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 투자의 증가와 금융회사의 ESG 전략

2022.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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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태우(디지털전략 컨설턴트)

코로나19가 가져온 다양한 변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속 가능한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금융투자회사의 투자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에 ESG 요소 반영 및 관리가 강화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ESG 정보 공개에 대한 공시 의무화가 추진됨에 따라 2025년까지 모든 금융회사도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 기준에 맞춰 ESG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ESG 투자에서 환경과 지배 구조 요소에 큰 비중을 두었지만, 최근에는 사회적 지속 가능성으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계속 증가하고 있는 지속 가능 투자의 현황과 금융회사가 가져야할 ESG 전략 기획에 대해 살펴본다.

지속 가능 투자에 대한 관심, 지속적으로 증가

최근 ‘ESG 투자’로 더 빈번하게 불리고 있는 ‘지속 가능 투자(Sustainable Investment)’가 국내외적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E(환경), S(사회), G(지배 구조)로 대변되는 ESG 투자는 ‘사회책임 투자’, ‘윤리적 투자’, ‘임팩트 투자’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ESG의 개념은 사실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해 왔다. 초기에는 담배, 마약류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업종 및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기피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으나, 최근에는 투자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ESG 투자 규모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GSIA(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 자산 규모는 2012년 13조 3천억 달러(1경 5,029조 원)에서 2020년 40조 5천억 달러(4경 5,765조원)로 8년 새 3배로 증가했다. ESG 투자는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편익을 높이는 양(+)의 외부성을 발생시킬 수 있는데, 최근에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수익성 강화와 비용 감소 효과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와 주장들이 제기되면서 투자 확대 동인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ESG 투자 전략의 7가지 유형

ESG 투자 방법론은 GSIA에 따르면 총 7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며, 그 세부 내용은 아래와 같다.

먼저 스크리닝(Screening) 방식은 다시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Exclusionary Screening)’, ‘포지티브 스크리닝(Positive/Best-in-class Screening)’, ‘규범 기반 스크리닝(Norms-based Screening)’으로 유형화할 수 있는데, 이는 각각 특정 ESG 기준을 적용해서 기준 미달인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기준을 넘는 우수한 기업을 골라 투자 대상에 편입 혹은 인권이나 노동 등에 대한 국제 권고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투자 대상을 선정한다.
그 다음 ‘ESG 통합(ESG Integration)’은 재무적 성과와 함께 비재무적 성과를 체계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기업이나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며, ‘지속가능 테마 투자(Sustainability Themed Investing)’는 청정에너지와 지속가능농업 등 ESG로 수혜가 예상되는 사업이나 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임팩트 투자(Impact/Community Investing)’는 재무적 성과와 함께 긍정적이고 측정 가능한 영향력(Impact)을 추구하는 투자로서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주주권을 활용한 기업관여(Corporate Engagement and Shareholder Action)’는 주주로서 피투자대상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으로 경영진과의 대화,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투자 전략은 투자자별 ESG 우선순위 및 재무적 성과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투자 대상에 대해 다각적으로 조합하여 활용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방식은 네거티브 스크리닝과 ESG 통합 전략이다.

ESG 투자 전략별 투자 비중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어떤 유형의 ESG 투자가 활발한 지를 2018년 사회책임투자와 관련된 보고서 GSIR(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Review) 자료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이 전체 ESG 투자 전략의 38%를 차지하고 있어서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어서 ESG 통합 전략이 전체의 32%를 차지하고 있는데 2016년과 비교하여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회사와 ESG 경영

ESG 투자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금융회사는 ESG 경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는 금융회사가 일반 제조업과 같이 수익성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인 동시에 공공성을 기반으로 국가 내 자금 순환의 중개자로서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ESG 경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IMF의 ‘지속가능 금융(Sustainable Finance)’ 개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속가능 금융이란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원칙을 경영 의사결정, 경제 개발 및 투자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공익적 외부 효과를 유발하여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IMF는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ESG 경영은 여러 경제활동 주체들에 대한 외부 효과를 측정 및 평가하고, 이러한 외부 효과에 대한 가격 형성 및 자금 흐름을 중개하는 역할로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금융회사의 ESG 경영은 크게 두 개의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 자체의 ESG 수준을 제고하는 영역이다. 여기에는 자사의 탄소배출 감소, 임직원 다양성 제고, 지역사회와의 협력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된다. 이는 장기적 관점의 변화이자 혁신과 내재화를 뜻한다. 환경과 사회(시장)의 지속가능성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하나로 이윤추구가 기업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며 최우선 순위도 아니다.
둘째 영역은 타사에 대한 ESG 수준을 평가하고 이에 기반하여 자금을 공급하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관여(Corporate Engagement)를 통한 타사의 ESG 수준 제고와 각종 투자자의 ESG 수요에 부합하는 금융 상품 및 서비스 개발도 금융회사의 ESG 경영 활동에 포함된다.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ESG 평가, 투자, 규제, 리스크 등 단기적 관점의 대응이며, 등급 상향 환경과 시장이 어려워도 기업 성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이며 CSR과 지속 가능 경영은 이윤 추구를 보조하는 수단이다.

글로벌 ESG 공시 기준, 이니셔티브

ESG 정보 공시에 대한 다양한 글로벌 표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는 가운데, GRI(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 Global Reporting Initiatives),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Disclosures), SASB(지속 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 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arbon Disclosure Project) 기준 등이 글로벌 공시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GRI는 2016년 최초의 지속 가능성 보고 표준인 ‘GRI Standards’를 제시했다. 전 세계 지속 가능 보고서의 70~80%가 이용하는 GRI Standards는 경제 분야 6개 주제, 환경 분야 8개 주제, 사회 분야 19 주제별로 세부 지침과 글로벌 우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TCFD가 2017년 발표한 권고안은 ‘지배 구조’, ‘경영 전략’, ‘리스크 관리’, ‘측정 지표 및 감축 목표’ 등 4개 항목의 공시를 통해 기업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 및 기회를 조직의 위험 관리 및 의사결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ASB는 2018년 77개의 산업별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을 발표하여 각 산업별 중대 이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중에서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투자 대상의 지속 가능성 수준이나 비재무적 리스크를 투자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시 기준은 TCFD 권고안이다. 이는 조직의 지배 구조나 경영 전략을 포함하여 ESG 관련 리스크 관리 방법과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 및 기회를 평가·관리할 수 있는 지표를 일관적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와 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로 구분하며, 기후 리스크가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과 연계하여 투자 대상이나 금융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 2021년 5월 기준 총 2,160개 글로벌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TCFD를 지지하고 있으며, 이 중 50%(1,071개)가 연기금, 자산운용사, 은행, PE 등 금융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는 환경부 및 26개 금융 유관기관 등 총 4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해외 금융회사의 ESG 전략, 새로운 사업 기회

ESG가 단순히 마케팅이나 평판 관리 차원을 넘어, 기업의 중대한 리스크 및 사업 기회로 부상함에 따라 ESG 이슈를 관리하는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금융회사 중에서도 최근 이사회 내 ESG를 담당하는 전담 위원회가 늘어나고 있다.
이사회 내 ESG 전담 위원회를 두고 있는 해외 금융회사의 경우 대부분 기존의 CSR(기업사회적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담당하던 위원회의 역할을 ESG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기존 공공책임위원회(Public Responsibility Committee)가 전사 ESG 이슈를 담당하는 구조로 바뀌었고, 스위스 최대은행 UBS도 기존 기업문화책임위원회(Corporate Culture and Responsibility Committee)가 ESG를 전담하도록 역할을 확대시켰다. 또한, ESG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외부인력을 채용하는 등 전담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고, 고객의 ESG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ESG 금융상품의 설명 및 권유를 수행하기 위한 영업 인력의 ESG 교육도 개발하고 있다. 영국 대형은행 HSBC에서는 사내 교육 기구 HSBC University를 통해 2021년 2만 4천 명의 임직원이 ESG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ESG 투자 역량 확보를 위한 M&A도 늘어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5년 ESG 및 임팩트 투자 자문 선도기업 임프린트캐피탈(Imprint Capital)을 인수했고, 노무라(Nomura)는 2020년 지속가능 기술,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기술 전문 부티크 투자회사 그린테크캐피탈(Greentech Capital)을 인수한 바 있다.
ESG 경영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해외 금융회사들은 ESG 경영에 대한 명확한 원칙 및 프로세스를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주요 ESG 원칙은 ‘환경 정책 프레임워크(Environmental Policy Framework)’에 정리되어 있다. 이 원칙의 핵심은 ESG 요소를 시장 리스크, 신용 리스크와 같이 중대한 리스크 요인으로 간주하고, 모든 주요 사업에 ESG 리스크를 평가하고 반영한다는 것이다.

JP모건은 ‘환경·사회 정책 프레임워크(Environment and Social Policy Framework)’에서 환경·사회 리스크를 다루는 ESG 원칙과 프로세스를 규정하고 있다. JP모건의 ESG 원칙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신디케이트론, 유가증권 인수, 사모 발행, 재무 자문 등 모든 주요 자금의 공급 및 중개 업무에 적용되고 있다. JP모건에서는 글로벌 환경·사회 경영(Global Environmental and Social Management) 그룹이 ESG 원칙을 바탕으로 주요 사업에 대한 환경·사회 평가를 수행하며, 환경·사회 리스크가 높게 평가되는 사업은 평판위험위원회(Reputation Risk Committee)로 안건을 이전해 추가적 검토를 거치는 프로세스를 두고 있다.
또한, 기업관여(Corporate Engagement)는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ESG 역량을 타 기업에 전수·공유하는 수단으로 금융회사 ESG 경영의 중요한 활동 영역이다. 이는 주로 투자은행 및 자산운용 사업 부문에서 고객 또는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금융회사는 ESG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고객 또는 투자기업의 ESG 이슈를 인지시키고 추가적인 정보 제공, 공시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블랙록(BlackRock)자산운용은 2020년 2,11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3,501건의 기업관여 활동을 실시했고, HSBC는 자산운용 및 투자은행 사업을 중심으로 2020년 2,300건의 ESG 관련 기업관여를 수행했다.

해외 금융회사의 가치사슬별 ESG 접목

해외에서는 각 사업 부문에 ESG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투자은행 사업의 경우, ESG 채권 인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IPP, M&A 자문 및 리서치 업무에서도 ESG 요소가 적용되고 있다. 브로커리지 사업에서는 ESG 금융 상품에 대한 시장조성 및 유동성 공급과 함께 ESG 투자 수요 증가에 부합하는 다양한 투자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다. 자산운용·관리 사업에서도 ESG 투자 전략을 반영한 다양한 펀드 및 ETF가 출시되고 있으며, 소매금융 사업의 경우에도 그린대출, 그린신용카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JP모건은 고객이 목표로 하는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에 ESG 요소를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ESG 통합 투자 전략을 운영하고, 미국 캘버트(Calvert)자산운용은 모닝스타 ESG 최고수준 등급을 받으며, 자체 데이터와 제3자 제공 데이터를 활용해 주식 가치 평가·선정 포트폴리오 구성, 리스크 관리까지의 전 과정에서 ESG 요소를 통합할 수 있도록 고객을 지원한다. 특히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ESG 투자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는 상당한 규모의 투자재원 조달과 위험 분산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린딜의 자금 조달에 기여하면서 신재생에너지, 폐기물 재활용 등 녹색 투자와 관련된 위험을 헤지하는 파생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 Asset Management)는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자산별로 ESG 기준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전체 액티브 펀드로 확장할 계획이다. 블랙록(BlackRock)자산운용은 2021년 5월 말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26개의 ESG ETF를 운영 중이다. 향후 ESG를 고려한 다양한 펀드 상품을 150개로 늘리고, 모든 포트폴리오에 ESG 통합 전략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슈로더(Schroders)자산운용은 ESG 관련 정보 공시의 양적·질적 우수성을 통해 ESG 경영을 실천하는 자산운용사로 앞서가고 있다. 이 회사는 비정형 데이터 등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데이터 인사이트 유닛을 설립하였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ESG 데이터를 확보·활용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또한 ESG 요인과 결과를 포트폴리오 수준에서 측정·모니터링 및 보고하는 시스템인 ‘impactIQ’를 개발하여 ESG 임팩트 및 지속 가능성을 분석하는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기관투자자가 사용하는 ‘Marquee Portal’에 그간 내부적으로 사용하던 ESG 분석 기능을 추가하였고, 모건스탠리의 ‘Impact Quotient’ 포트폴리오 분석 도구는 투자자가 설정한 재무적 목표와 더불어 ESG 목표 대비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보여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친환경·에너지효율 주택 구매를 위한 녹색주택담보대출 시장은 초기 단계에 있으나 높은 잠재성을 보이고 있다. HSBC는 2021년 UAE 최초의 녹색담보대출을 제공했다. 해당 대출은 일반 주택담보대출 보다 25bp 낮은 이자율을 적용한다. HSBC는 또한 말레이시아에서 환경·사회적 카드를 출시했는데 사용액의 1%를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지원하는 4개 현지 비영리법인에 기부한다.
ESG 관련 신용파생상품(CDS) 및 지속가능연계 파생상품(SLDs)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이치뱅크(Deutsche Bank)는 2021년 재생에너지 분야의 기업이 발행한 달러 표시 녹색채권의 환위험 헤지를 위한 파생상품을 ‘녹색헤지’ 상품으로 홍보하며 판매했다. JP모건은 발행 기업이 조달 통화가 아닌 다른 통화로 지불하는 이자가 ESG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변동하는 통화스왑 상품을 늘려 나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ESG 추진 현황

국내에서의 전체 ESG 금융 규모는 2021년 6월 말 현재 53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한국 ESG금융백서’에 따르면 ESG 투자는 212조 원으로 가장 많았고, ESG 대출은 204조 원, ESG 채권은 63조 원, ESG 금융상품(예·적금, 보험, 펀드)은 52조 원으로 각각 파악됐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글로벌 ESG 추세에 맞추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수의 국내 금융회사는 국제적 환경 및 책임투자 이니셔티브에 가입하고, 이사회 내 ESG 전담 위원회 설치, ESG 협의회 구축 등 ESG 경영의 토대 마련에 나서고 있다. 또한 탄소배출 저감, 지역사회 공헌, 임직원 복지향상, 정보 투명성 강화 등 자사의 ESG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여러 활동도 펼치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그룹들은 금융지주 차원에서 ESG 경영 구조를 구축하고, 전 계열사에 걸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KB금융은 ESG 경영 중장기 로드맵으로 ‘KB 그린웨이 2030’을 수립했다. 2030년까지 KB금융그룹의 탄소배출량을 2017년 대비 25% 감축하고 현재 약 20조 원 규모인 ESG 상품투자 대출을 50조 원까지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7월에는 ‘2021 KB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가치측정 모델 ‘신한 SVMF(Social Value Measurement Framework)’을 개발해 ESG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정교하게 측정하고 이를 전 그룹사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인 탄소중립 전략에 발맞춘 신한금융만의 차별화된 ‘제로 카본 드라이브’를 기반으로 ESG 경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초 ESG 경영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ESG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ESG 경영 기반을 구축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ESG 경영의 원년을 공표한데 이어 올해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 중장기 비전은 ‘빅 스텝 포 투모로우’이며 2030년까지 지속가능 부분에 총 60조 원 규모의 ESG 금융 조달과 공급이란 목표를 세우고, 6억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한 ESG 채권도 발행했다.
증권사들도 ESG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SG 관련 조직을 설립하고 ESG경영 기조에 맞게 경영 방침도 수정하고 있다. ESG 경영은 단순히 이미지 개선을 위한 차원이 아니라 경영 성과와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KB증권은 지난 7월 22일 탄소배출권 분야 비즈니스를 전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FICC운용본부 내 탄소·에너지금융팀을 신설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시장(K-ETS)에 참여해 탄소배출권의 시장 유동성 증대 및 가격 안정화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8월 1일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인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 운용사업부 내 탄소금융 TF를 구성해 농협그룹 내 농축산업 관련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탄소배출권 시장을 파악해왔다. SK증권은 지난해 기후금융본부를 포함한 ESG 부분을 확대 개편하고 지난 7월 4일부터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업무’를 시작했다. 올해 첫 ESG통합보고서를 발간한 교보증권은 사회공헌에도 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ESG 경영 전략인 ‘Action for Positive Change’와 궤를 같이할 수 있도록 ‘Action for Next Generation’이라는 사회공헌 슬로건을 개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국내 금융업 최초로 글로벌 RE100 가입을 완료하면서 탄소저감 이행에 앞장서고 있으며 국내 증권사 최초로 3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에도 성공한 바 있다. 삼성증권은 자사 리서치센터 내에 ESG연구소를 설립해 ESG 관련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 (MSCI)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ESG 리서치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부실 사모펀드 전액 보상, 탈 석탄 금융 외에도 ESG 경영의 일환으로 증권사 최초로 친환경 저탄소 식단을 도입하는 이색적인 행보도 보였다.
국내 운용사들도 ESG 투자 역량을 갖추면서 발빠르게 상품 출시에 나서는 중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1월 운용사 최초로 채권형 ESG 사모펀드를 출시했고,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운용사 중 최초로 2017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운영하다가 2020년 이를 ESG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자체 ESG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ESG 내재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20년 한화자산운용과 KIS 채권평가는 ESG채권의 벤치마크 활용을 지원하는 ‘한화-KIS ESG 채권지수’를 마련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국민연금기금 국내외 주식·채권 위탁운용사에 책임투자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운용사 선정시 책임투자 요인에 가점을 부여할 예정이다. 900조 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직접투자에서 나아가 간접투자에도 ESG를 고려하면서 국내 ESG 투자 활성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도 ESG 기준이 미흡한 곳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국내 큰손들의 ESG 투자 기조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금융투자업계의 ESG 내재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코스콤은 컨설팅사와의 협업을 통해 ESG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코스콤은 ESG 컨설팅 업체인 회계 법인을 통해 ESG 현황 진단 및 전략체계 구축 등 본격적인 ESG 정밀 컨설팅을 받는다. 아울러 내부적으로 ESG 전담조직을 구성해 ESG 경영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국내 ESG 평가 체계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내외 600여 개에 달하는 ESG 지표에 대한 혼란을 줄이고자 일명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내외 주요 평가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는 3,000여 개 이상의 지표와 측정 항목을 분석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하여 ESG 이행 및 평가를 위한 핵심/공통사항 61개를 도출했다.
국내 ESG 평가기관에서도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정보공시 5개 문항 △환경 17개 문항 △사회 22개 문항 △지배구조 17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글로벌 동향을 반영한 ‘K-ESG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1~2년 주기로 발간하고 업종별·기업 규모별 가이드라인도 2022년부터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같이 가이드라인 세부 기준까지 마련했지만, 이 기준을 토대로 특정 기업에 대한 ESG 평가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기업에 ESG경영의 주요 핵심 요소를 안내하는 차원에서 기준을 제시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또 이미 존재하는 ESG 평가기관의 평가지표 및 세부 기준과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내 ESG 평가기관 중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지속가능발전소가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03년 지배구조 평가로 시작해서 2011년부터 환경 및 사회 부문을 추가, ESG통합평가를 수행하고 있고 매년 900여 개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총 18개 대분류, 281개 핵심평가항목으로 구성되며, 기본평가는 기업 특성별로 분류 후 가점방식으로 적용하고, 심화평가는 부정적 ESG 이슈에 대한 감점방식으로 적용한다.
지속가능발전소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리더십, 노사관계와 업무 문화, 환경 보호 기여도 등을 종합해 기업을 평가하여 상장사의 ESG 점수를 산출하는 ‘후즈굿(whosgood.org)’ 솔루션을 개발했다. 2016년부터 4년째 (모바일) 네이버-증권에서 종목별 '비재무정보'를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기업의 ESG 리스크 현황을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90여 개 언론사 뉴스를 매일 분석한 'Who's Good ESG Alert'과 '종목별 ESG 리스크 점수'를 금융시장에 제공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소는 지난해 한국성장금융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30억 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금융투자회사 ESG 전략 발전 방향

금융투자회사의 ESG 경영은 자사의 ESG 체계를 확립하고, 시장 중개자로서 고객 및 투자자의 ESG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가장 시급한 일은 ESG 경영을 외부에 보여주는 브랜드 마케팅 관점에서 벗어나, 내부 직원·고객·사회 전체의 실질적인 이해와 요구사항을 위한 경영 전략으로 인식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ESG 경영은 외부 효과만이 아닌,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수익성 제고 및 비용 감소를 통한 지속가능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와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 번째 ESG 경영 전략 수립을 위한 원칙을 명확히 하고 프로세스를 체계화해야 한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해외 금융회사의 사례에서 보듯이 ESG 경영 원칙이 회사의 비전과 연계되어 명확히 정립되고 내외부에 공유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금융회사의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에 걸친 ESG 상품 개발 역량을 강화하여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투자은행 부문에서는 ESG 채권 인수, IPO, M&A, 리서치 업무에 ESG를 접목하고, 브로커리지 부문에서는 다양한 자산군에 걸쳐 ESG 투자 전략 개발, ESG 포트폴리오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산관리 사업 부문에서는 ESG 전략에 기반한 다양한 펀드 등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을 개발·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전체 임직원의 ESG 관련 교육 및 ESG 전담 인력의 영입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ESG경영 체계 및 ESG 상품개발 역량은 디지털 금융과 함께 앞으로 금융회사의 가치와 역할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주요한 인에이블러(enabler)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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