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지식이 한 권의 책에 쏙!

2017.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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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에 방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면? 그것도 단 한 권, 혹은 단 하룻밤 만에 방대한 상식은 물론 역사 지식까지 섭렵할 수 있다면 어떨까? 여기 소개하는 두 권의 책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와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유미 이투데이 기자

 

 

한 권으로 읽은 브리태니커
저자 A. J. 제이콥스 지음 | 김명남 옮김 | 출판사 김영사

 

이 책은 저자의 지적 강박증에서 시작됐다!

한 평범한 직장인. 그는 갑자기 6만5000여 개의 항목이 포함된 3만3000페이지, 2만4000개의 그림에 도합 4400만 단어로 이루어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완독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그의 이름은 A. J. 제이콥스. 그가 이 같은 결심을 하기까지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적으로 너무나도 뛰어난 아버지를 비롯한 상당수의 엘리트 가족들이 그로 하여금 ‘지적 강박증’에 시달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역시 엘리트다. 뉴욕의 유대인 집에서 태어나 맨해튼의 돌턴스쿨을 졸업, 아이비리그 브라운대를 나왔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는 지성인이라고 자부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주간 엔터티인먼트’ 기자가 되면서 지적인 추락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마르크스주의 원리에 대해 열정적인 토론을 하기보다는 어떤 스타가 부분 가발을 쓰는지, 누가 누구와 연애를 하는지에만 온통 관심이 쏠렸다. 그는 느낀다. 그 당시 본인의 지식 기반은 한심할 정도로 조각조각났다고.
게다가 저명한 법학자인 아버지에 대한 묘한 열등감이 오히려 아버지의 행적을 좇아가게 한다. 실제 그의 백과사전 발상은 아버지로부터 나왔다. 1982년 아버지 역시 브리태니커 읽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B 중간까지만 읽고 포기했다고 한다. 이에 그는 “가문의 영광을 살리겠다”며 몇 년간의 고민 끝에 ‘이 기상천외한 일’을 실행에 옮기게 됐다.

 

백과사전이 심지어 ‘재미’도 있다?

이 작업은 저자가 허벅지에 두툼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첫 권을 올려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책은 절대 단순하게 단어를 나열하고 그에 대한 딱딱한 설명으로 이어지는 여느 백과사전과 다르다. 단순히 원조 브리태니커의 요약본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연예 이야기를 재미나게 쓰는 잡지 기자답게 지루하지 않게 내용을 전개한다. 단어 설명에 그의 생각과 삶을 구체적으로 녹여 놓아 사전을 읽는 듯한 지루함이 없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한 경험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흥미로운 구성이다.
이 책은 심지어 ‘재미’도 있다. 이를 테면, ‘줄넘기’라는 단어에 대한 내용에서 엉뚱하게 바퀴벌레 얘기로 전환된다. 줄넘기에 대해 읽고 있는 도중 바퀴벌레가 기어가고 있다. 저자는 무거운 브리태니커 책을 두 번이나 아래로 떨어뜨려 벌레를 죽인다. 책은 인조 가죽 재질이라 이물질을 깨끗하게 닦아낼 수 있다는 설명도 친절히 해준다. 다른 단어 설명에서 저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온통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읽었던 단어를 연상하고 떠올린다. 심지어 아내와 키스를 할 때도 동물들의 사랑 행위에 대해서 생각하며 엉뚱한 상상들을 하곤 한다.

 

한 권으로 읽는 A. J. 제이콥스의 모든 것

이 책을 모두 읽은 독자들은 책에 나오는 수백 개에 달하는 단어에 대한 개념보다는 저자의 부인이 줄리이며, 줄리를 어디서 만났으며, 부부가 아이를 가지기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으며, 저자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 오히려 그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자랑한다. “나는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이 돈을 노린 정략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안다. 나는 배우 버드 애벗이 배신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난쟁이들의 엉덩이는 보통 사람의 것보다 튀어나왔다는 사실을 안다.”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저자 최용범 지음 | 출판사 페이퍼로드

 ‘왜 신라에만 여왕이 있었을까?’
‘궁예가 몰락한 진짜 이유’
‘한국이 코리아로 불리게 된 이유’
‘한글을 만든 진짜 이유 세 가지’
‘이순신이 넬슨보다 위대한 이유’
‘노터치가 노다지의 어원이라니!’
‘김일성은 가짜였다?’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는 소제목들만 봐도 궁금증과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 책을 실제로 하룻밤에 다 읽기는 쉽지 않다. 다만 그만큼 재미있는 내용 구성에 푹 빠져 빨리 읽을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 우리가 접해 왔던 역사책은 ‘기원전 2333년 고조선이 건국됐으며, 기원전 37년에는 고구려, 기원전 18년 백제 건국, 676년 신라 삼국전장 승리…’ 등 시간 순서(연도별)대로 줄줄이 나열하는 구성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너무나도 방대한 한국의 역사를 시간적 흐름대로 이어가되, 시대별로 일어난 사건들을 흥미로운 주제로 연결시켜 이야기를 구성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사의 전 영역을 포괄해 압축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은 채택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용을 전개하면서 독자들이 ‘역사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했다. 상식적으로 알았던 역사가 아닌, 그 이면까지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뒀다. 아울러 이 책은 상대적으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잊혔던 발해에 대한 역사에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간다. 특히 ‘발해를 한국사에 포함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준다. 발해 땅이 중국과 러시아에 걸쳐 있다는 이유로 이들 국가들은 오히려 발해사를 자국의 역사, 말갈의 역사, 만주의 지역사로 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시대별 이야기 사이사이에 끼워져 있는 ‘야사(野史)’도 볼 만하다. ‘신라에 왔던 아랍인들’, ‘매춘녀가 없었던 발해’, ‘봉급 한 푼 없었던 조선시대의 향리’ 등 제목부터 매력적이다. 한국사에 대해 막연히 어렵고, 지루하고, 딱딱하게만 느끼고 있던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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