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모델의 변화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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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혜인(우리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

디지털 자산관리(WM) 플랫폼의 부상과 한계점

팬데믹 이후 비대면 자산관리가 주류로 자리 잡으며, 디지털 서비스가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산관리 서비스 이용 고객들의 디지털 플랫폼 사용 비율은 2021년 66%로, 4년새 23%p 증가했으며, 초고액자산가의 51%가 자산관리 서비스에서 자기주도적 자산관리 툴과 디지털 역량을 요구하는 등 전반적으로 자산관리사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디지털 채널을 통한 직접적 의사결정을 선호하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WM 회사의 95% 이상이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WM 시장 수익은 2027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디지털 온리(Digital-only), 하이브리드를 모두 포함한 디지털 자문 서비스 분야는 같은 기간 연평균 20% 이상의 빠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는 높지 않다. 초고액자산가들은 자산관리 서비스 중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전반적인 디지털 역량(52%),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통한 포트폴리오 성과 분석 서비스(52%)라고 응답했다. 디지털 플랫폼 특성상 대면 자산관리에 비해 서비스가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어 회사 간 서비스의 차별성이 부족한 것이 그 이유로 분석된다.

디지털 자산관리는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보다는 표준화된 서비스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부동산·PE와 같은 대체투자나 실물자산 투자(와인·미술품 등), 세금·법률과 같은 전문 분야에 있어서 대면 서비스와 같은 수준의 심도 깊은 상담을 제공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디지털 자산관리는 전통자산군인 주식과 채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디지털 WM 플랫폼의 획일성은 자산관리사들 사이에서도 위기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사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WM 플랫폼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서비스 간 이동이 용이한 점(64%)과 개인화 서비스의 낮은 품질(51%)을 고객 유출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한계점을 타파하고 경쟁우위를 점하고자,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디지털 WM 시장에서 서비스 차별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선진 금융회사의 사례 분석을 통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금융회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글로벌 금융회사의 디지털 WM 플랫폼 차별화 사례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①연금 관리 기능 ②대체투자 플랫폼 ③자산관리사 매칭 서비스 ④ESG 특화 정보 제공을 통해 서비스 차별화를 추진하며, 고객 수요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먼저 연금시장에서 차별화된 자산관리 플랫폼을 출시한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내 은퇴예정자의 ‘Retirement gap’(은퇴 이후 목표 저축 규모와 실질 저축 규모의 차)은 3.68조 달러로 추정되는 등 많은 투자자가 연금 자산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은퇴예정자의 40%가 2년 내 은퇴 자금에 특화한 서비스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은 이러한 연금 자산관리 수요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출시함으로써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고객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현재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고 있지 않은 투자자들도 연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연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자사 WM 플랫폼에 연금 관리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연금관리 특화 플랫폼인 ‘인텔리전트 인컴(Intelligent Income)’은 401(k)나 IRA와 같은 연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개인별 포트폴리오 관리와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401(k)는 고용주가 직원에게 제공하는 확정형 개인연금 계정을, IRA는 개인 은퇴연금 계좌를 말한다. 퇴직 후 고객이 설정한 기간 동안 원하는 금액을 급여처럼 지급 받을 수 있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주며, 이외에도 인출·세금 관련 자문, 온라인 채팅을 통한 24시간 전문가 상담, 향후 예상 자산 규모 시나리오 등의 기능을 통해 연금 자산을 원스톱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연금 플랫폼에 유입된 고객들이 전문적인 투자자문까지 서비스 이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기존 자산관리 플랫폼인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Intelligent Portfolio)’와 연계하고 있다. 부유층이 아닌 일반 고객도 심리·경제적 장벽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수수료와 자문료를 무료로 설정했으며, 고객이 원할 경우 전문 자산관리사의 1:1 자문, 투자대상 상품의 확대와 같은 프리미엄 서비스가 포함된 유료 서비스(가입비 300달러, 월 자문료 30달러)로도 전환이 가능하다.

다음은 디지털 자산관리에 있어 불모지였던 PE 시장에서의 서비스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다. PE 시장은 공개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가 부족하고, 데이터 표준화가 어려워 일반적인 자산관리 플랫폼에서는 제외되어 있었다. 또한 최소 투자금액이 평균 2,500만 달러에 달해 개인투자자가 투자하기에는 어려운 분야로 인식된다.

핀테크 기업 문페어(Moonfare)는 PE 투자를 위한 플랫폼을 출시해 전통자산 위주로 제한되어 있던 디지털 자산관리의 영역을 대체투자까지 확장하였다. 또한 최소 투자금액을 5만 유로로 낮추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PE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인투자자의 PE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였다. 이뿐 아니라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정보와 실사(Due diligence) 결과 조회·정기적 실적 모니터링·세금 보고서 확인 등 PE 투자의 전반적인 과정을 플랫폼 상에서 실행할 수 있으며, 보유한 지분의 세컨더리 시장(Secondary market)에서의 매각이나, 투자자 간 네트워킹도 가능하다. 문페어는 해당 플랫폼을 은행·패밀리오피스·연기금과 같은 대형 금융사뿐 아니라, 인터넷 전문은행·핀테크사에게도 판매하면서 디지털 대체투자 플랫폼 확산에 기여하고 있으며, 보유 자산은 2022년 기준 22억 유로로 전년 대비 90% 성장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최근에는 개인고객들의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핀테크 업체들도 다양해진 고객층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세 번째로는 초개인화 영역의 확장을 통한 서비스 차별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초개인화서비스는 금융상품의 제안, 포트폴리오 구성과 관리, 투자 정보·운용보고서를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나, 초고액자산가의 51%가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지 못하는 등 고객의 눈높이와는 아직 격차가 존재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개인 선호에 맞춰 자산관리사(Advisor)를 1:1로 매칭해 주는 플랫폼인 ‘메릴 어드바이저 매치(Merrill Advisor Match)’를 출시, 포트폴리오 관리에 머물러 있던 초개인화 영역을 자산관리사 선택으로까지 확장시켰다. BofA는 미국 부유층의 1/3이 자신에게 맞는 자산관리사를 찾기가 어려워 WM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를 서비스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

‘Merrill Advisor Match’에서 고객은 우선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관여도(상담빈도·친밀도·적극성 등), 자문 스타일(의사소통·추천·결정 방법), 개인 성향(외내향성·문제해결 방식 등)을 알 수 있는 개별 성향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해당 서비스는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고객 성향에 맞는 메릴의 자산관리사 리스트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리스트 내에서 고객이 선택한 자산관리사와의 연결까지 플랫폼상에서 주선해주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탐색이 어려운 부분을 플랫폼에서 해소할 수 있어 부유층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은 고도화된 ESG 관련 정보·분석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다. ESG 투자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으나, 초기 확산 단계와 달리 그린워싱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가 생기며 투자 대상의 ESG 정보에 대한 요구가 까다로워지고 있다. ESG 투자 관련 설문조사에서 고액자산가의 55%가 투자를 통해 올바른 ESG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자산관리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응답했으며, 고액·초고액자산가의 약 40%가 추천 받은 금융상품의 ESG 점수를 요구하겠다고 답했다. 알라딘(Aladdin)은 블랙록(BlackRock)의 디지털 플랫폼으로, 처음 개발 당시에는 자체 자산운용 프로그램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자산운용사·자산관리사들이 사용하는 전문 플랫폼으로 발전해 블랙록의 B2B 사업 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블랙록은 알라딘의 ESG 기능을 강화시킴으로써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산관리사들이 보다 높은 수준의 지속가능 투자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알라딘은 ESG 관련 다양한 정보와 더불어 포트폴리오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는 분석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투자 대상 기업과 상품의 ESG 평가 및 관련 데이터, 기후 리스크 계량화, 사전에 설정한 지속가능성 목표를 위한 포트폴리오 제안, 규제 환경에 대한 교육 등을 제공한다.

또한 2020년 출시된 ESG 특화 모듈 ‘알라딘 클라이머트(Aladdin Climate)’는 기후 변화와 저탄소 경제 전환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블랙록은 2021년 ‘Clarity AI’ 지분을 인수하고 알라딘의 데이터 소스로 활용을 추진 중이며 ESG 데이터 공급자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독립 연구기관 로디움(Rhodium)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ESG 정보를 확대하는 등, ESG 데이터 전문 핀테크사와 제휴하여 알라딘의 ESG 기능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시사점

국내의 경우 마이데이터 사업 확산과 함께 디지털 WM 플랫폼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므로, 국내 금융사들도 글로벌 사례를 참고하여 차별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퇴직연금 제도 개편과 함께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연금 시장 내에서 금융회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차별화된 연금관리 플랫폼 구축을 통해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대체자산 디지털 플랫폼의 경우, 국내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이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와 관련한 핵심적인 기술을 내재화하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인 초개인화 서비스는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가 출시됨과 동시에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바, 기존 서비스에서 다루고있지 않던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여 고객층을 유입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ESG와 관련하여 보다 고도화된 정보와 분석 tool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자신의 투자에 대한 ESG 기여도나 영향력을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등 변화하는 니즈에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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