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현황과 전망

202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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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주호(법무법인 태평양)

 

금융권이 최근 플랫폼 금융 역량 강화를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신규 사업으로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디지털 자산 운영을 통해 은행들은 기관투자가로부터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세금과 배당 등을 관리하면서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최근 은행들이 대출 규제로 인한 이자 수익 감소로 수수료 수익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자산 수탁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은행들의 활발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 진출은 오는 3월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과 함께 디지털 자산이 국내 제도권으로 진입하게 되는 만큼 은행의 컴플라이언스 능력과 커스터디 경험을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에 대한 커스터디 서비스

작년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이 개정되어, 가상자산사업에 관한 내용들이 신설된 이후, 가상자산에 대한 커스터디 서비스에 관한 논의들이 급진전되었고, 특히 작년 중반부터 은행권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커스터디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은행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커스터디 서비스(수탁 서비스)를 업무로 하는 것에 관한 금융감독당국의 우려 등에 따라 은행들은 직접 가상자산에 대한 커스터디 서비스를 하지 아니하고, 관계 회사 등을 통해서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커스터디 서비스(custody service)란?

원래 커스터디(custody)란 양육권, 관리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이나, 금융권에서는 투자자 본인이 제3자(커스터디언, custodian)에게 유가증권 등의 보관을 의뢰하고, 제3자가 이를 관리해 주는 업무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이는 유가증권에 있어서 증권투자를 하는 투자자의 대리인으로서 유가증권의 보관·수취결제·권리보전·의결권 행사 등의 폭넓은 업무를 제공하는 상임대리인 업무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상임대리인의 업무 범위는 투자자 본인과 상임대리인 사이의 계약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① 본인 지시에 근거한 유가증권의 취득·처분·이전 및 그와 같은 거래와 관련된 자금결제, ② 예탁금의 관리와 증권의 명의 변경과 당해 유가증권의 관리, ③ 보관증권과 관련되는 원리금의 추심, 배당금의 수입처리와 이러한 이자·배당에 관한 조세 등의 신고, ④ 유가증권에 따른 파생권리(예를 들어, 신주예약권등)의 행사, ⑤ 지시에 따라 본인을 대신하여 행하는 의결권의 행사, ⑥ 기타 제반 통지의 수령 및 증권보유 보고서 등의 송부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금융권의 커스터디 서비스는 ‘관리 및 자금결제’에 관한 업무에서 시작하여 점점 확대되었는데, 유가증권 등의 안전한 관리 및 이를 위한 자금결제 업무는 금융권(특히, 은행)이 본래부터 고객들에게 제공해 주었던 기본적인 서비스였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된 사업이 바로 커스터디 서비스였다. 그러나 이러한 커스터디 서비스는 점점 확대되어, 수탁된 유가증권에 대한 조세당국에 대한 신고, 유가증권에 관한 권리의 대리 행사, 나아가 유가증권의 대여까지 확대되게 되었다.

그리고 금융권의 커스터디 서비스는 점점 확대되었는데, 미국 투자자문업자(RIA)의 분석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4대 대형사인 슈왑(Schwab), 피델리티(Fidelity), TD에머리트레이드(TD Ameritrade), 퍼싱(Pershing)의 평균 커스터디 규모는 5,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 2017년 3월, 7쪽 참조), 2020년의 경우에 가장 큰 규모의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Bank of New York Mellon은 약 25.8조 달러, State Street Corp.는 약 21.35조 달러, JP모건은 약 20.47조 달러 규모의 자산에 대해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가상자산의 커스터디 서비스에 대한 여러 가지 글들을 찾아보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어디까지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인지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금융권의 상임대리인 서비스 또는 커스터디 서비스도 본인과 커스터디언의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는 그 역사가 짧다는 점에서 더 정의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신해 가상자산을 구매해 주거나, 이미 구매한 가상자산에 관하여 개인 키를 보관해 주는 서비스이다. 앞에서 설명한 상임대리인의 역할 중에서 ①, ②번에 해당하는 업무인데, 이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금융권

금융권에서 커스터디 서비스가 최초에 시작된 것과 같은 맥락에서 가상자산의 안전한 관리 및 그 거래와 관련된 자금결제 서비스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는 가상자산 월렛을 관리해 주고, 이를 이용하여 가상자산을 이전해 주는 서비스로 구체화되는데, 콜드월렛을 통한 가상자산의 보관 또는 멀티 시그를 이용한 가상자산의 개인키 분산 보관 등의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한편, 위와 같은 가상자산의 보관 서비스 이외에 가상자산에 관한 결제·정산 업무, 보관·위탁된 가상자산의 운용 업무(예를 들어, 가상자산을 차용해 주고 이자를 지급받는 업무 등)로 확대하는 것이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들의 기본적인 목표로 이해된다. 즉, 금융권의 기존 커스터디 서비스가 최초 위탁된 유가증권 등의 관리에 한정되었으나, 위탁된 유가증권 대여업 등 운용 업무에까지 확대된 것에 비추어 가상자산에 대한 자산으로서의 운용 서비스까지로 확대하려는 목표 하에 가상자산에 대한 커스터디 서비스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의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가상자산을 이야기할 때에 사람들의 머리를 스쳐갈 내용들은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가상자산의 변동성을, 누군가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불안정성 또는 시스템 취약점을 생각할 수 있다. 먼저, 글을 쓰고 있는 오늘 가상자산에 대한 언론기사를 보면, ‘비트코인 1년만에 10배 가격 상승’ 등의 제목을 한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가상자산에 대해 뜨거운 관심이 일었던 2017년에도 가상자산의 가격이 1년 사이에 몇 배 올랐다는 기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즉, 누군가는 가상자산의 변동성을 생각하며,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는 불안하거나 혹은 예상외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상자산을 가장 많이 보관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시스템의 취약점을 생각할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거래의 안정성 및 가상자산의 안전한 보관을 위하여 다양한 투자들을 하고 있어서, 그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시스템의 불안정성 또는 시스템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금융권의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는 위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한 우려들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사업과 관련하여 하나의 대안으로 논의되거나, 실행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금융기관들은 과거에서부터 안정적 운영을 위한 다양한 규제들에 노출되어, 시스템 안정성 면에서 가장 확실한 사업 참여자일 수 있으며, 나아가 자산 운용에 있어서 다양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의 변동성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전핀으로 생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해외에서는 미국 통화감독청(OCC)에서 신탁업 인가를 받은 은행들이 가상자산에 대한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히거나, 독일의 경우에도 가상자산 사업자가 커스터디 사업에 관하여 금융감독청의 정식허가를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을 하면서, 은행들이 라이선스를 취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한, 실제로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에서는 피델리티디지털 자산서비스를 설립하여 비트코인 커스터디 서비스를 개시하였고, 골드만삭스 등에서도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금융권의 움직임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쳐, 일부 은행의 경우 관계회사를 통한 커스터디 서비스 제공을 선언한 바 있으며, 다른 은행들의 경우에도 커스터디 서비스에 대하여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의 도전

미국 통화감독청(OCC)이나 독일 금융감독청의 태도와 달리 아직까지 한국 금융규제당국은 은행들의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에 대하여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금융권을 포함한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수익을 위하여 가상자산을 운용하여 영업 형태가 어떠한 규제체계 내에서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규명된 바가 없다. 후자와 관련하여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만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자본시장법에 따른 집합투자업 등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지 여부가 명확하게 판단된 바가 없다(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신고 이외에 자본시장법 규제 체계 내에서 가상자산의 특수성을 고려한 라이선스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간명하고, 투자자 보호에도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의 불분명성은 한국에서 금융기관들이 커스터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데에 큰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커스터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금융기관에서 이러한 기술적인 운용을 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멀티시그의 기능 등에 관해서 금융기관이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여전히 의문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이슈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금융기관이 다양한 외부 가상자산 기술업체와 협력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술을 내재적으로 통제하지 못 하는 경우 금융기관의 커스터디 서비스에 대한 의문이 발생할 수도 있어, 금융기관의 기술적 지원 가능성 여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위와 같은 제도적 도전, 기술적 도전의 문제에 있어서, 향후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응 방향 및 금융규제당국의 태도는 가상자산 사업에 있어서 한국의 위치를 설정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증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액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에 있어서 그 시스템의 안정성 및 운용의 안정성은 단순히 몇몇 소수 투자자가 아닌 국민 경제에 영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온라인 기반의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는 손쉽게 국경을 넘어서 제공되기 때문에, 한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못 한다는 점도 위와 같은 입장을 정할 때에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