버스핀은 글로벌 IT 기업인 오라클과 수출 계약을, 인터페이는 보안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트러스트오닉(Trustonic) 및 인터시드(Intercede)와 공동 마케팅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이제까지 금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지 기술이란 생각이 별로 없어서 수출이란 말을 거의 쓰지 않았다. 그러나 IT 디바이스에 내장된 핀테크 서비스는 육안으로 보면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수출이 가능하단 인식이다. 특히 금융이 낙후돼 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은 다 갖추고 있는 개도국에 금융사와 협력해 진출하면 효과가 상당할 거란 기대가 많다.

반면,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종합적인 핀테크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단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P2P 대출과 크라우드 펀딩의 허용 금액이 너무 적어서 시장 활성화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대출 또는 투자가 부실로 연결될 경우 시장평판 위험이 높다는 얘기도 있지만, 시행한 지 1년여가 넘어서 시장 관행이 나름 정착되고 있다고 보면 단계적인 한도 증가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종합적 생태계 조성도 현 단계에선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의 연결, 자문노력도 노력이지만, 이젠 핀테크 업체가 투자를 받고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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