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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진 핀테크 시장

202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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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유신(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글로벌 핀테크, 변방에서 주류로

최근 4~5년간 금융의 신산업이라 할 수 있는 핀테크가 급성장세에 있다. IT금융이라고도 할 핀테크 자체의 성장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사의 핀테크 활용 및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그 결과 금융업에서 핀테크는 과거 금융의 변방에서 이제는 주류로 탈바꿈하고 있다.
시가총액으로 본 금융권 구조와 순위 변동이 단적인 예이다. 5년 전만 해도 금융권의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권은 중국 공상은행, 웰스파고, JP모건, 중국은행 등 은행권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톱5 중에서 은행은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뿐이고, 나머지는 대표적 핀테크라 할 수 있는 페이팔과 핀테크를 적극 활용·협력해서 핀테크 업체화(化)하고 있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 집중과 M&A가 성장 요인

핀테크는 어떻게 단기간에 급성장하게 됐을까. 시장에서는 벤처캐피탈 및 사모펀드(PE)가 핀테크에 대규모로 투자한 점과 핀테크 업체 간 또는 기존 금융사의 핀테크 M&A의 두 가지를 그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핀테크 업체에 대한 글로벌 투자(VC·PE·M&A 포함)는 지난해 특히 급증해서 투자 건수가 5,684건으로 2020년 대비 51%, 투자금액도 2,101억 달러로 68% 증가했다. 투자가 가장 많았던 분야는 지급결제(517억 달러)로 이는 B2B 후불결제(BNPL), 임베디드뱅킹 및 오픈뱅킹 제휴 솔루션과 같은 분야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분야 투자(302억 달러)도 사상 최대로, 2020년 55억 달러에서 449% 급증했다.
또한 지난해 2분기에는 글로벌 벤처캐피탈 총 투자금액의 22%인 337억 달러(39조 원)가 핀테크로 유입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자상거래(163억 달러), 인공지능(154억 달러), 사이버 보안(67억 달러) 등에 투자된 금액의 2배 또는 5배에 달하는 대규모다.

특히 핀테크 업체의 M&A는 핀테크 시장의 급성장 요인 중 하나다. 관련 M&A는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고공행진이었다. 핀테크 M&A 규모는 2020년 758억 달러, 2021년 831억 달러로 늘었고 핀테크 분야에서의 크로스보더(Cross-border) M&A 거래액도 362억 달러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해서 M&A를 통한 해외 진출 추세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특히 핀테크 M&A는 M&A 주도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 금융업 전반의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단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10년간(2011~2020년) 핀테크 M&A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1년 16건에 불과했던 핀테크M&A가 2020년에는 178건으로 건수 기준 1,000% 이상 증가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의 핀테크 M&A가 활발해서 10년간 총 383개를 인수했고 유럽 119건, 아시아·태평양 10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핀테크 M&A의 톱, 페이팔 그리고 ICE

핀테크 업체를 주도적으로 M&A하는 곳은 어딜까. 지난 10년간(2011~2020년) 추이를 보면 M&A를많이 한 기업 톱5는 페이팔, 블랙록(BlackRock), 골드만삭스, 마스터카드 그리고 크라켄(Kraken)이다.
페이팔의 경우 지난 10년간 M&A 금액은 4조 8,607억원으로, 주로 해외로의 영역 확장을 위해 국제 송금 및 결제 플랫폼 기업들을 인수해온 점이 특징이다. 특히 디지털화의 가속화로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소기업의 자금 관리 및 결제 플랫폼 개발사 ‘아이제틀(iZettle)’과 ‘하이퍼월렛(Hyper Wallet)’ 그리고 암호화폐 보안 인프라 개발사 ‘커브(Curv)’ 인수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블랙록은 M&A 규모 4조 3,629억원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고객의 금융자산관리와 투자를 자문하는 통합 솔루션 핀테크 기업을 인수했다. 대체투자와 리스크를 관리하는 자산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 ‘이프론트(eFront)’, 고객의 현금관리 절차를 단순화하는 캐시매트릭스(Cache Matrix), 평생의 금융 라이프를 관리하는 기술을 보유한 아킬라 헤이우드(Aquila Heywood), 인공지능 펀드매니저 솔루션으로 투자를 돕는 Aperio(아페리오) 등이다.
골드만삭스의 M&A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지난 10년간 핀테크 스타트업 5개 업체를 인수했는데, 그중 파이낸스잇(Financeit), 폴리오(Folio), 본드스트리트(Bondstreet) 등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대출 편의와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플랫폼 기업으로 관심을 모았다. 또한 인공지능 기반 개인자산관리 앱 ‘클래리티 머니(Clarity Money)’ 인수도 자사 리테일 플랫폼인 마커스와 연계한 저축계좌 개발로 이어져, 모바일 뱅킹 영역에 진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 마스터카드는 온라인 상거래 및 결제 사기 방지 기술을 보유한 에소카(Ethoca), 세계 최대 비트코인과 유로화 거래소인 크라켄은 암호화폐 트레이딩 플랫폼 회사 ‘크립토 퍼실리티즈(Crypto Facilities)’를 인수해서 핀테크의 새로운 분야를 빠르게 개척하고 있다.
최근에는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이 금융의 디지털 전환(DX) 등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핀테크 M&A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발 빠른 핀테크 M&A에 나서고 있는 금융사는 JP모건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자동 재무 포트폴리오 업체 ‘55ip’, 영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넛메그’,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특화 자산운용사 ‘오픈인베스트’ 등 핀테크 업체 3개를 인수한 바 있다.

글로벌 핀테크 M&A의 빠른 확대 이유

M&A는 정보 공개가 제약적이고 인수 업체와 피인수 업체 간의 눈높이가 달라 성사율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핀테크 M&A가 확대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첫째, 금융권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충격으로 더욱 빠른 디지털화가 요구됨에 따라, 급격한 구조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을 꼽는다. 구조를 빠르게 전환하려면 회사 내부의 인력 양성이나 R&D 투자 등 오가닉(organic) 성장만으론 불가능하다. M&A를 통한 외부 인력 및 조직의 투입 등 인오가닉(inorganic) 성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요즘처럼 기술 변화가 빠를 때는 자체 개발만으론 어림없다. 구글의 경우 알파고든 유튜브든 다 M&A했기 때문이다.
둘째, 기존 금융사들은 글로벌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금융의 디지털·모바일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인력 및 조직이 취약한데, 강력한 디지털·모바일 경쟁력을 갖고 있는 빅테크와 맞닥뜨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앞서 봤듯이 5년 만에 글로벌 금융 톱 자리를 내준 글로벌 은행들의 반성이 이들의 핀테크 M&A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셋째, 금융의 성격이 플랫폼화되면서 과거와 다르게 다른 비금융서비스와 계속 융합·확대되고 있는 점도 핀테크 M&A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예컨대 금융소비자의 만족도를 경쟁적으로 높이기 위해선 금융뿐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의 생활상 중요하거나 재미 등 때문에 관심도가 높은 비금융서비스(게임, 통신, 의료헬스, 부동산 등)와의 융합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비금융서비스를 기술적으로나 사업모델상으로 연결시켜주는 핀테크 M&A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글로벌 M&A 타깃, 일본 핀테크

크로스보더 핀테크 M&A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핀테크를 통한 금융권의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일본 핀테크 업체를 잇달아 인수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페이팔은 일본의 핀테크 업체 ‘페이디(Paidy)’를 27억 달러(3조 1,680억 원)에 인수하고 일본 금융권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페이팔은 일본의 온라인 쇼핑 시장은 지난 10년간 300% 이상 성장해서 2천억 달러(240조 원) 규모가 됐지만, 총 거래의 3분의 2 이상이 여전히 현금거래여서 향후 모바일을 통한 간편결제 성장성이 대단히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빅테크의 대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구글도 스마트폰 간편결제기업 ‘프링’을 3천억 원에 인수했고, 애플도 에플페이와 일본의 교통카드인 스이카, 파스모 등과 연동해서 결제 및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핀테크를 활용한 일본 금융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지금은 일본 금융시장의 디지털·모바일화가 뒤쳐져 있지만, 그만큼 향후 디지털·모바일화가 빠르게 진척되어 시장 성장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참고로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현황은 그 비중이 상승하곤 있지만, 여전히 30% 내외 수준으로 여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성장 초기 단계인 일본 핀테크 시장

일본 금융시장은 그동안 폐쇄적인 구조와 금융사 경영진의 IT·디지털에 대한 인식 결여 등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핀테크 산업의 발달이 늦었다. 일본에서 핀테크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시기도 2013~2015년으로 6~7년 남짓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정부도 핀테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핀테크 육성을 위한 핀테크 업체 출자 규제 완화, 개인정보의 활용 제한 범위 완화, 결제 업체의 라이센스 간소화 등 규제완화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또 일본의 대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핀테크 업체와의 업무 제휴, 실증 프로젝트, 전략적 투자 등 오픈 이노베이션이 확대하면서 일본의 핀테크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에 의하면 2018년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말이면 간편결제 거래 기준 110억 달러(11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 핀테크 업체에 대한 투자가 해가 갈수록 빠르게 증가하고 있단 점이다. 주요국의 핀테크 업체 투자 건수는 증가율이 둔화하는 반면, 일본은 2016년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과 달리 일본의 핀테크 산업의 성장성은 높다는 방증이다.

국내 핀테크 산업의 성장세 이후 정체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핀테크 산업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2015~2020년 비교적 발 빠른 성장세를 보이다가 작년 들어 더딘 걸음이다.
주요국 핀테크 산업의 발전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020년 18위에서 2021년 26위로 8계단이나 하락했다. 국내 핀테크 기업들의 매출(186개 기업 기준)도 2020년 4조 5,089억 원으로 1사당 평균 242억 원으로 낮은 수준이다. 최근 2년간(2020~2021년) 매출성장률도 10%로 낮은 편이고, 무엇보다도 신산업 성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유니콘 수가 핀테크 산업 통틀어 토스 한 개뿐이다. 이는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이 94개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는 의견들이다.

은행 등 기존 금융사의 ‘비은행 부문’ M&A는 적극적

왜 이렇게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을까. 기존 금융사들이 M&A에 대해 소극적이기 때문일까, 시장 상황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기존 금융사들의 M&A에 대한 태도는 과거 대비 적극적이라는 게 시장 의견이다. 특히 금융지주와 금융사의 모회사 성격인 은행권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이유는 금융지주 또는 모회사인 은행의 수익원이 너무 은행이자 수익에 치우쳐져 있어 그룹의 수익모델 안정 및 다변화 차원에서 비은행 부문의 수익원 강화가 중요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에 의하면 특히 2020년에 금융사의 적극적인 ‘비은행 부문’에 대한 금융사의 M&A가 이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한 해 동안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가 단행한 M&A 건수는 국내외 포함 총 7건에 달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푸르덴셜생명을 포함해 4건으로 가장 활발한 M&A를 보여줬고, 신한금융은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 하나금융 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해보험), 우리금융은 아주캐피탈을 각각 인수했다.
시장에서의 평가도 각 사 모두 M&A 이후 인수합병 1년여 만에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는 의견이 많았다. 예컨대 지난 2020년 8월 KB금융의 13번째 자회사로 편입된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인수합병 이후 꾸준한 실적 상승세를 이어왔고,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556억 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111억 원 대비 무려 20배 이상 급증한 이익 규모였다.
업계에선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최근 10년 내 금융권의 M&A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이며, 2020년 KB금융지주가 리딩 금융의 위치를 되찾아온 계기로 푸르덴셜생명의 성공적 인수를 꼽는 의견도 나온다. 더케이손해보험에서 사명을 바꾼 하나손해보험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 45억 원을 기록, 하나금융이 인수하기 이전인 2018년과 2019년의 105억 원, 445억 원 적자와 비교할 때 대반전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이 외에도 아주캐피탈, 신한벤처투자 역시 유의미한 실적 상승을 이뤄내며 지주사 전반의 비은행 부문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다.
다만, 코로나19의 지속으로 M&A 열풍은 아쉽게도 2021년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신한금융의 BNP파리바 카디프 손해보험 지분 인수가 작년에 이뤄진 유일한 M&A였다. 따라서 올해는 작년에 이뤄지지 못했던 비은행 부문 금융사의 M&A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지난해 완전 민영화 달성, 내부등급법 승인 등을 통해 M&A와 관련된 걸림돌을 상당수 제거한 만큼, M&A 관련 행보가 가장 자유로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자회사 포트폴리오에 증권, 보험 계열사가 없어서 당연히 해당 부문의 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분류되기도 한다.

국내는 금융사의 비금융 M&A 규제가 강한 편

문제는 금융사 내부에서 핀테크 기업에 대한 지분출자나 인수 등 적극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 비은행 부문의 M&A, 특히 금융사의 핀테크 M&A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금융권은 금산분리 원칙 등의 영향으로 금융사에 대한 비금융 M&A 규제가 특히 강한 점을 꼽고 있다. 해외 금융사들이 핀테크·빅테크 업체와의 경쟁을 위해 또 빠른 디지털 전환을 위해 과감한 핀테크 업체 M&A에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금융사의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규제 때문에 M&A가 막혀 있다.

핀테크 M&A에 애로가 있다 보니 금융사의 디지털 전환과 경쟁력 제고에도 어려움이 있는 데다, 핀테크 업체들도 M&A를 기대한 벤처캐피탈, PE투자를 받기 어려워 성장에 제약이 생기고 있다. 또 이게 핀테크 업체들의 유니콘 등극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국내 핀테크와의 투자·인수를 통한 협력체제 구축 없이 해외에서 해외 업체와 직접 협력하다 보니, 해외 핀테크 수익모델에 대한 이해 부족 등 비효율적인 요소가 발생하거나, 국내 금융사 및 핀테크 업체의 윈윈 협력체제를 구축하지 못하는 등 아쉬운 점이 나타나기도 하고 있다.
2019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핀테크 투자 등에 관해 금융사의 출자 대상인 핀테크 기업을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폭넓게 확대하면서 핀테크 M&A가 활성화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높아졌고, 실제 그 후 금융사의 핀테크 투자 및 M&A가 부분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명확한 법규 및 규정 제정이 아닌 가이드라인 성격이어서 적극적인 투자와 M&A를 이끌어내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또 현재는 은행이 핀테크에 15% 이상 투자할 경우 자회사로 전환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고 절차도 까다로워 M&A까지 생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핀테크 기업, 새로운 분야 진출로 다양화

국내 핀테크 업계는 해외 주요국 대비 핀테크 M&A 제약 등 적극적인 투자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빅테크의 독과점 이슈로 강화된 금융소비자법 부담까지 빅테크와 똑같이 떠안게 돼서 더욱 여건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어려운 환경 타개를 위해 성장성 있는 새로운 핀테크 분야로 진출하는 핀테크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 분야 중 하나로 BaaS(Bank as a Service)를 들 수 있다. BaaS는 라이선스를 가진 은행이 라이선스 없는 핀테크나 스타트업 등 제3자에게 은행 관련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은행은 아이디어와 창의력 있는 업체(예: 핀테크)로부터 새로운 고객과 수익을 창출하게 되며, BaaS를 받은 제3자는 은행 라이선스 없이, 은행에게 요구되는 대자본과 인력 없이, 새로운 서비스 창출의 기회를 얻게 된다. 한마디로 서로 윈윈인 셈이다. 오픈뱅킹과의 차이점을 보면, 오픈뱅킹은 제3자에게 AP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읽기 전용’만 가능한 반면, BaaS는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읽기 외에 ‘쓰기 권한’까지 허용해준단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BaaS에선 오픈뱅킹과 달리 은행에 없는 서비스도 핀테크 등 제3자 업체가 개발,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민트, 디지트 등이 선발업체이며, 우리나라에선 아이콘루프, 더존비즈온이 핀테크 업계에서 대표적이다. 대형 업계에선 토스와 카카오페이, 네이버 파이낸셜과 우리은행이 제휴를 맺고 BaaS를 개시하고 있다.
보안이나 컴플라이언스 부문에서의 진출 확대도 눈에 띈다. 비대면 거래가 갈수록 증가함에 따라 해킹, 위변조방지를 위한 보안이나, 위법 여부에 대한 신속한 체크 및 알림 기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톤, 센스톤, 티이이웨어 등의 보안업체와 옥타솔루션, 큐비어스, 알체라 등의 레그테크업체들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DaaS(Desktop as a Service, 서비스형 데스크톱) 서비스 분야로 진출하는 핀테크 업체도 나오고 있다. DaaS는 클라우드 서버 자원을 기반으로 가상의 데스크톱과 데이터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DaaS 사용자는 시간, 장소, 접속 단말기의 제약 없이 가상의 데스트톱 환경에 접속해서 업무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특히 재택근무에 특화된 서비스라 할 수 있다. 핀테크업체로서 틸론 등이 발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산운용 즉, 로보어드바이저도 최근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분야다. 미국의 금리인상, 통화긴축 등으로 주식시장 급락 등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 글로벌시장 전체를 상대로 수익기회를 발 빠르게 찾는 게 중요해지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의 주식데이터처리능력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식시장 약세 대비 파운트, 디셈버, 쿼터백, 퀀트 등의 빠른 성장세가 돋보이고 있다.

핀테크 투자 및 M&A 활성화 기반 서둘러야

민간 핀테크 업계의 노력과는 별개로 정책적으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핀테크지원육성법을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 이는 금융사, 빅테크와 핀테크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마이데이터라는 금융플랫폼 기반 하에 최초의 융합신산업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과 단기간 내 경쟁력 제고와 시장 성장을 담보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로서 특히 투자와 M&A에 유연성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플랫폼에선 무한경쟁의 위험이 높고, 상위권 몇 개사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 피인수를 통해 투자 회수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기업도 투자자도 적극 참여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부터 대형사 중심으로만 틀이 짜이기 때문에 독과점에 쉽게 빠지며, 또한 치열한 경쟁을 통한 경쟁력 제고도 어렵게 된다.
특히 핀테크업체에 대한 M&A 주포라 할 수 있는 은행 등 기존 금융사의 핀테크 M&A에 대한 인식도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이는 카카오뱅크의 상장 시가총액이 40조 원 내외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시가총액의 더블로 충격을 주면서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정부 수립 후 핀테크지원육성법 등 법적·제도적 기본 인프라가 마련되면 올해 후반부터 핀테크 M&A의 큰 장이 열릴 거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법·제도와는 별개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M&A를 산업 성장의 측면이 아닌 ‘구조조정’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해외에선 M&A가 외형 확장과 경쟁력 확보의 중요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과는 상당한 인식의 차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정부 지원은커녕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년간 이뤄진 국내 M&A 대부분은 계열사 간 거래로 그 비중이 무려 50%를 차지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한마디로 융합의 시대다. 따라서 이·업종 간의 M&A가 기업 성장과 경쟁력 제고의 핵심수단인데, 우리나라는 그 점에서 대단히 취약해 보인다.
M&A시장의 참여자도 확대, 다양화되어야 한다.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벤처캐피탈과 전략적 투자자로서의 기업 외 중간 형태인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활성화가 중요한데, 2020년 말에서야 허용됐다. 향후 보다 유연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핀테크 M&A를 위한 펀드 조성도 필요하다. M&A 생태계 조성이 초기 단계인 만큼, 다양한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데, 그중 하나로 핀테크 M&A 펀드를 마련해서 핀테크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수익모델 창출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신산업으로서 지속적인 핀테크 붐업 정책 필요

또한 핀테크의 지속성장을 위해 일관성 있는 핀테크 붐업정책과 그에 걸맞은 생태계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신산업으로서의 핀테크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미흡한 생태계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선 성장단계별로 핀테크 투자를 활성화하되 특히 시장실패 또는 취약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창업 초기 단계 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시각에선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고 회수 기간도 긴 창업 초기의 핀테크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창업 초기 핀테크의 경우 시장 실패 또는 시장 취약영역이라 정부의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
또 경험 많고 역량 있는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허들레이트(Hurdle rate)의 대폭 인하, 성과보상배율 제고도 검토할 만하다. 또 기존 금융사와 핀테크의 협력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은행 등 기존 금융사들은 최근 빅테크와의 금융플랫폼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위기의식이 강하다. 따라서 소자본이지만,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핀테크 업체 협력은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 공동의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해 가점을 주는 것도 한 방안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기술인력 지원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인프라 기술은 금융플랫폼과 마이데이터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들 기술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빅테크, 대형 금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술인력의 빅테크·대형 금융사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력과 브랜드 열위인 소규모 핀테크 업체에 대한 인력 지원 방안으로 핀테크 업체에 대한 벤처 스톡옵션, 병역특례제도 활용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핀테크지원센터의 '핀테크인턴십'과 코스콤의 국내 핀테크 육성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환경 구축 사업 등이 초기 핀테크 업체 육성에 촉매가 될 수 있다.
금융플랫폼시대,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이 대세다. 특히 소비자들이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와의 융합이 금융 경쟁력 제고에 중요하다. 따라서 부동산(프롭테크), 의료 헬스(메디테크), 교육 분야(에듀테크)와 핀테크의 연결 및 지원방안 마련을 통해 핀테크 및 금융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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