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의 뜀박질, 언제까지 지속될까?
코스피(KOSPI)가 오랫동안 갇혀 있던 박스권을 넘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코스피의 상승세에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추세가 오래가지 못하고 또 다른 박스권으로 이어지리라는 예측에도 주목하고 있다. 코스피의 상승세는 과연 계속될 수 있을까?
글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장
코스피가 장기 박스권을 뛰어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7년 6월 현재 코스피는 2400포인트대에 근접하면서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신천지에 올라서 있다. 지난 수년간 한국 증시는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부진한 성과를 나타냈던 시장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중국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2011년 5월 2230포인트대까지 상승했던 코스피는 이후 6년간 지루한 횡보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장기 약세장에 신음했던 일본 증시마저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급등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한국 증시 참여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매우 컸다.
부진을 면치 못하던 한국 증시가 올 들어 힘을 내고 있다. 주가 상승의 이유는 명확하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이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 주도의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고, 반도체와 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한국의 기업이익이 급증하고 있다.
신흥국 경기의 반등세에 힘입은 한국 경기
지난해 1분기 이후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가 완연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두드러진 사실은 경기 회복을 신흥국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주춤한 상황이고, 유럽도 이제야 경기가 바닥을 치고 돌아서는 형국이지만, 신흥국들이 힘을 내면서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개선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순환적인 경기 사이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금융시장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만든 경기선행지수를 많이 참조한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OECD 경기선행지수만 봐서는 글로벌 경제의 전체적인 동향을 파악할 수 없게 됐다. OECD는 선진국들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국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당장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은 OECD 회원이 아니다.
OECD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 기존 경기선행지수 외에 EM Big6 경기선행지수를 만들었다. EM Big6는 브릭스 4개국 외에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됐는데, 전반적인 신흥국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위 ‘OECD 경기선행지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최근에는 신흥국 경기의 반등세가 더 뚜렷하다. 특히 선진국 경기가 2013~2014년에 반짝 반등했던 시기에도 신흥국 경기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기만 했다. 5년 가까이 하락하던 경기가 지난해 2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국가들은 러시아와 브라질이다. 지난해 초까지 국가 부도 가능성마저 거론됐던 이들 국가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전반적인 신흥국 경기 반등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수출 지표를 보면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한국의 수출 실적을 보면 글로벌 권역별 경기 동향을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은 대표적인 제조업 강국이면서 수출 대국이기 때문에 한국이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들은 그만큼 소비 수요가 견조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7개월 동안 러시아, 베트남, 이란, 브라질 등 신흥국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글로벌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 증가율은 평균을 밑돌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은 오히려 소폭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성장한 신흥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 가면서 신흥국 경기에 대한 노출도가 높아졌다. 코스피가 지난 6년 동안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던 이유도 신흥국 경기가 후퇴했기 때문이다.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신흥국 경기 회복은 코스피의 장기 박스권 돌파에 든든한 우군이 돼주고 있다.
기업이익 증가로 정체의 덫 벗어나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의 둘째 동인은 기업이익 증가다. 기업이익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2017년 한국 상장사들의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41%로 주요국들 중 가장 높다. 한국 기업들이 압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이 상장사 실적 호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절대 규모로 봐도 올해 예상되는 상장사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사상 최고다. 한국 상장사 당기순이익은 2010년에 91조 원을 기록한 이후 2011년에서 2015년까지 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코스피가 장기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이익의 정체였던 셈이다.
지난해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신흥국 경기 회복과 반도체 경기 활황으로 한국 상장사들은 이익 정체의 덫에서 벗어나고 있다. 2016년 상장사 당기순이익은 2010년 수준을 소폭 상회(95조 원)한 데 이어, 올해는 40% 넘게 증가한 137조 원대의 순이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올해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이고 예상치일 따름이다. 대체로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추정에 낙관적 편향을 가진 경우가 많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실제 발표 실적이 애널리스트들의 사전 예상치에 턱없이 못 미치는 어닝쇼크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올해는 이익 추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본다. 수출을 비롯한 매크로 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지난 1분기 기업 실적이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추정치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발표됐기 때문이다. 2017년 상장사 당기순이익이 시장의 예상대로 40% 넘게 증가하지는 못하더라도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압도적인 사상 최고의 이익이 기록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코스피 강세장에는 불안요소도 배제할 수 없어
이런 강세장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적어도 3분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 사이클 측면에서 보면 신흥국의 경기 확장세는 연말께는 돼야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OECD 신흥국(BRICs+남아공+인도네시아)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분기에 바닥을 치고 반등하고 있는데, 통상적인 경기 확장 사이클은 20개월 내외다. 연말까지는 신흥국 주도의 경기 확장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시장의 불안 요인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논의한 것처럼 일단 글로벌 경기 흐름은 4분기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이 주도하고 있는 최근의 경기 반등은 반쪽의 경기 회복세다. 전통적인 글로벌 경제의 분업 구조는 ‘선진국은 소비하고, 신흥국은 제조해서 수출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소비 규모가 신흥국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최근의 신흥국 경기 반등은 그야말로 기저효과 측면이 크다. 마이너스 성장으로까지 내몰렸던 브라질, 러시아 등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브라질은 다시 정치 스캔들로 휘청거리고 있고, 국제 유가의 오름세가 주춤해진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2017년 후반부로 갈수록 선진국 경기, 특히 미국 소비의 회복 속도가 중요해질 것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미국의 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배타적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미국 소비가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신흥국들이 그 수혜를 온전히 누리기 힘들 것이다. 2017년은 미국의 도움 없이도 한국의 수출이 증가할 수 있었지만, 2018년에는 이런 행운이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상장사들의 기업이익 증가가 특정 업종에 쏠려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 상장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부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개별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기전자와 화학 단 2개 업종만이 역대 최고의 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에 올라탄 반도체와 신흥국 경기 반등의 수혜를 보고 있는 화학 업종만 호황일 뿐 대다수 업종의 업황은 사상 최고 수준과 거리가 멀다.
반도체와 화학은 업황의 부침이 심한 대표적인 경기민감형(Cyclical) 산업이다. 업황이 상승 사이클을 타면 이익이 무섭게 증가하지만, 일단 하강 기조로 반전되면 이익이 급감하는 속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종목은 시장에서 높은 밸류에이션(기업이익 대비 주가 비율,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PER가 일반적 지표)을 받지 못한다. 이익의 불안정성이 주가에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적 호전이 일부 업종에 편중돼 나타나면서 주가 양극화도 강화되고 있다. 기록적인 이익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100% 가까이 급등했다. 한국 증시 부동의 원톱 삼성전자는 코스피의 박스권 돌파를 일궈낸 일등공신이었다. 삼성전자 한 종목이 코스피를 200포인트 넘게 끌어올렸다. 6월 19일 현재 코스피는 2370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를 빼고 계산해본 코스피는 2140포인트대에 머물러 있다. 다수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심리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코스피가 보여주는 열기에 훨씬 못 미칠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변화에 주목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변화도 하반기에 눈여겨봐야 한다.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올해 안에 양적완화(QE)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중앙은행의 자산 축소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자산가격 상승은 양적완화를 통해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축소는 자산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 계획을 하반기 중 발표할 것으로 보이고, 중국의 인민은행은 한 차례 정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관련된 긴장은 연말로 갈수록 점차 높아질 것이다. 중앙은행들은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정책 선회를 시도하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은 예단하기 힘들다.
한편 글로벌 증시 전반의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 증시야 장기 박스권에서 이제 막 벗어났지만, 글로벌 주식시장 전체적으로는 2009년부터 연 9년째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이 반복된다. 9년 연속 올랐다면 중기적인 가격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 증시는 가격 부담이 덜하지만, 미국 증시가 심하게 조정을 받으면 한국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 경제와 증시에 심각한 모순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이슈로 휘청거리고, 미국 증시가 급락하자 그 여파가 그대로 한국 증시로 옮겨졌다.
미국 증시는 지난해 트럼프 당선 이후 빠르게 레벨업이 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지금의 행태는 당초 가졌던 기대와 거리가 멀다. 리더십을 인정받기는커녕 출범한 지 4개월여밖에 안 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올 수 있는 부정적 효과의 전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올해 코스피 흐름은 전강후약(前强後弱)이 아닐까 싶다. 2017년 상반기에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한국 증시의 상승세는 3분기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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