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플랫폼이 열어가는 금융의 미래

2021. 4. 29

CLIPBOARD
image_pdf

글. 류창원(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에어비앤비, 우버, 페이스북 등 플랫폼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전통 산업을 와해시키고 업권 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호텔 하나 없이 세상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이 되었고, 우버는 스스로 차를 만들지 않아도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의 기업가치를 뛰어넘는다. 페이스북은 독자적인 디지털 화폐 계획으로 금융시스템을 뒤흔들고 있다.
국내 금융업계에도 디지털 혁신의 물결이 거세다. 특히 너나없이 ‘금융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외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회사와 금융플랫폼은 어떻게 다를까? 금융회사가 디지털 금융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제 살펴보기로 하자

세상을 바꾸는 디지털 플랫폼

플랫폼을 설명할 수 있는가? 흔히 말하지만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용어다. 일반적으로 플랫폼은 생산자와 사용자를 연결하고 상품과 서비스 등을 교환하여 모든 참여자들이 가치를 창출하도록 구축된 ‘토대’이자 ‘기반’이다.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기본 구조(ex:자동차 플랫폼), 상품 거래나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ex: 온라인 쇼핑몰, 운영체제), 작업을 하거나 대상에 접근하기 위한 구조물(ex: 철도 플랫폼)을 의미하기도 한다.
플랫폼 사업모델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을 대상으로 하며, 네트워크 효과가 사업의 핵심 원리이다. 더 많이 연결될수록 플랫폼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더 많은 네트워크를 가진 플랫폼 운영자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집중되면서 승자독식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진다.

다만 현재 금융회사들이 말하는 디지털 금융플랫폼은 모바일 뱅킹 중심의 비대면 서비스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생산자인 금융회사가 직접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면 시장(single-side market)의 성격이 크고,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에서 가치를 교환하는 진정한 의미의 플랫폼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고객이 모이는 일종의 ‘토대’라는 점에서 이를 디지털 금융플랫폼에 포함하기로 하자. 점차 금융회사의 플랫폼은 외부 사업자를 연결하는 등 개방성을 더해 양면시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플랫폼은 산업구조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지난 20년간 자본시장에서 플랫폼 기업이 압도적으로 성장하였다. 2006년을 보면 에너지, 은행 등이 상위를 차지했으나 현재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전통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금융업에서도 전통적인 금융회사보다 테크 기반의 금융플랫폼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2005년에는 전통 금융사만 존재했으나, 현재에는 지급결제 플랫폼과 핀테크 기반 금융플랫폼의 기업가치가 기존 금융회사를 압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설 규모를 키워 공급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기업이 승자였다면, 지금은 고객을 많이 모아 수요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기업이 승자가 되고 있다. 이는 업종별 산업구조가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digital ecosystem)’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손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사람이 모이고 있다. 가령 여행 분야에서는 여행지 탐색, 항공권 구매, 숙박 예약 등이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내 손안의 여행사’로 불리는 OTA(Online Travel Agency)들이 기존 여행사를 몰아내고 있다.

금융회사가 디지털 금융플랫폼을 추구하는 이유

올해 금융회사 CEO들의 신년사에는 어김없이 ‘금융플랫폼’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전통적인 금융회사에서 ‘디지털 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고객의 금융거래가 급속도로 비대면화 되면서 채널 개편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용이 자연스러운 MZ세대는 비대면 채널 이용이 더욱 두드러지며, 코로나19이후에는 장년층까지 확대되고 있다. 점포가 핵심 채널인 금융회사로서는 내점 고객 감소로 효율성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 게다가 고객들은 빅테크 수준의 뛰어난 고객경험을 금융회사에게도 요구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쉽고 재미있게 이용하고, 내게 맞는 금융 상품 및 서비스를 알아서 제안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오프라인 환경에서는 쉽지 않은 요구이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디지털 플랫폼은 금융회사에 효율성을 높일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저비용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도 있으며, 수익성이 낮아 접근하지 못했던 고객군에 대한 영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이 지도에서는 불가능했던 ‘최적 길찾기’가 지도를 데이터로 바꾼 네비게이션에서는 가능해진 것처럼, 플랫폼에서 생성된 거래 정보를 분석하면 다양한 맞춤형 상품·서비스 개발도 용이해진다.
둘째, 막강한 고객기반을 갖춘 빅테크들이 금융업에도 본격 진출하기 시작했다. 알리바바나 아마존 등 빅테크는 대부분 결제 분야부터 시작했다. 간편결제가 기존 사업인 커머스, SNS 등과 시너지가 크고, 금융거래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고객경험 설계 역량이나 보안 등 기술은 금융회사보다 간편한 결제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했다. 이렇게 고객기반을 확보한 빅테크들은 본격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간편결제와 송금부터 시작하여 뱅킹, 금융투자업, 보험업까지 라이센스를 확보하거나 제휴를 통해 진출하고 있다. 빅테크에 비해 생활분야 데이터가 부족하고 고객기반도 미흡한 금융회사는 빅테크에 고객 접점을 빼앗기도 상품 공급자로 전락할 두려움이 크다.

셋째, 정부 정책도 금융회사의 디지털 금융플랫폼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디지털 금융플랫폼의 위력을 한껏 보여주었으며,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는 고객의 금융거래 접점을 바꾸고, 업권별 경쟁이 아닌 금융플랫폼간 경쟁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오픈뱅킹을 통해 금융회사는 물리적인 금융플랫폼이 된다. 오픈뱅킹은 은행 등 참가기관이 고객의 계좌정보를 표준화된 API로 제공하는 인프라를 말한다. 금융소비자는 금융앱 하나로 여러 은행에 있는 본인 계좌를 조회하고, 결제나 송금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핀테크는 API를 활용하여 금융서비스 개발이 편리해졌다. 은행이 API 인프라를 제공하여 핀테크와 고객을 연결하고, 타 금융회사와 고객을 연결할 수도 있게 되었다. 연결되는 금융회사의 범위도 확대되어 은행 외에 금융투자와 저축은행 등까지 확대되었다. 참여기관의 확대로 디지털 금융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는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고객의 본인신용정보를 모아 한 눈에 파악하여 쉽게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이를 분석하여 적절한 금융상품을 추천하거나 자산관리를 돕는 새로운 금융업이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금융플랫폼의 형태를 띠며, 금융회사와 고객을 연결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양면시장의 금융플랫폼이 제도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자칫 고객 접점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고객들이 고객경험 제공 역량이 뛰어나고 생활데이터와 결합이 용이한 빅테크 기반 마이데이터 플랫폼이 우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는 스스로 빅테크에 견줄만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로서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해외 금융회사의 디지털 금융플랫폼 사례

최근 국내 금융회사의 가장 관심사는 마이데이터 사업이다. 기존 금융회사도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기존 모바일 서비스를 디지털 금융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기회이기 때문이다. 오픈뱅킹이나 마이데이터 사업 등 국내 정책의 벤치마킹 지역이었던 유럽 은행들은 기존 금융앱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여 종합금융플랫폼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① 뱅킹앱의 고도화, PFM기반 종합금융플랫폼: BBVA
BBVA는 일찍부터 디지털 전환에 앞서간 은행으로, 기존 뱅킹앱을 마이데이터에 해당하는 PFM(Personal Finance Mangement, 개인자산관리) 기반의 종합금융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 통합계좌조회는 기본으로, 고객 재무 상황의 분석・관리, 부동산 구매 지원, 포트폴리오 설계 및 맞춤형 금융상품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AI, 빅데이터 기술과 챗봇이 큰 역할을 하였다. 이를 통해 2020년 3분기 현재 디지털 고객 수 35백만 명으로 스페인 뱅킹앱 순위에서 22%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7년 35% 수준이었던 디지털 판매 비중(건수 기준)을 64%까지 높였다.

② API 기반, 개방형 금융플랫폼: Fidor Bank, Starling Bank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나 해외에서는 다양한 개방형 금융플랫폼 모델이 활성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BaaS(Banking-as-a-Service)모델’과 ‘마켓플레이스 모델’이 있다.
‘BaaS(Banking-as-a-Service)모델’은 주로 API를 통해 은행 라이선스가 없는 핀테크 등에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BaaS 모델을 적용한 은행은 직접 고객을 상대하기 보다는 후위(back-end) 처리를 지원하며 제3자(Third Party Players)에 기술을 이전하고 라이선스 권한을 부여한다. 주로 유럽의 챌린저 뱅크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마켓플레이스 모델’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접 상품 및 서비스 제공하지 않고 중개 역할을 통해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피도르뱅크(Fidor Bank)는 2009년 독일에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전통적인 은행의 모습에서 벗어나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한 은행이다. 기존 은행들과는 달리 개방형 API(Open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운영체제(OS)를 제공하여, 이용자 혹은 제3자인 협력사가 이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또한 피도르뱅크는 개방형 ‘금융 마켓플레이스’이기도 하다. 다양한 협력사와 함께 P2P 대출, 가상화폐 및 귀금속 거래 등 은행이 다양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쟁 은행에도 운영체제인 ‘Fidor OS’를 제공하여 플랫폼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개방성을 무기로 설립 7년 만에 온라인커뮤니티 이용자 수를 30만 명까지 확대했으며, 충성도도 매우 높았다. 지난 2015년 기준, 이용자의 35%가 피도르뱅크를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했고, 예금액은 2억5000만 유로(약 3200억원)까지 늘어났다.
스탈링뱅크(Starling Bank)는 2014년 설립된 영국의 챌린저 뱅크(Challenger Bank)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개인뱅킹 서비스 외에 B2B뱅킹과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 고객은 2백만명에 달한다. 특별한 점은 은행이 ‘앱스토어’와 같은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금, 영수증, 지급결제, 여행자보험 등 다양한 핀테크가 입점하고 은행과 API로 연결하여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은행들의 핀테크 연결이 아직까지 단순 링크 제공이 많은 점을 감안할 때 매우 발전된 모델이다.

③ 금융을 넘어 생활까지, 생활금융플랫폼: SBI ‘YONO’, DBS, ‘Marketplace’
빅테크가 금융업에 진출함에 따라 금융회사도 금융에 생활 서비스를 접목한 ‘생활금융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거래빈도가 낮은 금융플랫폼에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상품 판매 등으로 연결할 수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 교차판매가 용이해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고객 생활 데이터를 확보하여 맞춤형 서비스의 기반도 쌓게 된다.

인도의 대표 은행인 SBI(State Bank of India)는 ‘YONO’라는 생활금융플랫폼을 구축하였다. 개인금융, 기업금융, 보험, 카드 등의 금융거래 외에, 택시 예약, 여행 대리점, 이러닝 교육기관 등 거래 빈도가 높은 14개 카테고리의 상거래를 입점시켰다. 이를 통해 2019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고객 거래 수가 224% 증가하였고, 개인 대출도 크게 증가하여 매달 4천만 달러 이상 승인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④ 간편결제 플랫폼: 단스케뱅크(Danske Bank), ‘Mobile Pay’
간편결제와 송금은 빅테크가 디지털 금융플랫폼이 되기 위한 핵심 진입로가 되었다. 해외에서는 알리페이, 국내에서도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이다. 이들 빅테크는 간편결제 플랫폼을 무기로 고객을 모은 후 금융 및 다양한 생활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카드사를 중심으로 간편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나 빅테크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해외에서는 금융회사가 성공시킨 간편결제 플랫폼이 있다. 덴마크의 단스케뱅크(Danske Bank)의 ‘Mobile Pay’가 대표적이다. 단스케뱅크는 2010년 중장기 전략인 ‘New Standard'를 수립하고, 2013년에는 디지털 혁신의 일환으로 Mobile Pay를 출시하였다. Mobile Pay는 개인간 무료 간편송금으로 돌풍을 일으켰고 상거래 결제로 확대되었다. 2020년 현재 거래규모 1,250억 크로네(약 16.5조원), 온·오프라인 거래가맹점 17만 개를 돌파하였으며, 전 인구의 60%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의 90% 이상이 사용하는 명실상부한 덴마크의 국민 디지털 금융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한편 덴마크뿐만 아니라 핀란드, 노르웨이에도 진출하였고, 최근에는 카카오톡의 ‘선물하기’와 같은 ‘디지털 선물’ 기능을 추가하면서 플랫폼을 통한 사업 확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⑤ 디지털 보험 플랫폼: 중안보험
보험업계에서도 디지털 금융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보험업에서는 복잡한 보험상품의 특성상 비대면 서비스 비중이 크지 않았으나, 새로운 디지털 보험플랫폼에서는 기술을 통해 언더라이팅, 상품 구성 등에서 효율성을 크게 개선하고 있다.
중안보험은 2013년 알리바바, 텐센트와 평안보험이 공동 설립한 인터넷 손해보험회사다. 글로벌 인슈어테크 1위 브랜드로, 누적고객수 4억 8천만명, 2020년 10월 기준 월간 액티브 유저가 232.5만명에 달하는 등 중국 온라인 보험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보험과 금융, 헬스케어, 자동차, 여행 등의 주요 사업자와 협력하여 맞춤형 보험 상품과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부분 파트너의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대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수심사와 보험금 지급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였다. 가령 자동차 생태계에서는 자동차 관련 회사를 연결하여 저렴한 자동차 보험료, 빠른 언더라이팅과 보험금 지급, 맞춤형 자동차 수리, 할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다양한 인터넷 사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형 보험 인프라도 제공한다. ‘Open Zhongan’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보험 플랫폼의 개설 방법과 데이터 및 소스를 공개하여 협업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알리바바를 통한 배송반송보험, 타오바오 판매자를 위한 보증보험 판매 등을 출시하였다. 한편 최근에는 건강관리, 의료서비스, 질병예방 등 보험과 연관이 깊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강화하고. 보험을 넘어 명실상부한 ‘종합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⑥ 금융회사의 비금융플랫폼
디지털 금융플랫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비금융플랫폼과의 연계도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은행이 비금융플랫폼을 운영하는데 제약이 많으나, 최근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비금융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해외은행들은 다양한 비금융플랫폼을 구축하여 고객을 확보하고 사회적 가치도 제고하고 있다.
싱가포르 DBS는 기존 금융사업과 관련성을 감안하여 부동산, 여행, 자동차, 유틸리티 분야에서 주요 업체와 제휴를 통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생활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농업분야에 강점을 가진 터키 Deniz Bank는 농업인을 위한 ‘컨설팅 및 금융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하여 성장 기회를 창출하고 사회적 책임도 제고하고 있다. 스페인 BBVA는 구인구직 플랫폼 ‘yo soy empleo’을 구축하여 청년 구직을 지원하였다.

디지털 금융플랫폼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금융회사의 방향과 과제

금융회사가 디지털 금융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그간 주로 모바일 채널 강화와 프로세스 자동화에 집중했다면, 빅테크의 공세가 가시화된 이제부터는 플랫폼 사업모델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업권별 접근에서 벗어나 생활과 금융을 연계하는 생태계 속에서 다양한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금융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종합금융플랫폼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PB, WM, 기업금융 등은 디지털화의 여지가 많다. 고객의 다양한 금융서비스 니즈를 디지털 금융플랫폼에 접목할 필요가 있다. 이 때 점포, 전문인력, 서비스 역량 등 기존 자산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면 빅테크의 플랫폼과 차별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소비자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역량을 고도화하는데 이 부분은 빅테크 대비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생활서비스와 금융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디지털 생활금융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고객의 생활과 금융거래에 대한 데이터를 모두 모아 종합적인 고객 이해에 기반하여 맞춤형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때 BaaS모델이나 마켓플레이스 모델 등 해외의 다양한 모델을 도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델을 구축하는 데에는 핀테크나 커머스 등 외부 사업자와 제휴가 필요하며, 데이터가 풍부하고 금융 연계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서는 직접 플랫폼을 구축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디지털 금융플랫폼은 금융회사에게 쉽지 않은 과제이기도 하다. 전통적 금융상품이나 서비스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을 염두에 두어야 할까? 우선, 전략을 추진하기 전에 디지털 금융플랫폼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고객경험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앱에 스마트한 기능을 넣는 것만으로는 고객을 끌지 못하며, 비용절감, 편리한 거래 등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불변의 가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아마존의 ‘원클릭’ 등이 좋은 사례다. 단스케뱅크의 ‘Mobile Pay’도 ‘간편한 송금과 결제’라는 소비자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 성공했다.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맞춤형 상품 추천을 통해 고객의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좋은 지향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데이터 및 API 인프라를 고도화해야 한다. 플랫폼을 통해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보안시스템을 강화하고 빅데이터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관련 인력도 확대해야 한다. 특히 핀테크 및 외부 기업과 연계를 위해서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인프라 고도화가 중요하다.

한편 플랫폼 사업의 특성에 기반한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플랫폼 사업에서는 네트워크 효과를 위해 고객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므로 초기에 대규모 투자와 예산집행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계획에 기반한 은행의 전통적인 방식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중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유연한 관리가 필요하다.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인 제휴, 고객 피드백 수집과 이해관계자 관리를 통해 플랫폼을 개선시켜야 한다. 이렇게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만큼 기존 사업 라인과 충돌이 적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전담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금융플랫폼의 고도화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육성해야 한다. 외부 플랫폼에 투자하거나, 내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사내벤처 등이 좋은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산업은 디지털 충격에 따른 성장의 변곡점에 도달하였다. 고객의 비대면 중심 행태 변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마이데이터 등 혁신 정책으로 빅테크와 금융회사간 전방위적인 디지털 금융플랫폼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디지털 금융플랫폼을 통해 금융회사는 고객모집 비용을 절감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으며 고객 관계를 심화시킬 수 있다. 반면 빅테크에 밀릴 경우 금융회사의 지속성장은 불가능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금융플랫폼이 금융산업을 혁신하고 미래를 밝히고 있다. 금융회사가 기존의 뱅킹앱을 넘어 명실상부한 디지털 금융플랫폼을 구축할 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 저작권법에 의하여 해당 콘텐츠는 코스콤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 따라서, 해당 콘텐츠는 사전 동의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