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 성장

2021. 4. 28

CLIPBOARD
image_pdf

글. 이태우(IDC 코리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보안 문제나 규제로 외부 데이터센터 이용을 망설였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사내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한 프라이빗 클라우드나 ‘온프레미스’ 시스템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절충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비즈니스 운영의 탄력성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면서 워크로드의 이동성이 높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하나 이상의 퍼블릭 클라우드 및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을 결합하여, 서로 다른 클라우드 환경 간에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모델을 말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에서 기업은 워크로드를 비즈니스 니즈에 따라 서로 다른 클라우드 환경에 분산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는 핵심 서비스를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에서 실행하여 통제력을 강화하고 환경을 필요에 맞게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워크로드가 가용 리소스로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 추가 작업을 자동으로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으로 이전하여 처리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게 된다. 퍼블릭 클라우드처럼 확장성이 뛰어나고 저장 공간이 사실상 무제한이면 결제 모델이 유연하고 경제적이다. 또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보안도 매우 강력하며, 프라이빗 클라우드처럼 클라우드 리소스를 더욱 유연하게 사용하고 더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기술적 특성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있는 워크로드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확장하여 연결성과 호환성을 갖추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 연결성을 통해 개발팀과 운영팀은 DevOps 모델을 사용하여 함께 작업할 수 있다. DevOps 모델이란 통합 환경 전반에서 컨테이너에 의해 지원되는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를 사용하여 팀이 협력하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퍼블릭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함께 사용한다고 해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클라우드를 사일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는 하이퍼바이저 등 기반 아키텍처가 달라 클라우드 상호간에 워크로드를 이동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일관된 인프라이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현대화할 때부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의 확장을 고려, SDDC(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를 선택함으로써 일관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SDDC는 사내 데이터센터 뿐만 아니라 추후 확장해야 할 클라우드 환경의 저변을 이루는 표준 아키텍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기본이며 핵심이다.

SDDC 기반의 표준화된 아키텍처를 적용할 경우 이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의 확장 및 연결은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SDDC는 컴퓨팅,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가상화한 데이터센터 인프라로, 클라우드 컴퓨팅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SDDC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하이퍼 컨퍼지드 인프라(Hyper converged infrastructure, 이하 HCI)다. HCI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가상화 및 관리 솔루션이 통합돼 제공되는 일체형 인프라로서 전원 연결만으로 복잡한 과정 없이 쉽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가상화 환경 중심의 IT인프라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클라우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유연성과 확장성 및 비용절감 효과가 뛰어난 HIC가 차세대 데이터 센터의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금융산업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속도를 높이면서 데이터센터의 현대화 및 클라우드 도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전환 중에 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인프라는 애플리케이션의 이동성 확대와 함께 IT 지출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면서도 데이터 보안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자산규모 2조 달러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인프라 스트럭처 측면에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형태를 채택했다.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운용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물론 다양한 퍼블릭 클라우드 플랫폼을 함께 사용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외부 퍼블릭 클라우드든 내부 데이터센터에서 운영하는 것이든 상관없이 모든 환경에서 앱이 제한없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피델리티 개발자는 애플리케이션 컨테이너와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 기술을 사용한다. 이들은 모두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s)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 피델리티는 클라우드를 애플리케이션과 프로세스 표준화, 수평적 확장을 고려한 자동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유럽 최대 금융 그룹인 소시에떼 제너럴은 전체 서버의 40%(2018년 기준)를 하이브리드 방식의 클라우드로 운영 중이다. 2018년,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웨스트팩은 1300만 명이 넘는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그 결과 평균 19일가량 걸리던 신규 앱 출시 기간을 3~5일로 단축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비용 또한 30% 넘게 절감할 수 있었다.

국내 금융권도 비대면(언택트)이 일상화되면서 IT를 기반으로 한 핀테크,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민첩성과 유연성을 높이고자 클라우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은행 22곳, 증권사 21곳을 포함한 금융사 11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금융권 클라우드 도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12월에만 해도 23개사 47개 시스템에 클라우드가 적용됐는데, 2020년 6월 기준 42개사 145개 시스템으로 늘어났다.

주요 국내 금융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비 핵심업무부터 클라우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개인 신용정보 등 중요정보까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금융 관련 규제가 풀리면서 적용 범위도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의 경우, 우선 당장은 계정계와 같은 핵심 업무 시스템은 리눅스-x86 서버 조합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인프라를 근간으로 하면서, 일부 업무에 퍼블릭 클라우를 적용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한금융은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동시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구축하기로 방향을 설정했다. 개인정보가 포함돼 민감한 시스템은 순차적으로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비교적 보안 단계가 낮거나 독립적인 시스템의 경우에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올려 효율성과 보안을 모두 충족하겠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은 그룹 내 규모가 비교적 작은 계열사부터 클라우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보험사에서는 한화생명이 자사의 핵심시스템을 클라우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4월 네이버 클라우드(구 NBP_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인 ‘뉴로클라우드’를 선택해 주목을 받았다. 2022년 3월까지 진행하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의 일환으로 한화생명은 보험코어시스템을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개발·운영한다. 기존 온프레미스(IT인프라를 내부에 구축하는 방식)로 구축돼 있던 보험코어 시스템 인프라를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과 연동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형태로 구축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움직임

‘2세대 클라우드’로 불리기도 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보안 문제나 사내 규제로 외부 데이터센터 이용을 망설였던 기업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오라클은 사내 방화벽 내에 하드웨어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오라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솔루션을 출시했다.

삼성 SDS, LG CNS, SK C&C 등 국내 시스템통합(SI) 업체들도 수년 전부터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사 업종과 특성에 최적화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 SDS는 각국에 구축한 17개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금융권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 계열 금융회사들은 물론 새마을금고, 한화생명, ABL 생명 등을 상대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퍼블릭과 프라이빗을 아우르는 통합 관리 및 거버넌스 지원, 보안과 관련한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LG CNS는 IDC(인터넷데이터센터) 및 AWS 등 글로벌 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 C&C는 클라우드 제트를 기반으로 산업별 맞춤형 멀티∙하이브리드 서비스를 지원한다. 네이버와 NHN도 클라우드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네이버는 ‘뉴로클라우드’를 앞세워 금융권을 공략해 왔다. 뉴로클라우드는 효율성∙유연성∙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다. 금융권은 안정성과 보안이 필수로 퍼블릭 클라우드 이용에 제한이 많았는데 네이버 클라우드는 이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

특히, 네이버 클라우드는 2019년 10월, 코스콤과 함께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의 금융 전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모든 금융 및 핀테크 기업에서 빠르게 확장 가능한 퍼블릭 클라우드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까다로운 금융 컴플라이언스를 충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 전용 클라우드 상품 및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코스콤과 함께 개발한 금융 전용 클라우드를 이용해 한화생명 보험코어 시스템을 금융업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구축했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 중 유일하게 금융 전용 포털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은행, 삼성카드, 미래에셋대우, 현대페이 등 주요 금융 기업 및 기관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코스콤과 네이버 클라우드가 만든 금융 클라우드의 차별성은 금융 전용 포털을 별도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타사와 달리 금융 전용 포털에서 금융만을 위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금융 특화 클라우드 구축 프레임워크를 통해 클라우드 컨설팅 전환∙구축, 운영 등 기술부터 금융 컴플라이언스까지 한번에 지원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 전망

미국 IT비용관리 솔루션 제공업체 ‘플렉세라(Flexera)’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1,000명 이상 대기업 고객 중 87%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을 따르고 있다. 특히 데이터 관리나 보안 등의 규제가 강한 금융권이나 공공분야 클라우드 전환의 떠오르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캘리포니아 클라우드 선두 주자 뉴타닉스(Nutanix)가 3,400명의 글로벌 IT 의사 결정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금융 서비스 조직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모델이 사설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지원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먼저 혼합된 프라이빗·퍼블릿 클라우드 환경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기술 및 전문 지식이 부족하며, Kubernetes를 비롯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과 컨테이너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37%가 각 클라우드 기술이 달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인프라를 관리하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장점이 많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지만 운용과 적용의 복잡성은 해결할 과제이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 운영에 쉽고 직관적인 도구는 필수라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IT 자원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HC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손꼽힌다. 현대화된 데이터센터의 핵심 요소인 HCI는 컴퓨팅, 네트워크, 스토리지를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해 운용 효율성, 비용 절감, 확장성이 뛰어나 여러 IT기업이 경쟁하며 HCI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는 HCI가 2020년 78억 달러에서 2025년 27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증명하듯 응답자의 50%가 코로나19로 인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에 대한 투자를 늘렸으며, HCI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한편,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인프라 복잡성을 줄이고 민첩성을 높이는 동시에 규정 준수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니셔티브와 결합하여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정당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것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에 금융 서비스 산업에서는 확장성, 회복탄력성, 가용성 및 민첩성을 갖추고 더 효과적으로 IT 운영을 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클라우드 지출을 투자비용(CAPEX)에서 운영비용(OPEX)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이 향후 성공적인 클라우드의 투자, 확장성 및 가용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