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과 금융감독·규제의 새로운 전환
20대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에 기반한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공정한 디지털 생태계 조성’과 선진화된 규율 체계 구축’은 금융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산업을 육성해야 선진국으로 도약한다
한 때 동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고 칭송 받으면서 동아시아 경제 성장을 주도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1인당 소득 기준으로 볼 때 선진국에 안착한 싱가포르 홍콩과 아직 선진국 초입에서 고전하고 있는 한국, 대만으로 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홍콩은 중국에 편입되면서 고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반면 근래 반도체를 중심으로 약진하고 있는 대만이 주목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단연 으뜸을 달리고 있는 나라가 싱가포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21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싱가포르 7만2,795달러, 홍콩 4만9,727달러로 추정한 반면 한국 3만4,801달러, 대만 3만3,775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약진은 실로 눈부시다. 싱가포르 1인당 국민소득은 2004년에 홍콩을 추월하고 2010년에는 일본도 추월하며 동아시아 최고의 수준으로 크게 앞서고 있다. 2027년에는 10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 2003년에 대만을 앞서기 시작했으나 내년에는 다시 대만에 추월 당할 것으로 IMF는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1%대에 진입해 앞으로 이러한 격차가 더욱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싱가포르 성장의 배경은 금융산업과 규제 완화
무엇이 싱가포르의 눈부신 약진을 이끌었을까? 싱가포르는 언제나 전 세계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스위스와 함께 1, 2위를 다투었다. 참고로 지난해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9만 3,720달러로 룩셈부르크와 아일랜드에 이어 세계 3위다. 룩셈부르크, 아일랜드가 소국인 점을 고려하면 스위스가 사실상 세계 1위인 셈이다. 스위스와 싱가포르의 공통점은 규제가 없고 법인세가 낮으며 금융산업이 발전되어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암호화폐 산업이 세계 최고로 발전해 ‘크립토밸리’라 불리는 스위스의 쥬크(Zug)를 방문했을 때 쥬크 시 당국은 법인세를 15%인 싱가포르 보다 낮게 인하할 것이라는 귀띔해 주었다. 이 정도로 세계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 경쟁에 여념이 없다. 이런 환경 속에서 기업 활동이 활발하니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소득이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에 있는 택시호출회사 그랩(Grap)은 한국의 카카오나 타다 같은 회사이다. 한국은 ‘타다금지법’으로 성장이 멈추다시피 했지만, 그랩의 경우 현재 호황을 보이며 산하에 금융지주회사 그랩파이낸셜(Grab Ffinancial Group, GFG)을 만들고 지급, 결제, 대출 등 여러 금융산업도 영위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KPMG는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에 이어 세계 2위의 핀테크 회사로 그랩을 올렸다.
싱가포르의 비약적인 소득 증가의 배경에는 금융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금융산업은 대부분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다. 대부분 동아시아 본부급이다. 세계 유수 은행들의 싱가포르 동아시아 본부에는 직원만 4~5천명씩 근무하고 있다. 명실공히 아시아 금융의 허브다. 그만큼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경영대학원들이 밀집해 있으니 자연히 국제 컨퍼런스 등 행사가 많아지면서 마이스(MICE) 산업과 관광 산업도 발전했다. 서비스업 비중이 한국과 비슷하게 70% 내외 수준이지만 싱가포르에는 금융, 교육, 마이스, 관광 등 고부가가치서비스업이 중심인데 반해 한국은 도소매, 음식, 숙박업 등 저부가가치서비스업이 중심이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한국은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너무 과도해 고부가가치 산업인 금융산업과 연관 산업이 갈수록 위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겹겹이 쌓인 규제 실타래를 풀어야 산다
영국의 금융 컨설팅 회사 젠(Z/Yen)이 발표한 글로벌금융중심센터지수에서 서울의 글로벌금융센터의 순위는 2016년만 해도 세계 7위 수준이었지만 지난 정권에 30위권까지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다소 상승했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있다.
다보스포럼으로 유명한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경쟁력보고서에서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을 대체로 비슷한 수준인 중하위권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세계 50대 은행에 한국은 하나도 포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는 총 6곳이 세계 100대 은행 순위에 랭크되었지만 대부분 그룹 단위로 60~90위권 수준에 있다.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도 일본의 25% 홍콩의 40% 수준이다. 동아시아 금융 허브를 주장하고 있지만 갖은 규제와 강성노조로 인해 그나마 들어와 있던 외국금융회사들마저 한국을 떠나고 있다.
한때 ‘10-10 정책’이라고 해서 10년 안에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를 10%까지 올리겠다는 정책이 추진되었지만 여전히 5%대에 머물러 있다. 금융산업 종사자가 약 80만 명대 수준이므로 이 정책만 제대로 추진되었더라면 고급·양질의 일자리가 약 80만여 개는 창출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동아시아 금융 허브’, ‘10-10 정책’ 등 좋은 정책들이 모두 물거품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가장 큰 가장 큰 이유는 소유지배구조에서부터 인허가규제 금융상품규제에 이르기까지 겹겹이 쌓인 규제가 금융을 질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 시티은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부나 예금보험공사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다. 최근에는 관치금융을 넘어 정치금융이라는 말도 언론에 등장할 정도다.
금융생태계의 정상화, 선진 금융산업 육성 필요
1997년에 발생한 전대미문의 금융위기에는 168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10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생기는 등 한국 경제에 천문학적인 충격을 몰고 왔다. 그 원인으로 금융면에서는 한국 금융의 금융 중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점이 지적되었다. 즉 금융이 기업에 여신을 공여하는 과정에서 사전심사(Screening)와 사후감시(Monitoring)라는 금융 본연의 기본적인 중개 기능이 작동되지 않아 고위험 부실 여신이 과도하게 제공되었고 이는 기업 부실과 금융 부실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금융 본연의 기본적인 중개 기능보다는 금융회사들을 좌지우지하는 금융당국의 의중에 따라 대출이 이루어져 금융 부실을 야기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금융위기가 지나고 2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금융 본연의 기능인 금융 중개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는 금융산업의 낙후를 가져오고 있으며 금융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과 부실 여신의 누적으로 경제 전반의 발전을 저해 요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벤처 기업에서 출발한다. 벤처 기업의 창업 시절에 필요한 자금은 대부분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탈회사가 투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성공한 벤처 기업들을 나스닥에 상장하거나 대기업에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피인수 합병시켜 모든 투자금을 회수하고도 남는다. 이러한 선순환과정을 반복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 벤처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정부의 규제도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우선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탈 회사가 발달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 수많은 금융 규제 때문이다. 이에 정부의 자금 공급으로 벤처 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안정성이 중요한 정부 자금은 대체로 업력이 3~4년된 안정된 벤처에만 투자하고 있다. 이런 정도로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벤처 기업의 탄생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에 선진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비전을 정립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우선, 제2의 홍콩 즉 동아시아 국제 금융지를 육성해야 한다. 획기적인 규제 개혁과 국제금융특구 육성으로 홍콩 사태로 ‘탈홍콩’하는 국제금융회사들을 유치해 싱가포르 같은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국가로 탈바꿈해야 한다. 관치금융, 정치금융 청산을 위해 정부 조직을 개편해 금융감독 체계를 정상화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금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플랫폼 혁명 시대의 금융도 빅테크(네이버·카카오·토스 등)와 금융의 융합 시대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는 추세에 부응해 한국의 중층적인 금융 규제 혁파로 새로운 금융산업을 육성하면서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자산 시대에 부응해 디지털자산 사업의 발전과 투자자보호 간의 균형을 도모하는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 이미 올 초 상용화하기 시작한 중국의 디지털위안화 시대에 부응해 동아시아 지역 통화가 디지털위안화에 의해 지배되지 않도록 대책도 추진해야 한다. 금융산업의 선진화 없이는 한국 경제의 선진화는 요원하다.
디지털플랫폼정부 추진과 금융 정책의 변화
디지털 플랫폼은 분리된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공유·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통해 평등하고 공정한 서비스 제공 등 공익적 가치 실현이 가능해지면서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로 채택되었다.
20대 정부는 디지털 전환(DX) 시대에 부응하는 두 가지 중요한 정책 어젠다를 제시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한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금융규제 개혁을 위한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설치한 것이다.
향후 1~2년간 디지털플랫폼정부의 기획·도입 단계를 거쳐 3~4년차에는 구축·발전 단계로 추진하는 단계적 이행 로드맵도 마련했다. 정부 출범 3년 이내에 범정부적인 디지털플랫폼정부의 틀을 갖추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아울러 ‘디지털플랫폼정부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민관협력의 혁신 플랫폼 구축을 위해 법적 근거를 갖추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TF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난 9월 2일에는 1단3국 체제의 대통령직속위원회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국정과제인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구현해 양질의 데이터에 대한 개방·활용 환경을 조성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함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의 창출을 표방하고 있다. 정부가 독점 공급자로서 일방적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재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과 협업하는 국정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디지털플랫폼정부 TF에서 추진 방향을 발표한 이후 대통령령인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맡은 고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을 포함해 AI·데이터·보안 등 디지털 기술 전문가 23명으로 구성됐다. 민간위원이 19명이고 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 장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등 당연직 정부위원이 4명이다. 민간위원들은 ▲인공지능·데이터 ▲인프라 ▲서비스 ▲일하는 방식 혁신 ▲산업생태계 ▲정보보호 등 6개 분과에서 활동한다.
인공지능·데이터 분과는 데이터 개방 촉진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논의하고 인프라 분과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를 모으고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의 운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서비스 분과에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 공공서비스 제공 방안을 모색한다. 일하는 방식 혁신 분과에는 신기술을 활용한 정부의 일하는 방식 혁신 방안을 논의하고 산업 생태계 분과에서는 민간과 공공이 함께 성장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선순환 생태계 조성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며 정보보호 분과에는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앞으로 ▲민관 협업과 통합 서비스 제공을 위한 디지털플랫폼정부 혁신 인프라 구현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데이터 전면 개방 및 활용 촉진 ▲인공지능·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정부의 일하는 방식 혁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용 환경 보장 등 4대 과제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구현하고 있는 나라는 에스토니아다. 에스토니아는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통해 국민의 편의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정부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인 작은 정부를 구현하고 있다. ‘디지털 영토’와 ‘디지털 국민’ 개념을 도입해 전 세계 누구나 에스토니아 디지털 정부의 인증을 받은 사람은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국민이 될 수 있고, 창업하고 세금도 내며 디지털 국민으로서 권리도 누릴 수 있다. 한국인도 벌써 수천 명 정도가 에스토니아 디지털 국민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금융규제혁신회의’(의장 박병원)를 출범시키고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정부에서도 금융혁신기획단을 설치하는 등 많은 금융 규제 혁신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추동력이 붙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규제혁신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금융산업은 디지털 전환 및 빅블러 현상으로 인한 산업 구조와 기술 변화에 대응하여 새롭게 변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하면서 “금융 규제를 혁신하여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BTS’와 같이 글로벌 금융 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눈의 띄는 대목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다. 금산분리는 만시지탄이 있는 한국만의 시대착오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로 진작 폐기되었어야 할 규제다. 아울러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가상자산, 조각투자 등 디지털 신산업에 대한 규율 체계를 정립하는 등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은 특히 디지털화, 빅블러 현상이 급속히 진행 중인 분야이므로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금융과 결합하고, 핀테크, 빅테크 등 새로운 플레이어 진입으로 금융산업의 구조 변화가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암호화폐와 관련해서도 가상자산 등 새로운 분야의 경우 산업의 책임 있는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규율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국내 ICO금지에 따라 해외에서만 ICO가 진행하는 제도의 개선,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관련 업무 영위 허용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은 윤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다. 국회에도 여러 건의 법안이 이미 제출되어 있으므로 조만간 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랫동안 국내 암호화폐 발행 산업을 짓눌러 왔던 국내 ICO 금지 제도의 개선도 주목된다. 국내ICO가 허용되면 많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국부와 기술을 유출하면서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어지고 그 결과 한국에서도 스위스 쥬크와 같은 크립토 특구가 발전할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관련 업무 영위 허용 검토도 주목된다. 현재 금융회사는 가상자산 관련 업무를 직접적으로는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은 블록체인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지분을 투자해 업무에 참여는 방식으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했다. 아직 현행법상 은행이 직접 가상자산 수탁 업무를 겸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관련 업무가 허용되면 합작법인 설립 지분 참여를 넘어 커스터디 사업에 직접 진출하는 금융회사가 늘어날 전망이다. 업무 영위 허용 범위에 따라서는 암호화폐 선물상품도 출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암호화폐 산업의 중흥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에 제안된 금융규제혁신방안으로 겹겹이 쌓인 규제가 일거에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규제혁신이 주장되고 있다.
이어 금융위원회는 9월 6일 ‘증권형 토큰 자율 체계 정비 방향’에 대한 세미나를 통해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되는 증권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는 가상자산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위해서 연말까지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성 판단을 위한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을 개정해 향후 블록체인 기록물에 원본성을 부여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증권형토큰은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며 그 외 비증권형(지불형과 유틸리티 토큰)은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포함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KRX)에 디지털증권시장을 추가 개설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발행은 예탁결제원이 등록∙심사하고 발행인이 계좌 관리 기관으로 토큰을 생성하며 예탁원이 총량 관리하게 된다. 유통은 장외시장에서는 증권사가 중개하고 장내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 디지털증권시장에서 거래되며, 결제는 예탁원이 맡는다.
디지털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개선 내용
암호화폐는 특금법 시행으로 가상자산으로 불리다가 최근 NFT, 메타버스 등 디지털 자산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이들을 포함한 보다 폭 넓은 의미의 디지털 자산으로 불린다. 한국은 암호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 붐이 전 세계를 휩쓸던 2017년만 하더라도 암호화폐의 강국이었다. 당시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은 거래량 면에서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8년 금융당국이 블록체인은 인정하지만 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한국의 암호화폐 산업은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암호화폐 거래는 유사 수신행위로 단속하고 암호화폐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로 간주했다. 플랫폼에서 전자상거래를 하는 통신판매업자는 엄청나게 많아서 어느 통신판매업자가 암호화폐를 거래하는지조차도 제대로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심지어 사기성 거래도 횡행하면서 투자자 피해도 속출했다.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으니 암호화폐를 발행하기 위해 백서를 발간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암호화폐공개(ICO)도 인정하지 않았다. 많은 암호화폐 회사들이 스위스, 지브롤터, 홍콩, 싱가포르, 일본에 재단을 설립하고 ICO를 했다. 암호화폐거래소를 해외에 설립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해외에서 암호화폐 ‘링크’를 발행하고 카카오가 일본에 블록체인자회사 ‘그라운드X’를 설립 후 암호화폐 ‘클레이’를 공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로 인해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고 기술유출 우려도 증가했다.
한국과는 달리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암호화폐를 자산, 금융자산 또는 민간화폐로 인정하고 투자자보호를 위해 거래소는 등록제를 도입하는 추세가 일반화되었다. 암호화폐를 화폐로 간주해 과세는 부가가치세가 면세되고 거래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 하는 추세 속에서 미국, 일본은 소득세에 대해서 과세하기 시작했다. 스위스 금융당국(FIMA)이 제정한 가이드라인이 확산하면서 코인/토큰을 증권형코인/토큰, 지불형코인/토큰, 유틸리티코인/토큰으로 구분하고 증권형코인/토큰은 증권으로 간주해 증권거래법의 규제를 받게 했으며, 지불형코인/토큰에 대해서는 자금세탁방지(AML, Anti Money Laundering)와 고객신원확인(KYC, Know Your Customer) 시스템의 구축을 요구했다. 반면 유틸리티코인/토큰은 비규제 추세로 받아들이는 등 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규제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미국에서 2020년 3월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재개하였고, 암호화폐 가격은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2020년 하반기부터는 암호화폐를 예치하고 대출받는 탈중앙화금융(DeFi)이 확산되고 지난해부터는 NFT와 메타버스 열풍과 함께 올 2월의 북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도 상용화되면서 암호화폐 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규제에도 불구하고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투자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9월말 한국의 비트코인 거래액이 3,584조 원을 기록해 코스피 거래액 3,126조 원을 넘어섰다. 투자자도 57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암호화폐 가격은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TATF)의 권고에 따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제정하고 지난해 3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정의하고 거래소를 가상자산사업자로 규정해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도록 했다. 신고요건 중 가장 중요한 요건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고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개설해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거래소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한 은행에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 세탁 방지 의무와 의심 거래 시점(STR) 보고 의무를 과도하게 부과한 결과, 은행들이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결국 현재까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의 5개 거래소만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아 원화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ISMS 인증을 받았으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은 24곳은 코인 간 거래만 가능한 코인마켓을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수수료 급감으로 인한 운영의 어려움으로 나머지 37곳은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은 획기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공약대로만 추진된다면 한국 디지털자산 산업에 중흥기가 도래할 수도 있는 공약들이다. 주요 공약을 보면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 △암호화폐공개(ICO), 거래소 대행 암호화폐공개(IEO, Initial Exchange Offering) 허용 △NFT 활성화 위한 디지털 자산 시장 육성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코인 투자자 수익 5천만 원까지 비과세 △디지털 혁신금융 생태계 조성 △AI 데이터 거버넌스 보안 강화를 위한 데이터 이용 환경 개선 △블록체인 등 신기술 금융 접목 확대 △사이버 보안 강화 등이다. 이 밖에 공약집에는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도 거론되었다. ICO, IEO만 허용되어도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되는데, 여기에 디지털산업진흥청마저 설립되면 디지털 산업의 진화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에 독과점으로 투자자보호가 소홀해질 수 있으니 거래소를 늘릴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일 거래량이 한국의 절반 정도인데 현재 거래소 23곳이 영업 중이다. 두바이국제금융센터에서도 약 40여 곳의 거래소가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는 원화마켓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해 은행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FIU가 자금세탁거래징후, 이상거래징후를 탐색하는 역할을 한다. 가상자산에서도 가상자산정보분석원(VIU)(가칭)를 설립하여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게 할 수도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상장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거래소들이 상장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같은 업권법 제정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가상)자산협회를 금융당국이 인가해 자율규제기관(SRO)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스위스 크립토밸리의 크립토밸리협회(Crypto Valley Association)와 같은 기능이다. 이러한 제도 정비를 통해 디지털(가상)자산 산업 육성과 규제 간의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 한국은 규제가 많은 국가다. 한국의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는 크립토 산업에 대해서는 ‘사전허가 사후규제(사전에 허가하고 문제가 발생 시 사후에 규제하는 샌드박스식 규제)’ 하는 규제 프리(Free) 특구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부산에는 크립토비치, 제주도에는 크립토아일랜드를 특별자유경제구역으로 지정해 많은 외국 관련 회사들을 대거 유치하고, 동아시아의 디지털 금융 중심지로 키워야 한다. 이렇게 되면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의 발달은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여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그 하드웨어 기반인 초고속통신망, 모바일, 반도체가 발달되어 있어 소프트웨어, 즉 규제 혁파(사전허가 사후규제), 창의인재 양성, 모험금융산업 육성만 실행된다면 한국은 세계 디지털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디지털 금융 중심지 위한 금융감독 체계 방향 전환 필요
한국이 세계 디지털 금융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가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의 부실화로 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중앙은행이 최종적으로 구제금융을 지급할 수밖에 없어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 기능이 중요함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은행, 제2금융권에 대한 감독은 거시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중앙은행이 관장하고 나머지 증권, 보험 등은 금융시장감독원을 별도로 설립해서 운용하는 추세가 대세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이다. 영국은 따로 분리되었던 은행감독 업무를 다시 영란은행(BOE)으로 통합해 영란은행 총재 아래에 두 명의 부총재를 두어 한 명은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MPA(Monetary Policy Authority)를 관장하고 다른 한 명은 은행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FCA(Financial Concuct Authority)를 관장하고 있다. 미국 연준도 은행감독 업무를 강화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금융산업의 진흥을 담당하는 금융 정책과 금융 안정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금융감독이 지금의 금융위원회처럼 한 부서에서 담당하면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은 금융 정책과 금융감독 업무를 분리하고 있다. 또한 금융 정책은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개방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국내 및 국제 금융 정책을 같은 부서에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은 지금 국내 금융 정책은 금융위원회에서, 국제 금융 정책은 기획재정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새 정부의 정부부처 개혁 시 반영되어야 할 과제다.
디지털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성 및 향후 전망
금융규제혁신방안 추진 과정에서 금융권 협회 수요 조사에 은행연합회, 생·손보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금융투자협회, 핀테크산업협회,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 등 8개 금융권 협회만 참여하고 암호화폐 관련 협회가 참여하지 않았다. 수많은 암호화폐 관련 협회들이 난립해 있지만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암호화폐 산업을 대변해 금융당국의 카운터파트로 인정받고 있는 협회가 없다는 의미다.
지난 6월 28일 가상자산시장의 잠재적 위험 요인을 발굴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5대 거래소를 중심으로 ‘가상자산시장 리스크 협의회’가 만들어져 5대 가장자산거래소의 준법감시인 5명과 업계 학계 외부전문가 9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참석한 첫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거래소가 중심이 된 시장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협의체이다. 암호화폐 발행사들은 배제되어 있는 문제점이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발맞추어 조만간 거래소, 발행사 등 암호화폐 산업 전반의 의견을 대변하는 관련 협회가 출범해 금융당국의 카운트파트 자율기관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스위스 쥬크의 크립토밸리는 크립토밸리협회가 암호화폐 산업에 관한 한 스위스 금융당국의 카운터파트로서 유명한 핀마(FINMA)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특히 이번에 제안된 금융규제혁신방안을 통해 그 동안 겹겹이 쌓인 규제가 일거에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규제 혁신이 요구된다. 그 동안 주장되어온 금산분리 완화는 핀테크·빅테크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자본이 금융업을 영위하는 것을 엄격히 규제해 온 금산분리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 금융위가 발표한 ‘디지털화, 빅블러 시대에 대응한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에서 주장되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는 기존 은행들의 UI/UX디자인 회사, 부동산 등 생활서비스 업체 인수, 중소기업 사업 지원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영상‧문서 관련 디지털 인식 기술 업체 인수 등 기존의 금융회사들이 연관 산업을 영위하도록 완화하자는 주장이 주된 내용이다.
한편, 최근 발생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게 강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이나 불공정 알고리즘 문제 그리고 이번에 드러난 데이터 백업 센터와 보안 문제 등은 당연히 개선되고 강화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섣부른 플랫폼 규제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꽃은 플랫폼 기업이다. 이를 섣불리 규제 일변도로만 나가는 경우 텔레그램, 구글, 아마존 등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져 자칫 4차 산업혁명에 큰 타격이 될 우려도 있다. 구조적 독과점 문제가 해결되도록 경쟁을 촉진하고 데이터 백업 센터와 보안 문제 등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되 플랫폼 산업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 저작권법에 의하여 해당 콘텐츠는 코스콤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 따라서, 해당 콘텐츠는 사전 동의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합니다.
인기 콘텐츠
-
코스콤 리포트 금융정책과 금융감독·규제의 새로운 전환 11월 8, 2022
-
코스콤 리포트 웹 3.0, 무엇을 바꿀 것인가? 10월 7, 2022
-
기타 , 이벤트 [이벤트]2023 검은 토끼 해 설맞이 이벤트 1월 18, 2023
-
Opinion 고객 데이터 플랫폼(Customer Data Platform) 시대 10월 27, 2022
-
코스콤 리포트 국내 STO 시장 현황과 전망 3월 29, 2023
최신 콘텐츠
-
AIOps(AI옵스) 성공요소와 금융회사 활용방안2023. 9. 26 | 코스콤 리포트
-
증권사 AI 기반 디지털 전환의 주요 과제와 이슈2023. 9. 26 | Opinion
-
핀테크 전문가 과정 10월 교육 과정 안내2023. 9. 25 | 코스콤 NOW
-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실현과 마이데이터의 확대2023. 9. 25 | 코스콤 리포트
-
코스콤, 하반기 신입·경력 채용…블라인드 채용방식2023. 9. 25 | 코스콤 NOW
인기 콘텐츠
-
코스콤 리포트 국내 STO 시장 현황과 전망 3월 29, 2023
-
Opinion 증권사 AI 기반 디지털 전환의 주요 과제와 이슈 9월 26, 2023
-
금융IT 이슈 따라잡기 [카드뉴스] 키워드로 본 금융IT Issue 09월 #1 9월 14, 2023
-
코스콤 리포트 웹 3.0, 무엇을 바꿀 것인가? 10월 7, 2022
-
코스콤 NOW 2023년 상반기 신입직원 공개채용 5월 15, 2023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