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VS 인간, 스타크래프트 대결의 의미는?

2018.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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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31일 인공지능(AI)과 프로게이머 간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이 펼쳐졌다. 게임 스타크래프트로 이뤄지는 첫 AI와의 대결이라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AI는 인간에게 4전을 내리 지며 압도적인 차이로 무너졌다. 스타크래프트의 영역에서 인간의 벽은 높았다. AI에 있어 스타크래프트가 체스나 바둑보다 더 힘든 게임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세기의 대결에서 인간이 승리한 비결과 이 승부가 남긴 의미를 되짚어본다.

 


 

글 이임복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

 

 

2016년, 세계 최초로 기계와 인간의 바둑 대결로 주목받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승부가 펼쳐졌다. 결과는 4:1로 알파고의 승리. 뒤이어 열린 중국의 바둑 천재 커제와의 승부에서도 알파고는 완승했다. 알파고는 세계에 놀라움과 동시에 두려움을 던졌다. 누군가 입력한 데이터만을 송출하는 게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AI의 성장을 보며, 과연 AI가 미래에는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가 상상하며 기대감도 증폭됐다.
사람들이 기대했던 경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다. 앞선 바둑 경기에서 알파고의 승리를 맛본 구글이 다음 승부수로 ‘스타크래프트’를 지목해 인간을 자극했다. 그리고1년이 지난 2017년 10월 31일, 서울 세종대에서 ‘인공지능 vs 인간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이 펼쳐졌다.
세계의 많은 관심 속에서 이 경기는 4대의 AI와 인간 3명의 승부로 이루어졌다. AI 측은 세종대의 ‘MJ봇’, 호주의 ‘ZZZK’, 노르웨이의 ‘TSCMOO’, 페이스북이 개발한 ‘체리파이’가 나섰다. 인간 측은 세종대 학생 2명과 송병구 프로게이머가 선수로 등장했다. 세미 경기에서 AI는 6번 중 5번을 이겨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본 경기인 송병구 선수와의 경기에서는 4전 완패를 했다. 승부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MJ봇은 테란을 택했고, 나머지 AI들은 저그를 택했다. MJ봇은 그래도 꽤 승부다운 승부를 펼쳤으나, 나머지 AI는 모두 극 초반의 ‘4드론 러시’(초반 드론 4개로 방어보다 공격 위주의 승부를 던지는 전략. 상대방이 초반 러시를 방어할 시 역공당하기 쉽다)를 선택해 모두 실패했다.

 


시합 후 ‘아직 AI가 스타크래프트로 인간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다’라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판단에 앞서 알아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이번 경기에서 쓰인 AI의 수준이다. 이번 대결에 알파고는 참가하지 않았다. 우리가 보았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딥러닝 기반의 AI가 아닌 정해진 수준의 스크립트에만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AI들이었다. 따라서 알파고가 아닌 이번에 쓰인 AI가 인간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스타크래프트’인 걸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둑과의 차이점에 있다. 바둑은 한 명이 수를 두고 난 후에 생각해서 다음 수를 결정한다. 반면 스타크래프트는 이런 기다림이 없이 실시간으로 수만 가지의 수를 결정해야 한다. 생산하면서 공격을 하고, 또 다른 곳에 기지를 확장하며, 상대방을 견제하는 등 그야말로 프로게이머들은 기계가 된 것처럼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한다. 특히 워낙 많은 변수가 있어 그때마다 새로운 전략으로 대결하는데 이번 AI들은 기존의 잘하던 패턴만을 반복했고, 그 수는 금방 프로게이머에게 읽혔다. 반대로 AI가 본격적으로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진 후에는 생산, 공격, 확장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경우 20마리의 저글링이 있을 때 하나하나 움직이기 힘든 반면, AI는 각각의 생명체처럼 동시에 움직이는 일도 가능하다. 이런 것들을 통해 AI는 복합적인 상황이 현실 세계에 일어났을 때 순간적으로 빠른 판단과 조작을 내릴 방법을 학습하게 된다. 이는 자율주행자동차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이 운전을 하면서 해야 하는 다양한 일들, 즉 앞을 보고 운전대를 조작하며 발로는 페달을 밟고 귀로는 음악을 들으면서 양쪽을 신경 써야 하는, 이 동시다발적 영역이 이제는 AI에 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를 학습한 AI는 더 정확한 판단을 해내지 않겠는가.

 

단순히 ‘AI가 인간과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벌인다’가 아닌 그 이상을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당장 주변을 보라. 알파고는 먼 곳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이미 AI는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아이폰에는 ‘시리’가 안드로이드폰에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들어 있는 세상이다. 여기에 더해 2017년 하반기는 카카오 미니,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 기가 지니 LTE, 누구 미니 등 AI 기반의 음성인식 스피커가 등장해 집으로 파고들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사람들도 갑자기 떠오르는 노래들을 검색이 아닌 ‘음성 명령’을 내려 듣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렇게 하나씩 익숙해지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AI는 우리 주변에서 흔한 일상이 돼 가고 있다.
그렇다면 알파고와의 본격적인 승부는 언제쯤 이루어질까? 2017년 7월 구글의 딥마인드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블리자드와의 협업 소식을 전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게임에 내장된 초급 수준의 컴퓨터를 이기지 못하는 수준이다. 알파고와의 정식 경기는 2018년 후반이나 돼야 성사될 것 같다. 그때까지 블리자드에서 무료로 배포한 스타크래프트 1과 2(starcraft.com/ko-kr)를 즐기며 이 세기의 대결을 기다리는 지루함을 달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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