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의 올바른 개정 방향

2021.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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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성인(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빅테크의 금융 접근이 가속화하면서 이를 올바로 규율하는 방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한창이다. 일부에서는 빅테크의 문어발식 확장과 금산분리 훼손을 걱정하고, 다른 쪽에서는 금융권 빅데이터와 빅테크의 결합이 가져올 사회적 후생 증가를 강조한다. 통화당국은 빅테크의 금융 접근이 초래할 통화정책 및 지급결제 제도에 대한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빅테크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독과점 폐해와 이해상충 문제가 부각되기도 한다. 미국에서 빅테크의 영향력을 통제하고자 반독점 5법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초보적인 통제를 시도하고 있는 법안이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이다. 현재 국회에는 금융위원회의 청부입법인 윤관석 의원안, 윤 의원안과 대동소이한 김병욱 의원안, 그리고 비교적 균형 잡힌 내용을 담은 배진교 의원안 등 다수의 전금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사실상 정부측 개정안이라고 볼 수 있는 윤관석 의원안에는 지급결제제도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장악 시도, 개인정보 보호 훼손 등의 논란에 더해 사실상 은행업을 영위하는 종합지급결제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완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행과 금융계 그리고 시민사회는 서로 다른 이유로 이 개정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빅테크 금융접근의 역사적 전개를 간단히 살펴 보고, 이들 법안의 내용을 간략하게 비교 분석한 후, 이들 법안에 공통적으로 누락되어 있는 추가적 규제 장치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까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해당하는 신흥 재벌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검색 엔진과 메신저 서비스를 하는 빅테크로서 지속적으로 금융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 왔다. 이런 금융진입 시도가 최초로 표출된 계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 나타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은행업과 산업의 분리) 규제 완화 문제였다. 그러나 론스타 악몽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KT나 카카오 같은 산업자본에게 은산분리를 허물어가면서까지 은행을 선물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소유 구조를 억지로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일단 현행 은행법 하에서의 은행으로 인가를 받았다.

한편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현행법 하에서의 허용’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상황은 집권 2년차인 2018년 급변했다. 그해 8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번복하고 “빨간 깃발법(적기조례)”를 운위하며 정보통신업종에 대한 은산분리 예외를 국회에 주문했다. 재벌까지 다 포함해서. 그리고 그해 9월 20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반발 속에서 국회를 통과했다.

 

네이버는 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신청하지 않았을까?

빅테크중 카카오는 그렇게 은행업에 진출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이 트랙을 거부했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진하면서 금융위원회가 네이버에게 인가 신청을 권유(또는 ‘읍소?’)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의 진실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네이버는 인가 신청을 하지 않았고, 제3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주주 문제로 한 번 재수한 토스가 차지했다.

네이버는 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신청하지 않았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이 글의 핵심 주제인 전금법 개정안의 가려진 본 모습을 이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어쩌면 네이버는 은행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사실상의 은행업을 할 수 있는 맞춤형 제도를 주문했던 것은 아닐까? 그 진실을 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우연이라면 기막힌 우연의 일치처럼 그런 네이버의 입맛에 딱 맞는 특혜법이 나왔다. 은행을 은행이라 부르지 않고, 은행에 대해 은행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법안이 등장한 것이다. 그것이 윤관석 의원이 금융위원회의 청부를 받아 제출한 전금법 개정안이다.

 

윤관석 의원안이 ‘네이버 특혜법’이라고 불리는 이유

이 법안이 네이버 특혜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종합지급결제업자(이하 “종지업자”) 도입 때문이다. 종지업자는 최소 자본금이 200억원이다. 동네 문방구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네이버같은 ‘전국구’를 위한 제도다. 이 자본금을 집어 넣은 대가는 은행업을 하도록 허용하면서 은행으로 규제하지 않겠다는 특혜다.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 보자.

첫째, 종지업자는 고객 명의의 개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데, 고객은 언제든지 이 계좌의 잔액을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타인에게 송금할 수 있다. 전금법은 이를 ‘선불 충전금’ 또는 ‘이용자 예탁금’이라고 표현하지만 화폐금융론의 시각에서 보면 그저 ‘요구불 예금’일 뿐이다.

둘째, 종지업자는 후불제 형태로 대출을 할 수 있다. 원래 금융규제 원리상 어떤 회사가 수신(예금 수납)과 여신(대출)을 동시에 수행하면 그 회사는 은행이 되고, 이를 업으로 하면 은행업이 된다. 따라서 은행이 아닌 회사는 수신만 하거나, 여신만 해야 한다. 혹시라도 여수신을 동시에 할 경우 이 회사를 은행으로 보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배제조항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금법의 규제 대상인 전자금융업자는 원래 수신(선불충전금)만 하고 여신을 할 수 없다. 전자금융업자가 현재 여신을 하는 이유는 규제 샌드박스에 따른 일시적 특혜일 뿐이다. 그런데 이것을 이번 전금법 개정을 통해 영속화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종지업자는 수신, 여신, 내국환(송금)을 모두 수행하는 회사가 되는데 이것은 그냥 은행이다.

셋째, 종지업자는 사실상 은행업을 하지만 전금법은 이를 은행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산업자본 재벌도 이 업무를 할 수 있다. 당연히 예금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금융회사로조차 보지 않는다. 그 결과 금융지주회사법도 적용되지 않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규정된 비금융 계열회사 지배 금지 조항도 배제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의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건너뛴다. 종지업자가 금융회사가 아니므로 이들과 거래하는 소비자는 그냥 ‘이용자’일 뿐이지, 금융소비자로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것이 특혜의 본질이다.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트랙을 선택하면서 완화된 형태로라도 공식적인 금융규제를 받지만, 네이버가 종지업자를 염두에 둘 경우 네이버는 그런 규제를 모두 받지 않게 된다. 그래서 윤관석 의원안이 네이버 특혜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된 것이다.

 

특혜를 특혜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주장의 허구성

금융위원회는 앞장서서 윤관석 의원안이 특혜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첫째, 고객 자금은 100% 예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제는 안 지켜도 되도록 교묘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대통령령으로 사각지대를 허용하겠다고 버젓하게 금융위원회 설명자료에 나와 있다. 요구불 예금을 보증보험으로 보호한다고? 그렇다면 국가는 무엇 때문에 예금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금융위기 때 공적 자금을 조성해서 은행에 투입했었단 말인가?

 

 

더 근본적으로 이 규제에는 벌칙이 없다. 그저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내면 그 뿐이다. 천문학적인 고객 자금이 왔다갔다 하는데 5천만원이 돈인가? 결국 고객 자금 외부 예치는 평상시에는 작동할지 모르지만 종지업자가 재무적 곤경에 처하거나 나쁜 마음을 먹는 비상 상황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종지업자가 과태료를 감수하고 고객 돈을 빼돌리거나 제 때 예치하지 않는 경우 그 금액은 “외부 예치된 금액”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에 불과한 소비자가 과연 회사정리절차에서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다.

둘째, 고객 자금은 전액 외부예치 되므로 신용창조가 없다는 주장이다. 외부예치 조항의 사각지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것은 거짓말이다. 종지업자가 물품 구입자에 대해 일부 부족한 금액을 후불 결제 형태로 대출해 주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부족액이 10만원이라 하면, 종지업자는 이 금액을 구입자의 계좌 잔액을 증액시키는 방식으로 대출해줄 수 있다.(종지업자가 직접 물품 판매업자에게 10만원을 지급하고 나중에 구매자로부터 이를 회수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물품 판매업자의 계좌 잔액을 10만원만큼 증액시키면 된다. 어떤 경우건 그 본질은 동일하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이런 대출을 해줄 때 종지업자는 10만원은커녕 당장은 1원도 필요하지 않다.

 

 

<그림 2>를 보면 구매자에게 직접 대출을 해 주거나, 판매자에게 대리 지급을 해 주거나 그 방식이 ‘자금 수령자의 요구불 예금의 잔액을 증액’시켜 주는 방식이라면 그 즉시 신용창조가 발생한다. 요구불 예금이 대출(또는 대리 지급) 금액만큼 새롭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 원칙적으로 별도 자금을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오직 자신의 부채를 결제 수단으로 제공할 수 있는 회사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이에 비해 통신 회사의 후불제 결제는 요구불 예금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신용창조가 없다. 이런 점이 종지업자의 대출과 통신 회사 대출 간의 근본적 차이점이다.)

이 때 신용창조의 크기는 네이버가 인출 요구에 대비해 얼마나 현금을 보유해야 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것은 선불 충전금이라고 불리는 요구불 예금이 그 상태로 얼마나 일반적 수용성(general acceptability)를 보유하고 있는가에 의존한다. 일반적 수용성이 없다면 판매 대금을 요구불 예금 형태로 수령한 판매자는 이를 즉시 현금으로 교환하려고 할 것이고 그 때는 요구불 예금이 다시 줄어들기 때문에 신용창조는 잠시 발생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라지게 된다. 반대로 판매자가 선불 충전금을 그 상태로 다른 원자재 구입에 활용할 수 있다면 굳이 이를 현금으로 인출할 필요가 없고 이 때는 신용창조가 그대로 살아남게 된다. 예를 들어 네이버 생태계가 확장되고 네이버 페이가 보편적 결제수단으로 인식될수록 이용자의 현금 인출 요구는 줄어들고 그에 비례하여 네이버의 현금 보유 필요성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신용창조의 규모는 이론적으로는 무한대가 된다.

셋째, 후불제 대출에는 한도가 있느니 문제없다는 주장도 틀렸다. 후불제 대출에 한도가 걸리면 위에서 말한 신용창조의 건당 규모가 통제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것은 신용창조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감독당국이 한도 규제 방식으로 그 신용창조의 크기를 직접적으로 통제한다는 뜻이다. 이런 일은 원래 통화 당국이 요구불 예금에 지급준비 의무를 부과하고 지급준비율을 통해 그 규모를 통제하는 방식이 원칙이다. 그런데 그 일을 감독당국이 한다고? 이는 금융위원회가 한국은행을 제치고 사실상 통화정책을 수행한다는 말이 된다.

넷째, 전자금융업자를 금융회사로 보지 않기 때문에 그와 거래하는 소비자도 금융소비자가 아니라 그냥 ‘이용자’에 불과하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일부 사람들은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장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금법상 이용자는 금융소비자가 아니다.

전자금융업자를 금융회사로 보지 않는 문제점은 더 있다. 동일행위 동일규제 원칙에 반하여 일반적인 금융회사가 공통적으로 적용받는 법률에서 예외를 인정받게 된다. 이 회사를 100% 지배해도 금융지주회사법상의 금융지주회사가 아니고, (예치 의무를 회피한 뒤) 고객 자금을 이용하여 계열회사 지배에 동원한다고 해도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른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회사 주주와 임원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적격성 심사도 면제받는다.

 

윤관석 의원안의 사각지대를 봉쇄한 배진교 의원안의 내용

이런 교묘한 사각지대를 최소한으로 봉쇄한 개정안이 배진교 의원안이다. 배진교 의원안은 우선 고객으로부터 돈을 예치받은 전자금융업자는 금융회사로 보아서 모든 금융회사들이 공통적으로 적용받는 금융관련 법령의 규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소비자는 금융소비자로 보호받고 전자금융업자의 임원과 주주는 적격성 심사의 대상이 된다. 두 번째로 고객 예탁금의 외부 예치에 사각지대를 없애고 위반에 대한 벌칙조항을 추가했다. 세 번째로 후불제 대출을 금지했다. 두 법안의 차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누락된 규제장치의 추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 플랫폼과 금감원 특사경

배진교 의원안은 동일행위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전자금융업자가 금융행위를 할 경우 이를 금융회사와 동일하게 규제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빅테크의 금융 접근이 초래하는 위험은 이런 소극적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플랫폼 독점 종식법(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 법안처럼 거대 플랫폼의 경우에는 심판이 선수로도 뛰는 겸업이나 기타 이해상충 상황을 야기하는 행위를 실질적으로 규제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빅테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다. 따라서 이들 거대 플랫폼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 플랫폼(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platform)’으로 지정하여 거대 플랫폼이 직접 선수로 뛰거나,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른 회사와 이해상충 상황에 처하지 못하도록 하는 추가적 규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머지포인트 사태에서 보듯이 금융규제의 울타리 밖에서 아예 불법적으로 금융행위를 하는 회사에 대한 규제의 유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이런 불법 금융업 회사를 규제할 감독 권한은 원칙적으로 없다.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권한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불법 행위는 경찰 또는 검찰 등 사법행정 당국의 영역이다. 다만 이들 범죄가 날로 지능화,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법행정 당국의 전문성이 부족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사법행정 당국과 금융감독 당국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 방법은 경찰 또는 검찰에 ‘불법 금융 수사단’ 같은 특별 조직을 신설하거나, 금융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범위를 확대하는 것일 수 있다. 다만 이것은 금융감독 당국의 권한을 비금융 쪽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이런 누락된 규제장치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현재 정부 입법안인 윤관석 의원안의 문제점은 너무 깊고 넓다. 따라서 그 사각지대와 부정적 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배진교 의원안을 중심으로 사각지대를 봉쇄하는 보완 작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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