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프로페셔널] 코스콤 블록체인 기술의 시작에 그가 있었다

2020.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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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비트코인의 투기성이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을 당시 이 가상화폐와 함께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이 기술이 낯선 대중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비트코인의 가치와 덩달아 오르는 투기열기로, 블록체인은 인간에게 선하게 사용되는 기술이 아니라는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 이후 미디어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서 블록체인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블록체인 기술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알기 시작하고, 기술이 만들 변화들에 기대를 걸기 훨씬 이전부터 블록체인을 연구했던 사람들이 있다. 5년도 훨씬 전 블록체인의 불모지 같았던 국내 IT 시장에서 조용히 기술과 격전을 치러왔던 블록체인 프런티어를 만나보았다.

Q1. 언제부터 코스콤에서 일하기 되셨나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입니다. 올해로 일한 지 26년 정도된 것 같습니다. 전공이 물리학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전공과 현재 업무가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시는데, 물리학은 자연의 원리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기초 학문으로 IT 분야에도 많은 분들이 종사하고 있습니다.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IT 업무에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Q2. 26년 동안 코스콤에서는 한 부서에 계셨나요?

처음 15년 정도는 거래소 시스템 업무를 했습니다. 그리고 5년 정도 파워베이스(증권) 시스템 업무를 했고 연구소를 거쳐 현재 블록체인사업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프로그램 개발자는 아니고,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 관리하는 인프라 개발자로 경력을 쌓았습니다. 연구소에서 블록체인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만 해도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용어 정의도 정립 안되어 있고 자료도 많지 않아 이해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다행인 건 R&D 조직이라 좀더 자유롭게 연구하고 기술을 검증할 수 있어, 이곳에서 자본시장에 적합한 블록체인 참조모델을 찾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익혔습니다. 주로 GitHub를 통해서 블록체인 오픈소스를 확인하고 테스트하면서 기술을 이해했습니다. 요즘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 되는 걸 보면 지난 2~3년이 정말 중요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Q.3.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기술 중 하나로 꼽힙니다. 금융권에서는 이 기술을 어떤 사업에 사용하나요?

한때 전세계를 강타했던 비트코인을 포함해 가상화폐를 만든 기반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인터넷 상에 사용자들의 거래내역(트랜잭션)을 모아 블록을 만들고 이 블록을 체인 형태로 연결하고 서로 분산 저장하여 악의적인 세력에 의해 데이터가 조작되는 것을 막아주는 분산원장기술이죠.
금융권에서는 주로 신원증명, 송금, 청산, 결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IT 시스템이 너무 잘되어 있어 블록체인 기술이 서비스로 상용화 되어도 효용성이나 사업적인 효과가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로컬 서비스가 글로벌 서비스가 되면, 예를 들어 필리핀이나 아프리카 같은 곳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송금할 때 기존 방식보다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죠. 이런 부분에 가치를 두고 스타트업을 포함한 금융권 대부분 기업이 이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Q4.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재작년에 코스콤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와 작년에 이 플랫폼을 이용한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실물주권을 발행하지 않고 주주명부로만 관리합니다. 이런 회사의 주식을 거래할 경우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주주명부 관리, 주식 양수도 계약체결, 에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하여,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을 투명하게 하고 비상장기업의 투자 활성화에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이 사업은 작년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도 지정 되었습니다.
그리고 코스콤, 통신3사,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삼성전자, 현대카드, BC카드, 신한은행, NH농협은행 11개사가 참여한 이니셜 DID(Decentralized Identifier) 어소시에이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자기주권 신원확인 및 다양한 전자증명서를 발급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에 간편로그인과 계약서 발급 증명을 개발한 상태입니다. 올해 좀더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하고 개발할 계획입니다.

Q5. 개발 당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코스콤의 일반적인 개발 프로젝트는 고객의 요구사항과 준수해야 할 규제, 절차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 개발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예상하고, 관련 규제나 절차를 고려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희가 기획한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 받지 못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물론 시범서비스 테스트를 통해 고객 의견을 수렴했지만 많이 아쉬웠죠.
그리고 블록체인 개발은 여러 회사가 참여하고 있어 협업하는 방법이 어려웠습니다. 각 회사의 개발 일정 관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DID 로그인 개발은 DID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제공받아야 하는데 제공 시점이 늦어져서 통합테스트가 어려웠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참여 회사의 보안 정책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Q6. 서비스를 기획할 때 조심해야 부분이 있다면요?

매번 사용자 테스트 단계에서 느끼는 건데요.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서비스(UI/UX)를 사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발자는 업무 이해도가 있기 때문에 사용자도 당연히 알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보다 사용자 관점에서 서비스를 기획해야 한다고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깨달았습니다. 구현(코딩) 과정의 오류는 테스트 과정에서 수정이 용이하지만 서비스 기획에 대한 오류는 설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이를 위해 애자일 개발방법도 고려했지만 적용이 쉽지 않았습니다.

Q7. 실패로 돌아갔던 프로젝트도 있나요?

저희가 우스갯소리로 ‘국내 IT에서는 실패한 프로젝트는 없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실패라기보다는 사업성이 없는 프로젝트가 있을 뿐이죠. 2016년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위한 개념검증(PoC)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초당 7건을 처리하는 비트코인을 금융권에서 거래할 수 있는 성능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목표는 초당 1,000건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성능을 높이면 안정성이 떨어져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죠. 결국 비트코인 기술을 바로 적용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결론을 내리고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프로젝트였습니다.

Q8. 반대로 크게 성공해서 보람 있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2010년도 매칭 파일럿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 당시 글로벌 거래소 간 시스템 속도 경쟁이 있었습니다. 매칭엔진 처리속도가 밀리세컨드(Millisecond)에서 마이크로세컨드(Mmicrosecond)로 가속화되었던 시기였죠.
지금의 블록체인 기술과 마찬가지로 신기술을 도입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6~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당시 처음 도입하는 리눅스 OS, 10G, Infiniband 네트워크, 메모리 DB 등을 이용하여 세계에서 가장 빠른 매칭엔진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신기술을 사용한 다시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세계 최고 성능의 엔진을 목표로 의기투합한 프로젝트팀은 70 마이크로세컨트라는 목표을 달성했습니다. 지금 거래소 시스템인 ‘엑스추어플러스(EXTURE+)’의 첫 출발이 된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Q9. 앞으로 개발해 보고 싶은 서비스가 있다면요?

향후 금융권 규제가 완화된다면 가상화폐 시장처럼 다양한 자산을 토큰화하여 거래할 수 있는 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떤 자산이든 디지털 토큰화가 된다면 자본가만 독점하던 자산을 개인도 손쉽게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작년에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리브라를 만든다고 발표했는데, 합법화된 가상화폐 리브라가 상용화된다면 분명 다른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전 세계의 금융소외계층이 메신저를 통해 손쉽게 송금이나 결제와 같은 금융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네이버(LINK)와 카카오(Klay)가 유사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Q10. 업무적으로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올해가 저희 블록체인사업부의 매출 원년이 되는 해입니다.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에 1,000여 개의 기업을 등록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기술 지원하겠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블록체인 기술 도입부터 사업화하는 지금까지 모두 참여하고 있어 책임감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올해 매출을 시작으로 사업 성과가 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으면 합니다. 다른 부서에서도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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