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기업경영과 금융투자 패러다임의 대전환
글. 김광기 대표(ESG경제)
기업과 금융회사들 사이에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경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 재계와 금융시장에서 2020년은 ESG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폭발한 해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환경 및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 소득 및 사회 양극화의 심화 등은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ESG경영을 앞다퉈 표방하도록 만들었다.
ESG경영이란 게 무엇인가? 우선, 기업이 이윤 추구라는 재무적 활동을 넘어 환경보호와 사회책임 등 비재무적 요소도 경영의 일환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기업의 주인을 주주 이외에 임직원, 소비자, 협력업체, 지역공동체 등까지 포괄하는 광범한 이해관계자라고 보고 이들 모두를 위해 민주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의사결정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ESG경영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선택이다. 따라서 순수성과 진정성을 생명으로 한다. 경영의 일환이기 때문에 ESG 관련 활동은 투자로, 그 결과는 가치창출로 인식한다. 물론 아직 회계적으로 표준화·공인화 되지는 못했다.
ESG와 CSR, 같은 듯 다른 형제
ESG는 기존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무엇이 다른가?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CSR은 재무적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이 주류다. 따라서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비용으로 인식된다.
CSR은 ESG의 형님 격이다. 신자유주의가 꽃을 피운 1980년대 말부터 본격 확산했다. 시장자유화와 글로벌화로 큰 돈을 번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회공헌에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어나면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환경(E)이슈는 사회책임(S) 중 하나로 인식됐다.
ESG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급속한 기후변화와 재난, 소득 및 사회적 불평등이 심해지면서다. 기업이 뭔가 더욱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커졌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E’가 ‘S’에서 떨어져 나와 더 중요한 앞쪽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거버넌스(G)가 따라붙은 것도 흥미를 끈다. ‘G’가 받쳐주지 않으면 ‘E’도, ‘S’도 추진력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ESG 3요소 중 일반인에게 쉽게 와 닿지 않는 게 거버넌스다.
거버넌스는 한국에선 지배구조, 일본에선 통치구조로 번역해 쓴다. 기업 지배구조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의 제약 하에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제반 장치’라고 되어 있다.
이런 거버넌스가 왜 ESG의 3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일까? 거버넌스가 투명하고 민주적인 구조로 짜여야, 여러 이해관계의 충돌을 극복하고, 올바른 경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거버넌스가 바로 서야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ESG 3요소 중 ‘G’를 으뜸으로 치는 이유다. 증시의 투자자들은 ESG 중 ‘E’에 관심을 집중한다. 그린뉴딜 등 정부 정책자금이 투입된 것도 이유지만, G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E도 S도 모래성일 수 있기 때문이다. G가 탄탄하게 받쳐줘야 다른 2요소가 진정성, 지속성을 갖고 추진될 수 있다.
ESG에 대한 국제사회의 호응
ESG라는 용어가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UN에 의해서다. 흥미로운 것은 ESG가 금융회사 및 연기금 등 자산소유자들의 투자활동과 맞물려 제시됐다는 사실이다. 코피 아닌 전 UN 사무총장은 2004년 세계 각국의 자산소유자들에게 지구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역할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ESG 3요소를 기준으로 투자 대상을 선별할 것을 제안했다. 그 결실이 2006년 제정된 ‘UN 책임투자원칙(PRI)’이다.
PRI에 대한 자산소유자와 자산운용자, 자산생산자(기업)의 호응은 더디게 진행됐다. 적잖은 연기금 수탁자들이 “우리의 의무는 수익률 극대화이기 때문에 ESG를 고려한 투자에 나서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경제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게다가 ESG라는 비재무적 성과가 좋은 기업들이 길게 봐서 재무적 성과도 좋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2010년대 들어 잇따라 나왔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 반복되고 경제위기도 주기적으로 닥치면서 투자자와 기업들의 인식도 확연히 달라졌다.
이같은 변화를 토대로 국제사회는 2015년 9월 역사적인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합의했다. 이는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17개 공동목표를 해결하자는 약속이다. 내용을 보면 ▲인류 보편의 문제 (빈곤, 질병, 교육, 성평등, 난민, 분쟁 등) ▲지구 환경문제 (기후변화, 에너지, 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경제 사회문제 (기술, 주거, 노사, 일자리, 불평등, 사회구조, 법 공정성 등)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의 파장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ESG 확산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 코로나 팬데믹이 환경 및 자연 생태계의 파괴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에 따른 경제위기로 사회 양극화도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과 기업들은 ‘이러다 지구와 사회가 망가져버리는 건 아닌가. 그렇게 되면 기업도 없는 것 아닌가’라는 절박한 인식을 갖게 됐다.
지구 생태계에 대한 파괴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제품 및 서비스의 생산, 유통, 배달 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비와 폐기물의 처리까지 기업이 책임질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자칫 기업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쉽게 몰릴 위치에 있다.
전문가들도 기업에 대해 “지구 환경을 보존하는 목표를 세우고 그 한계 안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을 맞아 자발적으로 ESG경영에 나서겠다는 기업에 대거 등장했다. 기존에 좋은 기업을 선별하는 ESG투자의 흐름에 더해 자발적인 ESG경영 흐름이 정착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 ESG는 기업경영과 금융투자 양쪽에서 균형을 맞춰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두발 자전거의 형태를 띠게 됐다.
기업들은 내부의 CSR, IR, 커뮤니케이션 등 조직을 ESG 타이틀로 통합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기업 CEO들은 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ESG를 핵심 내용으로 제시하고 있다. 각국 정부도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탈탄소, 그린뉴딜 등 ESG 관련 어젠다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ESG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SG 성패, 엄정한 평가에 달려
ESG경영이 생색내기, 보여주기로 흘러서는 안된다. 일부 이벤트성 ‘쇼잉(Showing)’이니 약점을 감추기 위한 ‘워싱(Washing)’으로 ESG경영을 표방하는 기업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게 들통나면 역풍을 맞아 더 큰 화를 부르게 마련이다.
ESG경영은 그 과정과 성과에 대해 계량화 된 데이터, 엄정한 평가가 따라야 한다. ESG의 진정성을 따져 진위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다. ESG를 통한 비재무적 성과를 기존의 재무적 성과에 더해야 기업의 총량 성과가 산출되기 때문이다. 이는 ESG투자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연기금 등이 ESG 사회책임투자에 나서 포트폴리오를 짜려면 어떤 기업이 ESG경영을 잘 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지 끊임없이 따져봐야 한다. 엉뚱한 기업이 끼어들면 지속가능한 수익을 내기 힘들다. ESG투자의 성패는 엄정한 평가에 달려있는 셈이다.
하지만 평가 측정은 워낙 어려운 일이다. ‘E’에서 탄소배출과 환경개선 등의 수치는 과학적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 책임 활동을 통한 사회적가치의 창출, 기업지배구조의 우월성 등은 수치로 따지기가 참 힘들다.
기존 ESG 평가사들이 내리는 등급이 천차만별, 중구난방인 이유다. 대개 설문을 통해 사내 조직구성과 운영 프로세스를 물어 점수를 메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 맨파워와 홍보 역량이 좋은 기업들은 평가 항목에 대응해 점수를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대기업들이 ESG 우수 평가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까닭이다.
ESG경영이 진정성에 좌우되는 만큼, 그 진정성을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선 정성적 요소들의 평가와 이를 계량화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아울러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평가를 종합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AI) 활용의 지표 분석 등도 요구된다.
금융권의 ESG경영 다양하게 전개
금융회사는 대개 정부의 라이선스를 받아 수많은 대중을 상대로 영업하기 때문에 공익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ESG경영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2020년 KB금융지주를 필두로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미래에셋대우 등이 잇따라 ESG경영을 선포한 이유다. 이들은 ‘2050년 탄소제로’를 향한 탈탄소 금융, 취약금융계층을 배려하는 사회적금융, 이사회 의사결정구조의 선진화 등 다양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구축 등에 있어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ESG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금융권이 ESG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스스로 ESG경영을 하는 동시에 고객들에게 ESG투자 상품 등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올려주는 것은 금융업의 기본 소임이다.
한편, 정부는 그린 뉴딜을 위해 2021년에 13조2000억원(국비 8000억원)을 투자해 녹색인프라 구축, 녹색산업·녹색에너지 육성 등을 본격화한다. 그린 뉴딜의 성과를 제고하고 ‘2050 탄소중립’의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녹색금융 및 배출권 거래 활성화 등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12월 17일 이 같은 내용의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2021년 ESG는 경제·경영·투자의 중심 트렌드
새해에도 ESG는 우리 경제와 기업 경영, 금융투자의 중심 트렌드로 작동할 전망이다. 정부는 그린뉴딜 및 탄소제로 정책에 따라 ESG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이다. 기업은 ESG와 관련한 투자와 혁신에 계속 매진할 전망이다.
자본시장의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증시의 핵심 테마 중 하나로 ESG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다른 기업들보다 앞서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착한 기업의 주인이 되는 기분 좋은 투자를 하면서 수익도 높게 낸다면 매우 기쁜 일이 아닌가. 정부와 기업, 민간이 손을 잡는 ESG. 이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 나가길 기대해 본다.
코스콤 큐래이션 박스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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