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금융 디지털 인재 운영 방안

2017.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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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 디지털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에게 한국 금융 기업에 필요한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방안을 들어본다.

 


 

글 조수연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금융 산업 인력 구조의 급격한 변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은행이 아니라 은행 서비스다”라는 빌 게이츠의 말처럼 최근 금융 산업은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00년 600여 명에 달하던 ‘인간’ 주식 트레이더를 17년 만에 단 2명으로 줄였다. 그리고 ‘인간’ 트레이더의 빈 자리는 200명의 엔지니어에 의해 운용되는 자동 거래 프로그램이 대신하고 있다. 현재 약 3만5000명에 달하는 전체 임직원의 4분의 1이 컴퓨터 엔지니어이며, 골드만삭스의 기술 인력은 정보기술(IT) 기업인 링크드인(LinkedIn) 전체 인력보다 많을 정도다. 인력 구성으로만 보면 골드만삭스는 금융사라기보다는 기술 업체에 가깝다. 업무의 전문성이 높고 보수적이라고 인식되던 금융 산업에서도 인력 구조와 핵심 전문성 차원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올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영업 개시 70일 만에 35만 명의 고객을 유치하며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었고, 뒤이어 카카오뱅크도 7월 영업 시작을 알리는 등 비대면 채널만으로 은행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기술에 의한 금융 산업의 파괴적 혁신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은 직원 3분의 1 이상을 IT 인력으로 구성하고, 기존 은행 내 가장 큰 규모인 영업 조직 없이 오로지 마케팅만으로 고객을 유치하며, 조직을 IT 회사와 유사하게 운영하는 등 기존 은행과 차별적인 ‘비은행의 DNA’를 강조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일제히 비대면 채널, 빅데이터(Big Data) 등 관련 조직과 역할을 신설하며 디지털 혁신에 대한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으나, 비즈니스 모델과 전사 차원의 구조적 변화보다는 고객 접점에 있는 일부 조직이나 기능에 한정된 상황이다.

 

핀테크 발전으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확대로 금융 인력이 4년간 8000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인재 운영의 핵심

이미 대세가 돼 버린 디지털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금융사들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글로벌 회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살펴보면 약 70%의 최고경영자(CEO)가 ‘디지털 혁신이 최우선 과제’라고 응답했으나 50% 이상은 디지털 혁신에 대한 명확한 대응 방향이나 구체적 변화 계획은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아, 디지털 변화에 대응하는 게 막막하고 어려운 건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디지털 변화가 더욱 막연한 이유는 지금의 변화가 영업, 상품, 채널 등 특정 부문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 그리고 사업모델부터 고민해야 하는 근원적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변화에서의 경쟁력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혁신을 만들고 통제하는 ‘사람’이다. 디지털 전쟁에서 성공하기 위한 인재 운영의 5가지의 핵심 활동을 소개한다.

금융 서비스에서 비대면 서비스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첫째, 디지털 전략에 따라 사업 추진에 필요한 스킬을 정의하고 인력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산업의 전통적 가치사슬 중 극히 일부분만으로도 비즈니스가 가능하게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핵심적으로 보유하고 관리해야 하는 스킬과 역량이 어떤 것이고, 현재 우리의 수준이 어떠한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시작점이라 하겠다. 디지털 시대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내부에서 모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의된 스킬을 외부 채용, 내부 육성 및 재배치, 외부 협업 등 어떤 방식으로 확보해야 하는지 소싱 방법을 체계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적합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고 확보해야 한다. 고객들의 디지털 경험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지며 금융기관에서 대응이 필요한 스킬 갭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 조직에서 보유하지 않았던 역량이나 빠른 시간 내에 확보하기 어려운 전문 영역은 외부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채용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금융 산업에서의 네트워크와 대규모 신입 채용을 통해 인력을 선발했으나, 기존에 관리하지 않던 다양한 기술 관련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친숙한 방식이나 새로운 네트워크 개발이 필요하다. 골드만삭스는 오픈소스 플랫폼에 내부의 소스 코드를 공유해 관련 이슈를 해결하는 역량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등 기술인재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채용 방식을 통해 기존에 접근할 수 없었던 인재를 발굴했다. 또한 핀테크(FinTech)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의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하는 방식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특정 영역의 전문성 확보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인재 영입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해외 금융기관들은 금융 산업에 대한 경험이 없더라도 디지털 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아 제로 베이스에서 금융 산업을 재해석할 수 있는 리더급 인재를 영입하는 등 디지털 경험이 풍부한 인재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셋째, 내부 임직원을 디지털 인재로 전환시켜야 한다. 다양한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면서 해당 역량을 보유한 인재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재에 대한 관점과 운영 방식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인재는 단순히 IT 전문성을 갖고 있는 인재가 아니다. 다양한 기술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고 융합함으로써 자신의 영역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실행하는, 즉 디지털 사고를 통해 일하는 인재다. DBS는 2일간 디지털 사고에 관련된 교육을 수강하고 72시간 동안 외부 스타트업과 함께 실제 비즈니스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해커톤 프로그램을 통해 전 임직원에게 디지털 마인드를 확산시켰다. 디지털 혁신이 기술로 촉발됐다고 하지만 기존 IT 인력들은 디지털 사업의 파트너로 인정되기보다는 운영 역할로 제한되며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IT 인력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확고히 하면서 기술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역량을 확대하거나,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필요 역량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외부 협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변화의 속도와 범위가 광범위해진 만큼 동종 혹은 이종 산업 간 협업과 파트너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기존에는 파트너십이 사업적 관점에서만 검토됐으나 인력 교류, 협업 프로젝트, 인재 확보를 위한 합병(인수 고용, Acq-hire) 등 인사 관점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외부 역량에 대한 즉각적 활용뿐 아니라 내부 직원의 역량 향상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이치뱅크에서는 14개국 400여 명의 조직 내외 전문가들이 여러 애자일(Agile) 팀을 구성해 은행 시스템과 연결된 혁신적 서비스를 개발하는 디지털 팩토리를 통해 유연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기존 조직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형태의 협업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향후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외부 조직과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방식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업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전통적인 금융사들은 보수적인 문화와 근무 환경,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수용하기 어려운 리스크 회피적 분위기와 기술 인재에 대한 제한적 역할 부여, 디지털에 대한 투자 및 실질적 지원 부족 등의 이유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디지털 인재들에게 다른 산업에 비해 매력도가 낮은 편이다. 아무리 유능한 디지털 인재를 영입하고, 내부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향상시킨다고 해도 지금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결국 다른 회사를 찾아 떠나거나 기존의 수동적 방식으로만 업무를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채용, 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 투입된 1차적 비용에 대한 손실뿐 아니라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행위다. 디지털 시대에 기업문화는 그 자체로 중요한 전략이다. 로이즈뱅킹그룹(Lloyds Banking Group)이 2014년 디지털 변화를 위한 로드맵을 개발하면서 디지털 문화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정의하고 협력적 업무 방식을 위한 원칙(Working Principle)을 정의했으며, JP모건, BBVA 등은 IT 기업들과 유사한 자유로운 업무 환경과 유연한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의 프로세스적 업무 방식이나 가치로는 고객 지향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발굴하고, 신속하게 시장에 전달하기 어렵다. 따라서 디지털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보다 기민하고, 유연하고,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며, 다양한 전문가들 간 협업을 강화하는 조직문화 형성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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