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CHECK] 원자재 연쇄적 가격 상승세 ‘도미노 효과’

2021.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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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진종현(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올해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해 글로벌 유동성 팽창에 기인한 자산군 랠리가 연준의 테이퍼링 시그널링을 기점으로 진정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원자재 시장은 전 품목에 걸쳐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가라앉을 줄 모르고 있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단일 품목에 그치지 않고 다른 품목으로까지 번지며 연쇄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일종의 ‘도미노 효과’에 따른 결과이다.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세 증폭

우선 기상이후로 인한 하절기 무더위, 백신 접종 확대로 인한 각종 산업활동의 정상화는 에너지(전력) 수요를 자극하며 글로벌 전력난을 유발했으며, 이로 인해 주요 전력 발전원인 화석 연료 (천연가스, 석탄) 가격을 끌어올렸다. 특히, 유럽의 경우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20%가량을 신재생 에너지(풍력 발전 비중 15%)에 의존하고 있는데 올해 이례적으로 건조한 기후 탓에 유럽에 바람이 충분히 불지 않아, 풍력 발전량의 부족분을 화석 연료로 충당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증폭되었다.

또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러시아의 의도적인 공급 축소라는 지정학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대부분의 국가와는 달리, 유럽은 이미 10년 전부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에너지 섹터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 왔는데, 그 중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가 천연가스 생산 및 저장 시설 규모 축소이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을 공격적으로 늘림과 동시에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던 천연가스 생산량을 2010년 이후 1/3가량 축소시켰으며, 영국의 경우 자국 전력발전량의 70%를 담당하던 최대 천연가스 저장시설인 Centrica의 Rough 저장시설을 2017년 과감히 영구적으로 셧다운 시키기도 했다. 신재생 에너지 생산량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기후에 대한 높은 의존도, 예상 대비 느린 CAPA 확충 등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2010년 30% 수준에서 2020년 43%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이러한 가운데 러시아는 유럽向 천연가스 수출량을 늘리고자 현재 운영되고 있는 러시아-독일 간의 해저 천연가스 송유관인 Nord Stream에 이어 동일 규모의 파이프라인인 Nord Stream II 도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 8월, 독일 뒤셀도르프 고등지방법원 EU 가스 규정에 의거, EU 내 거래되는 가스는 생산·거래·운송에 대한 분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Nord Stream II 운영권을 가진 러시아의 Gazprom社에 대해 독점적 사용 금지 판결을 내렸으며, 이에 대한 Gazprom社의 이의 제기를 기각했다. 이후 공교롭게도 러시아의 유럽向 천연가스 공급량이 축소되었는데, 이는 Gazprom社가 Nord Stream II 승인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유럽向 천연가스 수출량을 의도적으로 줄인 탓으로 판단된다. 표면적으로는 동절기를 앞두고 진행되는 정규 보수 작업에 따른 조치라고 말하고 있지만, 철저히 러시아의 계산된 보복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에너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전력 발전 업체들의 원가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전기 요금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경우 전력 부족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는 실태이다. 국내에서 역시 한전이 8년 만에 전기 요금을 인상하며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세를 실감케 했다.

 

제철·비철금속의 가격 상승 유발

이러한 글로벌 전력 부족 사태는 대규모 에너지 소비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비철금속의 생산 및 제련 과정에 차질을 유발하며, 타이트한 공급에 따른 가격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알루미늄 제련 및 제철업의 경우, 중국이 글로벌 생산량의 50%가량을 책임지고 있는데 전력난과 더불어 중국 중앙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추진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공급 쇼티지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다. 중국은 올해 14차 5개년 계획기간(2021–2025년)에 돌입했는데 GDP 단위당 탄소배출량 18%, 에너지 소비량 13.5% 절감 목표를 제시하며 에너지 집약 산업에 대한 전력 사용량을 우선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 전력 발전량의 60%가량을 석탄 화력발전이 담당하고 있어, 이에 대한 의존도가 유독 높은 알루미늄 제련 및 제철업이 석탄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을 직격으로 맞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코로나19의 근원을 둘러싼 호주 정부와의 갈등으로 호주산 석탄에 대해 금지령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연료탄 수급이 더욱 어려워진 것 역시 중국 내 제철·비철금속류 제련업자들의 공급 차질을 빚어내고 있다.

 

 

 

원자재 가격 향방, 실마리는 에너지 품목

뿐만 아니라 천연가스로부터 추출되는 암모니아는 주요 농산물 재배의 필수품인 비료의 주 원료이기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은 급기야 농산물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비료 비용이 옥수수, 밀 등을 비롯한 농산물 재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30%로 적잖은 수준이기 때문에, 비료 가격 상승에 따른 농산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셈이다.

이렇듯 최근의 전방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상당 부분 에너지 인플레이션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향후 원자재 가격 향방에 대한 실마리 역시 에너지 품목으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현재 유럽의 경우, 천연가스 재고가 과거 5년 최저 수준을 하회하고 있는 굉장히 타이트한 상태이다. 통상적으로 천연가스 재고는 동절기 난방수요의 증가로 인해 11월 무렵부터 이듬해 4월까지 계절적인 감소세를 겪는데, US Climate Prediction Center는 올 겨울 라니냐 확률을 87%로 추정하고 있어 예년 대비 특히 추운 동절기가 예상되고 있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천연가스 쇼티지가 심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중국 정부가 동절기를 앞두고 에너지 관련 원자재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둘 것을 지시해, 대륙간 천연가스 확보를 위한 가격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 내 에너지 대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며 Nord Stream II 승인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판단되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Nord Stream II의 운영이 승인된다면 당장 유럽向 천연가스 공급량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에너지 자문사 Wood Mackenzie에 따르면 10월말 유럽 천연가스 재고는 약 870억 평방미터(m³)로, 이 중 2/3 가량인 580억m³가 동절기 수요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ord Stream I + II의 연간 합계 천연가스 공급 CAPA는 1,100억m³ 수준으로, 러시아의 공급만 정상화된다면 동절기 5개월간 유럽 전체 수요의 80%가량인 460억m³가 공급되며 쇼티지가 해소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영국의 경우, 최근 들어 풍력 발전량이 서서히 회복하며 화석연료 발전량이 재차 감소하고 있어 올해만큼의 폭발적인 천연가스 수요가 내년에도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초 이후 2배 가량 상승한 유럽의 탄소 배출권 가격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화석연료 발전업체들에게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며 천연가스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다. 이에 코로나19에 따른 이연 수요 효과도 내년 상반기 이후 소멸되고,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환경에 기여하고 있는 글로벌 물류 차질 역시 해소되며 글로벌 에너지 가격은 내년 상반기를 고점으로 진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유가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는 리오프닝 수요 및 에너지 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로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OPEC+이 예고된 스케쥴에 따라 월별 40만 배럴/일씩 증산한다면, 글로벌 공급량은 1년 이내로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복귀할 것이며 이에 따른 균형 유가에 안착할 것이다. 또한 천연가스, 석탄 등의 가격이 진정된다면 에너지 부족 사태가 원유로까지 이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완화되며 그에 맞추어 유가도 안정화될 것이다.

 

2022 원자재 시장 전망

비철금속의 경우, 글로벌 전력난이 해소되는 페이스에 맞추어 다시 생산·제련 활동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주목해야 할 점은 생산·제련 활동이 완전히 정상화된다고 할지라도 최대 CAPA 자체가 수요의 규모에 미달하며 쇼티지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리와 알루미늄의 경우, 전도율 및 연성이 뛰어나 친환경 에너지 시대의 주력 전도체로써 전기차, 에너지 저장시설 및 전력망 등 여러 산업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반해, 생산·제련 CAPA는 구조적인 투자 감소세로 확대되지 못해 원활한 공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구리의 경우, 글로벌 10대 구리 광산 업체(2020년 기준)의 CAPEX 규모는 2013년 이후 추세적으로 축소되며 당시 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00년대 중국의 경제성장이 견인한 원자재 슈퍼 사이클로 주요 구리 광산 업체들이 수년간 대규모 투자 랠리를 펼쳤지만, 이후 가격 상승세가 꺾이며 영업 환경이 크게 어려워짐에 따라 공격적인 증산보다는 배당 등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및 재무제표 개선에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구리 광산의 경우, 최초 탐사 시점부터 최종 생산 시점까지 최소 5년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구리 광산 업체들이 신규 광산 개발에 착수하더라도, 당분간 글로벌 구리 생산량은 현재 수준에서 크게 증대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석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알루미늄 제련 및 제철업의 경우 여전히 중국의 친환경 드라이브가 생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석탄 가격이 진정되더라도, 중앙 정부 차원에서 절대적인 석탄 소비량 및 에너지 사용량 자체에 제한을 두려 할 것이기 때문에 쉽사리 생산량 증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특히, 알루미늄의 경우 그 원재료가 되는 알루미나(산화 알루미늄)부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15-2020년 동안 신규 알루미나 생산시설 증가율은 중국 25.4%, 중국 외 지역이 3.3%로 알루미나 생산 CAPA의 상당 부분이 최근 들어 중국에 집중되고 있는데, 알루미나는 생산 과정에서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알루미늄보다 높기 때문에 중국이 지속적으로 강력한 에너지 사용·탄소 배출량 감축 정책을 펼친다면 수급 차질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귀금속의 경우, 올 11월부터 미 연준의 테이퍼링이 예고되어 있어 내년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융자산으로써 금이 갖는 특성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과 인플레이션에 관계없이 가치보전이 되는 실물자산이라는 점 크게 두 가지이다. 달리 말해, 채권·예금 등을 통해 이자를 지급받을 수는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의해 미래 가치가 훼손되는 현금과는 정반대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현금의 가치(실질금리)와 역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도 볼 수 있다. 때문에 금은 실질금리가 상승하는 테이퍼링·금리 인상 국면에서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 코로나19 이연 수요 효과 진정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진정은 결국 금 가격의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부터 파생되고 있는 원자재 섹터의 ‘퍼펙트 스톰’은 내년 상반기 이후 잠잠해질 가능성이 크다. 귀금속 역시 미 연준의 테이퍼링에 따른 실질금리 상승으로 약세를 이어갈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비철금속의 경우,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을 향한 움직임이 구조적인 수요 자극·생산 제약 요인으로 자리잡으며 강세 사이클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내년 원자재 시장 가격 품목별 선호도를 비철금속> 에너지> 귀금속 순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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