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딥러닝 데이 2017’을 통해 살펴본 한국 AI 발전 방향

2018.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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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사흘 동안 ‘엔비디아 딥러닝 데이 2017(NVIDIA DEEP LEARNING DAY 2017)’이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국내외 정보기술(IT) 전문 업계 및 전문가들이 역대 최다 참가해 선도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을 기반으로 한 최신 딥러닝 및 인공지능(AI) 기술과 연구 결과 등을 공유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부사장과의 만남을 통해 AI 발전 현황과 한국의 AI 수준을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글 임성엽 디지털타임스 기자

 

 

2017년 10월 31일 오전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행사장. AI 컴퓨팅 선도 기업 엔비디아의 ‘2017 딥러닝 데이 콘퍼런스’ 행사가 열린 이곳엔 국내 개발자와 데이터 전문가, 연구원, IT업계 종사자 등 1000여 명 참석했다. 1000여 명의 숫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강한 힘이 있다. 요즘 IT 기업 행사는 침체한 국내 IT 시장 환경 탓인지 소수의 파트너를 위한 세미나 형식의 행사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IT업계 현직 종사자부터 일반인 참가자까지 1000여 명이 엔비디아의 기조연설에 집중하거나 딥러닝,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자동차, 헬스케어 등의 산업 분야 곳곳에 엔비디아의 GPU가 활용되는 기술을 공유했다는 점은 현재 세계는 물론 국내 IT업계에서 엔비디아의 파급력을 증명하는 사례가 된 것으로 보인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 AI 기업, 엔비디아

지난날 ‘엔비디아’는 컴퓨터 게임에 도움을 주는 GPU를 제조하는 기업 정도로 평가됐다. 1999년, 엔비디아는 세계 최초로 GPU를 발명해 병렬 컴퓨팅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현대적인 컴퓨터그래픽을 재정립했고, PC게임 산업의 성장을 불러 모았다. GPU라는 도구는 현재 컴퓨터 과학 분야 내 매우 복잡한 연산처리 성능을 바탕으로 현실감 넘치는 가상현실(VR) 게임, 화려한 그래픽의 블록버스터급 영화까지 인간의 상상력을 구현하는 데 밑바탕이 되는 역할을 해 왔다. 엔비디아는 최근 AI 하드웨어를 선점하고 AI 컴퓨팅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GPU를 기반으로 한 딥러닝 기술이 컴퓨팅의 ‘넥스트 프로세스’라 불리는 현대적 AI의 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대규모 빅데이터 처리를 가능하게 한 기술로 딥러닝과 AI, VR,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두뇌 역할을 맡는 기기를 제조해 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부사장과의 만남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부사장을 ‘2017 딥러닝 데이 콘퍼런스’에서 만났다. 그는 1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대답은 여유가 있었다. 통역사가 한국어로 된 본인의 번역 문장을 잘 표현해줄 수 있도록 번역의 호흡까지 염두에 둔 듯한 제스처를 보고 확신을 가졌다. 그의 모습에서 엔비디아의 ‘현재’를 떠올렸다. 여유 속에 담긴 엔비디아의 지향점은 뚜렷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선 ‘2017 엔비디아 행사’의 전체 개괄과 엔비디아가 가진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해밀턴 부사장은 엔비디아에서 솔루션 아키텍처와 엔지니어링 부문을 맡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객과 파트너가 머신러닝, 고성능컴퓨팅(HPC)과 전문 시각화 및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시각과 가속 컴퓨팅 솔루션을 총괄하는 핵심 직무다. 그와의 인터뷰에서 기사로 소개된 부분은 엔비디아가 보유한 자율주행차량 플랫폼의 상용화 시기였다. 당시 엔비디아는 9월, ‘드라이브 PX 페가수스’를 ‘GTC 유럽’ 개발자 포럼에서 전 세계 처음으로 공개했다. 특히 해밀턴 부사장은 ‘페가수스’를 채택한 레벨5 수준의 ‘엔비디아 택시’가 늦어도 2020년 상용화돼 인텔·BMW 연합을 시기적으로 앞서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부분 외 해밀턴 부사장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풀어 놓았다. AI 컴퓨팅 산업의 업계 권위자로서 한국의 상황과 한국의 AI 산업에 대한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시 몸담고 있는 매체의 사정상 풀어내지 못했던 인터뷰의 뒷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엔비디아 AI 총괄, “한국 AI 비즈니스 늦은 것 아니다”

해밀턴 부사장은 “AI를 사용하는 것은 어느 회사, 어느 국가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보유한 AI 관련 연구진 수를 고려하면 한국의 어떤 회사도 이들 글로벌 IT 공룡을 따라갈 순 없지만, 인프라 자체로 한국 기업이 AI로 성공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 안 된다는 게 그의 견해다.
다만, AI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민간 분야 외 정부의 투자 확대는 필수적이라 강조했다. 해밀턴 부사장은 이미지넷을 그 근거로 들었다. 2012년 이미지넷은 딥러닝의 역사에 기록된 일대 사건이다. 이미지넷은 2010년부터 1000개가 넘는 카테고리로 분류된 100만 개의 이미지를 인식해 정확도를 겨루는 대표적인 시각 지능 대회다. 사실 2012년 대회 이전까지는 기계의 이미지 인식률이 75%를 넘지 못했다. 2012년 캐나다 토론토대의 알렉스 크리제브스키가 GPU 기반 딥러닝 기술을 통해 75% 벽을 뚫어낸 것. 해밀턴 부사장은 “AI가 처음 성공할 수 있었던 사례는 이미지넷을 통해서였다.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사례는 제프리 힌튼 교수가 캐나다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캐나다 몬트리올은 AI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AI 연구·개발(R&D) 자금도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7 딥러닝 데이 컨퍼런스’에서 두 번째 기조연설을 맡은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병렬 컴퓨팅 아키텍처로 뛰어난 GPU가 AI 로봇의 발전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엔비디아와 한국의 협력, ‘반도체’와 ‘통신’

해밀턴 부사장은 구체적인 기업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종은 반도체와 통신으로 지목해 이 2개 분야에서 AI를 바탕으로 협업을 강화할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모든 반도체 회사는 웨이퍼 공정상 불량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비주얼 검사를 한다”며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공정 능력을 보유한 반도체 회사라도 트랜지스터를 시각적으로 하나하나 검사하는 것은 단 하나의 칩만 검사하는 것도 어려워 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볼타 프로세스와 같은 AI가 도입된다면 이 문제는 손쉽게 해결된다는 게 해밀턴 부사장의 분석이다. 7세대 GPU 아키텍처 ‘볼타’는 210억 개의 트랜지스터로 이뤄져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중앙처리장치(CPU) 100개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며 딥러닝을 구현한다.
통신 분야는 엔비디아에 또 다른 기회를 부여할 전망이다. AI의 순기능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민주화를 불러온 것.
해밀턴 부사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민주화는 IT 환경에 더 많은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통신사의 스마트 서비스 기획을 예로 들었다. 현재 SKT는 ‘누구’, 아마존은 ‘알렉사’ 등 음성인식 기반의 AI 제품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아마존은 SKT와 비교해 알렉사 개발에 더 많은 개발자가 투입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이 예측은 틀렸다. AI 자체가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할 수 있는 SW의 기능을 발휘해 엔지니어들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진 것. 그는 “지금은 도메인 지식을 갖고 AI 소프트웨어 툴을 알고 있는 인재가 필요할 뿐”이라며 “SKT 직원들은 아마존의 고객이 아닌 한국 고객들이 원하는 스마트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집중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SKT와 KT 등 국내 주요 통신사는 기조연설과 전시 부스를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이동면 KT 융합기술원장은 “AI 빅뱅 시대의 네트워크는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변해야 한다”며 “이 네트워크 저장소와 컴퓨팅 파워가 지역에 있는 것과 동일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속도 향상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5세대(5G) 환경은 인공지능 시대에 필수적인 인프라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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