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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플랫폼의 혁신 강화와 향후 경쟁 구도

202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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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세운(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금융권의 디지털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급속한 디지털전환(DX)은 그 이전부터 진행되던 4차 산업혁명 기조와 맞물리면서 종합플랫폼에 의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금융의 핵심적인 트렌드로 부각시켰다. 금융플랫폼에 의한 서비스 경쟁은 향후 금융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며, 소수의 선두그룹이 시장을 장악하는 승자독식의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선두그룹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가혹한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플랫폼 선점 경쟁 본격화

금융플랫폼 전쟁은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치열해지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에 분산된 고객의 개인금융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이다. 서비스 특성상 한곳에 개인의 금융정보를 모두 모아놓기 때문에 다른 금융사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사용할 일이 줄어들어 고객 빼앗기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금융플랫폼 전쟁의 또 다른 축은 슈퍼원앱(Super one-app)에서 형성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시장은 단 하나의 금융앱을 통해 필요한 모든 종류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이며, 서비스의 영역은 금융을 넘어 비금융서비스까지 확대될 것이다. 슈퍼원앱 특성상 소수의 플랫폼에 의한 과점 체제 형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러한 금융플랫폼 전쟁의 가장 격렬한 전선은 빅테크와 전통적인 대형 금융회사 간에 이루어지는 플랫폼 선점 경쟁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전 삼성 금융 계열사는 통합 앱 ‘모니모’ 출시를 발표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4개 삼성 금융 계열사 가입자는 3,200만 명에 달한다. 올해 초 본격 실시한 마이데이터 전체 금융권 가입자 수가 1천만 명이다. 현재 카카오페이 2,044만 명, 네이버페이 1,600만 명, 카카오뱅크 1,470만 명, 토스 1,2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비은행 금융사 최초로 삼성이 통합 앱을 출시하는 만큼 앞으로 앱 하나로 승부하려는 슈퍼원앱 전략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5대 금융그룹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의 위협에 맞서 디지털 플랫폼 대전을 선포했다. 은행, 보험, 금융투자 등 전통 금융 영역은 물론이고 통신과 배달서비스, 헬스케어 등에서 고객 접점을 확대해 생활금융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융플랫폼의 경쟁구도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플랫폼의 고객기반, 전략적 포지셔닝, 규제방향성 등을 들 수 있다. 이중에서 특히 플랫폼에 관한 규제 정책은 금융 시장의 경쟁 구조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외부적 요소이기 때문에 규제당국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금융혁신의 촉진과 금융소비자 보호가 상충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금융혁신의 역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가 등한시되었던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점을 감안하여 혁신과 안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 바로 금융플랫폼에 관한 규제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에 본고는 금융플랫폼 출현 배경을 살펴보고, 금융플랫폼의 부상에 따른 시장 영향을 파악함으로써 건전한 시장발전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금융플랫폼 출현 배경 및 특징

최근 금융 산업에서 관찰되는 중요한 흐름은 플랫폼을 통해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금융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 제공이 점점 뚜렷해져 왔다. 초기의 플랫폼 서비스는 금융상품의 단순판매나 지급결제와 같은 특정 영역에서의 서비스 제공이 중심이었다. 이러한 방식의 플랫폼 서비스 제공은 오프라인 서비스가 가진 제약을 온라인을 통해 해결하거나 기존 서비스 방식이 가진 불편함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의미가 강했지만, 플랫폼의 기능이 단편적으로 분절화되어 있어서 고객의 다양한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는 데에 한계가 존재했다.

ICT기술의 발전은 금융플랫폼의 성장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포괄적인 인공지능(AI) 기술, 빅데이터의 활용을 위한 데이터 측정·수집·보관·분석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은 단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던 플랫폼들이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금융의 가장 중요한 비용 요소는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발생한다. 전술한 기술의 발전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이전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커서 시도하지 못했던 고객 및 서비스 분석까지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의 금융거래에 대한 분석의 범위가 넓어지고 폭이 깊어질 때 금융회사의 서비스 역량은 자연스럽게 높아지며, 이러한 역량 변화는 금융회사 서비스에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가져온다. 동일한 서비스를 새로운 고객에 대해 복제해 낼 때 드는 비용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고객 기반이 넓어질수록 단위당 서비스 비용은 감소한다. 대규모 상거래 또는 금융거래에서 파악한 고객정보는 넓은 범위의 고객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때에 드는 비용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융서비스의 공급 측면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변화는 수요 측면의 방향성과도 정확히 부합한다.

금융소비자들은 분절화된 서비스보다는 포괄적인 원스톱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강하다. 기능별로 플랫폼을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것보다 한 곳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방식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서는 나의 개인적 수요를 맞춤형으로 종합적으로 서비스해주는 쪽으로 선택할 유인이 강하다.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 및 공급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금융플랫폼의 등장으로 귀결된다.

 

금융플랫폼 혁신 강화에 따른 명암

금융플랫폼의 혁신 강화는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더 낮은 비용에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소비자의 효용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지급결제의 편의성,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관리, 효율적인 위험관리 등을 일괄적으로 해결할 때 고객의 만족도는 향상할 것이다.

금융플랫폼의 성장은 대면 중심의 금융상품 및 금융서비스 공급을 비대면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가지는데, 단순히 금융 분야의 디지털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 산업과 금융 시장의 구조를 완전히 재편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금융플랫폼은 물리적으로 비유하자면 하나의 점포 안에 은행,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가 모두 입점해서 고객은 한 번의 방문으로 필요한 모든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금융플랫폼에 의한 금융서비스의 디지털전환은 금융겸업주의를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역 간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는 것이다.

 

한편 금융플랫폼은 금융서비스의 결합과 융합을 촉진시켜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출현을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기존 금융회사가 포용하지 않던 고객에게까지 금융서비스 공급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금융거래 비용은 낮아지고 고객의 정보격차가 줄어들어 금융거래의 효율성도 높아지게 된다.

금융플랫폼의 확장에 따라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나 우려되는 부분도 많아지고 있다. 금융플랫폼의 성장은 금융안정, 소비자보호, 공정경쟁의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플랫폼의 성장 경로와 규제당국의 대응 방식에 따라 금융안정 저해, 소비자 권리 침해, 독과점 강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양해짐에 따라 기존 규제 체계 내에서 그러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지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존 규제와 충돌하는 사례도 많아지게 된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규제 공백이 길어질 수도 있으며, 이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위험요소이다.

금융플랫폼은 고객에 의한 접근성이 높고 신속성이 우수하지만, 불건전영업행위를 경험하거나 권리침해를 당할 위험성도 커진다. 포괄적인 금융서비스가 제공되는 환경에서 고객정보유출에 대한 위험성은 증가하고, 해킹을 통한 명의도용 등의 범죄가 발생할 경우 피해액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금융플랫폼의 독과점 우려도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플랫폼의 거대화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시장지배력이 엄청나게 확대됐다. 특히 빅테크들이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은 전체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인데 소비자에 대한 가격 지배, 중소 경쟁업체에 대한 불공정경쟁행위, 데이터 접근성 제한 등의 문제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금융플랫폼 경쟁 구도의 향방

금융플랫폼의 경쟁 구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주체는 빅테크 회사와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다. 그간 빅테크 회사들은 보유하고 있는 첨단 ICT기술과 초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 영역을 급격히 확대해 왔으며, 간편결제서비스를 교두보 삼아 금융 산업으로의 진출을 가속화시켰다. 빅테크 회사들의 온라인 플랫폼은 금융시장 진출 초기에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간편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했고, 새로운 서비스를 활발하게 시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빅테크 회사들의 시장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빅테크 회사들은 성장 단계에서는 낮은 가격 정책을 통해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시장독점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그러나 지배력이 충분히 확대된 이후에는 소규모 경쟁 기업들의 영업행위를 제약하고 급격한 가격상승을 통해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태가 나타났다. 이는 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생산자에 의해 흡수됨과 동시에 경제 전체의 후생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빅테크 회사에 대한 반독점규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빅테크 회사와 전통적인 금융회사 간에 존재하는 금융규제 격차도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 빅테크 회사가 금융 산업에서 입지를 빠른 속도로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금융규제가 적용되어 왔다는 데에서 일정부분 기인한다. 전통적인 금융회사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규제 격차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금융플랫폼 경쟁의 최종적인 승자는 전통적인 금융회사가 아니라 빅테크 회사가 될 것이다. 빅테크 플랫폼의 금융서비스 확장에 따른 집중위험과 시스템리스크 증가 위험성을 감안하여 적절한 규율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금융회사와 빅테크의 금융플랫폼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빅테크 및 금융회사 플랫폼에 동일기능-동일규제의 원칙을 확립시켜 나갈 필요성이 있다. 진입규제, 건전성규제, 영업행위규제 등의 영역에서 관찰되는 규제 격차를 해소하여 거시건전성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와 빅테크의 공존은 상당기간 지속되겠지만, 금융플랫폼을 통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들은 오랜 기간 축적한 금융노하우와 자본력에서 강점을 가진 반면, 빅테크 회사들은 높은 수준의 ICT 기술력과 민첩함에서 우위를 가진다. 플랫폼 경쟁의 최종적인 승자가 누가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현재의 규제체계에서는 빅테크 플랫폼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더 크다. 서비스혁신과 공정경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서 규제당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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