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글로벌 공룡 ICT 기업의 금융 진출

2018.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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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공룡 기업들의 금융 사업 확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급결제에서 시작한 페이스북의 금융 사업은 급기야 페이스북 대출까지 등장하면서 날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 기업의 금융 사업을 통해 금융과 정보기술(IT) 융합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금융업계가 준비해야 할 과제를 들여다본다.

 


 

글 최민지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

 

 

글로벌 공룡 ICT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 본격화

최근 몇 년간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 글로벌 ICT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IT 플랫폼 내 대규모 고객 접점을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전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OS)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페이스북의 월간 접속자 수는 15억 명에 달하는 수준이기에 이들의 이런 움직임은 전 세계 금융 산업에서 ICT 기업의 영향력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ICT 기업이 지급결제 시스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구축한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에 오프라인 결제수단을 연계한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미국 내 700여 개의 소매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Android Pay)’, 전 세계 약 200만 개 이상의 소매점에서 결제가 가능한 애플의 ‘애플페이(Apple Pay)’가 그 대표적인 예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금융 서비스 제공

글로벌 ICT 기업의 지급결제 서비스의 특징은 신용카드 혹은 은행계좌를 연동해 플라스틱 실물 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결제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구글과 애플은 일명 ‘페이(pay)’ 서비스에 글로벌 카드 브랜드사인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디스커버(Discover)의 신용카드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메신저에 미국 은행에서 개설한 계좌와 연계된 직불카드(debit card)를 등록해 페이스북 친구에게 간편송금이 가능한 무료 개인 간(P2P) 송금 서비스 ‘Friend-to-Friend’를 2015년 출시했다.
글로벌 ICT 기업은 서비스 진출 국가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주요 금융 회사와 협력해 금융 서비스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혀 가고 있다. 애플은 제휴를 맺은 카드사 이외에도 호주, 중국, 프랑스, 영국 등 애플페이 사용 가능 국가의 대형 은행들과도 협업 중이며, 페이스북은 비자, 마스터카드의 직불카드 사용을 지원하면서 페이스북의 주기능인 소셜 네트워킹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금융 니즈까지 충족시키며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플랫폼 대형화를 통한 금융시장 내 협상력 강화

ICT 기업의 신규 지급결제 플랫폼의 등장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여전히 은행과 카드사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기존의 결제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ICT 기업의 플랫폼 대형화는 향후 기존 금융 회사의 협상력을 저하할 가능성이 있다. 전통적으로 ICT 기업은 플랫폼을 구축한 후에 가격 협상력을 높여 독과점적 시장 지위를 형성해 나가는 전략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애플의 음원 구매 플랫폼 ‘아이튠즈(iTunes)’는 미국 음반업계를, 국내 주요 포털사의 뉴스 플랫폼은 국내 언론사의 가격 협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듯이. 게다가 ICT 기업은 모바일 기반의 대형 플랫폼을 구축해 기존의 금융 인프라를 거치지 않는 금융 서비스를 도입해 장기적으로 지급결제 시장 내 기존 금융 회사의 역할이 축소될 우려도 있다.

금융업계 공동 플랫폼 구축을 통한 시장 주도권 선점

앞으로 글로벌 공룡 ICT 기업의 금융시장 내 협상력이 강화된다면 금융 서비스 영역이 ICT 기업의 자체 수익 사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높은 인지도와 대중성을 보유한 ICT 기업의 지급결제 플랫폼 대형화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금융 회사들은 공동 플랫폼 구축을 검토해볼 수 있다. 금융업계 공동 플랫폼은 개발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게 작용하므로 비용 효율화와 안정적인 미래 수익 기반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다. 현존하는 금융 서비스 수용이 가능한 개방형 플랫폼은 범용성 확보에 유리하고, 이로 인해 서비스 이용 건수, 금액 증가가 발생해 금융사 전반의 수익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금융 서비스 관련 기술을 표준화하기 위한 금융권 공동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개별 금융 회사가 보유한 금융 기술이 통합된 플랫폼을 개발한다면 금융시장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고, 개별 금융 서비스를 종합 지원하는 시스템 개발로 범용성 또한 확보할 수 있다. 보안 등 유사성이 높은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에 대한 공동 투자도 추진해볼 만하다. 아울러 플랫폼에 참여할 잠재력이 높은 핀테크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하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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