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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녹색분류체계 등장과 녹색금융의 성장

2022.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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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나예(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  택소노미, 초록의 표준

지속가능 발전으로 상징되는 실물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 과정에서 금융의 역할과 관련된 지속가능금융(ESG금융), 지속가능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2021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환경 측면에서 지속가능활동을 정의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택소노미(Taxonomy, 녹색분류체계)는 특정 경제 활동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하는데 활용하는 기준으로 2019년 12월 유럽 의회와 EU 이사회가 해당 체계 마련에 합의하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 정부도 2020년 탄소중립선언 이후 녹색경제 인프라 강화 활동의 일환으로 녹색분류체계 수립을 추진했고 2021년 12월에 그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6대 환경 목표인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 가능한 보전, 자원순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과 동일하게 환경 목표를 설정하고 해당 활동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을 녹색경제활동으로 분류했다.

택소노미는 경제 활동의 ‘녹색’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 사항이며 기업과 투자자 모두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기업은 경영 활동이 친환경 경제에 기여했음을 인정받는 데에 택소노미를 활용할 수 있다. 채권을 발행할 때도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활동이라면 ‘녹색채권’으로 발행할 수 있다. 사회와 경제의 탈탄소 전환이 화두인 요즘, 기업과 투자자들의 ESG 연계 채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이 녹색채권을 발행한다면 투자 수요가 풍부해 자금 조달도 용이할 것이다.

더불어 택소노미는 기후금융의 법규 체계에서 경제 활동의 ‘녹색’ 여부를 판별함으로써 ‘그린워싱(Green Washing, 상품과 용역의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에 관한 표시, 광고가 허위 또는 과장되어 단지 친환경 이미지만으로 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는 경우를 의미)’을 방지한다. 기업의 경제 활동이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환경 목표에 기여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영 활동의 실질적인 변화 없이 광고를 통해 환경 친화적 기업, 사회적 기업이라고 강조하는 것만으로 이미지와 평판을 재고하려는 기업들을 스크리닝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의사를 결정할 때 택소노미를 활용하면 어떤 경제 활동이 녹색인지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의 경제 활동에서 녹색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인지 명확히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ESG 활동을 기업의 자발적 사회공헌 활동이나 기부 활동과 같이 일종의 대외적 평판과 인지도 향상의 수단으로 여기던 과거와는 달리 기업의 활동이 정말 ESG 활동인지 그린워싱인지 구별하기 용이해질 것이며 그린워싱은 반규범적 행위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다.

 

 

|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구성

지난해 12월에 공개된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녹색 부문과 전환 부문으로 구성된다. 녹색 부문은 ‘탄소중립 사회 및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경제 활동’을 의미하고 전환 부문은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 활동’을 뜻한다. 두 부문은 각각 64개, 5개의 하위 경제활동으로 구성된다.

총 69개의 경제활동 중 IT 관련은 녹색부문 중 온실가스 감축 ‘발전·에너지’ 분야에는 ICT 기반 에너지 관리 솔루션 개발 및 시스템 구축·운영 경제활동으로 재생에너지 이용 촉진, 무공해 차량·철도차량·건설기계·농업기계·선박·항공기 활용 촉진,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관련 ICT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활동을 하고, ‘도시·건물’ 분야에는 저탄소 인터넷 데이터 센터 구축·운영 경제활동으로 인터넷 데이터 센터를 신규로 구축·운영하거나 기존 설비의 개조를 위해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 설비, 시스템 등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활동을 한다.

K-택소노미도 유럽의 택소노미와 마찬가지로 기업과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산이나 투자한 프로젝트, 기업활동 등의 친환경성을 평가하는데 활용할 수 있으며 적합성 여부를 판단해 결과를 대외에 공개할 수도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이 관련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기업의 투자와 금융기관의 활동이 녹색경제 활동으로 확장되고 그린워싱을 예방하는 한편 탄소중립과 지속가능 발전목표 달성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 정부는 국내 정책과 국제동향, 기술개발 수준 등을 고려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2~3년 주기로 녹색분류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할 예정이다.

 

 

|  녹색금융 확산을 위한 노력

지난해 국제기후채권기구(CBI, Climate bond Initiative)는 2020년 전세계 기후금융 규모가 6,3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파리협정 이전인 2014년 3,650억 달러에 비해 73%나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향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를 감안하면 높은 성장률은 꾸준히 유지될 전망이다.

기후금융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다수의 국제기관에서 ‘기후변화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기후금융 외에도 지속가능금융, 녹색금융, 환경금융, 탄소금융 등 다양한 명칭이 지속가능 금융 활동을 정의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한 우리 정부는 탄소중립 사회 이행 과정 중 하나로 지난해 1월부터 녹색산업 분야로 자금이 투입되게 하기 위한 ‘기후금융(녹색금융) 추진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왔다. 여기서 기후금융을 ‘금융회사가 녹색산업 및 녹색성장과 관련된 기업, 자산 등에 투자, 대출 또는 보증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련의 활동’으로 정의했다. 기후금융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목적은 저탄소 녹색성장 분야를 지원함으로써 탄소중립 사회로의 조속한 전환에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SG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며 이와 관련된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성채권과 지속가능성연계채권, 전환채권 등의 발행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ESG 관련 채권의 2021년 상반기 발행 규모는 4천 9백억 달러로 2020년 상반기 대비 5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역별 발행 규모를 보면 2020년 선진국의 녹색채권 발행 규모가 전체 발행 규모의 80%를 차지하며 증가세를 유지했다. 반면 신흥국은 16%로 2019년 22% 대비 6%p 감소했다. 선진국 중에서도 유럽의 발행 규모는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20년 유럽의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약 1,560억 달러로 전세계 녹색채권 발행의 48%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트렌드와 비교하면 ESG 채권 발행은 규모도 작고 더딘 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을 포함하는 사회책임투자(SRI)채권의 발행액은 약 112.4조원에 달하며 그 중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9.7조원으로 약 8.7%를 차지한다.

 

|  글로벌 속도보다 느린 국내 녹색금융 현황

지속가능금융의 두가지 목표(방향성)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속가능투자로 자본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것(기후변화 억제를 포함해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에 금융의 기여를 증대하는 것)이고 둘째는 투자의사 결정에 ESG 요소를 포함시켜 금융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속가능금융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유관기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SRI 채권 발행기관에 대한 외부평가를 지원하기 위해 국내 전문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자금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향후 3년간 신규상장 수수료 및 연부과금을 면제해주는 등 투자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환경부는 기후금융 활성화를 위한 3대 전략 및 12개 실천과제를 담은 ‘녹색금융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실천과제별로 담당 기관을 선정해 관련 내용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속도와 발맞추기 위해서 정부는 정책금융기관별 녹색 분야 자금지원 확충 전략을 마련하고 관련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지속가능금융의 기반 마련에 힘쓰는 한편 기후리스크 점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리스크는 ‘기상이변에 따른 물리적 피해나 저탄소경제로의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영악화 등이 금융부문으로 파급될 위험’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금융기업은 기후변화 및 탄소배출 산업의 자산가치 하락이 금융기관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환경정보 공시를 확대하고 기업의 성장을 위해 ESG 연계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함과 더불어 경제적, 재정적 의사결정에서 자연 환경 자본의 가치를 재평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 방안’을 통해 2030년까지 ESG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것이라 밝혔다. 2025년까지 1단계 자율공시, 2025년부터 2030년까지 2단계가 시작되면 일정규모(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친환경, 사회적 활동을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이후 2030년부터 시작될 3단계에선 의무공시 대상이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확대될 예정이다.

코스피 상장 기업들만 의무공시 대상으로 지정된 상황이지만 코스닥 상장사 및 비상장 기업들도 관련 데이터 수립과 대응 체계 마련 등을 자발적으로 준비하고 이행할 필요가 있다. 전술한 지속가능금융, 기후금융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실질적인 기업 활동의 친환경성에 대한 평가 체계들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 향후 공시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선제적 대응이 기업의 미래가치를 차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비재무적 요소인 ESG 활동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  녹색금융 확산 위한 금융권 움직임

지속가능금융의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금융서비스의 주체가 되는 금융권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현재 이를 인식한 금융지주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금융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미션 아래 ‘친환경, 상생, 신뢰’라는 3대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다음 5대 ESG IMPACT 과제를 선정했다. ▲Zero Carbon Drive(친환경 금융투자 확대) ▲Triple_K(지속가능 벤처 생태계 조성) ▲Hope Together SFG(금융 불평등 축소) ▲사회 다양성 추구(다문화•여성•장애인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금융고객 신뢰 회복) 등이 해당한다.

KB금융그룹은 2018년 기업의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기후관련 재무정보공시 테스크포스(TCFD, 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지지기관으로 TCFD에 가입한 이후 권고안을 이행하고 그 결과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해 2021년 10월 전세계 금융기관 최초로 승인을 획득했다.

전통 금융사들의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 플랫폼 기업들도 지속가능금융, 지속가능경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뱅크, 두나무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론 ESG 위원회 설립과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 추진, 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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