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금융, 해외사례 및 시사점
글. 김상윤(중앙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국내 금융회사의 메타버스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 금융회사들이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첫째, 디지털 채널의 혁신 측면에서 새로운 금융서비스 채널을 확보하고 둘째, 모바일 디바이스와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미래의 잠재고객인 MZ세대와의 소통을 확대하며 셋째, 새로운 생태계인 메타버스를 활용해 신규 금융서비스를 개발, 수익창출을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 금융사는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내부 행사나 고객홍보, 경영진 회의 등에 주로 치중해 있다. 반면 해외 금융사는 실질적인 금융상품 제공이나 상담에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캐피탈원(Capital One)은 AR 기반의 자동차대출 앱인 ‘오토 네비게이터(Auto Navigator)’를 개발해 실물 자동차 촬영 후 해당 차량에 필요한 대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캐나다의 TD은행은 VIP고객의 투자상담을 위해 증강현실 기기로 투자 핵심 포트폴리오 자료를 만들어 시각화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호주의 코먼웰스(Commonwealth) 은행은 AR 기기로 실제 부동산 매물을 비추면 매애 및 대출과 관련된 정보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현재 게임,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첫 발을 떼고 있지만 향후 산업, 교육, 의료, 쇼핑, 부동산 등 활용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 주도주를 찾기 위한 투심이 해외주식 투자 순위에도 반영되리란 예측이다.
국내 금융사가 메타버스를 단순히 흥미로운 디지털 전시관 차원을 넘어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한 금융서비스 혁신 관점에서 접근하려면, AR·VR에 대한 기술적 역량 확보와 더불어 메타버스에 적용할 금융서비스가 무엇일지에 대한 전략 구축이 더욱 필요하다. 해외 사례들을 더 들여가 보며 그 방향성을 타진해 보자.
인간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메타버스 혁명
얼마 전 미국의 유명한 알앤비 가수 존 레전드(John Legend)는 가상현실 콘서트 플랫폼 ‘웨이브(Wave)’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일상적으로 온라인 콘서트라고 하면, 녹화된 영상을 재생하는 것 혹은 실시간으로 공연을 중계하는 형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존 레전드의 공연은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열렸다. 녹화된 영상도 아니었고, 공연의 실황 중계도 아니었다.
존 레전드의 아바타가 가상공간에서 공연하고, 관객의 아바타들이 공연을 관람했다. 존 레전드의 몸에는 모션 캡처(Motion Capture)라고 하는 장비가 부착되어 있었고, 존 레전드의 움직임을 똑같이 아바타가 구현했다. 관객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플랫폼에 접속해,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채 각자의 아바타가 되어 가상 콘서트홀에 입장했고 공연을 감상했다.
현실세계에서 관객과 가수는 물리적·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으나, 아바타들끼리 가상공간에서 만나 인간의 소통을 대리한다. 이 모든 것은 실시간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어떠한 지연도 불편함도 없다. 실제가 아닌 가짜이지만, 실제와 유사하게 느껴지는 실감 경험(Immersive Experience)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인간 경험의 확장을 만들어 낸다.
물리세계와 가상세계의 결합
최근 VR·AR 기술 등 가상세계를 활용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가상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메타버스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가상세계가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살펴보자.
우리가 흔히 정보화 혁명 또는 인터넷 혁명으로 부르는 3차 산업혁명을 ‘가상세계 창조 혁명’으로 칭할 수 있다. 20세기 후반 IT 분야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정보를 처리 및 저장하고, 통신하며 결합, 복제하는 비용이 급격히 낮아졌다. 3차 산업혁명 기간에는 물리세계에 있던 많은 정보가 인터넷으로 이동하면서 가상세계가 구축되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급성장한 구글, 네이버, 다음은 이러한 가상세계의 구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인 인터넷 포털을 만든 기업들이다. 인터넷 포털은 물리세계에 있던 정보를 가상세계에 축적하고, 정리해 이용자에게 보여주는 기술이자 플랫폼 서비스이다. 당시에 야후, 알타비스타, 프리챌, 천리안 등 수십 개의 기업이 포털 전쟁을 치렀다. 이렇게 많은 신규 업체가 등장했다가 몇 년 만에 대다수가 사라진 업종은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당시 인터넷 포털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현재 우리는 경쟁의 승자로 살아남은 소수의 포털 플랫폼을 통해 현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2022년 현대인들은 ‘인터넷에 없는 정보는 없다’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세계의 모든 데이터를 가상세계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가상세계의 창조가 완성된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학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 개념으로 CPS(Cyber Physical System; 가상물리시스템)를 꼽는다.
3차 산업혁명이 물리세계의 정보를 가상세계로 옮겨 놓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에 집중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가상세계를 물리세계로 회귀시키는 아날로그화(Analogation) 또는 가상세계와 물리세계를 연결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가상세계와 물리세계가 동일시되기도 하고, 이를 넘어 오히려 가상세계가 물리세계를 지배하기도 한다.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 시스템의 경우 자율주행차가 갖고 있는 라이다(Lidar)라는 센서를 통해 현실세계의 장애물과 거리 모습, 신호등을 인식한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이를 디지털화된 데이터로 처리해 가상 공간에 구현하고 이를 자율주행에 활용한다. 정확히 말하면,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현실세계를 주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를 똑같이 복제한 가상 공간을 주행하고 있고, 이것이 결국 우리 인간이 사는 현실세계에서의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가상물리시스템,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등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사용되는 용어는 다양하지만 결국 맥락은 비슷하다. 디지털 기술로 가상세계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가상세계와 물리세계가 연결되어 상호작용하거나, 혹은 아바타를 이용해 우리가 직접 가상세계로 들어가는 것 모두 같은 맥락의 변화이다.
메타버스 시대, 금융의 변화는?
앞서 언급한 대로 국내 금융권에서의 메타버스 열풍은 가히 폭발적이다. 올해부터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금융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원하는 목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시대에 금융권의 미래 변화 모습을 상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 업무 공간의 가상화다. 즉, 메타버스가 ‘일하는 공간’에 적용되는 경우 오프라인 업무 환경을 가상세계와 연계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Teams)’라는 가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하면 회의 참여자들이 가상 공간에서 함께 회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참여자들은 화이트보드 기능을 활용해 마치 회의실에 정말 모여 있는 것처럼 함께 메모하면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뉴욕 지사에 있는 직원과 서울 본사에 있는 직원이 회의실에서 만나 화이트보드에 함께 글씨를 써가며 회의하는 것이 가능하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또는 원격근무를 하던 이들이 사무실로 많이 복귀한다 해도, 이 기능을 활용하면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데이터 중심 업무의 가상화다. 애널리스트나 산업 분석가와 같은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는 업무에 홀로렌즈를 활용하여 데이터를 공간에 띄워놓고, 훨씬 정확하고 손쉽게 분석한다. 작업자가 홀로렌즈 안경을 끼고, 공간에 떠 있는 데이터 셋을 손으로 집어 화면 위치에 갖다 놓으면, 자연스레 원하는 그래프나 데이터 분석 결과가 만들어진다.
인간이 데이터 작업을 하다 보면 잘못 입력하는 경우와 같은 실수가 생길 수 있는데, 가상 공간을 활용하여 보다 정교하게 그리고 손쉽게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할 수 있다. 미국 시티은행은 애널리스트의 데이터 분석 업무에 이미 홀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셋째는 고객 접점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 채널의 가상화이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캐나다 TD은행의 AR기기를 통한 VIP고객의 투자 상담이나, 미국 캐피탈원(Capital One)의 AR 기반 자동차 대출 App 개발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고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욱 정교한 데이터 기반의 소통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자산의 가상화를 들 수 있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암호화폐, NFT, 가상 부동산 등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 거래되고, 통용 가능한 가상자산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NFT의 경우 최근 가상세계의 경제활동이 확대되면서 NFT 시장도 덩달아 급성장하고 있다.
가상세계의 경제활동 수단이 바로 무형의 디지털 재화이다. 현실세계의 재화와 달리 실물이 존재하지 않고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보니, 거래하기 위해서는 가치를 부여하고, 소유를 인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바로 NFT가 활용된다.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 나의 아바타가 입는 옷이 ‘가짜 복사본’이 아닌, ‘진짜 구입한 제품’이 되는 것이다. 가장 흔히 거래되고 있는 디지털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게임 속 캐릭터, 개인 소장 사진, 디지털 의류 등 분야를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확대되고 있다. NFT는 가상세계에서도 단 하나의 제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메타버스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대세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향후 메타버스가 만들어 가는 가상경제(Immersive Economy; 가상세계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가 일어나는 경제 체제)는 금융의 역할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지난해 말 국내 대표적인 자산운용사인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글로벌 메타버스 ETF 4종목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국내 메타버스 ETF 4종은 상장 2주 만에 개인 순매수 금액 1,500억 원, 두 달여 만에 1조 원에 가까운 순자산을 기록했다.
국회도서관이 최근 발간한 팩트북 ‘메타버스’ 편에 따르면 글로벌 회계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시장 규모가 2030년 1조5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81% 수준이다. 가장 큰 관련 시장을 형성할 국가로 손꼽힌 미국은 5370억 달러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23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1833억 달러)과 일본(1432억 달러), 독일(1036억 달러), 영국(693억 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메타버스 전환을 꿈꾸는 금융사들은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회로 만드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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