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금융상품시장의 현황과 투자 트렌드

2022.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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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의준(PWC컨설팅 이사)

 

금융시장의 양적 성장 및 상품의 다양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및 펀드 등의 평가에서 점차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한 금융상품은 대출, 채권, 펀드를 넘어 파생상품까지 확대되고 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ESG 금융상품 시장 규모는 2016년의 23조 달러 대비 2배가 넘는 53조 달러로 추산되며, 전체 금융상품 시장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SG 금융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의 증가는 ESG 상품의 다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ESG 채권 발행으로 시작된 ESG 금융상품은 펀드, 대출 및 파생상품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파생상품의 범위는 점차 넓어져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에서부터 각 기관에서 발표하는 ESG지수를 기반으로 한 선물 및 옵션에 이르기까지 확대되고 있다. 또한 ESG 관련 신용파생상품(CDS) 및 지속가능연계 파생상품 역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 ESG 채권 발행이 ‘환경(E)’ 또는 ‘사회적책임(S)’ 같은 특화된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면, 점차 ESG 각 영역을 모두 고려한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금융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존 ESG 채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그린워싱’(Green washing; 친환경 이미지로 세탁하는 것을 의미)을 해결하기 위해서, 채권 발행 시 ESG 프로젝트 목적 대신 발행 기업의 ESG 목표에 쿠폰 이자율을 연동시키는 지속가능성연계채권(SLB)이 전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린워싱의 보완책, 지속가능연계채권의 발행 증가

ESG 채권이 자금투입 프로젝트에 따라 발행 여부를 결정하고, 실제 목적에 맞게 자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음에 반해서 지속가능연계채권(Sustainability-Linked Bond, SLB)은 ESG 목표 달성 관리가 가능한 채권으로서 사후 검증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보완이 가능하다. 채권 발행 시 ESG 프로젝트 목적 대신 발행 기업의 ESG 목표에 쿠폰 이자율을 연동시키는 개념으로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2021년 현재 915억 달러 상당 발행됐다.

이탈리아 국영전력회사 ‘에넬(Enel)’은 온실가스(GHG) 직접배출량(Scope1)의 감소 및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 13(기후행동)에 기여하며 그룹의 지속가능금융 관리체계(Sustainability framework)를 준수하는 ESG 목표를 세우고 이와 연동해서 2022년 1월 27.5억 유로 상당의 SLB를 발행했다. 제3자 검증에 의해 쿠폰 상향 여부를 결정하는 개념이다. 또한 스웨덴 투자회사 ‘EQT’는 2025년까지 운영하는 펀드의 40%에 대해서 SBTi 기반 목표를 설정하며 2022년 4월 7.5억 유로 상당의 SLB를 발행했다. 성과목표 미달 시 쿠폰을 상향 조정하는 목표 연동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연계채권과 유사한 개념으로 지속가능연계대출(Sustainability-Linked Loan, SLL)도 활성화되고 있다. 기업대출 시 ESG 목표에 우대 조건을 연동시키는 대출 상품으로 글로벌 대형은행 위주로 큰 규모로 진행 중이며, 신디케이티드 대출 형식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차입기업 및 대출은행 국적의 약 80%가 서유럽이다. 스페인 ‘BBVA 은행’은 2019년 부동산 업체 ‘피브라 우노(Fibra Uno)’에 213.5억 페소의 대출을 실행했으며, 관리 부동산의 에너지사용효율 지표를 금리에 연동했다. UniCredit, BNPP 및 Commerzbank의 신디케이티드 대출 형식으로 Telelonica업체에 실행된 SLL은 SBTi 검증을 통한 GHG 배출량 감소를 금리와 연동했다. 이들 은행은 각각 ESG 평가 및 데이터 제공업체 ‘바지오 아이리스(Vigeo Eiris)’와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로부터 성과지표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ESG 목표에 연계되는 대출상품은 아니지만 현재 평가 시점의 기업의 ESG 관리 정도를 평가해서 금리를 우대해주는 ESG 대출 상품도 활성화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NH농협은행의 ‘NH친환경기업우대론’, 신한은행의 ‘신한ESG우수상생지원대출’, 우리은행의 ‘우리ESG혁신기업대출’, KB국민은행의 ‘KB green wave ESG 우수기업대출’, 부산은행의 ‘ESG우수기업대출’, 경남은행의 ‘E-Green loan’ 등이 있다.

 

파생상품으로 지분을 넓히는 ESG

채권, 펀드 및 대출을 넘어 ESG 금융시장은 파생상품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국제스왑딜러협회(ISDA)의 ESG 파생상품 목록 표기에 따르면 지속가능성 연계 파생상품(SLDs)와 크레딧디폴트스왑(CDS)지수, ESG 연계 주가지수, 배출권거래 파생상품 등이 이에 해당된다. 2019년 8월 첫번째 지속가능연계 파생상품(SLD)이 시행된 이후, SLD는 유럽의 틈새시장에 불과한 작은 규모였으나 미국, 아시아에서도 점차 성장 중이다. 이에 따라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는 늘어나는 SLD 파생상품계약과 관련해 2021년에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한 핵심성과지표(KPI)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2020년 5월, 글로벌 정보제공업체 ‘IHS Markit(마키트)’는 ESG 기준을 사용해 도출된 광범위한 유럽 기업 CDS지수인 iTraxx MSCI ESG 스크리닝 유럽 지수를 출시했다. 이 지수에는 다양한 부문별, 이슈 및 ESG 위험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 대한 CDS 계약이 포함되며, 2020년 6월부터 5년 만기부터 거래되기 시작했다. 도이치은행은 2021년 한 재생에너지 기업이 발행한 달러표시 녹색채권의 환위험 헤지를 위한 파생상품을 판매하고 이를 세계 최초의 ‘녹색헤지(Green hedge)’ 상품으로 홍보했다. ESG 금융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JP모건은 에넬(Enel)과 체결한 형태의 통화스왑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통화스왑은 일반적인 것과 달리 JP모건과 에넬이 설정한 ESG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지불하는 이자가 달라지며, 에넬이 목표를 달성하면 JP모건에 기본 계약이 정한 금리보다 낮은 파운드화 금리를 지불하게 된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는 상당한 재정자원과 위험 및 자본의 재할당이 필요하기 때문에 파생상품은 녹색 투자와 관련된 위험을 헤지하고 그린딜의 자금조달에 크게 기여할 수 있어서 각광받고 있다.

 

도사리고 있는 그린워싱의 위험

앞서 잠깐 SLB가 그린워싱을 보완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최근 ESG 인기에 편승해 ‘무늬만 ESG’인 금융상품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린워싱은 녹색(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 경영과 거리가 멀지만 비슷한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기업체가 그린워싱을 하는 요인은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외부적 요인의 경우 아직까지 그린(ESG) 여부를 판단·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이나 규제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서 많은 규제나 정책의 발전이 있었으나 현재까지도 객관적으로 그린(ESG)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컨센서스가 완벽하게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 최근 화두가 된 EU택소노미(Taxonomy)에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부문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태양광·풍력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는 에너지원에 대한 그린(ESG) 여부에 있어 여러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유럽은 2021년 3월부터 그린워싱 검증을 위한 SFDR(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제; 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을 제정 및 시행하고 있으나, 추가 보완이 필요한 수준이다.

그 다음으로 내부적 요인의 경우, 기업체가 적극적인 ESG 실천 노력이 미흡하거나 또는, 규제의 허술함을 이용해 실제와 다르게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것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뱅가드(Vanguard)는 US ESG ETF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구글, 애플 등에 투자하면서 일반 핀테크 ETF를 명칭만 ESG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HSBC는 2050년 Net-Zero 달성과 함께 2030년까지 약 1조 달러 규모의 기업 에너지 효율화 지원 계획을 발표했으나, 화석연료 파이낸싱 중단(phase-out) 계획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JP모건 체이스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2.5조 달러를 투자하고 전체 펀드의 47%가 ESG 요소를 반영하고 있음을 발표했지만, 2020년 말 기준 전체 기업금융자산 중 약 20%가 고탄소배출 업종이 차지하고 있고 2016년 이후 화석연료 파이낸싱 누적금액도 3,167억달러로 2위 보다 33% 많은 수준에 있다.

그린워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연계채권, 대출, 파생상품과 같이 목표를 사후에 검증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상품이 설계되어 해당 금융상품 발행 기업의 의지와 계획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하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실제 투입된 자금이 ESG 목표에 맞게 집행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ESG 투자 전략

ESG 투자전략은 투자 배제 및 제한을 목적으로 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과 ESG 평가 기반으로 옥석을 가리는 포지티브 스크리닝(Positive Screening)으로 구분할 수 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은 자산 포트폴리오에 ESG 이슈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편입을 제한해 포트폴리오의 ESG와 연관된 위험을 차단하는 투자 형태를 말한다. 이는 국내외 연기금, 자산운용사 및 보험회사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전략이며, 석탄 채굴 및 발전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 투자 중단 등의 탈석탄 선언이 그 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위해서 해외 연기금은 투자 배제기업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E·S·G 각 영역 별로 현재 이슈가 발생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ESG 스크린드 인덱스에는 MSCI 월드 인덱스에 포함된 1,562개 기업 가운데 81개 기업을 뺀 1,481개 기업이 투자 대상으로 포함돼 있다.

 

 

포지티브 스크리닝은 ‘테마 투자(Thematic investing)’,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 ‘베스트인클래스 투자(Best-in-class investing)’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며, 네거티브 스크리닝과 달리 적극적으로 ESG를 평가하여 ESG 평가 결과가 우수한 기업체, 펀드, 부동산,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약 7,500억 달러를 지속가능 금융·투자 및 자산관리 활동에 사용하는 것이 목표이며, 브로커리지 부문에서는 다양한 자산군에 걸쳐 ESG 투자 전략 개발, ESG 투자자산 시장 조성, ESG 포트폴리오 분석 도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2020년 10월 ’마퀴(Marquee)’라는 ESG 고객 포털을 출시해 기관투자자 고객에게 기업·자산·포트폴리오 단위 ESG 분석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JP모건은 2020년까지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위해 2,000억 달러를 조달했으며 2030년까지 2.5조 달러를 추가로 조달할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그린빌딩 및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위한 첫 그린본드 출시(2020년 1조원 규모) 및 ESG 요소를 우선순위로 하는 퀀트 분석도구 ‘ESGQ’를 개발했다. 블랙록은 2020년 5,600여 개의 전체 액티브 및 자문 전략 펀드에 대해 ESG 통합운용을 적용하겠다는 약속을 이행(약 2.7조 달러 규모)했으며, 리스크관리·투자 기술 플랫폼 ’알라딘(Aladdin)’에 ESG 데이터 탑재 및 탄소 영향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가능한 ‘탄소 베타(Carbon Beta)’ 플랫폼 등을 제작했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ESG 기반의 투자를 하기 위해서 ESG 평가, 스트레스 테스트, 기업의 ESG 이슈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며, 이를 위의 사례와 같이 내부적으로 구축하거나 혹은 ESG 전문 평가 및 데이터 제공업체와의 협업을 통해서 ESG 평가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ESG 등급 평가의 투명성, 정교성 제고 필요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ESG 등급 강화를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은 ESG 등급 강화를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펀드 명칭 규정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도 ESG 투자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의 ESG 경영 평가는 물론 ESG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인증평가도 본격화하고 있다. 가령 3대 국내 신용평가사가 모두 ESG 인증평가를 개시하고 방법론을 마련한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유럽에서는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서 ESG 금융상품 발행회사와 마찬가지로 ESG 등급 평가업체(폭넓게 지속가능성 관련 서비스 제공업체; SSP)에 대한 규제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증권감독기관인 AMF(프랑스)와 AFM(네덜란드)는 “지속가능성 관련 서비스 업체 대부분은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며 유럽 증권감독기관인 증권시장감독청(ESMA)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또한,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은 투자의사결정 과정에서 ESG등급과 데이터를 활용 중임에도 불구하고 신뢰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없다. 이는 ESG 기초데이터 확보 시 신뢰성과 관련 있으며, ESG등급 평가 및 데이터 제공업체의 데이터 퀄리티 유지, 신의성실 의무, 투명성 제고, 기밀 유지와 이해상충 방지, 피평가회사들과의 데이터 수집 절차 등을 유럽 감독기관에서는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ESG 투자가 확산하며 채권부터 펀드, 대출까지 ESG 관련 금융상품 인증평가가 시행되고 있다. 기존의 기업 ESG 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에서 개별 금융상품의 ESG 평가로 세분화되고 있으며, 개별 금융상품에 대해 발행 기준 또는 방법론에 따라 등급화해 개별 ESG 인증서를 제공하고 있다.

ESG 금융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이 증가하고, 금융기관에서 ESG를 기반으로 한 포트폴리오 관리 전략이 수립되는 등 ESG 금융상품시장의 성장은 꾸준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ESG 금융상품의 원래 목적에 부합되도록 자금이 집행된다면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었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융상품에 대한 그린워싱이 만연하고 ESG 평가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부정적이라면, 언제든지 ESG 금융시장은 본래의 목적을 잃고, 또 하나의 투자 전략으로만 그칠 수도 있다. 금융상품을 발행하는 기업체, 이를 평가하는 지속가능성 연계 서비스제공업체 및 감독당국 모두 한창 피어오른 ESG 금융상품 시장을 잘 가꿀 수 있도록 각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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