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금융권의 AI 도입 현황 및 발전 전망: 미국 소매금융의 사례
최근 미국의 한 조사연구기관(National Business Research Institute)의 발표에 따르면 32%의 미국 주요 금융사 임원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고객 분석, 상품추천, 고객 상담 등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실제 미국 소매금융의 AI 도입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 금융업의 AI가 참조할 수 있는 사례와 시사점을 살펴보았다.
글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해외정보실장
최근 한국의 바둑기사와 알파고의 대결이 화제를 모은 가운데 산업별로도 AI 도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중 미국의 금융 산업에서는 소매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AI의 활용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분야별로는 부정거래 검사와 신용심사 등과 같은 자료 분석, 고객 대응 등의 일부를 자동화한 챗봇(chatbot), 사무 작업을 대체한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 등에서 활발하다. 금융기관에서는 AI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경영관리를 고도화·효율화함으로써 비교우위를 강화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업계의 구도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AI의 실용화: 부정거래 검사와 대출심사 활용 비중이 가장 높은 편
AI의 기술 발전과 실용화에 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과 관련된 AI의 검색 인기도는 2016년 들어 급속히 늘고 있다. 금융업에서 AI를 활용할 경우 중요한 역할은 다양한 정보 가운데 미래에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을 탐색하는 학습 기능이다. AI가 학습하는 구조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며, AI는 다양한 자료를 정보로 입력해 각종 자료의 분류 방법과 이들 간 연결 지식을 습득한다.
금융업에서는 기계학습을 주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등의 부정거래 방지에 활용하고 있다. 카드의 이용 점포, 이용 시간, 이용액과 같은 대규모 자료를 AI가 처리해 부정거래 특징을 학습하고, 이에 기초해 학습 결과를 실시간으로 검사하는 것이다. 다만 부정검사 시 2가지 문제가 있다. 정상거래임에도 오류로 인해 부정거래로 판단하는 경우, 부정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오류 인식으로 인해 정상거래로 판정하는 것이다. 부정거래의 절대량을 줄이려면 전자가 늘어나 고객의 편의성이 훼손된다. 반면 이를 회피할 경우에는 다수 부정거래를 포착하지 못해 금융기관에 직접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신용카드 대기업인 아메리칸엑스프레스(American Express)와 비자(Visa)가 기계학습을 이용해 부정검사를 실시간으로 시행하고 있다. 비자에 의하면 기계학습의 도입으로 연간 20억 달러의 부정거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추산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개인이 신용카드와 주택대출 등을 신청하면 해당 심사에 신용점수가 적용된다. 신용점수 내 차입과 상환연체 유무와 같은 자료를 근거로 개인의 신용도를 점수화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용점수 지수인 FICO에서는 개인의 신용도가 300~850의 범위에서 책정된다. 점수가 높을수록 연체 가능성이 낮아 대출심사 통과에 유리한 구조다.
기존 신용점수에서는 신용카드의 사용 이력이 일정 기간을 넘지 않거나 신용카드와 대출상환과 같은 신용 자료가 신속하게 반영되지 않아 개인의 신용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AI 활용이 부각된 것이다. 예를 들어, 신용평가사가 공동 개발한 밴티지스코어(VantageScore)는 신용카드 사용 이력과 신용 자료의 빠른 추계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한 신용점수의 신규 대상자가 미국 내에서도 3000~3500만 명에 이른다. 그중 4분의 1 정도인 800만 명 전후의 대상자는 신용점수가 금융기관의 대출 가능 범위에 있어 금융 서비스의 잠재적인 수요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고객 응대 자동화와 사무 대체 기능도 금융업의 AI 활용 분야로 성장
기계학습에 기초해 개발된 챗봇은 고객이 입력한 문장과 음성의 의미를 AI가 인식해 고객 문의에 대응하는 기능이다. 이를 활용해 계좌 잔액과 신용카드 이용액과 같은 정보의 확인, 신용카드의 지불이나 개인 간 송금 등 간단한 금융거래를 실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종적으로 자산 운용 상품을 제안하는 등에 활용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대형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개발한 에리카(Erica)를 들 수 있다. 에리카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해당 은행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작동되며, 고객의 문장 입력과 음성에 에리카가 대응한다. 캐나다왕립은행(RBC)에서는 신용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챗봇을 개발해 고객 문의 내용을 130개 이상의 사례로 분류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챗봇은 90% 정도의 정확한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
AI의 금융업 활용 사례 중 하나로는 RPA를 들 수 있는데, 이는 근로자가 컴퓨터에서 시행하는 작업 순서를 소프트웨어에 기록해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현재 RPA를 통한 대체 업무는 사무 절차가 세부적으로 설정된 정형화된 업무가 중심이다. 그러나 RPA에 AI의 기계학습과 언어처리를 접목해 비정형 업무에도 접목시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대형 은행인 JP모건은 법인용 대출계약서 내용을 자동 확인하는 COIN(Contract Intelligence)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빠른 속도로 관련 절차를 처리한다. 골드만삭스는 신규 주식공개(IPO) 업무를 127개 과정으로 구분해 조만간 이들 과정의 절반을 소프트웨어로 대체시킨다는 계획이다.
미국 금융업의 AI 활용과 발전 속도는 가속화될 전망
최근 미국의 은행과 신용조합을 대상으로 AI 활용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활용도가 가장 높은 분야는 부정검사 거래 분야다. 하지만 현재 금융기관의 AI 활용도는 저조한 편이다. 다만 AI 도입 계획이 없다는 은행과 신용조합에서도 챗봇과 RPA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미국의 은행과 신용조합 대부분은 향후 AI 영향이 가시화되는 시기를 3~5년 후로 내다보는 비율이 90%에 근접하고 있고, 5~10년 후라고 관측하는 응답 비율은 100%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AI 활용으로 금융업 내 사무직 일부 인원이 불필요해져 향후 5년간 은행업계의 근로자가 30%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의견도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의 소매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는 AI의 활용 범위가 보다 커질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이에 따라 향후 AI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자료 분석과 콜센터 업무 등에서 AI 활용 폭은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분야에서 인간이 담당하는 의사결정 업무는 AI가 실시한 자료 분석을 기초로 이루어지는 한편 업무 계획도 동일한 과정으로 전개돼 금융업의 생산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의 경영 관점에서는 AI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조기에 경영관리를 고도화·효율화할 경우에 여타 금융기관에 비해 비교우위가 확보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금융업계의 판도가 변화할 가능성도 내재돼 있다. 일반적으로 AI의 새로운 자료 학습 능력이 커질수록 AI에 의한 자료 분석, 챗봇, 업무 대체 등의 정밀도와 능력이 제고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AI 도입이 지체되면 AI의 정밀도와 능력이 뒤처지는 동시에 선도 업체의 추격도 어려워진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AI 활용은 향후 개별 금융 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해 모든 업체의 시급한 과제로 부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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