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CHECK] 가상자산ETF 동향과 전망

2022. 10. 25

CLIPBOARD
image_pdf


 

전균(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

 

2022년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에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 시장은 가치 폭락과 변동성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의 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는데, 이 와중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의 가격도 급락하여,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많은 고민에 빠져 있다.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국내외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선물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선물을 거래할 수 있다. 또한 비트코인 등을 편입한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비트코인 등이 전 세계적으로 24시간 거래되기 때문에, 직접투자를 통해 가상자산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 반면 선물이나 ETF를 투자한다면, 거래소 개장 시간에만 거래가 가능하고 선물이나 ETF가 실제 가상자산의 시세를 충실히 따라가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과 ETF는 제도권 금융감독당국의 규제와 투자자 보호 장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결제 사고나 가격 조작의 우려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참고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을 통칭해서 국내에서는 공식적으로 ‘가상자산’으로 정의하고 있다. 2021년 3월에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에서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전자적으로 거래하거나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 및 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로 규정한다.

| 미 가상자산 ETF 시장

미국에서 증권감독위원회(SEC)의 승인을 받은 비트코인ETF는 2021년 10월에 출시된 ‘ProShares Bitcoin Strategy ETF(BITO)’를 포함하여 모두 5종목이다.

SEC에 최초로 승인 받은 BITO는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선물 가격을 추정하는 ETF이다. 현재까지 SEC로부터 승인 받은 미국 비트코인ETF는 모두 선물 기반의 상품이다. 현물 기반 ETF를 많은 운용사에서 승인 요청을 하였지만, SEC는 비트코인 현물 기반 ETF에 대한 승인을 계속 연기 또는 반려하고 있다. SEC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의 ‘사기 및 조작 예방’과 “투자자 및 공공 이익 보호 요건’ 등의 미비를 이유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승인 요청을 반려하였다. 미국 내에서도 비트코인 등을 규제할 가상자산법안이 제정되지 않은 데다 감독관할권의 이슈가 해소되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현물기반 ETF의 등장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관할권 이슈란 증권감독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권한 영역 문제로, SEC는 투자자 보호장치가 상대적으로 강한 증권형 상품을 관할하고 CFTC는 선물형 상품을 담당하고 있다. CFTC는 가상자산 시장 육성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전 세계에서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가상자산 투자 상품은 Grayscale Bitcoin Trust(GBTC)이다. 2015년에 설정된 개방형 신탁 상품이며, 미국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자산 규모는 9월 말 현재 124억 달러에 달하며, 신탁좌수당 가격은 11.4달러이다. GBTC 운용사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은 SEC에 지속적으로 ETF 전환 승인을 요청하였지만, SEC는 GBTC의 ETF 전환을 계속 반려하고 있다. 심지어 그레이스케일은 SEC를 상대로 ETF 전환 승인 거부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미국 이외에 독일과 스위스 등 상대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거래소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현물 기반 ETP(Exchange Traded Products)가 다수 상장되어 있다. VanEck Bitcoin ETN(VBTC)은 독일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으며, WisdomTree Bitcoin(BTCW)는 스위스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 비트코인선물의 등장

CME의 비트코인선물은 2017년 연말에 상장되었으며, 제도권 거래소에서 인증된 비트코인선물을 기관투자자는 물론 헤지펀드와 일반투자자들도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다. 선물 거래는 매수와 매도 양방향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2022년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 국면에서 헤지 또는 투기 목적으로 선물 거래가 급증하였다.

CME의 비트코인선물은 주요 비트코인 현물 거래소들의 가격 동향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미국 달러로 표시한 기준가격을 대상으로 거래한다. 비트코인 기준가격의 실시세와의 연관성과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해 CME 내 독립위원회에서 주기적으로 검토한다. CME 비트코인선물 1계약의 가치는 비트코인 5개와 동일하며, 만기일은 매월 마지막 금요일이다. 결제는 비트코인을 실물로 주고받지 않고 차익에 대한 현금정산 방식을 취한다.

| 선물 기반 ETF의 단점

선물 기반 ETF는 펀드에 가상자산선물을 직접 편입한다. 펀드 규모에 맞추어 가상자산선물 매수 계약을 매입하고, 해당 선물 계약이 만기 도래하면 다음 거래월물을 매수하여 펀드의 연속성을 확보한다. 선물은 1개월 또는 3개월 등으로 거래 시한(만기)이 존재하기 때문에, 만기일에는 다음 거래월물로 보유 포지션을 이월(roll-over)해야 한다. 포지션 이월 과정에서 관건은 잠재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월비용(roll-over Cost)이다.

만일 다음 거래월물이 만기월물에 비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 선물 매수 계약이 감소할 수 있다. 직전까지 100계약 선물 매수를 보유하였지만, 이월 과정에서 다음 거래월물의 가격이 높아 선물 매수를 98계약만 하게 된다. 이월 시점에서는 펀드 규모를 동일하게 유지하겠지만, 이월 이후 선물 가격이 변동할 때 기존에 비해 줄어든 선물 계약으로 펀드 가치가 기초자산 가격 변동을 온전하게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 선물 기반 ETF와 해당 기초자산의 가격이 상당한 괴리를 보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비트코인선물 기반 ETF는 비트코인 시장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BITO 상장 이후 BITO 가격과 비트코인 가격은 약 1% 내의 괴리를 유지하고 있다. BITO 상장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는 괴리가 계속 벌어졌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거듭하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괴리가 다시 축소되고 있다. 약세 국면으로 진입한 비트코인 가격 추세 때문에 차근월물의 가격 고평가 현상이 감소한 덕분이다. 당초 선물 기반 ETF가 출시될 때 제기되었던 우려들이 현재까지 고질적인 문제로 확산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 블록체인ETF 동향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직접 편입한 ETF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생태계의 기업들을 편입한 블록체인ETF도 다수 존재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나 블록체인 관련 기업(반도체, 메타버스) 등을 편입하여, 블록체인 생태계의 성장성에 투자할 수 있는 ETF다. BLOK(Amplify Transformational Data Sharing ETF)는 갤럭시디지털홀딩스, 실버게이트탭 등 블록체인 관련 기업만 편입하는 ETF다. BKCH(GlobalX Blockchain ETF)는 자산 규모 6,100만 달러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BITS(GlobalX Blockchain & Bitcoin Strategy ETF)는 특이하게 비트코인 선물과 블록체인 관련기업에 각각 50%씩 투자하는 ETF다.

 

 

| 시장 전망

2021년 미국의 비트코인 선물 기반 ETF의 상장 승인은 가상자산 시장으로서는 의미 있는 사건이다. 금융 시장 제도권 밖에서 투기 거래의 온상으로 인식되었던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투자 수요는 꾸준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건이다. 특히 BITI의 등장은 선물 기반 ETF 상품의 특징인 인버스 투자가 가능해져 가상자산에 대한 위험 관리가 실현될 수 있는 계기이다.

선물 기반 ETF의 출현은 결국 현물 기반 ETF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징검다리이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투자자 보호 관련 제도적 인프라가 갖춰져 금융 기관의 진입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지는 과정에서 가상자산ETF의 성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참고로 올해 10월에 발간된 모건스탠리의 가상자산 리포트(The Growing list of New Crypto ETFs and ETPs)에서는 기존 금융 기관의 자산 다각화 차원에서 가상자산 ETP에 대한 수요가 장기간 늘어날 것이며, 블록체인 등 관련 생태계의 발전과 병행하여 블록체인 관련 ETF도 유망한 성장주라고 평가하였다.

 

* 저작권법에 의하여 해당 콘텐츠는 코스콤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 따라서, 해당 콘텐츠는 사전 동의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