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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의 머신러닝 로보어드바이저

2016.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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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기계가 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속도가 놀랍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많은 도전과 과제를 던져준다.

금융권에서는 이 과제를 어떤 방식의 기회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글 김영석 언스트앤영(EY) 어드바이저리 파트너

 

월스트리트 골드만삭스가 시범적으로 도입한 금융 분석 프로그램 켄쇼Kensho는 직원들이 일주일 이상 매달린 분석을 순식간에 마무리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경제 분석, 주식 동향 예측, 포트폴리오 설계 등에 있어서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할 것이라는 예측은 누가 봐도 가능성 높다.

구글 알파벳의 머신러닝 알파고와 바둑의 신이라 불리는 이세돌 9단의 대결로 인해 우리나라도 머신러닝에 대한 관심이 매우 고조됐다. 이쯤에서 우리의 머신러닝 기술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좀 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고, 왜 머신러닝이 우리 경제와 산업을 바꿀 수 있는 메가트렌드인지 꼼꼼히 조망해볼 필요가 있다.

 

예측과 실제의 차이, 인공지능의 시작

스마트폰과 모바일 디바이스의 가격이 매우 저렴해지자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사물인터넷IoT이 바로 그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다는 말은 세상의 모든 사물이 데이터를 남긴다는 뜻이다. 올해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쇼에서 흥미를 끈 스마트 칫솔의 경우 나의 양치질 습관마저 데이터로 분석해 치아 건강관리를 돕는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세상의 모든 사물이 생성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저장, 처리,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됐는데, 이것이 곧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량의 데이터volume를, 종류를 가리지 않고variety, 매우 신속하게velocity 분석하는 기술이 빅데이터 분석의 핵심이다. 그런데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 처리 속도가 놀랍도록 빨라짐에 따라 새로운 차원의 기술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됐다.

빅데이터 분석의 도움으로 컴퓨터가 예측한 것과 실제 결과와의 차이error를 빛의 속도로 분석할 수 있게 됐고,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아내고, 발견한 원인의 패턴은 축적해 활용함으로써 컴퓨터가 반복된 실수를 하지 않는 과정이 인간이 경험하고 사고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 출근해서 팀장님을 뵙고 “오늘 너무 멋있어 보이세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내면 팀장님은 “고마워. 김 대리도 오늘 산뜻해 보이는데”라고 답할 확률이 99%일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팀장님이 “뭐라고? 이 사람이 지금 장난해?”라고 언짢은 반응을 보였을 경우, 즉 거의 발생하지 않을 예외 사항을 접했을 경우 우리 인간은 당연히 “팀장님,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라고 되물으며 팀장님의 심기를 살필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프로그램은 이렇게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는 오류로 인식해 프로세싱을 멈추고 말 것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반응 양상이 바뀌었다. 이런 예외 사항을 사람과 유사하게 접근하게 된 것이다. “팀장님,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라는 물음은 “팀장님, 출근 전에 어떤 기사를 읽으셨어요?”, “누구와 통화하셨어요?”, “누구를 만나셨어요?”, “몸이 안 좋으세요?”라고 묻는 것인데 만약 팀장님이 어떤 기사를 읽었는지 누구와 통화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몸상태가 어떤지가 데이터로 저장돼 분석된다면 왜 갑자기 화를 냈는지 그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이 예외 상황(또는 에러 상황)을 계속 축적해 패턴화할 수 있다면 컴퓨터 프로그램도 사람처럼 유연하게 예외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이 과정이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과정이다.

이러한 기계학습의 과정은 구글 번역기에서도 충분히 검증되고 있다. 구글 번역기는 영어의 ‘Love’가 한국어에서는 ‘사랑한다’와 ‘하고 싶다’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단지 어떤 경우context에는 Love가 ‘사랑한다’(예: I love you)라고 번역되고, 어떤 경우는 ‘하고 싶다’(예: I love to go home)라고 번역되는 것이 맞는지를 확률적으로 계산해 번역하는 것이다. 구글 검색기가 더 많은 신문기사를 분석하고 더 많은 댓글을 분석할수록 번역의 정확성은 더욱 높아지는데 이것이 기계학습의 힘이며, 인공지능AI의 중요한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구글이 지주회사인 알파벳 창립을 선포하면서 에릭 슈미트 회장이 ‘모바일 다음’ 세상, 그 답은 ‘머신러닝’에 있다라고 선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계학습의 힘을 금융 자산관리에 적용

자산관리 서비스를 유료로 받는 것이 일반화된 서구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관리 자산의 1% 또는 160만 원 정도를 연간 수수료로지불하고 일대일one to one 자산관리를 받는다. 저금리·저성장 환경을 먼저 경험한 선진국 금융소비자들은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에 충분한 대가를 지불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수행된 조사에 의하면 중산층 고객(대중 부유층mass affluent)의 76%는 자산관리 서비스에 높은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없으며 스스로 자산관리를 하고자 한다(*밀리어네어, 2014년). 너무 높은 수준이 아니지만 필요한 정도의 자산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사람을 만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우선 비용이 저렴하다. 관리 자산의 0.2% 정도, 연간 30만 원 정도만 지불하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편리하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문을 받을 수 있으며 알아야 할 정보도 신속히 알려준다.

그리고 기계학습으로 진화한다.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정확한 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한 조사에 의하면 2020년이 되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관리 받는 자산이 2200조 원 이상이 될 것이며 그중 50%가 기존 비금융 자산으로부터 전환되는 자산일 것이라는 예측이다(AT 커니, 2015년). 그만큼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률 성과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저성장·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2015년 9월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팔린 금융 유료 앱 다운로드 순위를 보면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10개 중 8개, 아이폰의 경우 10개 중 5개가 자산관리와 관련된 앱이다. 단순한 가계부 정리 앱부터 복잡한 수준의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앱까지 지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아직은 단순한 가계부나 투자수익률 관리 기능 수준이지만 고도의 알고리즘이 장착된 국산 로보어드바이저가 본격화될 날도 머지 않았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작동 원리는 기계학습에 기초를 두고 있다. 고객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기초자산 목록과 수익률 변동을 빅데이터로 축적하고 경제지표, 환율지표, 증시지표, 각종 뉴스 정보를 결합하고, 고객 본인의 리스크 취향, 투자 스타일 등을 함께 분석해 최적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그리고 수익률을 점검해서 당초 목표 대비 미달하거나 초과할 경우error 그 원인을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으로 두고 찾아낸다. 분석된 에러 역시 빅데이터에 축적돼 에러 패턴을 이루게 되고 포트폴리오 조정 시 이 패턴을 참조하게 된다.

 

사진설명 : 금융권에도 인공지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투자까지 실행한다.

성급한 개발보다 머신러닝의 본질 이해가 시급

우리나라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은행, 증권사들이 적극 검토하고 적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금융업계와 우리 사회가 머신러닝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발전 속도는 더딜 수 밖에 없다.

지난 2월에 시험주행하던 구글 무인자동차가 시내버스의 뒷문을 들이받는 접촉사고를 냈다. 구글 무인자동차가 6년간 330만 km를 주행하면서 17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중 구글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떠들썩했다. 그런데 이를 전하는 우리나라 언론의 제목은 대부분 ‘구글 인공지능도 실수한다…’라는 식이었다. 우리 사회가 머신러닝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보여준다. 말 그대로 머신러닝이므로 기계가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계도 사람처럼 실수로부터 배우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한다는 것이 머신러닝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 교통사고 이후 언론 인터뷰를 한 구글의 책임자는 다르게 말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구글 무인자동차가 차로 중앙으로 재진입하는 가운데 뒤따라오던 버스가 속도를 줄이거나 길을 양보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버스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냥 진입했다. 승용차 운전자의 경우 먼저 진입한 SUV를 보고 속도를 줄이는 게 일반적이나 덩치가 큰 상용 자동차의 경우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라는 것을 이제 머신이 학습하게 됐고 이를 알고리즘에 반영할 것이다.”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이 머신러닝의 본질임을 명확히 한 코멘트였다.

앞으로 몇 년이 매우 중요하다.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이 끝나고 나서 우리 사회가 보이는 태도와 접근법에 우려되는 것은 너무 성급히 달려들어 결과를 보려고 한다는 점이다. 역시 금융사들이나 스타트업 회사들이 머신러닝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를 서둘러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들은 당연히 처음부터 깜짝 놀랄 결과를 기대할 것이고 그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 실망하고 차갑게 돌아설 것이다. 지금까지 금융권 시스템이 대부분 이런 전철을 밟았다. 이번에는 그래서는 안 된다. 세 살배기 아이가 글을 배우는 것과 같은 인내가 필요하다. 학습이 머신러닝의 본질임을 깨닫고 실수로부터 배우는 성숙한 사회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우리나라 머신러닝이 발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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