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의 법제화 및 발행·유통 제도화의 필요성

2023.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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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수(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가상자산 및 토큰증권의 법제화와 제도적 인프라 확대가 금융산업에 주는 변화는 크게 법제화의 필요성 인식과 제도적 안정성 확보로 요약할 수 있다. 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 회사는 가상자산의 법제화가 금융산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으며, 다양한 직종과 업무에서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법제화의 필요성 인식은 가상자산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그에 따른 법적 공백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대응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특히,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제정은 이용자의 자산 보호와 시장의 안정성을 위한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STO 제도화를 위한 법률 개정은 토큰화된 자산의 발행과 유통을 위한 법적 틀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제도의 구축에 있어서는 발행·유통분리 원칙의 구체적 내용, 토큰증권 분산원장의 적격성 요건, 토큰증권 양도소득 과세 등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한 시장전문가와 유관기관의 심도 깊은 논의 필요 등이 주요 쟁점이 되었다.

금융권에서는 STO의 경쟁 가속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신한·KB·NH증권과 같은 주요 금융기관들이 토큰증권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리더십 확보를 위해 노력을 펼치는 중이다. 또한 금융투자회사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위한 핀테크와의 제휴는 금융산업의 혁신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주요 전략이 되었다. 이를 통해 금융투자회사는 가상자산 시장의 다양한 기회를 활용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가상자산과 토큰증권 법제화 및 제도적 인프라 확대의 중요성에 대해 전망해보고자 한다.

가상자산 시대의 도래와 법제화의 지연

가상자산 내지 가상자산시장은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의 ‘Bitcoin : A Peer to 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짧은 논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전에도 가상자산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고, 일부 전자화폐 형태의 디지털자산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트코인의 등장은 분산원장 기술(DLT,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이용한 새로운 디지털자산화 시도라는 점, 기존 금융기관 중심의 금융에서 벗어난 탈중앙화금융(DeFi, Decentralized Finance)의 시작이라는 점 등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처음부터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고, 사회 전반에 파급력을 미치게 된 것은 2017년경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이 2만 달러에 이르게 되면서부터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거래소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었고, 20~30세대(소위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러한 시장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제도화의 움직임은 상당히 더뎠다. 2017년까지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관점은 가상자산 시장이 전통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보다 정확하게는 가상자산 시장의 위험이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에 전이되지 않는 한 별도의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규제불개입의 전제가 당시까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주식과 부동산의 대체투자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2017년 9월 정부는 TF를 구성,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도록 하였다. 이에 TF는 같은 달 29일 국내에서의 ICO/STO를 금지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의 앙등과 코로나19라는 사회경제적 변화로 가상자산거래소 등의 가상자산 거래시장(유통시장)은 급속히 규모가 커졌으며 2021년에는 투자자가 558만명에 이르렀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 거래규모가 기존 주식시장의 그것을 뛰어넘는 상황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에 2021년말 대선에서는 여야 후보자들 모두 가상자산에 대한 법제도 마련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가상자산의 법제화, 두 가지 방향의 접근

2021년 새로 출범한 정부는 본격적으로 가상자산법제 마련에 나섰다. 초기에는 가상자산에 대한 방향 설정에 있어 기술적 측면에서의 발전에 대한 원조 혹은 금융적 측면에서 시장에 대한 규제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후자 쪽으로 귀결되어 금융위원회가 주무부서로 금융법적 제도 마련에 나서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한편, 금융적 규제에 있어 기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증권, 그 중 투자계약증권과 관련하여 조각투자에 대한 증권규제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투자계약증권으로의 포섭이 논의되었다.

다만,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과 미국 증권법상 투자계약 개념[소위 Howey test에 의한 기준,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v. W. J. Howey Co., 328 U.S. 293 (1946)]의 포섭 범위 차이로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공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법적 규제는 주로 투자계약증권으로 포섭 가능한 가상자산(이하 ‘토큰증권’)의 규제를 위한 자본시장법의 개정과 자본시장법으로 규제되지 않는 나머지 가상자산을 규제하기 위한 가상자산법의 제정이라는 소위 ‘이방향접근’(Two-track Approach)을 취하게 되었다.

가상자산법과 자본시장법의 제정

이 중 가상자산법의 제정과 관련해서 초기에는 EU의 MiCA(Regulations on Market in Crypto Asset)와 같이 가상자산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법 체계를 염두에 두고 입법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MiCA의 입법 지연과 함께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2022년 5월 루나 사태가 터져 불공정거래의 문제가 제기되었고, 해외 가상자산시장에서는 2022년 11월 FTX 사태를 비롯하여 가상자산거래소의 건전성이 문제되는 사건들이 발생하여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 시급히 요구되었다.

이에 지난해 말 정부는 소위 ‘이단계접근’(Two-step Approach)으로 입법 방식을 선회하기로 했다. 우선 1단계 입법으로 불공정거래와 이용자자산의 보호를 위한 입법을 진행하고, 이후 2단계 입법으로 기본법을 마련하기로 방향을 정하였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불공정거래와 이용자 자산보호에 중점을 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하여 의원입법으로 제출된 19개 법안이 2023년 5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대안형식으로 가결되었다.

그리고 동 법안은 일부 자구수정 등을 거쳐 같은 해 6월 29일 법사위를 통과하였으며, 다음 날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어 7월 18일 법률 제19563호로 공포, 1년의 경과기간을 거쳐 내년 7월 19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가상자산법은 일단 1차 입법으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제정이 완료되었지만 다른 방향의 자본시장법 개정은 상대적으로 진행이 더딘 편이다. 토큰증권을 규제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입법으로는 윤창현 의원이 지난 7월 28일 대표 발의한 입법안(의안번호 2123531)이 국회 계류 중이다.

이 입법안의 주된 내용은 첫째, 온라인·디지털 플랫폼이 발전함에 따라 비정형적 증권인 투자계약증권에 대해서도 다수 투자자 간 유통시장이 형성될 수 있으므로, 투자계약증권은 발행 관련 규정에서만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보고 있는 단서를 삭제하여 다른 증권과 동일하게 유통에 대한 규제를 적용 받도록 한다는 것(안 제4조제1항) 둘째, 상장시장에 해당하는 거래소 시장 및 다자간매매체결회사 외 협회,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투자중개업자(장외거래중개업자)를 통하여 다수 투자자 간에 증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다양한 장외시장의 형성을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안 제166조제1항 신설) 셋째, 장외거래중개업만을 영위하는 투자중개업자의 경우 장외시장에서의 다수 투자자 간 증권 거래 중개업무에 불필요한 겸영업무, 투자권유대행인을 통한 투자권유 및 신용공여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것(안 제166조제3항 신설), 마지막으로 과도한 고위험 투자로부터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투자중개업자를 통한 장외거래의 경우 투자목적,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에 따라 일반투자자의 투자한도를 제한한다는 것(안 제166조제4항 신설)이다. 다만, 이러한 입법안은 초기에는 토큰증권의 도입과 관련하여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 불거진 공매도 규제 등 새로운 자본시장법상 쟁점들로 인해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가상자산 발행·유통 제도적 인프라의 필요성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규제가 두 가지 방향에서 법제화 과정 중에 있음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 그러나 발행·유통의 제도화는 규제의 법제화와는 또 다른 문제다.

가상자산의 경우 가상자산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가상자산(아래 토큰증권에 해당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2017년 9월 발표된 국내에서의 가상자산발행(ICO) 금지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감독당국에서 그와 같은 조치에 대해 변경이나 효력의 중단을 발표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가상자산법의 제정을 통해 변화를 모색했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차적으로 가상자산이용자 자산보호와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만 입법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향후 2차 입법으로 가상자산발행에 대한 규제가 법제화되면 그에 따른 국내에서의 가상자산 발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다만, 유통에 대해서는 2017년 9월의 가이드라인에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그 결과 업비트 등 가상자산거래소 내지 유통플랫폼을 통해 광범위한 거래가 이루어져 왔다. 가상자산법의 2차 입법에서는 가상자산발행에 대한 규제 외 이러한 기존 유통시장에 대한 규제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토큰증권의 경우 자본시장법의 적용대상인 토큰증권에 대해서는 이미 전향적인 조치가 이루어졌다. 지난 2월 6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토큰증권(Securities Token)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이 그것이다. 동 정비방안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의 입장은 토큰증권을 주식, 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증권법’)상 증권의 디지털화(전자등록) 방식으로 증권 발행의 한 형태로 수용한다는 것, 일정 요건을 갖춘 발행인이 토큰증권을 직접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 자본시장법상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하여 토큰증권을 포함한 비전형적 증권의 유통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조치는 동 정비방안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전자증권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2023년 7월 28일 윤창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증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23533)이 국회 계류 중이다.

문제는 동 입법안이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고 있어 진행이 느리고, 설사 입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몇 가지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동 입법안이 전자증권법 제30조의 계좌간 대체와 제35조의 권리추정 등 법적 쟁점에 대해 별다른 변경을 가하고 있지 않다. 또 다른 하나는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산원장을 포함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구체적 요건에 도 달리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전자에 대해 입법안은 토큰증권상 권리이전에 대해서 기존 전자증권법상 계좌간 대체를 통해 권리이전과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해할 수 있으나 이에 대해서 학계의 견해가 갈리는 상황이다. 실무적으로 보다 중요한 것은 전자증권법상 분산원장 등 요건이다. 이에 대해서 법에 기술적인 사항을 모두 정할 수 없지만 업계의 준비를 위해서는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라도 미리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에 참고사항으로 분산원장 요건(안) 등이 제시되어 있기는 하나, 추상적인 내용이어서 이러한 기준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지, 일단 요건을 충족한다면 모든 분산원장, 발행인에 대해 계좌관리기관으로 금융감독당국이 인정할지에 대해 업계의 의문이 존재한다.

가상자산 발행·유통 제도화를 위한 유관기관의 역할에 대한 기대

코스콤은 한국거래소의 자회사로 자본시장의 중추를 이루는 전산시스템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가상자산은 분산원장이라고 하는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기존 전산시스템에 관여하고 있는 코스콤과는 무관한 일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당장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디지털증권시장 시범개설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와 같은 시장이 개설된다면 코스콤이 전산인프라를 활용하여 뒷받침을 하여야 한다.

코스콤의 역할이 여기에 그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코스콤은 가상자산 발행·유통 제도화를 위해 사적 시장참여자들이 할 수 없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첫째,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분산원장 기준의 제시다. 둘째, 분산원장의 모범적인 운영을 통한 시장 프랙티스의 확립이다. 셋째, 가상자산 발행인에 대한 기술적인 지원과 조력이다. 넷째, 공적 플랫폼의 구축을 통한 시장의 활성화다. 가상자산 발행·유통 제도화를 위한 코스콤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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