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경제와 가상자산, 어디까지 왔을까?
가상경제(Virtual Economy) 2.0
코로나19가 가져온 다양한 변화 중 주목할만한 것은 이전부터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그 활용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에서는 업무 보고 및 협업의 상당 부분이 비대면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비대면 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폭발적 수요에 힘입어 디지털 기술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급격히 확대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형성된 기술적 진보는 고도화된 컴퓨팅 파워,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들이 서로 결합 가능한 수준으로까지 향상되었고,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디지털 공간을 탄생시켰다. 기술적 융합으로 형성된 이 디지털 공간에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경제 활동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는 거래 행위를 지원하는 기술이 바로 NFT다.
NFT란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의 줄임말로 복제가능한 디지털 기술의 특성으로 인해 원본을 구분할 수 없었던 디지털 공간에서 대체불가능한 표식을 디지털 파일에 부착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다. NFT를 통해 블록체인에 연결된 디지털 파일들은 원본 진위를 확인하고, 원본 표식을 해킹할 수 없게 된다. 이 기술의 근본적인 함의는, 라이선스 형태로만 계약을 할 수 있었던 디지털파일에 소유권이라는 개념이 도입될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디지털 기반으로 진행되던 상호작용이 NFT 기술을 활용하면서 생산활동뿐만 아니라 거래, 소비, 금융 등 다양한 경제활동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가상경제 2.0’이라고 부르며, 이는 기존에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던 디지털 활동의 범위가 크게 확장되었음을 나타내는 용어다. 그리고 클라우드, 디스플레이, AI 및 AR과 같은 더 고도화된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단계를 ‘가상경제 3.0’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상경제 2.0을 중심으로 형성된 메타버스 생태계는 게임, 예술, 콘텐츠 제작, 수집 등 다양한 활동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태계 내에서 만들어진 각종 콘텐츠들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어 복제할 수 없다. 또한 가상경제 2.0 생태계에 참여자들은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제3의 인증기관 없이 개인 간 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기술)를 이용해 중앙화된 기관의 통제 없이 자체적으로 콘텐츠에 대한 계약 내용을 생성 및 수정할 수 있다. 현재는 가상경제 2.0의 인프라 기능을 하는 NFT거래소, 금융, 콘텐츠 제작 플랫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부터 가상경제에서 이용될 수 있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까지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정리하면, 가상경제 2.0이란 기존의 디지털 환경에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형태의 경제활동이 기술적 반전을 통해 구현할 수 있게 된 확장된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경제활동의 범위와 활동이 다양해진 만큼 경제주체들의 소비 및 투자 가능한 요소들이 확대될 것이고 이는 경제성장과 발전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각국 정부에서는 가상경제 및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정책적 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가상자산과 새 정부의 정책 방향
지난 정부는 2017년 9월 가상통화와 관련된 부처 간 합동TF를 개최했고, 증권발행형식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가상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를 금지시켰다. 그러나 올해 5월 3일,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가상자산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발행을 허용할 것을 제시했다. 정부는 관련법안 제정을 통해 가상자산의 특성이 증권에 가까운 증권형 코인(STO)의 경우, 자본시장법이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나머지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점차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이라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6일, 윤 정부는 ‘저성장 극복과 성장-복지 선순환’을 내걸고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였다. 새 정부는 공공·연금, 노동시장, 교육, 금융 그리고 서비스산업의 다섯 부문에서 구조개혁을 바탕으로 국가경제의 체질 개선을 이루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투기, 규제, 금융혁신 등 다양한 방면으로 관심을 끌었던 안건이 가상자산이었고, 가상자산이 기존 금융 부문과의 관련성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만큼 금융혁신 부문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이목을 끌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혁신금융 및 민간 혁신성장 지원 확대’라는 세부적인 목표를 바탕으로 규제혁신, 디지털자산 제도화,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그리고 신뢰·편의 제고를 실행 체계로 내걸었다. 그리고 이 ‘규제혁신과 디지털자산 제도화’라는 세부 실행방안에서 디지털 금융 및 가상자산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규제혁신으로는 금융-비금융 간 융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여 규제환경이 산업의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추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금산분리라는 원칙 아래 금융산업과 IT산업 간의 협력이 제한되던 분위기 및 제도가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정부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해 가상자산과 관련된 자금조달시장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도 정책 방향에 담았다. 즉, 가상자산과 관련해 늘 이슈로 다루어졌던 자본시장법과의 연계선상에서 가상자산의 발행, 상장 및 불공정행위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소비자보호 및 거래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과 투자자 보호
가상자산과 관련된 논의는 15년 가까이 있어왔다. 그 출발점은 2008년 금융위기로,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조치로 막대한 규모의 법정화폐를 금융시스템에 공급했다. 이는 화폐가치에 대한 ‘신뢰성 훼손’이라는 비난과 함께, 그 대안으로 화폐의 신뢰성을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통해 관리할 수 있는 비트코인이 등장했다.
이후 가상자산은 탈중앙화된 지불수단의 기능을 넘어 스마트 컨트랙트와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쓰임새가 확장되는 등 기술적인 면모에서 조명을 받으며 다양한 투자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가상자산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일부 가상자산의 경우 그 실질적인 활용 방식이 증권과 비슷하면서도 규제 체계는 마련되지 않는 등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가상자산이 탈세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고, 또 일부 가상자산은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지급결제와 같은 기존의 금융시스템에서 이루어지는 기능들을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즉, 규제 공백, 기존 금융업에 대한 역차별, 가상자산시장 확대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 발발 가능성 등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자, 가상자산과 관련된 사업자부터 금융업 및 빅테크까지 가상자산에 관한 규제 체계를 요구했다. 특히 최근에 발생한 루나·테라 폭락 사태는 규제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움직임에 더 강한 힘을 실어주었다. 이에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대표들은 지난 6월 13일 열린 당정 2차 가상자산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사업자 공동 자율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거래소들은 자율 개선 방안 마련과 이행을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거래 지원, 시장·준법 감시를 맡으며 10월까지 가상자산의 평가기준을 마련할 전망이다.
협의체의 자율 개선 방안은 가상자산 상장·폐지 공동 평가 기준과 심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해 규율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프로젝트 사업성 및 실현 가능성 △기술적 위험성 △프로젝트의 폰지성 여부 등을 평가하고, △자금 세탁 위험성 △공시된 유통 계획과 다른 비정상적 추가 발행 △해킹 등으로 가상자산이 탈취됐을 때는 상장 폐지를 고려한다. 이 뿐 아니라 가상자산 상장 심사 시 외부 전문가의 참여 비율을 높이는가 하면 상장 가상자산의 위험성을 투자자에게 알리는 ‘가상자산 경보제’도 도입한다고 밝혔다.
EU와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사례
가상자산과 관련한 산업에서 모두가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산업의 건강한 육성을 위한 규제를 마련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는 가상자산의 종류에 따라 그 쓰임새가 확연히 달라 일괄적으로 규제되기 힘든 면모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거래 가능한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렇게 분류된 각각의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의 방향성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형성될 것이라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 확인가능한 EU의 MiCA(Market in Crypto Assets)와 미국 SEC의 규제안을 참고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영국 금융감독당국 FCA을 포함해 주요 국가들은 가상자산을 교환토큰, 유틸리티토큰, 증권토큰의 세 가지로 분류하며 경우에 따라 하나의 가상자산이 세 가지로 분류된 토큰의 특징을 공통적으로 가지는 경우를 하이브리드 토큰이라 부른다.
교환토큰은 교환의 매개체로 기능하기 위해 고안된 디지털 화폐로서, 그 대표적인 예가 비트코인이다. 교환토큰은 통상 가상화폐라 불리며, 분산화된 신뢰망을 형성할 수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중앙화된 관리기관 없이 거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기존의 금융체계에서 출발한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입법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진행될 필요성이 있다.
유틸리티 토큰은 블록체인 시스템 내에 설계된 각종 애플리케이션에서 특정 서비스 또는 재화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가상자산이다. 토큰 보유자들은 이익청구권 또는 의결권과 같은 권리를 보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형자산의 한 종류도 인식된다.
증권형 토큰은 증권의 특성을 보이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될 수 있는 토큰을 의미한다. 즉, 투자계약성 여부를 판단하여 증권 성격이 확인되면 투자자보호, 공시의무 등 기존 증권법(국내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적용하기 용이하다. 투자자보호 및 시장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되는 사안도 증권형 토큰의 증권법 적용가능성 여부이다.
미국 SEC의 경우, 가산자산의 투자계약성 판단을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통해 진행한다. 하위 테스트란, 투자 계약을 “타인의 노력으로 인해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공동사업에 대한 금전적 투자”인지에 대한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게 된다. ‘금전적 투자’는 금전적 가치를 가진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의미하며, ‘공동사업’은 다수인의 공동지분 소유를,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는 단순 외적인 시장 수급뿐만 아니라 사업체 성과의 결과로 기대할 수 있는 자산소유자의 이익 성장을 뜻한다.
투자계약성이 인정되지 않고 상품으로 분류될 경우, 상품거래 규제가 적용된다. 미국 뉴욕동부지방법원은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 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와 캐비지테크(Cabbagetech) 소송에서 비트코인의 공급량은 알고리즘에 의해 통제되고, 제한된 공급 내에서 시장의 수요에 따라 가격의 변화가 결정된다는 것을 반영해 상품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즉, CFTC의 규제 대상으로 편입되어 상법거래법(CEA; Commodity Exchange Act)에 따라 자본시장법과 다른 방식으로 관리된다.
가상자산의 투자계약성이 인정되면 가상자산은 공시규제, 불공정거래규제, 금융투자업규제 등의 기존 증권법의 규제를 받게 된다. 공시규제는 증권신고서 제출과 같이 사업과 관련된 주요 정보에 대한 정보를 이해관계자에 알리는 절차가 도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불공정거래규제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단기차익거래, 시장조작 등의 행위에 대한 처벌에 대한 규정을 제시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자규제는 금융감독기관으로부터 적합한 지배구조, 불건전영업행위 등에 대한 의무를 준수하도록 관리감독하는 규정이다. 해당 규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영업은 이러한 의무들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산업 자체적으로 설립된 자율규제기구(SRO)의 관리 및 지침을 따르게 된다.
가상자산의 상품성 여부에 대한 검토는 세법상으로도 다양한 이슈들이 제기된다. STO와 같은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되느냐, 아니면 무형자산과 같은 자산의 한 형태로 보느냐에 따라 과세체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 초 정부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바로 실행할 계획이었으나, 과세여건 및 체계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1년을 미루어 2023년으로 계획하였다.
그러나 6월 16일 고광효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점을 2년 더 미룰 것이라고 발표하며, 2025년이 되어서야 가상자산과 관련된 세법 및 조세 체계가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가상자산 시장의 확대에 따른 전통 금융기관의 대응
한편, 가상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던 기존 금융업계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법적 지위가 불명확했던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체계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급격히 상승하는 금리로 인해 이자수익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도 은행의 수익원 다각화에 대한 동기로 이어졌다. 이에 최근 대형 금융기관들도 가상자산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피델리티디지털자산서비스(FDAS)를 설립했으며, 시티그룹도 디지털자산을 예탁증서의 형태로 거래 및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미국 통화감독청(OCC)는 미국 금융기관들의 디지털자산 수탁업무를 공식적으로 용인하는 입장을 보였다.
국내 금융기관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증권은 KB은행이 지분 투자한 법인·기관 투자자 대상 비트코인 커스터디 업체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추가 지분 투자 의사를 밝혔다. 앞서 KB국민은행은 2020년 해시드와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하면서 디지털자산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KB금융지주도 자회사를 통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에 약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했으며, KB자산운용은 올해 2월 ‘디지털자산운용 준비위원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향후 가상자산 현·선물 ETF 구성 재간접 펀드 등을 선제 출시할 계획이다. SK증권은 지난해 5월 코인거래소 지닥을 운영하는 피어테크와 디지털자산 수탁서비스 협약을 맺었고,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블록체인기업인 두나무 지분 6.14%를 인수했다. 두나무는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의 운영사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올해 안에 디지털금융 혁신 기반을 마련하고, 가상자산 입법 지원 및 증권형 토큰(STO) 플랫폼 구축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디지털자산 담당 부서를 통해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며, 신한은행은 디지털자산 수탁 전문기업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지분투자를 했다. 이처럼 다양한 금융기관들이 영업 범위를 가상자산 시장으로까지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투자 행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특히 주목을 받는 분야는 수탁 업무다. 기존 금융기관들은 현행법상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할 수 없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신해 가상자산을 보관 및 거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탁사업은 현재 검토되고 있는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공식 유통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검토되고 있는 부문이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움직임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금융업 진출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가상자산 거래플랫폼 코인베이스(Coinbase)는 브로커-딜러 사업 자격을 갖기 위해 키스톤캐피탈을 인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 증권법을 기반으로 증권형 토큰이 규제되는 움직임에 대응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EU의 경우, 증권형 토큰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지 않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공백이 지적되면서 여타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증권법과 유사한 형태의 규제안이 발의되었다.
국내에서의 금융 인력의 향방도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은 최근 리서치센터를 설립하면서 금융위원회 소속 인력을 영입하였다. 이후 크레딧스위스, 메리츠증권, 바클레이즈 등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력들을 유입하면서 리서치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증권사와 비슷한 형태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가상자산사업자와 금융기관이 특정 사업에 있어서는 경쟁관계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가상자산시장의 호황
코로나19는 가상자산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모건스탠리는 ‘Investing in Cryptocurrency’(2021.4.14)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통화량 증가와 비트코인의 예정되었던 공급량 삭감이 2020년 3월 맞물리며 ‘퍼펙트스톰’이 일어났다고 표현하였다. 당시 극단적으로 어두웠던 경제 전망에 따라 연준은 기준금리를 1.0~1.25%에서 0~0.25% 범위로 대폭 인하하였다. 이에 더해, 통상적으로 연준이 유동성 공급을 위해 매입하던 자산의 범위를 국채를 넘어 한화 900조 원 규모의 MBS(주택저당증권)까지 사들였다.
다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차치하더라도 이런 정책은 달러가 그 가치를 지킬 수 있을지 혹은 명목화폐로서 신뢰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자산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예정되어 있던 대로 2020년 5월 공급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비트코인은 설계부터 코드 상에 정기적으로 공급량을 줄여 나가도록 설계되어왔는데, 각국 중앙은행에서 전례 없이 법정화폐를 찍어내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반대로 공급량이 줄어 더 희소성이 높아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헷지에 쓸 수 있는 금 2.0’이라고 칭하였다. 다음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발행된 통화는 실물 경제를 부양하기보다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 갔고,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의 척도인 통화승수는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다.
투자 포트폴리오 내에서의 가상자산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이나,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가상자산의 특성상 어떤 종류의 투자자가 해당 지갑을 소유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우며, 한 명의 소유자가 네트워크 상에 다수의 지갑을 갖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말 기준 전 세계 비트코인의 1/3이 거래소, 다크넷 도박장, 브로커 등을 비롯한 중개자들의 지갑에 저장되어 있으며 50% 정도가 개인투자자들이 소유한 것으로 추측된다.
2020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실시한 피델리티의 ‘기관투자자의 디지털자산 연구(THE INSTITUTIONAL INVESTOR DIGITAL ASSETS STUDY)’에 대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한 기관투자자의 52%가 암호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의 지역별로 이 수치가 확연히 차이난다는 점이다.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은 암호자산에 가장 보수적으로 응답했으며, 그 다음으로 유럽, 그리고 아시아에서 가장 암호자산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델리티의 보고서를 일반화한다면, 이런 경향은 기관의 성격에 따라 또 차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탈과 고액자산가들이 가상자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반면, 연기금 펀드는 미국, 유럽, 아시아 공통적으로 가상자산에 매우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자 관점에서 본 가상자산의 미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을 가져왔던 2018~2021년 기간과 달리, 올해 들어 가상자산은 큰 가격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의 하락은 특별한 원인을 짚기 어려웠고, 일시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것과 다르게, 올해 하락장은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2021년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점차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 배분을 늘려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에도 같은 추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이유는 펀드매니저들이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을 편입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짧은 역사와 극도로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편입했던 포트폴리오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상자산을 편입함으로써 얻는 이익의 전부이다. 가상자산의 지지자들은 증시와의 낮은 상관관계를 근거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에서 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경향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이다.
비트코인은 산업 사이클과의 연관성도 없고, 금처럼 교환에 불편하지도 않으며 공급량을 자의적으로 조절하는 중앙은행도 없다는 점에서 좋은 자산피난처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다른 자산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변동성은 자산피난처로 기능하기 어렵게 한다.
골드만삭스의 ‘Crypto: New Asset Class?’(2021.5.21)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비트코인의 극단적인 변동성은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 이후 금이 보였던 변동성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이 금 현물을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이후 금의 변동성이 잦아들었던 것처럼, 비트코인 역시 사회경제 전반에 안정적으로 도입되기 전엔 이러한 극단적인 가격 변동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보았다. 이와 더불어, 이 보고서에서는 극단적으로 높은 변동성의 원인이 시장과 상관 없는(idiosyncratic) 것으로, 매크로헤지로 삼기에는 매우 부적합하다고 언급한다.
같은 맥락으로, PGIM의 ‘Megatrends: Cryptocurrency Investing – Powerful Diversifier or Portfolio Kryptonite?’ 보고서에서도 근래 들어 산업지수들과의 상관관계가 계속 증가하며 그나마 있던 분산 효과도 약해지는 추세라고 지적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0년 동안 극단적인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매우 높은 수익률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 자산군과의 같은 기간 샤프 비율을 분석하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보여주었던 압도적으로 뛰어난 위험 대비 수익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나타난다.
상기한 내용들을 정리하면,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매우 적으며, 그마저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은 극단적인 변동성 탓에 자산피난처 역할을 하지 못하며, 또한 그 변동성의 대부분의 시장과 상관 없어(Idiosyncratic) 매크로헤지로써도 부적합하다.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산업지수와의 상관관계마저 증가하는 추세이고, 위험 대비 수익성도 감소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에 투자할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압도적인 수익률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양적긴축 여파에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수익성조차 악화됨에 따라 가상자산이 기관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단,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하는 거래량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기관들은 시장 비효율성을 이용한 수익을 올릴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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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키워드로 본 금융IT Issue 08월 #22023. 9. 11 | 금융IT 이슈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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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IT 이슈 따라잡기 [카드뉴스] 키워드로 본 금융IT Issue 09월 #1 9월 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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