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융시장의 IT투자전략 변화

2021.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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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태우 전무(IDC Korea)

 

코로나19 팬데믹이 금융시장에 주는 교훈

‘부드러운 바다는 숙련된 선원을 만들지 않는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우리는 이 속담의 의미를 이미 경험했다. 2008년 이전에는 핀테크∙빅테크가 금융회사의 경쟁자가 아니었다. 금융회사의 IT는 금융회사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인프라 기술 정도로만 인식되었다. 굳이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혁신하거나 창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는 금융회사가 예기치 않은 위기 상황에서도 고객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졌고, 핀테크 회사들은 디지털 신기술로 편리하고 개인화된 디지털 고객경험을 제공하면서 금융회사의 경쟁자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추진∙실행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은 2008년 금융위기의 교훈에서 출발하였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은 그 동안 금융회사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얼마나 충실히 실행해 왔는가를 시험하는 평가의 장이 되고 있다. 금융회사가 예측할 수 없었던 위기 상황에서 결제(Payment), 대출(Lending), 보안(Security),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그리고 비효율적인 레거시(Legacy) 프로세스의 탄력성이 충분한지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또한 콜센터 운영체계, 재택근무 환경 등이 팬데믹으로 변화된 고객의 요구사항과 직원의 필요역량에 매끄러운(Seamless) 연속성과 탄력성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전략적인 로드맵을 갖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 온 금융회사는 이번 팬데믹의 충격에서 비교적 빠르게 벗어나 장기투자 중심의 전략적 어젠다에 집중할 수 있지만, 부분적이고 비체계적으로 디지털 투자를 해 온 금융회사는 비즈니스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단기적 관점의 운영역량 확보에 시급한 상황이다.

 

비즈니스 어젠다의 변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은 고객의 심리 및 행동 변화를 촉발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시작되었다. 금융회사 고객의 채널이용 패턴, 결제 방식, 대출 수요에 영향을 미쳤고, 직원들의 업무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금융회사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디지털 금융거래에 대한 수요를 높였다. 2020년 IDC가 글로벌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가 고객행동에 미친 영향 분석(The impact of COVID-19 on Consumers Survey)’에 따르면, 58%의 고객이 코로나19 상황으로 지점을 굳이 방문할 의향이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2020년 BCG 컨설팅 보고서는 한국 금융고객의 21%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디지털 뱅킹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중장년층의 모바일 뱅킹 신규고객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전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이 급속히 확산되고 ‘디지털’에 대한 국민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종전에는 생활에 편리성을 더하는 보조적인 도구였던 디지털이 생활, 금융거래의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객행동의 변화는 사용자 경험, 서비스 속도, 사이버 보안 관점에서 고객 중심의 통합채널 서비스 역량(지점+콜센터+인터넷)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고객경험과 직원경험 관리 중요성 부각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결제 패턴을 ‘카드 결제’ 방식에서 ‘비카드 결제’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카드 결제 방식의 변화는 결제 사기(Payments Fraud)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높이고 있어서, 기존 보다 훨씬 고도화된 금융회사의 위험관리 역량이 필요하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야기된 실업률 증가와 주요 기업(소매, 여행, 항공 등) 및 개인사업자들의 파산은 추가적인 공적 자금 지원과 함께 금융 대출 니즈를 높이고 있다. 앞서 말한 2020년 IDC의 ‘코로나19가 고객행동에 미친 영향 분석(The impact of COVID-19 on Consumers Survey)’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4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추가적인 자금 니즈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출 니즈의 증가는 금융회사의 대출 심사, 대출 서비스, 대출 추심에 이르기까지 대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지능화 및 자동화를 필요로 한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 고객의 신용도를 좀 더 정밀하게 평가하기 위한 통신유통 등의 대체 데이터 활용, 대출 실행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통한 대출고객 경험 관리, 기존 보다 지능화된 추심 프로세스 개발을 통한 대손상각(Write off) 비율의 감소 등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고객경험에 대한 관리와 더불어 직원경험 관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2020년 IDC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 임원들의 90% 이상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직원들의 재택근무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가 혼합되는 ‘Hybrid Work Model’이 근무방식의 표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근무방식의 변화는 보안, 업무협업, 성과관리 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 및 지원을 필요로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비즈니스 혁신을 더욱 가속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목적성이 다소 애매했던 디지털 기술들이 새롭게 정리된 비즈니스 어젠다를 통해 더욱 정교해지고 실질적 활용성이 높아져야 하는 상황이다.

 

주요 기술별 투자 전망

결과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실행 수준과 관계없이 금융산업 전체의 IT투자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20년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으로 다소 주춤했던 전 세계 금융산업의 IT투자는 2021년 회복세로 돌아서 5.9%의 성장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New Normal’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요 기술별 향후 투자 전망을 정리해봤다.

 

클라우드

코로나19 이후 New Normal 환경에서 비즈니스 탄력성을 확보하기 기반으로 클라우드는 매우 핵심적인 IT투자 영역이 될 것이다. 클라우드는 아키텍처와 배치 모델(deployment model) 관점에서 금융회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IDC는 APEJ(일본 제외 아시아지역) 시장 금융회사들의 퍼블릭 클라우드에 대한 투자가 2019년 49억 달러에서 2024년 181억 달러로 연평균 29.9%의 성장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IT비용 지출을 투자비용(Capex)에서 운영비용(Opex)로 전환할 수 있는 클라우드 운영 모델은 향후 클라우드 투자, 확장성 및 가용성에 대한 핵심적인 원동력으로 될 것이다.

 

보안

재택근무의 상시화에 필요한 기반 기술(엔드포인트 보안, VPN, 방화벽 등) 확보, ‘비카드 결제’ 확대로 인한 금융사기 방지, 디지털 채널 활용 증대로 인한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보안에 대한 투자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 되고 있다. IDC는 APEJ(일본 제외 아시아) 시장에서 보안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IT투자가 2019년 대비 2024년 연평균 13.3%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데이터 분석 및 AI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늘어나고 있는 AI 기반의 챗봇 운영, 고객의 행동데이터를 포괄하는 상품추천 엔진, 대출 신용평가에 대체 데이터 활용, 변칙적인 패턴을 포착하기 위한 금융사기(Fraud) 분석 등에 AI의 활용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APEJ(일본 제외 아시아) 시장에서 AI에 대한 투자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22.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나아가 텍스트로 대화하던 ‘챗봇’에서 음성으로 대화하는 ‘콜봇’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코스콤은 네이버 클라우드와 함께 AI를 활용한 콜봇을 내놓았다. AI 기반 클라우드 콜센터는 코스콤의 금융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AI 고객센터를 구축할 수 있는 SaaS 솔루션으로 코스콤은 이미 2020년 SaaS형 콜센터를 활용헤 재택근무 콜센터 서비스를 구현한 바 있다.

증권가에는 일찌감치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 효율화를 추진해왔다. 한국투자증권은 올초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객안내 콜봇과 직원용 업무매뉴얼 챗봇을 도입했다. 콜봇은 안내사항이 필요한 고객에게 AI가 직원 대신 전화로 금융상품과 대출의 만기 안내, 금융상품 판매 적정성을 확인하는 해피콜 등을 수행한다. KB증권은 AI 기술을 광고필터링 고도화, 문서관리 자동화, 사내 챗봇 등의 업무에 적용해 업무효율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KB증권은 대 고객 문자 발송 시 광고성 문구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경고를 띄우는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삼성증권도 서울대 휴먼인터페이스 연구실과 AI음성합성 기술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했는데, 향후 고도화된 AI 음성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신증권은 AI 금융전문 로봇 ‘벤자민’을 고객상담창구로 활용 중이다. 온라인 거래매체(홈트레이딩시스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서 365일 24시간 고객과 상담이 가능한 대화형 챗봇이다.

 

 

④ RPA 및 AI 기반의 프로세스 자동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객의 디지털 채널 활용이 선호되면서, 기존에 수작업으로 실행되었던 미들 오피스 운영 프로세스의 자동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니즈에 따라 RPA 및 AI 기반의 프로세스 자동화에 대한 IT투자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IDC는 RPA에 대한 금융회사의 IT투자가 APEJ(일본 제외 아시아지역) 시장에서 2010년 대비 2021년 34.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대응전략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융회사는 기술투자에 대한 기존의 로드맵을 전략적 관점과 전술적 관점에서 수정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새로 정립해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의 IT부서는 비즈니스 부서와의 긴밀한 협력관계에 기반하여, 고객 커뮤니케이션, 미들 오피스의 운영 효율화, 리스크 및 금융사기 억제 등 주요 비즈니스 어젠다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IT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Hybrid Work 운영 모델에서 직원들의 경험을 강화하기 위한 재택근무 솔루션, 협업 기술, 디지털 기술 활용역량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전략적∙계획적으로 수행하는 금융회사는 비즈니스 탄력성을 회복하고 강화하여, 또 다시 예고 없이 다가올 수 있는 ‘거친 풍랑’에 견딜 수 있는 숙련된 선원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