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금융 데이터 거래소 활성화로 데이터 경제 시대 앞당겨야

2020.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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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유신(서강대학교 기술대학원장·한국핀테크지원센터 이사장)

데이터 3법(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데이터 거래와 데이터 사업이 핫이슈다. 특히 2020년 3월부터 시작하는 ‘금융 데이터 거래소’의 시범 운영에 대해 금융회사, 핀테크업체는 물론 통신, 유통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16일 서울시 ‘창업허브’에서 열린 금융정책설명회엔 무려 1,000여 명이 몰렸는데, 대다수 참여자들이 데이터 거래 및 활용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금융 데이터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 탄생

금융 데이터 거래소란 한마디로 금융 데이터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서 금융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말한다. 은행, 증권, 카드사 등이 자신이 보유한 데이터의 내용과 포맷, 샘플을 금융보안원이 운영하는 거래 플랫폼에 올리면, 타 금융사나 핀테크사 또는 비금융사들이 데이터 비용을 지불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이 입출금 거래 패턴과 대출 연체와의 상관관계를 모형화할 수 있는 익명 데이터를 거래소에 올리면, 신용평가 모형 개발 초기에 있는 핀테크사가 이를 활용하여 신용평가 모형을 업그레이드하는 식이다. 여기서 데이터의 종류는 금융 데이터가 중심이지만, 데이터 유통에 법적 제약(ex.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만 없다면 금융, 비금융을 불문하기 때문에 통신, 유통 등 다양한 데이터들도 거래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 데이터 거래소는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은행, 보험 등의 데이터 공급자와 금융회사, 핀테크기업 등 데이터 수요자가 데이터 거래소라는 플랫폼에서 만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데이터 조회, 데이터 매칭, 계약, 결제의 과정을 통해 거래 형성이 이뤄진다.

거래소인 만큼 당연히 데이터 거래의 활성화 유도가 핵심이다. 다만, 시장에선 금융 데이터 거래소가 이제껏 없었던 데다, 데이터의 종류와 성격도 다양해서 거래소와 함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반적인 생태계(Eco-system) 조성이 거래소 성패를 좌우할 거라고 말한다.

금융 데이터 거래소 청사진도 이를 반영해서인지 데이터 거래의 안전성을 위해 정보보안 전문기관인 금융보안원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내용 외에 금융업뿐 아니라 여타 산업도 참여하는 개방형 플랫폼,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유통 가이드라인 수립 등 다양한 생태계 조성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론 금융당국이 지난 1월부터 거래소, 유관기관, 데이터 수요‧공급자(금융회사, 핀테크 기업 등) 등으로 구성된 ‘금융분야 데이터 유통 생태계 구축 협의회’를 구성하였다. 협의회 아래 실무 작업반을 구성하여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 과제를 발굴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간사기관(금융보안원)을 통해 작업반별 회의 내용, 결과 등을 취합하고, 협의회를 통해 공유하여 협력 과제를 추진한다.

실무 작업반은 ‘수요‧공급 기반’, ‘유통 가이드라인’, ‘정책적 지원’ 등 3개로 구성하여 운영된다. 수요‧공급 기반 작업반은 업권별, 회사별 데이터 수요 및 보유 현황 조사, 데이터 수요자와 공급자 매칭 지원 등을 수행한다.

가이드라인 작업반은 데이터 거래 표준 절차 및 표준 계약서, 데이터 가격 산정 기준 등을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정책 지원반은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방안, 신정법 시행령 등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게 주업무가 된다.

또한, 협의회의 주요 논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데이터 수요‧공급 기반 확보이다.

현재 데이터 거래는 주로 기상정보, 뉴스, 번역데이터, 통신, 위치정보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금융 분야 데이터 거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해외 금융 데이터 거래 및 활용 사례와 국내 업권별, 회사별 데이터 수요 및 공급 등을 조사한다.

둘째, 데이터 유통,결합 가이드라인 마련이다.

국내 금융분야 데이터 거래 및 결합 관련 사례 등이 적어 금융데이터의 범위,  관련 절차,기준 등이 불명확하여 금융회사들이 데이터 거래 및 결합에 소극적인 상황으로 금융회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발간한다.

셋째, 데이터 가격산정 기준 및 데이터 거래 바우처를 지원 검토하는 것이다.

국내 데이터 시장은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합리한 데이터 가격이 약 33%를 차지하는 등 기준가격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으로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데이터 가격 산정 기준을 마련한다.

국내외 데이터 거래 현황 및 활성화 방안

국내외의 데이터 거래 시장을 살펴보면, 우선 해외는 미국, 유럽, 중국 등을 중심으로 데이터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다. 특히 거래가 활발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데이터 거래 규모는 2017년 기준 1,500억 달러(180조 원). 데이터 중개상(Data Broker)만 2,500개 이상(2018년 기준)이다. 데이터 공급기업 수는 30만 2,810개(2017년 기준)로 유럽 28개국 전체를 합친 27만 6,450개보다 9.5% 많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초대형 IT기업부터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 벤처기업까지 연구개발 등에 필요한 데이터를 사고팔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다. 중국은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2015년 정부의 강력한 데이터 거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지난 5년간 연 25~30%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주도로 설립된 ‘귀양 빅데이터 거래소’와 민관 공동으로 지원하는 ‘데이터 거래 지원센터(상하이, 베이징, 선전)’가 대표적이다. 특히 귀양 빅데이터 거래소의 경우 알리바바, 텐센트 등 2,000여 개의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데이터 거래는 연 6조 원 내외로 미국의 3% 수준이다.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가 미국의 약 7%임을 감안해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특히 금융 데이터 거래는 그동안 법적 제약 등으로 카드 매출 데이터 외에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금융 제외)에 의하면, 우리나라 데이터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3대 요인을 데이터 거래 제도 정비의 미흡, 기업 영업 비밀의 노출 우려, 비합리적인 데이터 가격의 순으로 꼽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해도 데이터 거래를 적극 활성화하기 위해선 장애 요인 제거 등 다양한 생태계 조성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시장 일각에선 섣부른 데이터 거래로 인한 정보 유출 사고 우려 등으로 ‘금융 데이터 거래소가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데이터 거래 포털 구축 등 투자 여력이 부족한 소형사들의 경우 초기엔 관망하겠단 입장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아직 표준화된 데이터가 없어 사업 추진 전 국내 기업들이 중국 등 해외에서 데이터를 사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데이터 가격 표준화, 참여자들의 이해도를 높일 표준 사례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다양한 산업의 성장과 육성, 시너지 효과 기대

금융 데이터 거래소의 구축과 함께 다양한 생태계(Eco-system) 조성이 이뤄지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첫째, 빅데이터 산업의 육성에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 거래는 워낙 빠르고 대량으로 일어나는 데다 개인의 소비, 투자 형태, 위험 성향 등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고 정확도도 대단히 높다. 따라서 금융 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금융 데이터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 민간 부문에서의 빅데이터 구축과 비즈니스모델 활용에 뛰어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둘째,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인공지능은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딥러닝(Deep Learning)에 기초한 만큼 빅데이터의 양과 질이 중요하다. 특히 금융 데이터는 다른 산업 데이터보다 정형화(Structured)되어 있어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 데이터 거래소를 통한 빅데이터의 조기 구축은 그만큼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거란 얘기다.

셋째, 다른 산업과의 비즈니스모델 융합 등 시너지 효과도 대단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금융결제 거래 데이터는 금융 데이터임과 동시에 해당 제품 또는 서비스의 소비자 행동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이기도 하다. 따라서 금융결제 거래 데이터 분석 활용으로 금융과 비금융분야의 다양한 사업 모델 창출 등이 가능해져 전 산업으로의 시너지 효과(Spill-over Effect)를 얻을 수 있다.

넷째, 생태계 및 인프라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토종 기업들의 등장과 경쟁력 제고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한국거래소의 IT자회사인 코스콤, KT 등 국내 기업들이 최근 외국 기업이 판치는 금융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속속 프로젝트를 따내고 있다고 한다. 대표 사례 중 하나가 NBP와 코스콤 공동으로 맡은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의 금융 클라우드 사업이다.

코스콤은 작년 10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과 론칭한 금융 클라우드가 업계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고객사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으며, 이들 고객사들은 MTS, 레그테크, 업무자동화(RPA) 등에 클라우드 서비스 전환을 추진 중이다.

양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향후 핀테크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이 선보일 `마이데이터` 사업(금융회사 개인정보 데이터를 소비자 개인들에게 개방)을 제공하는 과정에서도 코스콤 금융 클라우드 상에서 `마이데이터` 시스템을 개발하면 데이터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별도 인프라를 설치하지 않아도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클라우드는 금융 데이터 거래소 운영에 있어 핵심 시스템이다. 따라서 토종 기업들이 금융 클라우드업계에서 그만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NBP와 코스콤은 금융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금융 데이터 거래소의 3월 말 오픈을 앞두고 최종 마무리 작업 중이다. 또한 금융위원회가 금융권의 개인신용정보와 고유식별정보까지 외부 전산 자원을 빌려 쓰는 클라우드로 구동토록 ‘전자금융감독규정’을 완화하면서 민간 부문에서도 KT는 하나은행, NHN은 KB금융그룹, NBP는 한화생명과 각각 계약을 체결했으며 기업은행, 미래에셋대우 등도 국산 플랫폼을 선택했다.

데이터 경제는 데이터 유통과 결합 그리고 이를 통한 다양한 산업에서의 부가가치 창출이 핵심이다. 조만간 오픈될 금융 데이터 거래소의 활성화로 데이터 경제 시대 개막을 앞당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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