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개발자 출신 장점 살린 ICT 정책 내놓을까?
유영민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시작해 국내 1호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타이틀을 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다. 누구보다 국내 소프트웨어업계를 잘 알고 있어 현실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해줄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가운데, 정보기술(IT) 산업 정책에 거는 업계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글 방은주 지디넷코리아 기자
국정 과제인 ‘소프트웨어 강국과 ICT 르네상스’
지난 7월 말 정부는 국정 운영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5년 청사진이다. 100대 과제 중 33번째 제안인 ‘소프트웨어 강국, ICT 르네상스로 제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 구축’은 ICT 와 관련한 것으로 눈길을 끈다. 이의 구체적 사례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신설, 2018년 10기가바이트(10GB) 인터넷 서비스 상용화, 2019년 5세대(5G) 이동통신 조기 상용화 등이 제시됐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강조해 온 사항이다. 애초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기로 했지만 총리급으로 격하됐다가, 다시 부총리급으로 낮아졌다. 위원회 멤버도 15개 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것에서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련 부처 장관 4명만 참여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그 대신 ‘민간위원’을 크게 늘렸다. 용어와 정의 등에 대해 논란이 많은 제4차 산업혁명은 그 특성상 여러 부처에 업무가 혼재돼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자동차 등 제4차 산업혁명의 대표 산업을 육성하려면 어느 한 부처만으로는 안 된다. 이런 면에서 위원장이 대통령이나 총리급에서 격하된 것은 다소 아쉽다. 10GB 인터넷 서비스 상용화와 5G 이동통신 2019년 조기 상용화는 이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5G 이동통신은 오는 2020년이 상용화 원년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이때를 기점으로 5G 이동통신을 선보이기 위해 민관 가릴 것 없이 힘을 쏟고 있다. 당초 우리나라도 2020년이 상용화 시기였는데 황창규 KT 회장이 올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KT가 2019년에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할 것이다”라고 공언한 후 2019년으로 상용화를 1년 앞당긴다고 공식화했다.
첫 개발자 출신 장관에 대한 기대감 높아
국내 첫 개발자 출신 장관인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의 전공 분야는 컴퓨팅(소프트웨어)이다. 하지만 정치적, 포퓰리즘적 이슈인 통신에 발이 묶여 아직 특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유 장관의 통신 분야 첫 시험대였던 통신요금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은 예상대로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 선택약정 요금 할인은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매달 요금 할인을 받는 것이다. 25% 요율을 놓고 소송 운운하며 정부와 기 싸움을 벌였던 통신사들은 꼬리를 내리고 정부안을 수용했다. 통신은 규제가 가장 심한 업종이다. 정부 규제 하나로 사업 방향이 확 바뀐다. 업자들이 정부를 이기기 어려운 이유다. 보편요금제 등 앞으로 몇 차례 더 정부와 기 싸움을 벌여야 하는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정부와 더 이상 대립각을 세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언론에는 통신 이야기만 나왔지만, 유 장관이 자신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에 대해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장관 취임 이후 열악한 SW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것이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7월 말이다. 당시 유 장관은 서울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 업계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SW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한 TF를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TF 이름은 ‘아직도 왜’로, 지난 10년간 열악한 SW 생태계가 개선되지 않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연구해보자며 붙인 이름이다. 간담회 당시 유 장관은 “(대통령이) SW를 가장 잘 하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려면 (우수한) 사람이 많이 와야 한다. 그런데 SW 현장을 와보니 10년 전 내가 있었을 때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직도 왜’ TF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가치사슬상 정점에 있고 중요성이 큰 공공분야 IT 서비스부터 들여다보며 개선점을 찾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맞아 SW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너럴일렉트릭(GE) 같은 전통 제조업체들이 오래전에 SW 기업으로 돌아섰고, 심지어 스타벅스 같은 커피 회사도 “우리는 IT 회사다”라고 말한다. 전자화로 무장한 자동차는 ‘달리는 SW’나 ‘달리는 모바일 기기’가 됐다. ‘SW가 세상을 삼킨다(Software eats the world)’는 유명한 글이 미국에서 나온 때가 2011년이다. 이런 세상을 맞아 국내 SW업계도 ICT를 총괄하는 과기정통부 장관에 CIO 출신인 유 장관이 취임해 어느 때보다 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부산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유 장관은 대기업(LG전자)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만났고, 이내 개발의 매력에 빠졌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하숙하던 그는 개발에 재미를 붙여 잦은 야근에도 피곤한 줄 몰랐고,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이 금지되던 그 시기에, 빨리 개발하고 싶어 통금해제가 왜 이리 더디게 이뤄지나 초조해하곤 했다. 대기업이 배출한 첫 CIO이기도 한 유 장관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정책의 싱크탱크이자 기업 지원 본산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 지금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으로 변경) 원장을 맡기도 했다. 부산 지역구에 출마해 정치인으로 변신했고, 대선 전 문재인 대통령의 IT 가정교사 역할을 하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우리나라 SW는 세계 시장의 1% 수준
우리나라 SW 프로젝트 규모는 12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 공공이 4조 원, 금융과 민간이 각각 4조 원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로, 세계 10위권의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비교하면 열악한 편이다. 그 중요성에 비해 대접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100원짜리 프로젝트가 밑으로 내려가면서 깎여 60원이나 70원에 낙찰되는 것이 다반사다. 원래 프로젝트 가격에서 30~40%나 디스카운트 되는 것이다. 이러니 SW 기업이 돈을 벌 수 없고, 연구·개발(R&D)을 할 여력이 없으며, 개발자들이 충분한 대우를 받을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의류 등에서 시행하는 정찰제다. 보통 우리는 백화점에서 옷을 살 때 태그(가격표)에 붙은 대로 지불한다. SW 프로젝트도 원래 발주가 그대로 주자는 것이다. 소위 ‘SW 정찰제’다. 문제는 또 있다. 공공기관이 SW 프로젝트 요구 사항을 수시로 바꾼다는 것이다.
원래 나온 청사진(정보 시스템 제안, ISP)대로 하지 않고, 설계도에 없는 사항을 수시로 요구한다. 이러면 개발자들의 업무 부담이 많아지고 프로젝트 비용도 높아진다. 하지만 변경 사항에 대한 추가 비용은 발주자들이 지불하지 않는다. 시장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발주자들이 원격지 SW 개발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공기관 발주자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주하면 이를 수주 받은 기업이 가까운 곳에서 개발해주기를 원한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할 수 있고, 개발자들을 관리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유 장관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고 한 말은 개발자의 이런 환경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음은 IT 서비스 업계에서 오랫동안 개발자로 일해 온 A씨의 푸념이다. “발주기관이나 기업에서 업무량에 관계없이 시스템의 빠른 구축과 오픈을 요구하면서 구축 기간이 비상식적으로 짧아져 야근과 주말 근무가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히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죠.”
최근에는 공공기관에 파견된 개발자들의 처우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고용노동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로드맵에 SW 업체들이 파견한 개발자도 포함할 조짐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공공기관들이 파견 나온 개발자들을 정규직 직원으로 흡수, 외부에 SW 프로젝트를 발주하지 않고 자체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SW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어서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희망적인 것은, 열악한 SW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한 ‘유영민호(號)’의 법제화 의지가 이전 정부보다 높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SW산업진흥법’ 전면 개정이다. 이 법은 2000년 제정 이후 그동안 34차례 개정됐는데, 열악한 SW 생태계 개선을 위해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과기정통부는 법 전면 개정과 관련한 TF를 꾸려 내년 상반기께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SW 영향평가 제도 의무화, 분할 발주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논란이 있는 대기업의 공공 SW 프로젝트 참여 제한은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 저작권법에 의하여 해당 콘텐츠는 코스콤 홈페이지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 따라서, 해당 콘텐츠는 사전 동의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합니다.
인기 콘텐츠
-
기타 , 이벤트 [이벤트]2023 검은 토끼 해 설맞이 이벤트 1월 18, 2023
-
코스콤 리포트 생성형 AI 시대와 금융권의 AI 동향 3월 8, 2023
-
코스콤 리포트 국내 STO 시장 현황과 전망 3월 29, 2023
-
코스콤 리포트 차세대 금융이 품은 사용자 경험 12월 16, 2022
-
코스콤 리포트 새로운 시장 체제의 시작, ATS 설립과 대응 방향 12월 28, 2022
최신 콘텐츠
-
코스콤, ‘연탄 나눔’으로 소외 이웃의 따뜻한 겨울나기 지원2023. 12. 1 | 코스콤 NOW
-
코스콤, 증권사 원장관리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다2023. 11. 30 | 코스콤 NOW
-
[영상]코스콤, 원장관리 시스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2023. 11. 30 | 코스콤 STORY
-
금융상품 방문판매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 의미와 보완 과제2023. 11. 30 | Opinion
-
생성형 AI 시대, 금융회사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2023. 11. 27 | 코스콤 리포트
인기 콘텐츠
-
코스콤 리포트 생성형 AI 시대, 금융회사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 11월 27, 2023
-
코스콤 NOW 코스콤, 증권사 원장관리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다 11월 30, 2023
-
코스콤 리포트 생성형 AI 시대와 금융권의 AI 동향 3월 8, 2023
-
코스콤 STORY [영상]코스콤, 원장관리 시스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11월 30, 2023
-
코스콤 리포트 마이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 방안 11월 7, 2023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