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핀테크 간 새로운 상생 BaaS(Banking as a Service)

2021.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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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인규(고려대학교 겸임교수 | 인큐텍 대표이사)

BaaS(Banking as a Service)의 정의

아마존의 AWS가 SaaS(Software as a Service)라 불리우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었다. 과거에는 사서 쓰던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이제는 빌려 쓰게 된 것이다.  여기 ‘Software’ 자리에 ‘Banking’을 넣어서 BaaS(Banking as a Service, 이하 BaaS)라는 용어가 나왔다. 간단하게는 서비스형 은행이라고 번역하며, 은행서비스를 하나의 솔루션처럼 만들어서 누구나 쓸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BaaS는 라이선스를 가진 은행이 핀테크, 스타트업 등 제3자에게 라이선스 없이 은행관련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은행은 이를 통하여 새로운 고객, 서비스와 수익을 창출하게 되며 제3자는 어려운 라이선스 없이, 은행에 필요한 필요한 막대한 인적·물적 투자도 없이 규제도 피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BaaS는 은행과 제3자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 할 수 있다.

BaaS와 오픈뱅킹

국제금융센터는 BaaS에 대해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 등 비은행기업 또는 기관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응용애플리케이션인터페이스(API)를 개방,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은행 내 자원을 외부에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오픈뱅킹 (OpenBanking, 이하 오픈뱅킹)과 유사하지만 은행이 적극적인 주체가 돼 시스템과 기능을 외부에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차별화된다고 지적했다.

엄밀히 구분하면, 오픈뱅킹은 금융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 금융 기관이 제공하는 읽기 전용 API를 정부의 규제나 정책에 따라 핀테크 회사와 같은 허용된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반면에 BaaS는 은행이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은행 기능에도 액세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여기서 오픈뱅킹과의 중요한 차이점은 특정 데이터에 대한 읽기·쓰기 권한에 있다.

예를 들면, 개인 재무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중에 민트(Mint) 또는 에브리달러(EveryDollar)는 은행데이터에 접근하여, 소비자의 지출습관 등을 보기 좋게 시각화한다. 핀테크 회사 디지트(Digit)나 쿼피털(Qapital)은 은행에 있지 않은 자동저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BaaS의 영역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에서 BaaS와 관련된 다양한 기업들이 출현하고 또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갈릴레오(Galileo)는 20개 이상의 은행들과 API 파트너십을 맺고 직불, 선불, 투자 등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시냅스(Synapse)는 BaaS를 통해 지불, 예금, 대출, 투자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유럽의 레일뱅크(Railbank)는 은행 라이선스가 없이도 BaaS를 활용해 직불카드, 결제 등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독일 솔라이스뱅크(Solaris Bank)는 BaaS를 위한 다양한 API를 핀테크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API와 BaaS는 혼합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우리나라의 경우 둘 다 초기 단계로 본 글에서는 두 가지의 사례를 모두 제시하고자 한다.

러시아의 핀테크 전문 벤처캐피탈 라이프 스레다(Life Sreda)는 아래와 같이 API 유형을 제시한다. 왼쪽은 은행시스템과 서비스 구성이고, 오른쪽은 거기에 상응하는 스타트업들이다. 여기서 은행과 스타트업의 경계가 섞이면 BaaS 서비스가 되는 것으로, BaaS의 응용분야는 그림에서 제시하는 예보다 훨씬 다양한 서비스로 무한 확장하고 있다.

BaaS 전세계의 흐름

BaaS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특히 영국과 유럽은 미국 등에 비하여 금융규제가 덜 엄격한 편이라 챌린저 뱅크(challenger bank, 이하 챌린저 뱅크)라 불리우는 인터넷은행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챌린저 뱅크 중에 솔라이스뱅크(SolarisBank), 피도르(Fidor)·스탈링(Starling)은행은 기존은행의 시스템에 의존하는 방식을 넘어서서, 자체의 코어뱅킹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은행이 스타트업과 파트너쉽을 통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웹뱅크(WebBank), 크로스리버(Cross River), 뱅코프(The Bancorp)와 같은 지방은행(Community Bank)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고객을 유지하기 위하여 Baa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은행들은 핀테크 회사에 API를 제공하고, 핀테크 회사는 그 위에 신규서비스를 구축하는 식이다. 핀테크 전문기업인 하이드로젠(Hydrogen)은 다음과 같이 BaaS의 생태계를 정리하고 있다.

BaaS 서비스의 유형 및 사례

API 서비스 및 BaaS의 파트너은행 모델들 그리고 최근 부상하고 있는 종합서비스(bundling), 소비자금융서비스, 빅테크의 제휴 순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API 서비스

  1. 데이터 통합 API
    핀테크 회사들은 이를 통하여 소비자의 금융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다. 미국의 유니콘 Plaid, 영국의 TrueLayer, EU의 Tink가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이렇게 얻은 정보를 통하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 Plaid에서 돌아가는 앱을 살펴보면, 개인금융서비스는 제공하는 Dave, Drop 대출업무는 Blend, Upstart, 기업재무서비스는 Expensify, Wave, 소비자 지불서비스는 TransferWise, Venmo 브로커지 서비스는 Robinhood, Coinbase 가 있다.
  2. 대출 API
    Cross River는 은행라이선스가 없는 회사가 대출을 할 수 있도록 차입자를 찾고 대출금을 지급하는 역할을 한다.  Aire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금융활동, 경력, 생활습관을 감안한 신용평가를 제공한다.
  3. On Boarding API
    Onboarding APIs는 핀테크 회사에 컴플라이언스 사업기회를 제공한다. 자금세탁방지로 중요해진 Know-Your-Customer API를 제공하는 회사로 Onfido, Trulioo가 있다. Onfido는 얼굴의 바이오메트릭과 제출한 서류를 비교하여 신분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 BaaS 서비스의 파트너쉽 유형 및 사례

BaaS는 은행서비스를 앱을 통하여 제공하고, 핀테크 회사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은행의 앱에서 은행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1. 자기 브랜드의 금융상품 제공
    Green Dot은 Green Dot Bank의 모바일 뱅킹 기능을 제3자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Stash, Uber 데빗카드, Intuit가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StoneCastle의 지역은행으로 핀테크 회사인 Q2와 제휴하여 Cambr 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이 서비스는 Money Lion, Qapital이 활용하고 있다. Cross River Bank도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 BBVA는 BaaS 플랫폼을 미국에서 제공
    BBVA가 제공하는 뱅킹솔루션은 신분확인, 자금이체, 계좌개설, 카드발급으로 Simple, Azlo, Xero, Digit 등이 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3. Green Dot의 BaaS 서비스
    Green Dot은 스포츠상품점과 파트너쉽을 체결하여 체육인에 할인되는 데빗카드를 판매하고, 체육인은 카드를 사용하여 할인을 받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4. 핀테크 회사들이 데빗카드 발급
    핀테크 회사들이 소형은행과 제휴하여 데빗카드를 발급한 사례는 매우 많다. 이는 핀테크 관련 규제 Drbin 조항의 개정으로 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것보다 핀테크가 발행하면 수수료 인하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5. 대출을 위한 자금제공

3) 종합적인 서비스로 변신 중

당초 핀테크들은 은행서비스를 분해하여(unbundling) 하나의 서비스 만을 제공하였으나, 이제는 여러가지 종합적인 서비스(bundling)로 변신하여 매출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4) 소비자 금융분야에서 경쟁

스타트업들의 가장 치열한 서비스경쟁은 소비자 금융에서 벌어지고 있다.

5) 빅테크기업과 은행의 제휴

2019년 8월, 은행라이선스가 없는 애플과 소비자접근이 필요한 골드만삭스가 파트너쉽을 체결했다.   Apple Card를 공동으로 출시하면서 애플은 디자인과 브랜딩을 맡고, 골드만삭스는 신용평가, 예탁 등의 후선 업무를 맡았다. 이 사업모델을 통해 2019년 11월 기준, 골드만삭스는 100억 달러의 신용대출을 했다. 애플상표를 단 골드만삭스 신용카드는 2%의 캐시백을 제공한다. 애플의 디지털월렛에 은행계좌를 연결해 문자로 돈을 보내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대출서비스 및 골드만의 다양한 소비자 금융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은 여러 미국은행들과 제휴를 통하여, 페이스북의 고객과 은행의 금융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은 JP Morgan, Capital One 등과 제휴하여, 아마존의 온라인 상품판매자들에게 하이브리드 체킹계좌 발급을 협의중이다.

결론

빌게이츠는 1994년, “은행은 소멸하고, 서비스만 남을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아마존, 구글, 애플, 알리바바, 텐센트, 카카오, 네이버 등 은행보다 자본력도 있고, 많은 고객을 확보한 플랫폼기업들이 금융업으로 진출하면서, 은행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은행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며, BaaS는 그 최전선에 있다. 여전히 은행은 규제산업으로 아무나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없다. 은행은 이러한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BaaS를 적극활용하면서, 외부의 파트너들과 제휴를 통하여 위기를 극복하여야 한다.

국내에서는 규제 등 여러 이유로 BaaS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고, 오픈뱅킹 조차도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이 SBJ DNX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 및 API를 기반으로 다양한 외부 플랫폼과 연계하는 BaaS형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해 갈 계획이다. KB증권은 핀테크에 필요한 증권 인프라를 API를 통해 제공하는 BaaS 사업모델을 도입하고 다양한 핀테크 업체와 상생을 위한 제휴를 하고 있는 정도이다. 국내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자세로 BaaS에 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빌게이츠의 말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실현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국제금융센터는 「Banking as a Service 관련 성장 잠재력 평가」라는 은행산업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서는 BaaS가 은행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이 BaaS 플랫폼을 제공하는 댓가로 수수료 또는 공유형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IT, 핀테크 기업들에게 BaaS를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신규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은행들이 BaaS를 사용하는 핀테크 기업들과 협력해 기존 고객들에게도 더욱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거란 기대도 내비쳤다.

결론적으로 국제금융센터는 앞으로 BaaS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가 320억달러(약 34조8000억원) 규모의 기업 현금관리 사업을 위해 BaaS 플랫폼을 활용할 방침이라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BaaS 구현 정도가 1%에 불과해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BaaS를 연결고리로 하는 은행과 핀테크 회사 간 상생을 위한 제휴가 어떤 새로운 생태계를 불러올지 지켜볼 때다.

 

<참고자료>

  • CB Insights “Building the Bank of the Future”
  • CB Insights 2020 Q4 Report
  • CB Insights 2020 Q3 Report
  • CB Insights 2020 Q2 Report
  • Hydrogen “BaaS Report 2020” (2020.1)
  • 국제금융센터 “Banking as a Service 관련 성장잠재력 평가” (2020.12)
  •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6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