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를 없애다

202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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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 영업 관행, 제도 개선에 대한 TF를 설립하고 국내 5대 은행 중심의 ‘은행권 과점체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는 은행업 진입 장벽을 낮추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과점 해소의 주요 방법일 것이다. 이를 위해 은행업 영위가 가능하도록 인터넷 전문은행 확대, 상대적으로 작은 자본금 요건을 인가기준으로 하는 챌린저 은행 등 혁신은행의 도입도 검토 중이다.

본고에서는 최근 정책현안으로 주목 받는 은행 과점체제 해소를 위한 금융당국의 방안에 관해 살펴보고, 이로 인한 국내 금융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점검하고자 한다.


| 스몰 라이선스 활성화 및 챌린저 은행의 역할

금융당국이 제시한 은행권 과점해소를 위한 방안은 은행권 경쟁 촉진, 금리 체계 개선, 은행 임직원 보수 체계 개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등이다. 이중에서 가장 주목 받는 내용은 은행권 경쟁촉진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 중인 개선안은 이른바 소규모 인허가를 지칭하는 스몰 라이선스(Small Banking License)의 부여다. 스몰 라이선스란 금융당국이 은행업 인허가를 세분화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최소 자본금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제한된 업무 범위 내에서 영업 활동을 영위토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신규 은행업 사업자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은행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제시하는 새로운 은행 출현이 기대된다.

스몰 라이선스는 영국, EU에서 활성화 되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소비자 신뢰 하락과 관련이 있다. 즉, 스몰 라이선스 부여는 소비자 편익 제고를 목적으로 기존 은행에 도전하는 혁신 은행의 출현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영국은 이러한 혁신 은행을 챌린저 은행(Challenger Bank)으로 지칭하고, 작은 규모의 자본금 요건을 통해 은행업 영위가 가능토록 인허가를 부여했다. 2022년 기준 영국의 챌린저 은행은 20개가 넘는다.

영국의 챌린저 은행은 핀테크와 파트너십을 추진하여 특정 금융부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탈링(Starling)은 기업대출 영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레볼루트(Revolut)는 작은 규모의 챌린저 은행에서 출범해 현재 거대한 금융기업으로 도약하였다. 레볼루트는 주식,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등 종합금융회사로서 사업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챌린저 은행들은 대체로 은행 시장에서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고액자산가, 신용점수가 없는 청년층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영업력을 집중한다.


| 챌린저 은행의 국내 도입에 따른 고려 요인

2015년 7월 영국에서 해외결제 및 송금서비스 분야 사업을 출범시킨 챌린저 은행인 레볼루트는 현재 영국 4개 금융그룹의 수준에 해당되는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에 놀라운 성공을 거둔 레볼루트 사례의 경우 챌린저 은행 도입이 국내 시중은행을 위협할만한 수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일부 주장을 반박한다.

레볼루트의 성공 사례는 챌린저 은행이 충분히 은행업계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로 인한 국내 은행의 과점체제 해소에 도움이 됨을 시사한다. 따라서, 레볼루트의 성공 사례를 챌린저 은행에 대한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고려할 주요 자격요건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성공 사례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다양한 고객층에 맞춘 서비스 가격 책정, 현지 영업 중심의 글로벌화, 소비자 편의성을 갖춘 경쟁력 있는 고객 접점 채널의 확보다. 해당 사항을 챌린저 은행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주요 평가 항목으로 고려할 경우 금융당국이 원하는 정책 목표 달성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다양한 고객층에 맞춘 서비스 가격이란 소비자의 특성에 맞춤 다양한 서비스 가격 제시를 의미한다. 이는 많은 금융소비자 확보와 충성고객을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구독 서비스 모델을 가격 정책의 근간으로 도입한 챌린저 은행은 캐시백, 무료 환전, 계좌 기반 서비스(결제 후 남은 잔돈의 부채 상환, ETF 투자, 조기 급여 지급 등)의 혜택을 가격으로 차별하는 방향으로 서비스 가격(금리 및 수수료)를 다양화했다. 현재 국내 은행이 우대금리 및 수수료를 예적금, 대출, 외환 서비스 부문에 국한해서 적용하는 것보다는 챌린저 은행의 가격 유연폭이 높다. 이러한 가격 유연성은 금융소비자 유인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경쟁력 있는 소비자 접점 채널의 확보는 챌린저 은행 인허가에서 주요 고려 사항으로 다룰 부분이다. 최근 오프라인 영업 채널보다 비대면 영업 채널이 비용 효율성 및 소비자 접근 편의성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국내 은행도 비대면 영업 채널 확대를 위해 영업점 축소 및 디지털 금융 거래 확대를 위한 모바일 앱 고도화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로써, 고도화된 금융플랫폼을 확보하거나 향후 확보 가능성이 높은 챌린저 은행에 대한 인허가 심사 시 이를 우대 사항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은 단순히 금융 거래만이 이루어지는 고객 접점 채널이 아닌 금융생활, 투자, 보험, 여행 등의 정보확보 및 서비스 선택이 이루어지는 고도화된 플랫폼으로 전환 중이다. 고도화된 플랫폼이 충성 고객 확보에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레볼루트는 자주 여행을 다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환전 편의성을 제고시킬 목적으로 디지털 환전 앱을 구축함으로써, 외환 서비스를 조기에 확대하는 효과를 거뒀다.


|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 확대 가능성

챌린저 은행 인허가를 통한 은행업 진입이 확대될 경우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는 한층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챌린저 은행은 IT 기술을 활용한 소매 금융의 디지털화에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챌린저 은행은 모바일을 활용한 디지털 거래 채널을 통해 예적금, 대출, 보험, 신용카드 서비스 등에서 타사와의 서비스 비교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고 한다.

챌린저 은행은 금융소비자의 긍정적 금융거래 경험을 앱 기반의 금융플랫폼 등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소비자와 공유하려고 한다. 합리적인 수수료, 다양한 부가혜택, 금융서비스 이용의 편의성 등 긍정적인 소비자 경험은 더 많은 소비자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핀테크와의 사업 제휴는 필수적이라, 기존에 핀테크사가 은행의 계좌를 통한 결제지원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은행권과 협업했던 것처럼 핀테크사와 챌린저 은행과의 사업 제휴는 한층 강화될 것이다. 특히, 핀테크 기업들은 유사 금융업 확대를 위한 은행지원 서비스가 필요한데, 은행의 결제 지원을 받아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BaaS(Banking as a Service) 대상자로 챌린저 은행이 적임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지난 3월 7일 금융위는 핀테크 기업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디지털 혁신을 통한 금융업의 실질적 경쟁촉진과 혁신 방안’에 대한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금감원, 금융결제원, 핀테크지원센터를 비롯 보스턴컨설팅그룹, KB금융 등 유관기관 및 민간전문가, 업계 등에서 참석해 핀테크 기업 등 신규 플레이어의 금융업 진출 확대를 유도하여 금융업의 실질적인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건의된 주요 내용으로는 스몰 라이센스 도입, 지급·결제 계좌 개설 허용, 취급 가능한 금융상품의 확대, 온라인연계투자 지원이 있었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보스컨컨설팅그룹은 국내외 핀테크 기업의 사례를 소개하며 핀테크가 라이선스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 사업모델을 펼치고 있으며, 효용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핀테크는 인수를 통해 라이선스를 취득, 인터넷 은행 사업 모델로 확장하는 경우 발생하고, 미국 내 톱5 디지털 뱅크로 발전한 SoFi는 금융 플랫폼과 인프라 모두 글로벌 선도 역량을 갖춘 사업자가 됐다고 소개했다.

실례로 미국의 차임(Chime)은 핀테크 기업으로서 제조사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형 뱅킹인 BaaS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차임은 ‘Get Paid Early’라는 급여 선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송금 수수료 없는 계좌개설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BaaS 사업은 은행이 핀테크에게 금융서비스를 지원하고, 핀테크의 혁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협업 모형이다. 핀테크가 은행 인허가를 취득하지 않고, 은행의 지원시스템을 이용하여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은행 입장에서는 신규 수수료 창출이 가능하고, 핀테크는 은행 인허가 취득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챌린저 은행이 오프라인 영업보다는 플랫폼을 활용한 디지털 금융거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핀테크의 파트너로서 적합하다


| 금융투자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

챌린저 은행의 국내 은행업 진출은 금융투자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챌린저 뱅크의 사업 범위가 은행 고유 업무인 예금, 대출, 결제 외에도 보험, 투자 부문으로 진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챌린저 은행은 겸영업무 허가를 받아 비은행 업무 영위를 추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챌린저 은행이 시장 차별화를 위해 타깃고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와 관련이 있다.

금융소비자의 유치를 위한 전략으로 혁신 금융서비스 제공은 필수다. 최근 챌린저 은행은 핀테크와 협업하여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챌린저 은행인 N26은 전문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의 서비스를 제시한다. N26은 Vaamo라는 핀테크와 제휴하여 투자자 위험성향에 부합하는 투자상품을 추천하고 판매한다.

이로써, 금융투자업체는 챌린저 은행 출현 시 이를 경쟁자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금융투자업체 전반에 사업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챌린저 은행의 계좌 기반 서비스의 일환인 결제 후 남은 잔돈에 대한 ETF, 해외주식 투자 등 소액자산운용 서비스의 활성화가 예상된다. 이로 인한 금융투자 규모 확대는 금융투자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금융투자업체의 경우 겸영업무 확대를 위해 챌린저 은행 인허가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1천억원 수준의 은행 자본금 요건이 크게 낮아지면서, 금융투자회사의 경우 금융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챌린저 은행 인허가 획득을 고려할 수 있다. 더욱이, 챌린저 은행과 함께 은행 과점체제 해소를 위해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종합지급결제업은 챌린저 은행 인허가 취득 시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종합지급결제업의 주요 내용은 지급결제 계좌를 비은행업체에게 허용하는 데 있다.

그 동안 은행의 결제 계좌를 이용하는 데 지출된 수수료 비용, 은행에 대한 사업 종속 경향이 해소될 경우 챌린저 은행 영업을 기반으로 여수신, 지급결제, 외환 및 송금 사업 등을 영위할 수 있어, 증시 상황에 따라 수익이 변동하는 업계의 위험을 사업 다각화를 통해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챌린저 은행의 인허가 도입은 금융투자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고, 새로운 신상품 출현을 빠르게 하는 역할로 작용할 것이다. 아울러, 챌린저 은행 인허가 사업은 금융투자업체들의 챌린저 은행 및 종합지급결제업 인허가 획득을 통한 사업 다각화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도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법인대상 지급결제 허용 논의를 구체화하기 시작하면서 증권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되면 증권사의 법인 사업 등 IB(기업금융) 기능이 확대되는 등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 정책에 대한 제언

최근 정책적 현안으로 부각되는 국내 주요 은행의 과점체제 해소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만이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 본고에서 주로 다루었던 제한된 은행 고유업무 수행을 전제로 한 부분소규모 인허가(스몰 라이선스), 혁신적 금융서비스 출현을 전제로 금융업권의 메기 역할을 할 챌린저 은행은 모두 은행업권의 경쟁 촉진을 목표로 하는 방안들이다.

하지만, 은행의 과점체제 해소를 위해서는 경쟁 촉진 외에도 은행의 주요 수익창출 기반이 되는 대출금리의 합리적 산정도 필요하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자금조달 수준을 반영한 준거 금리에 차주의 위험수준, 업무원가, 목표이익률 등이 추가된 가산금리를 반영한다. 그런데, 고금리 상황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춘 국내 주요 은행들은 전체적으로 대출금리 수준을 상향조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투명한 가산금리 산정 내역이 공시될 필요가 있다. 현재 은행별 잔액기준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은행별 전세대출 비교 공시, 가계대출 금리 공시 세분화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산금리 산정 내역에 관한 정보는 불충분한 상황이다.

또한, 국내 은행 스스로가 혁신적 금융상품 개발에 주력함으로써, 이자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사업형태를 바꿀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지원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스몰 라이선스 및 챌린저 은행 인허가,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은 사실상 비은행업권에 대한 은행업무 겸영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은행도 비은행업체, 테크핀 등과 공정 경쟁할 수 있도록 겸영업무를 허용하는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금전신탁업에 국한된 은행의 신탁업의 경우 사업영역 확대로 비이자이익 창출이 가능하게끔 현재 금융투자업체에만 허용되는 불특정금전신탁의 문호를 개방하는 것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참고로 특정금전신탁과 불특정금전신탁의 구분은 수익자가 신탁재산의 운용을 지정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전자는 수익자가 재산운용을 지정할 수 있지만, 일명 펀드라 지칭되는 후자의 경우 지정이 불가능하다. 은행의 금전신탁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은행의 비이자 수익 창출의 주요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특정금전신탁에 머물러 있는 은행의 신탁업 확대를 겸업차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경우 자칫 은행 예금자에게 손실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은행 겸업의 규제완화에 대한 정책보완사항으로 고려해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중인 예금자보호한도의 상향조정안은 향후 은행과점해소 과정에서 은행사업행태가 점차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기에 매우 시의 적절하다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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