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와 금융의 변화

2022.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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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령화(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 세계적인 물리학자에게도 난해했던 양자역학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이자 양자컴퓨터의 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은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에 대해 “I think I can safely say that nobody understands quantum mechanics.”라고 언급한 적 있다. 방정식을 보는 것만으로 자연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다고도 알려진 이 유명한 물리학자조차 양자역학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안전하게’ 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양자역학의 어려움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양자전기역학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언급되는 물리학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던 양자역학을 이용한 양자컴퓨터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자컴퓨터의 개념이 최초로 제안된 것은 1982년으로 그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1985년 IBM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최초로 본격적인 양자컴퓨터 연구를 시작한 이래 CIA, NSA 등에서 안보, 보안에 유용한 기술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왔고, 1997년 2큐비트(qubit; quantum bit, 양자컴퓨터의 정보 단위로 일반 컴퓨터의 비트(bit)에 대응되는 개념)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2011년, 캐나다의 하드웨어 기업인 D-웨이브 시스템(D-Wave Systems)에서 128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했다고 발표하면서 양자컴퓨터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었다.

 

 

이후 2019년에 구글이 당시 최고의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릴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3분 20초(200초)만에 해결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공개하면서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이 입증된 것으로 발표했다. 해당 논란은 IBM의 반박 등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나 최소한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보다 우월하다고 짐작해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는 어떤 분야에서 우월한 성능을 보이는가?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의 0과 1의 이진수 대신 큐비트 단위로 표현된다. 이 정보 단위는 양자컴퓨터가 0과 1, 두 개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도 있는 양자적 성질, 얽힘(entanglement)과 중첩(superposition)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1큐비트가 더해질 때마다 성능이 2배로 증가하게 된다. 즉, 17큐비트 양자컴퓨터는 6큐비트 대비 2~11배 더 높은 성능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50큐비트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 이상의 연산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 글로벌 금융사의 양자컴퓨팅 기술 검증 및 참여 사례

금융사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시장 정보를 반영해 빠르게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점에서 대형 글로벌 금융사들이 양자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포트폴리오 최적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등 계산 집약적인 기법에 새로운 도약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관련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The Quantum Insider’에 따르면 2021년초 기준 약 11개의 글로벌 금융사가 양자컴퓨터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부는 연산능력을 기술검증(proof of concept)하는 단계에 있다. 특히 IBM의 퀀텀 엑셀러레이터(Quantum Accelerator) 프로그램과 구글의 양자컴퓨팅 하드웨어를 활용할 수 있는 퀀텀 컴퓨팅 서비스(Quantum Computing Service)를 통한 참여가 활발하다. 한편으로는 관련 핀테크 업체에 투자하거나, 컨소시엄,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서 간접적으로 양자기술 발전 정도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금융사들도 있다.

 

| 다각도로 움직이는 글로벌 금융사들 7

JP모건은 보안에 중점을 두고 양자컴퓨팅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동사는 지난 2월 도시바와 함께 암호키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 네트워크를 시연하고 양자컴퓨팅 기반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발표했다. QKD는 현재까지 잠재적인 양자컴퓨팅 기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고 수학적으로 입증된 유일한 솔루션으로 양자암호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이다. 이번에 시연한 내용은 실제 환경과 같은 조건에서 800Gbps 속도의 양자 채널로 대도시 단위를 방어한 것으로 QKD 네트워크의 현실화 가능성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JP모건은 2020년에 차세대 결제 기능 전담 사업부서 오닉스(Onyx)를 신설했으며, 자사의 결제 관련 정보 교환을 위한 P2P 블록체인 네트워크, Liink의 노드 간 통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클리스(Barclays)는 2017년부터 IBM과 제휴해 양자컴퓨팅 가설검증을 진행해왔다. 첫 번째 주제는 증권 청산결제에 대한 최적화 문제였다. 이는 일반적으로 5만 개 이상의 거래를 일괄처리하게 되므로 어떤 조합이 최적인지 결정하기에 상당히 어렵고, 일반적으로 완벽하게 해결하기 힘들다. 바클리스의 시도는 증권 거래 결제 알고리즘을 양자컴퓨터로 검증해본 최초 사례로 소규모의 테스트 데이터에 불과하나 동 개념이 실제로 작동함을 증명했다.

두 번째 주제는 머신러닝이다. 동사는 하나의 대화에 얼마나 많은 단어를 추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양자 버전과 기존 컴퓨터(classic) 버전을 비교하는 실험을 시행했으며, 지난 3월에는 양자신경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금융상품의 위험을 평가하고 가격을 시뮬레이션 하는데 주로 활용되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이 기존 컴퓨터보다 양자컴퓨터에서 더 빠르게 실행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기존 컴퓨터로 복잡한 이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면 프로그램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통 하룻밤이 걸리며, 시장 변화가 복잡할수록 소요되는 시간은 더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 대비 1,000배 빠른 연산속도를 보여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한편, 자산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평가하는 문제는 계산 결과가 정확할수록 회사가 급격한 가격 하락에 대비해 예비로 보유하는 자본을 줄일 수 있어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인데,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몇 분만에도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려면 충분히 큰(성능이 우월한) 양자컴퓨터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어 단시일 내에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여 진다.

BBVA는 2018년부터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프로그램 결과를 얻기까지 며칠에서 몇 주까지 소요되는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수행하는 양자컴퓨터의 계산 능력에 주목했다. 우선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자산 선택 시 광범위한 데이터 중 가장 적합한 변수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또한 100개 이상의 자산 또는 요소를 고려한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수행할 때 기존 방법보다 양자컴퓨터가 더 유용함을 입증했다. 마지막으로 신용평가 결과를 얻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한 신용평가 프로세스 최적화, 통화 차익 거래 최적화에 양자기술을 적용해보고 기존 방법 대비 장점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BNP Paribas는 2021년 6월, 계열사 BNP Paribas Développement를 통해 양자전기와 탄소 나노튜브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C12 퀀텀 일렉트로닉스(C12 Quantum Electronics)에 약 1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투자를 통해 양자컴퓨터 기술 발전에 간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관련 정보 등을 시기적절하게 획득할 목적으로 판단된다.

C12 퀀텀 일렉트로닉스는 큐비트 구성 물질로 탄소 나노튜브를 활용한 양자컴퓨팅 기술 회사이다. 양자컴퓨터의 주요 구성요소인 큐비트 제조에 아직까지 안정적인 구성 물질을 찾지 못했는데, 이들은 탄소 나노튜브가 현재 사용하는 컴퓨터의 소형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실리콘(반도체)과 같은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HSBC는 양자컴퓨터가 위험 분석, 머신러닝, 사이버 보안 등에서 은행 운영 방식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 해당 기술을 수용하고, 퀀텀점프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내부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동사는 약 470만 유로 규모의 예산이 배정된 EU의 4개년(2020년 1월~2024년 8월말) 프로젝트 NEASQC(Next Applications of Quantum Computing)에 기출 최종 사용자로서 참여하고 있다.

동 프로젝트는 유럽 8개 국가에서 12개 분야의 파트너(프랑스 기업 Atos가 주도)가 참여하며, 다양한 산업 및 금융 분야의 9개 사례를 조사해 유럽 내 기업의 양자 혁명 준비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HSBC는 2022년 3월부터 IBM과 향후 3년간 양자기술 사례를 검증할 계획이다.

 

| 해외 주요국 양자기술 투자 현황

주요국 정부들도 양자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미국, 유럽 지역의 투자가 두드러지는데, 중국은 약 10억 달러 규모의 양자컴퓨터 연구소를 개설했으며, 2016년 양자암호위성을 발사하고 지난해 10월, 66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은 2018년부터 4년간 양자컴퓨터 연구에 약 12억 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최근에는 사이버 보안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표준을 장려하는 프로젝트를 수립할 것으로 발표했다. EU는 2018년부터 10년간 약 10억 유로 규모의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으로 발표했으며,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7개 국가는 2019년에 향후 10년 내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하는 ‘유로QCI’(European Quantum Communication Infrastructure)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이처럼 해외 주요 국가들은 양자기술에 관심을 갖고 국가 단위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양자기술 투자 현황

국내에서는 2021년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양자기술특별위원회를 열고 2030년대에 양자기술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후속 조치로 2022년 6월, 약 9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양자기술 개발에 투자할 것으로 발표했고, 2024년 말까지 20큐비트, 2026년 말까지 5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양자암호통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 3사와 함께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 전용회선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 부문에서는 SK쉴더스가 지난 4월 제1금융권에 양자암호 기술(양자난수생성칩셋)을 적용한 보안 솔루션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해당 금융사는 내부 시스템 접속에 양자 암호 기술을 탑재한 OTP 인증 모바일 앱(app)을 활용하게 되었다. 국내는 아직까지 10큐비트 이하의 양자컴퓨터로 실험을 진행하는 수준으로 해외 대비 관련 인프라나 지원 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나, 최근 본격적으로 자금을 투자하고 사업에 착수한 만큼 향후 추가적인 발전을 기대해본다.

 

 

BCG에 따르면 양자컴퓨터는 향후 2040년까지 연간 8,500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금융 산업의 경우 다양한 변수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대용량 연산에 양자컴퓨터의 활용도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포트폴리오 최적화, 위험 관리, 사기 및 자금세탁 방지(머신러닝), 시나리오 분석(시뮬레이션) 등에서 2040년까지 약 700~1,300억 달러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이 퀀텀점프에 대비하기 위해 양자기술 관련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양자컴퓨터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용화 예상 시기도 점차 빨라질 것으로 판단된다. 가령 구글은 2029년까지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4월 양자컴퓨터의 단점을 일부 해소한 섈로우 몬테카를로(Shallow Monte-Carlo) 시뮬레이션을 발표하면서 예상보다 이른 시일(빠르면 5년) 내 양자컴퓨터가 활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속도를 기존 컴퓨터 대비 1,000배까지 향상시킬 수 있으나, 오류가 크게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동사의 섈로우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속도 향상 정도는 100배로 줄이되 오류도 함께 줄였다. 이 경우 향후 현실에서 사용하기까지 10~20년을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던 하드웨어 조건을 5~10년으로 단축할 수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에는 프리스턴 대학교 물리학과 연구팀이 실리콘칩 기반의 2큐비트 양자 프로세서의 연산 정확도를 99.8% 수준까지 높였다고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는 양자컴퓨터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던 오류 발생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또한 자연적으로 풍부한 원소인 실리콘 기반이며, 기존 반도체 제조 산업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양자컴퓨터 대량 생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향후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시기는 기존의 예상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판단된다.

 

 

| 금융사, 퀀텀점프에 대비해야

이처럼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관련 기술검증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또한 골드만삭스와 프리스턴 대학교 물리학과 연구팀의 사례처럼 기존 양자컴퓨터의 단점을 개선하고 기술 활용 가능 시기를 당기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어 금융 산업에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는 일도 아주 먼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특히, 보안이 중요한 전통적 금융사 입장에서 양자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다. 양자컴퓨터의 가격도 하락하고 있는데, D-웨이브 시스템스가 2011년 양자컴퓨터를 처음 판매했을 당시 가격은 약 1천만 달러였으나, 동일 성능과 기술은 아니지만(ex. ‘50큐비트 & 양자 어닐링’ vs. ‘2큐비트 & 핵 자기공명’) 중국 스타트업 SpinQ는 2020년에 5만달러, 2021년에 5천달러 가격의 양자컴퓨터를 판매했다.

양자컴퓨터의 가격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중화가 촉진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짐작해볼 수 있겠다. 결국 금융 산업에서 양자컴퓨터의 역할이 아직까지는 크지 않으나, 향후 금융사들이 퀀텀점프를 대비할 필요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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