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분석을 통해 본 ICT 정책 방향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정보통신기술(ICT) 공약 이행 방안을 속속 내놓으면서 향후 마련될 ICT 정책 방향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 김태진 지디넷코리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ICT 공약은 크게 ▲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 ▲ 가계통신비 인하 ▲ 일자리 창출 등으로 요약된다.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홀대를 겪었던 ICT 정책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게 새 정부의 기본적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선거 전 한 포럼에서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젊은이들은 도전했고 정보기술(IT) 경쟁력은 최상위권이었다”며 “하지만 지난 10년간 허송세월을 했고 선진국과 해외 주요 기업들이 자율주행자동차 등으로 앞서가는 동안 까마득히 뒤처졌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향후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어 사물인터넷(IoT) 망 1등 국가를 만들어 스마트 가전과 자율주행차 산업을 키우겠다”며 “21세기형 뉴딜정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제4차 산업혁명 실현을 위한 구체적 추진 전략으로 ▲ 자율주행차 선도국가 ▲인공지능(AI) 스마트 고속도로 신설 ▲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20% 이상 등을 제시했으며, 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토대로 ▲ 창업 ▲ 공정 경쟁 ▲ 과학기술 ▲ 교육체계 개편 ▲ 제조업 부흥 등을 꼽았다.
아직 ICT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미래창조과학부가 조직 체계를 갖추는 과정에 있어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새 정부가 ICT 정책에 힘을 실으려는 움직임은 엿보인다.
제4차 산업혁명 주관부처 ‘미래부’ 의미는
대표적인 게 지난 6월 5일 당정청협의회에서 정부 조직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미래부에 차관급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설치키로 한 것이다. 이는 선거 전까지만 해도 지난 정권에서 ‘창조경제’의 선도 부처 역할을 했던 미래부의 폐지설이 언급돼 왔던 것과는 180도 다른 결과다. 정부 조직개편안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ICT와 과학기술을 분리하고 ICT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나 방송통신위원회와 통폐합할 수 있다는 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선거 전 문재인 캠프에서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를 한 부처에서 담당해야 하느냐, 분리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이 있었으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분리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일각에서 새 정부가 ICT 정책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도 ICT 부처를 해체하는 ‘징벌적 개편’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기존 2차관으로 구성된 미래부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설치해 3차관 체제로 확대 개편한 데 이어, 지난 6월 13일 국정기획위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주관부처를 미래부로 결정했다. 이 역시 모든 부처의 예산과 기획 부문을 통합 조정할 수 있는 기획재정부가 제4차 산업혁명을 주관하게 될 것이란 예상을 빗나가게 한 조치다. 특히, 미래부에 새로 설치될 과학기술혁신본부의 본부장은 차관급이지만 국무회의에 배석해 주요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기재부가 가진 예산 관련 권한이 부여된 특권마저 주어졌다.
대선 이전 문 대통령이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조치가 향후 미래부나 ICT와 과학기술 정책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선 전 문 대통령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고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면서 “자율과 공정, 혁신과 상생이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며 20세기에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이뤄낸 것처럼 21세기에는 촛불혁명과 제4차 산업혁명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들자”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구성될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대통령비서실에 신설된 과학기술보좌관, 그리고 미래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향후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낼 ICT와 과학기술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통신비 공약, 업계 우려 목소리도
새 정부가 제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며 미래부에 힘을 실어준 모습과는 달리, 통신비 인하 공약 달성을 위해 업계를 압박한 것을 두고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 전 문재인 캠프에서는 가계통신비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다만, 가계통신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 부담 경감을 위해 정부가 사업자에게 사용 가능한 요금 인하 유인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진행된 통신비 인하 논란은 시장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결국 기본료 폐지로 대표되는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은 미래 산업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지적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6월 22일 국정기획위와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통신비 인하 이행 방안에서 제외됐다.
당초 문 대통령의 ‘8대 가계통신비 공약’에는 ▲ 기본료 폐지 ▲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 분리공시 도입 ▲ 주파수 경매 시 통신비 인하 의무화 ▲ 무선 데이터 이월 및 공유 ▲ 공공 와이파이(Wi-Fi) 설치 의무화 ▲ 한·중·일 3국 간 로밍 요금 폐지 ▲ 5세대(5G) 네트워크 정부 구축 등이었다.
하지만 국정기획위의 통신비 이행 방안에는 공공 와이파이와 지원금 상한제 폐지, 분리공시 도입 등만 포함됐고, 한·중·일 3국 간 로밍 요금 폐지와 무선 데이터 이월 등은 통신사들이 자발적 추진 의사를 밝혀 이행 방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기본료 폐지는 ‘취약계층 요금 감면’과 ‘선택약정 할인 20%→25% 상향 조정’, ‘보편 요금제 도입’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이 역시 이동통신 3사가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어서 그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태다. 또 분리공시 등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개정해야 하는 방안 역시 정부가 아닌 국회에 공을 넘겨 놓은 상태여서 향후 정기국회 이전까지는 실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특히, 기본료 폐지 대신 방향을 선회한 선택약정 할인 상향, 취약계층 요금 감면, 보편적 요금제 도입 등은 향후 정부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직접 규제를 해야 되는 것으로 그동안 탈 규제 정책을 펴 왔던 정부 정책과는 사실상 배치되는 결과다.
또 그동안 문 대통령이 제4차 산업혁명을 통한 신산업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모두 걷어내겠다”며 네거티브 규제를 강조해 왔던 것과도 어긋난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가계통신비와 관련된 통신 정책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제4이동통신사 선정 추진과 같은 경쟁 활성화 정책에 앞서, 타 ICT 분야와 달리 단기적으로 정부의 직접 규제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자리-창업 정책 강화
문 대통령이 대선 이전과 이후 제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면서 가장 많이 한 얘기가 ‘일자리 창출’과 ‘창업(벤처기업 육성)’이다. 특히, 청년 창업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 모태펀드 청년계정 신설과 청년 전용 창업자금 확대 ▲ 성실실패 재도전 창업자에 대한 재기교육 ▲ 재창업 자금 및 펀드 확대 ▲ 청년 창업 시 일정 기간 4대 보험료 지원 ▲ 청년 벤처창업, 기술개발 혁신 제품에 대한 공공구매 및 판로 지원 확대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또 창업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으로는 ▲ 스타트업에 대한 에인절투자 활성화 ▲ 재기지원 삼세번 펀드 등 정부 창업 지원 펀드 확대 ▲ 창업벤처 공공조달 참여 기회 확대 ▲ 스타트업 생존율 제고를 위한 성장단계별 정책자금 지원 확대 추진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대선 전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겠다는 공약을 언급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을 국가가 주도하겠다고 하니 자율성이나 창의성을 정부가 막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있는데 기업을 컨트롤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함께 뛰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첫 정부 조직개편에서 통폐합이 예상됐던 부처들은 ‘조직 안정’을 이유로 큰 변화를 주지 않은 것과 달리 중소기업청은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켰다. (주-7월 19일 현재, 여야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협상 과정에서 ‘중소벤처사업부’를 ‘창업중소기업부’로 바꾸기로 합의한 상태다.)
여기에 산업부의 산업 인력과 지역산업 기업 협력 업무,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관리 업무를 이관시켰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벤처기업 육성에 걸림돌로 지적한 연대보증제 폐지와 금융 지원 정책 등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그동안 중소 벤처의 온라인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진입 장벽으로 꼽았던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와 같은 규제도 네거티브 규제 실현에 맞춰 곧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문재인 캠프에서 일자리 확대와 창업 활성화 해법으로 제시한 ▲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해 외국인 투자 기업 수준으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리쇼어링(Re-Shoring) ▲ 국내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오프쇼어링(Off-Shoring) 방지 방안 ▲ 성과공유제 도입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 및 사회보험료 감면 ▲ 소규모 사업장과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 등도 정부 조직구성 완료와 함께 단계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명칭 전환되기 이전에 업로드된 기사입니다. 따라서 기사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 명칭을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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