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권력의 대이동, 누가 움켜쥐는가?

2018.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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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영 이데일리 기자

 

매개하라 Go-Between
임춘성 지음│출판사 쌤앤파커스

 

연결과 매개의 천재들, 세상을 장악하다!

세계 최대 인터넷 종합 쇼핑몰 ‘아마존’에는 없는 게 없다. 조만간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까지 팔지도 모르겠다. 아마존은 작은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유통업계 혁신을 일으키며 전자책,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 온갖 산업에 손을 대며 유통 기업이란 이미지를 스스로 깬 지 오래다. 낮은 수수료와 전자상거래 기술을 무기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유통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마존뿐이 아니다. 알리바바, 페이스북, 카카오 등 요즘 잘나가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보자. 이들은 어떻게 순식간에 세상을 장악했을까. 제품도 공장도 없이 남들이 수십 년, 수십만 명을 투자해 만든 것을 단숨에 능가해 버렸다. 거대 자본이나 긴 시간 소요도 없이 말이다.
그렇지만 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연결해준다. 즉, 이들은 연결과 매개의 천재들이라는 점이다.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에서 벗어나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바로 이어주는 ‘매개 비즈니스’가 도래한 것이다.

 

소유하지 말고 매개하라!

임춘성 연세대 교수가 쓴 책 ‘매개하라 GO-Between’은 이러한 매개와 매개자, 매개 비즈니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임 교수는 매개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산업의 판도를 강조한다. 그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부와 권력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며 “이를 움켜쥐는 자는 바로 매개자가 될 것이다”라고 책에서 주장한다.
실제로 알리바바의 경우 만든 것을 연결만 해주고 회사 평가액 132조 원을 외치고 있다. 제조는 모두 다른 업체에 맡기고 속 편하게 장사하는 애플은 세계 최고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보다 수익이 6~7배 높다. 임 교수는 이들을 예로 들며 “모두 산업사회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만든 자보다 더 가진 자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들이야말로 사이에 끼어들어 도리어 자릿세와 유명세를 챙기는 얄밉지만 현명한 매개 비즈니스라는 얘기다.
특히 이 책은 단순한 경영 노하우가 아닌 ‘아주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용서이기도 하다. 임 교수는 완전히 달라진 비즈니스 판도를 읽기 위해서는 8가지 부류의 ‘매개자’를 알아야 하다며 매개 전략도 소개한다. 필터, 커뮤니케이터, 모빌라이저, 코디네이터, 어댑터, 에이전트, 매치메이커, 컴바이너가 그것이다. 또 이를 어떤 상황, 어떤 비즈니스에 어떻게 활용할지를 안내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유망 아이템은 물론이고 먹고사는 모든 문제, 미래 직업 등 세상의 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제시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이미 시작되었다. 여기에 올라탈 것인가, 밀려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이 물결에 동승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미래 전략을 고민하고 매개 비즈니스를 펼치라고 임 교수는 책에서 강조한다.

 

함께 읽으면 좋을 도서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양경수 지음 | 출판사 오우아

 

‘일주일 중 가장 끔찍한 날은?’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답할까. 직장인이라면 아마 대부분 ‘월요일’을 꼽지 않을까. 그렇다면 일주일 중 가장 좋은 날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비슷할 것 같다. 하루만 버티면 쉴 수 있는 ‘금요일’이라고.
월요일 아침, 우리는 오늘도 축 늘어진 눈꺼풀을 힘겹게 뜨고 무거운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며 회사로 향한다. 다행히 우리에겐 5일만 버티면 돌아오는 이틀간의 꿀 같은 ‘토·일요일’이 있으니.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애환을 짧은 글과 삽화로 보여주는 책이 있다. 2016년 나온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이란 제목의 책으로 힘든 직장생활을 버텨야 하는 20~30대들에게 공감을 사며 화제를 모았다. 페이스북에 ‘약치기 그림’이라는 타이틀로 그림을 연재해 온 양경수 작가가 삽화를 그려 더 눈길을 끈 책이다. 양 작가는 약치기 그림에서 매일매일 조직생활의 부조리와 고난을 견디는 직장인의 애환을 실감 나게 보여줘 팬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직장인 사이다’란 애칭까지 생겼다.
‘약치기 그림’에 미공개 컷들이 이 책에 더해졌다. 각 장면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한 컷 한 컷 모두 재치 있는 만화로 보인다. 그렇지만 출근부터 퇴근까지 직장인의 24시간을 완벽하게 재구성함으로써 매일 반복되는 일상생활의 고투를 한 편의 장편에 담은 느낌이다.
예를 들어 책 초미에 나오는 컷 중 ‘아침 활기차게 출근했으니 오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란 문구를 읽는다면 ‘뭐 뻔한 소리네’란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퇴근만 생각해야지~!’라는 부분까지 읽고 나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아, 나도 그렇지’라며 저절로 웃음이 난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컷에서는 직장상사가 “어떤가? 자네 생각은”이라고 묻는다. 아래 직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우리가 회사생활에서 항상 해 온 그 답이다. “매우 좋습니다.” 상사는 만족하겠지만 직원의 속내는? 굳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이 한 장면만으로 직장인들은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괜히 의견을 냈다가 잘못되면 분명 내 책임으로 돌릴 테니 밝고 긍정적인 표정으로 답하자. 매우 좋다고.’
슬프지만 조직생활을 해 나가는 직장으로선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회사 대표나 경영진은 항상 직원들에게 “애사심을 갖고 자신의 회사라고 생각하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박봉에, 매일매일 이어지는 야근에, 상사의 부조리한 지시, 내부정치를 해야만 승진하는 비합리적 조직생활 속에 대부분의 직장인은 양 작가가 책에서 말한 것처럼 ‘퇴사라는 꿈’을 꿀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또 회사에서 말이 잘 안 나오고 혼자 있고 싶은 직장인의 증세를 일컫는 ‘일하기싫어증’, 직장상사로 인해 얻은 화병인 ‘상사병’ 등 신조어도 양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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