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MZ세대 유치 경쟁

2021.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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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노동길 수석연구원(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기업이 추구하는 바는 짧은 TV 광고에 잘 담겨 있다. 광고는 짧은 시간인 만큼 기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타겟을 응축해서 드러낸다. 언제부터인가 금융회사 광고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신뢰성과 차분함을 잘 드러내고자 했다면 지금은 다르다. 빠른 음악, 톡톡 튀는 색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광고 모델이다. 기존에는 중후한 느낌을 주는 배우를 중용했다면 지금은 아이돌 그룹 가수, 가상인간을 전면에 포진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경제 활동과 소비 중심으로 부상한 MZ세대를 겨냥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

MZ세대는 누구?

MZ세대는 밀레니얼과 Z세대를 통칭하는 단어다. 국가마다 범위 기준은 상이하지만 미국을 기준으로 정의하면 밀레니얼은 1980~1994년생을, Z세대는 1995~2010년생을 의미한다. 이전 경제 활동과 소비 중심이던 베이비부머(1940~1959년생)와 X세대(1960~1979년생)를 구분하기 위해 일컬어지는 용어다. 사실 MZ세대 범위는 넓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하면 중학생부터 회사에 막 입사하기 시작한 신입사원, 많게는 차장 직급에 있을 법한 사람까지를 통칭한다. MZ세대의 넓은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찾을 수 있기에 이들을 같이 분류하고 있다.

MZ세대가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디지털과 모바일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 인터넷을 쉽게 접해온 세대이기 때문에 디지털 채널을 중심으로 소비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X세대와 베이비부머가 전체 미디어 기기에서 디지털 채널을 이용하는 비중이 각각 50.4%, 29.2%인데 반해 밀레니얼과 Z세대는 6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MZ세대는 여가와 정보 습득을 위해 TV 등 전통 미디어를 활용하기보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MZ세대에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익숙하기 때문에 생긴 특징이다. MZ세대는 소매와 온라인 유통 업체들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 활용에 이미 익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개인정보를 공유하려는 경향이 타 세대보다 강하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소비 경험이나 서비스 이용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고 정보를 얻는 경험도 풍부하다. 경험과 정보를 통해 재화를 구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관계로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가격과 품질 등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재구매 의사 경향은 X세대나 베이비부머에 비해 크게 낮다. 상품과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하더라도 관성적으로 재구매에 나서지 않는다는 의미다. 불쾌한 경험으로 인해 브랜드를 교체한 적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MZ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높았다. MZ세대가 상품 구매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가격과 품질이었으며 브랜드를 선택한 비중은 비교적 낮았다.
MZ세대는 이렇듯 이전 소비 주도 계층과 다른 특성을 보였다. 디지털과 소셜미디어 활용을 통해 소비와 서비스 경험을 공유하고 브랜드나 이미지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전 세대들과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다른 특징들이다.

MZ세대가 금융회사에 갖는 의미

MZ세대는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세대다. 전체 인구 내 비중이 높다. 특히 핵심 경제활동 인구(15~64세) 내 비중으로 좁혀서 고려하면 중요성은 더 높아진다. 2020년 기준 MZ세대의 전체 인구 내 비중은 32% 내외인 반면 핵심 경제활동 인구 내 비중은 65%로 두 배 이상이다. MZ세대의 경제활동 인구 내 비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경제적 관점에서 장기간 가장 중요한 세대 지위를 유지할 예정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MZ세대에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공격적 투자 성향을 고려하면 그렇다. MZ세대는 이전 세대인 X세대와 밀레니얼에 비해 자산을 형성할 시간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또한 저성장의 고착화에 따라 예금이나 채권 투자를 통해 부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 자체도 녹록치 않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주식과 채권을 통해 자산을 형성하기 좋은 세대였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글로벌 주식투자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연율화 기준 7.1%였다. 채권 투자를 통해서는 연 3.6%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다. 전통적 70:30 포트폴리오(주식 70%와 채권 30%로 구성)를 통해서는 연 6.4%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X세대는 베이비부머에 비해 글로벌 성장률이 다소 둔화하면서 주식투자로 올릴 수 있는 기대수익률은 연 5.7%로 하락했다. 다만 채권투자를 통해 올릴 수 있는 기대수익률은 연 5.0%로 높아졌다. X세대는 70:30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연 5.9%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다.
MZ세대는 투자를 통해 올릴 수 있는 수익률이 이전 세대보다 하락했다. 밀레니얼이 주식투자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연 5.0%로 하락했다. 이들 세대는 채권투자가 더 유리했다. 채권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은 5.8%에 달했다. 채권시장이 장기간 호황을 보인 기간을 밀레니얼들이 살아갔기 때문이다. 밀레니얼은 70:30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연 5.7%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다. Z세대는 앞선 베이비부머, X세대뿐만 아니라 밀레니얼보다 어려운 투자 환경에 직면할 세대다. Z세대가 주식투자를 통해 올릴 수 있는 기대수익률은 연 3% 내외다. 채권투자는 더 어려운 상황인데,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상황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지속되면서 오히려 채권투자 기대수익률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70:30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연 2.0%로 급락했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 금융자산 외에 가상화폐 투자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주식과 달리 등락 추이를 예측할 수 없는 가상화폐의 경우 변동이 심해 정부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와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격적 투자 성향을 갖고 있는 MZ세대가 경제활동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금융회사들의 전략도 바뀌고 있다. 대표적으로 은행이다. 은행은 과거에 비해 MZ세대에게 매력적 금리 자산 투자 환경을 마련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이 비은행부문 수익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은행과 더불어 중요한 투자 환경을 마련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MZ세대 부상이 우호적이다. MZ세대가 예금보다 투자를 선호하면서 증권사에 고객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MZ세대가 금융회사에 있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디지털에 익숙하다는 특성과 관련 있다. MZ시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비대면 활용 비중이 높다. 이는 코로나19 국면을 통해 더 강화됐다. 비대면에 익숙한 MZ세대 비중 상승은 금융회사들이 과거처럼 낳은 대면 점포를 유지할 필요성을 경감시키고 있다. 은행, 증권사, 카드 및 보험회사들은 과거보다 적은 수의 대면 점포로도 고객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으며 고정비를 감소시켜 수익성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대면 채널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MZ세대 공략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위험보다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MZ세대가 이전 시대에 비해 부를 축적할 시간과 기회는 부족했지만 물려받을 돈은 많다. 베이비부머 은퇴와 상속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은퇴와 상속이 본격화되면서 MZ세대는 투자 중심뿐만 아니라 소비 중심으로도 떠오를 전망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30년 밀레니얼 자산은 현재의 5배 이상으로 증대를 예상하고 있다. 향후 5년간 Z세대와 밀레니얼 소비가 각각 70%, 10% 증가하는 국면에서 X세대와 베이비부머 소비 성향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MZ세대가 소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향후 더 높아지리라 예상하는 이유다.

MZ세대의 공격적 투자 성향, 앞으로도 이어질까?

MZ세대 부상을 통해 두드러지게 성장한 금융 분야는 금융투자(증권사)다. MZ세대 국내주식 투자를 엿볼 수 있는 통계는 활동계좌당 고객예탁금 추이다. 2021년 활동계좌가 크게 증가하는 국면에서 고객 예탁금도 동반 증가했으나 오히려 활동계좌 평균당 고객예탁금은 감소했다. 이는 소액계좌가 증가했다는 의미이며, MZ세대의 활발한 국내 주식시장 참여 결과다. 다수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거래대금 증가,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상승, 지수 고점 경신 등이 종합적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투자 열풍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국내주식을 제외하면 마땅히 투자할 만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증권사의 MZ세대를 겨냥한 구애는 계속될 전망이다.
KOSPI의 미국 주식시장 및 국고채 대비 상대 기대수익률은 2006년 이후 장기평균선을 웃돌고 있다. KOSPI가 3,000p까지 상승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자산이라는 의미다. 최근 부동산을 향한 대출 정책 강화, 높은 서울 아파트 가격을 고려하면 부동산 투자로 시계를 넓히기 수월하지 않은 국면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주식시장 신규 유입 투자자는 당분간 주식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직접투자 열풍 후에는 주식 관련 금융상품으로 관심이 확장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는 증권사뿐만 아니라 투자 관련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은행과 보험사에도 중요한 변수다. 과거 직접투자 열풍 후 주식 관련 투자 상품 시장이 확장된 경험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이다. 직접투자 열풍 후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상품 시장 확대가 장기적으로 이어졌다. 2007년 직접투자 열풍 후에는 자문형 랩, 사모펀드 등으로 간접투자 시장 저변 확장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MZ세대의 높아진 투자 관련 관심은 간접 상품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중에는 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 아이디어형 펀드가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역대급으로 풍부한 개인 자금이 간접 투자 상품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대안을 제공해주는 요소다. 금융회사들이 개인투자자, 특히 MZ세대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MZ세대 유치 경쟁

MZ세대 중요성이 부상하고 기업들이 이에 공감한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MZ세대 유치 경쟁은 기존 금융사 간 경쟁을 넘어 전통 금융산업과 플랫폼 및 핀테크 기업 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MZ세대 유치 경쟁은 모바일에 익숙하고 맞춤 설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 성향을 겨냥한 측면에 강하다.
직관적이고 쉬운 투자를 선호하는 MZ세대를 겨냥해 증권사들은 초보 투자자를 위한 입문서를 발간하거나 모의투자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MZ세대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18년 10월부터 미국 주식을 소수점 이하 두 자리 단위(0.01주)로 사고 팔 수 있는 서비스 ‘스탁콘’을 개시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최소 1000원부터 해외주식 투자할 수 있는 모바일 해외주식투자 플랫폼 '미니스탁'을 내놓았다. NH투자증권은 2030세대들의 목돈만들기 지원을 위해 유관기관제수수료까지 받지 않는 완전무료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은행권의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신한은행은 2020년 20대 전용 금융브랜드 ‘헤이영(Hey Young)’을 선보이고 기존 모바일 뱅킹앱 ‘쏠(SOL)’ 안에 탑재했다. 20대 전용 금융상품과 모바일 쿠폰 지급을 통해 플랫폼과 맞춤 설계에 익숙한 MZ세대를 직접 겨냥했다. 우리은행은 MZ세대 마케팅과 관련해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고, KB국민은행은 메타버스 활용 경험 확산을 위해 개더(Gather) 플랫폼을 활용한 ‘KB금융타운’을 여는 등 국내 시중은행들은 MZ세대만을 겨냥한 금융상품 출시와 모바일 앱 설계로 대응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MZ세대들이 주로 소비하는 플랫폼과 제휴한 카드를 출시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쇼핑몰 무신사와 제휴해 적립과 할인 혜택을 제공 중이다. 신한카드는 네이버제트와 협약해 Z세대 맞춤형 선불카드를 출시했다. 보험사는 타 연령층에 비해 저조한 보험 가입률을 보이고 있는 MZ세대를 겨냥해 미니보험으로 대응 중이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미니보험은 디지털에 친숙한 특성을 반영해 모바일 가입, 맞춤형 보장, 소액 보험료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한 본인인증 방식을 도입하고 무진단, 무심사로 곧바로 가입 가능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 기프티콘처럼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보험 모바일 상품권’을 이용해 보험 상품을 가입하게 하거나 가족과 지인에게 선물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MZ세대 중심으로 열어갈 금융업 미래

개인 고객을 겨냥한 금융업 역할은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개인 특성에 집중하고 금융상품 간 경계가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다. MZ세대는 디지털 친화적이고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은 가운데 자신만의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금융회사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고객 개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하는 데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금융회사가 MZ세대 고객에 제공해야하는 특성은 개인화, 플랫폼화, 자산군 다양화로 나눌 수 있다. 개인화를 통해 고객 개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자사 플랫폼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게 재미,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개인화를 위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해야 하는 만큼 향후 금융업은 경계가 모호해지고 허물어질 공산이 크다. 전통적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저작권, 예술품, 가상화폐 등으로 취급하는 투자 상품군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이미 시중 금융사들은 자사 앱을 통에 가상화폐 관련 가격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금융산업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금융기업 간 경쟁뿐만 아니라 비금융 핀테크 회사와의 경쟁도 높아질 전망이며 플랫폼화와 자산군 다양화를 위한 M&A 등이 더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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