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ICT 혁신에서 배우는 한국의 중장기 경제 성장 전략

지난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일본 도쿄에서는 ‘재팬 IT 위크 스프링 2017(Japan IT Week Spring 2017)’이 개최됐다. 일본 국내외에서 1600개의 기업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일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최신 동향을 보여준 것은 물론, 일본의 산업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방증하는 자리였다. 이처럼 ICT 산업에서 다시 시작된 일본의 경제 성장은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시사점이 된다.

글 이채학 소프트웨어시험인증연구소 수석연구원

지난 5월 10~12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Japan IT Week Spring 2017’.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이하 KOSA)가 운영하는 한국공동관(Korea Pavilion)을 지원하는 형태로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일본 도쿄 빅사이트(Big Sight)에서 개최된 ‘재팬 IT 위크 스프링 2017’에 다녀왔다. 재팬 IT 위크 스프링 전시회는 올해로 제27회를 맞는 일본 최대의 ICT 전문 전시·컨퍼런스다. 소프트웨어(SW) & 애플리케이션 개발, 임베디드 시스템, 웹 & 디지털 마케팅 등 13개 전문 분야 엑스포(EXPO)가 한 지역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견본시(見本市)로 쇼케이스 및 데모를 통해 제품을 직접 조작해보거나 서비스를 체험해볼 수 있고, 설명회 참가 등을 통해 자료 수집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정보 시큐리티,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사물통신(M2M), 빅데이터(Big Data) 관련 엑스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는 지난해보다 110개사가 증가한 1600개 기업이 출전했고 관람객은 약 8만9000명, 컨퍼런스 수강자는 2만3000명을 넘어서는 등 역대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도 KOSA가 운영하는 한국공동관에 참여하거나 독자 부스를 운영하는 등의 형태로 30여 개사가 참가했다. 전시회 참가 기업들은 주로 파트너십 체결이나 채널 발굴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참가했다. 이러한 기업 간 거래(B2B) 성격의 전문 전시회가 성황리에 개최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ICT 시장의 경기가 현재 활황임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침체돼 있던 일본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은 원동력은?

일본 대지진 이후 반전의 기미 없이 떨어지기만 하던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2015년을 기점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4월 일본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4% 급증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각종 경제 전망 기관들도 앞다투어 일본의 향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본 경제 성장이 무제한 양적완화(QE)를 주요 내용으로 한 ‘아베노믹스’와 2020년에 개최되는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특수에 기인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ICT의 관점에서 보면 일본 정부의 정책적 행보 속에서도 주목해야 할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중장기적인 정책 목표를 ‘ICT 혁신을 통한 경제 성장 달성’으로 설정했고 이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이 중심이 돼 구체화하고 있는 ‘신산업구조 비전’의 핵심 또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ICT 신기술’을 활용해 2030년을 대비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일본의 중장기적 경제 성장을 함께 이루겠다는 것이다.

심각한 인구 고령화를 겪는 일본의 경제 성장 비책, ICT

일본은 전 세계에서 고령화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의 노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기준 2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으며, 2030년에는 31.8%에 이르러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노동인구 비율 또한 급격히 줄어 1995년 69.5%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5년에는 60.9%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고, 현재 추세대로라면 2060년에는 50.9%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전체 인구수도 2005년 1억2800만 명에서 2060년에는 32.8% 줄어든 860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급격한 인구 감소는 국가 경제에 있어서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경제 성장의 중심축인 노동력을 감소시키고 수요(소비)를 위축시키므로, 결국 경제는 구조적인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기 때문이다. 저출산, 초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도전이라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일본은 ‘ICT 혁신’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여성과 고령인구의 노동 참가율을 확대시키며, 교육 및 인재 육성, 효율화를 통한 노동의 질 향상을 꾀하고 있다. 또한 수요 환기 측면에서 기업들의 적극적인 글로벌 전개를 통해 해외 수요 발굴을 유도하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프로덕트 이노베이션(Product Innovation)에 의한 신규 수요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즉,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ICT 신기술의 파괴력을 통해 인구 감소로 인한 제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중장기적인 경제 성장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국가별 클라우드 순위 조사기관인 BSA가 발표한 ‘2016년 BSA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스코어카드’에서 24개 조사 대상국 중 미국, 독일, 캐나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순위는 폴란드, 스페인에 뒤진 12위였다. 일본 정부는 2015년 6월에 발표한 ‘세계 최첨단 IT 국가 창조 선언’에서 원격근무 등을 포함해 ICT 활용을 통한 노동 환경의 향상을 주된 실천 목표로 정했다. 2020년에는 원격근무 도입 기업 수를 2012년 대비 3배로 증가시키고, 주 1일 이상 종일 재택근무를 하는 고용형 재택 근로자 수와 여성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목표도 밝히고 있다. 일본은 최근 온·오프라인(Online to Offline, O2O), 가상화폐(Electronic Money)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물류 및 지급수단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 선진 7개국 중 가장 먼저 가상화폐의 매매와 교환이 가능하도록 한 ‘가상통화법’을 제정해 2017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저출산·초고령화로 야기될 사회·경제적 과제 해결을 위한 ICT의 활용

2050년 우리나라의 고령화 지수는 일본에 이은 전 세계 2위이고,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52.7%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정부 또한 제4차 산업혁명을 경제·사회적 패러다임 전환과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거대한 변화 요인’으로 인지하고 최근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 등을 발표해 ‘일자리·저출산·제4차 산업혁명’을 국정 3대 과제로 선정했다. 따라서 저출산, 초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노동력의 감소 및 수요 위축이라는 사회·경제적 과제를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산업혁명 수준의 파괴력을 지닌 혁신적 ICT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상호 유기적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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